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덕유산을 다녀오다.
2014. 12. 20(토).
전북 무주군
Nikon D800 + 24-120N
눈꽃 산행의 계절이 왔다. 최근 서해 부근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설산 눈꽃 산행을 마음에 두고 있던 차에 때마침 지역 산악회에서 덕유산 안내 산행이 있다기에 동참해 보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밤 9~10시경 귀가하는 당일 일정이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47,000원, 곤돌라 비용 포함)에 전세 버스로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이번 안내 산행의 매력이다.
예정대로 새벽 5시 동천체육관을 출발하여 도중 휴게소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무주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이 9시 20분 부근. 불순한 일기 덕분으로 곤돌라 탑승 행렬이 그리 길지 않아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하여 설천봉에 도달하니 9시 50분경.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세찬 바람과 살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눈보라다. 준비했던 갖은 방한 장구로 단단히 무장하고 일행을 따라 남행길에 나서다.
덕유산 최 정점 향적봉(1614m)에 도착하다.
보이는 모든 것이 회색인 가운데 심한 눈보라로 한 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설천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서니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거기에 실린 눈발이 얼굴을 강타하니 노출된 피부는 바늘로 찔린듯 아리다. 일기 예보 대로라면 9시 이후 눈이 멈추고 하늘이 열려야 하는데, 벌써 10시가 넘어가는 시각에도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모든 것이 회색 모노톤으로만 이루어진 그야말로 흑백 세계다. 월백설백천지백!
향적봉 대피소가 눈에 파묻힐듯 누워 있다.
오른쪽 목책만이 이 곳이 탐방로임을 말해주고 있다.
남덕유로 향하는 능선을 걷고있는 탐방객들
오수자굴-백련사로 갈라지는 분기점
눈보라를 헤치고 산객들이 남행하고 있다.
동엽령에 도착한 후에야 하늘이 걷히기 시작한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여기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바람을 피해 능선 동쪽 아래의 눈 쌓인 나무 데크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어 간단히 식사를 하다.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한 잔 마시고 있으니 하늘이 트이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무룡산 방향으로 계속 남행해야 하는데, 산악회의 가이드로부터 전원 안성마을 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는 지침을 통보 받았다. 지금까지 내린 폭설로 탐방로가 전부 묻혔고, 럿셀(눈으로 덮힌 길을 찾아 개척하는 일)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안전 문제를 고려,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날랜 걸음으로 먼저 남행하던 베테랑들도 한 시간 이상 진행하다가 포기하고 되돌아 왔다고 한다.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동엽령 - 무룡산 - 삿갓골재를 거쳐 황점 마을로 하산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이 지점에서 바로 하산해야 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산행의 백미이자 여기까지 왔던 목적이었던 덕유 남북 종주 능선길에 펼쳐진 장쾌한 눈꽃 풍경은 하늘이 너무 늦게 열리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
안성마을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할 무렵 무터 본격적으로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회색 일색이던 하늘이 파란 배경으로 확 바뀌니 칙칙하게만 보이던 나뭇가지는 일제히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고, 온 숲은 별안간 하얀 꽃 가득한 거대 화원으로 변신한다. 이 광경에 오고가던 산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손 시린 것도 참고 폰으로 이 광경을 담기에 바쁘다. 바람도 잦아 들고 추위도 많이 누그러지니 마음은 아쉽지만 발걸음만은 가벼운 하산길이 되었다.
겨우살이가 지천이다.
안성마을 가는 길.
중도 하산했던 덕분에 계획보다 일찍 일정을 마쳤다.
기대보다 많이 못미쳤던 산행이라 기회를 보아 재도전 할 것을 다짐하며 귀가하는 전세 버스를 타다.
(2014. 12. 20. 북덕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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