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야생화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문득 앵초밭이 궁금해진다.
발코니 바깥을 내다보니
토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그칠 기미를 안보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순 없다.
삿갓(야구 모자)에 도롱이(비닐 갑빠) 둘러쓰고
사징기 행장 간단히 챙겨매고 우산까지 받쳐 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으로 뛰어들다.
2015.04.19. 울산, 북구.
Nikon D800
▲ 산책로 초입엔 산벚의 꽃이 별처럼 내려앉았다.
▲ 잔털제비꽃일까?
▲ 앵초밭에 당도해 보니 만개까진 아직 요원하다.
올해 이 곳의 꽃시계는 왜 이리도 더딘 것인지.
▲ 먼저 핀 한두 송이가 비를 맞고있다.
▲ 굵은 빗방울을 맞고선 고개를 푹 숙여버린 앵초
▲ 천상 일주일은 더 지나야 잔치가 시작될 듯하다
▲ 앵초 옆의 삿갓나물
▲ 새 순이 파릇파릇 나고 있다
▲ 동의나물도 활짝 피었다.
▲ 군락을 이루진 않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지척간에 두고 사는게 어디냐!
▲ 늦둥이 가지복수초도 여기에선 아직 현역이다.
▲ 꿩의바람꽃도 있다.
▲ 아직 못다 진 진달래
▲ 제비꽃 집안의 얼짱, 고깔제비꽃
▲ 도르르 말린 잎이 고깔을 닮았다고 얻은 이름이다.
▲ 솔이끼
▲ 유현(幽玄)한 숲 속의 분위기...
▲ 이 맛에 비 내리는 산길을 걷는 것 아니겠나?
▲ 봉분 위에 핀 꿩의밥
▲ 무덤가엔 애기나리가 쑥쑥 자라나고 있다
가만... 은방울꽃인가?
▲ 산벚 핀 무덤
으스스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하~
▲ 산벚나무
▲ 봉분 위에 자라고 있는 조개나물
▲ 조개나물
▲ 비목나무의 꽃
▲ 솜방망이
▲ 예전엔 '다화개별꽃'으로 불리던 개별꽃도 제철이다.
이 놈을 찍으려다 젖은 산비탈에 주루룩 오지게 미끄러져
온 몸에 진흙 칠갑을 하고 말았다.
▲ 엄청난 산괴불주머니 군락과 조우하다!
▲ 산괴불주머니
▲ 분꽃나무
비에 젖었지만, 특유의 아름다운 향기는 내 무딘 코 끝을 간지럽힌다.
▲ 봄 비에 샤워한 각시붓꽃
▲ 잎이 많이 자란 조개나물
▲ 잎이 짧은 조개나물
▲ 호제비꽃
▲ 애기풀도 있다!
▲ 진달래가 물러가면 철쭉이 다시 산을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언덕 위 주막에서 촌국수 한 그릇에
태화루 막걸리 한 병을 청하여 홀로 마시곤
알딸딸한 기분에 취하여
봄비에 촉촉히 젖은 산길을 휘적휘적 걸어 하산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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