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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초등생 조카딸이 함께 한 1박2일 설악산 서북릉-공룡능 종주 (2/3) - feat. 야생화

 

 

문득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3시 40분.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은 칠흑같이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산객들의 몸 뒤척이는 소리와 드르릉드르릉 코고는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바깥 날씨가 궁금하여 바람막이를 걸치고, 손전등을 켜 들고 통로를 찾아 대피소 밖으로 나왔다.

어젯밤 그렇게 많이 불던 바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출입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 보니 이미 날은 어슴프레 밝아 있고

푸르스름한 여명 속에서 대청봉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하늘엔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별빛이 쏟아지고, 저 멀리 속초 시내의 불빛도 반갑다.

그렇지만 구름이 동해 바다위에 낮게 깔려있어

바다 위에서 바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보기 어려울듯 하다. 

 

침상으로 돌아 와 동생네를 깨워 아침 식사 준비를 하였다.

동생(서윤아빠)은 간밤, 옆 침상의 외국인이 낀 단체객들이 되지도 않는 엉터리 영어로

밤새 소곤소곤 떠드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서윤이는 어린이답게(?) 잘 잔 모양이다.

아빠와 나의 조용한 대화를 듣고, 깨우지 않았는데도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어젯밤 미리 챙겨 두었던 취사도구와 아침꺼리를 들고 취사장에 내려 왔다.

우리가 취사장 첫 손님이다. 

 

 

오늘 조찬 메뉴는 햇반에 꽁치찌개와 즉석식품.

초 헝그리 식단이지만 싹싹 비워 달게 먹고 커피까지 한 잔 타서 입가심 후

행장을 꾸려 밖으로 나왔다.

 

 

 

 

 

우체통이 있는 대피소 한 켠에 서서 대청봉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남긴다.

지금 시각 05:13.

 

 




오늘은 중청대피소를 출발하여 소청을 거쳐 희운각대피소에서 잠시 휴식한 다음

무너미고개에서 시작되는 공룡능을 타고 마등령까지 가서

비선대, 신흥사를 거쳐 설악동 소공원에서 산행을 마치는,

약 15km 정도의 여정이 계획되어 있다.


당초 서윤이나 서윤 아빠의 컨디션을 보고, 여의치 않은 경우 오색이나 양폭 등 짧은 코스로 탈출하는 

"플랜 B", "플랜 C"도 준비해 두었는데, 다들 피지컬이 말짱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당초 계획인 공룡능 코스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본격 출발 전, 대청봉과 중청대피소 전경을 담아보다.

 

 

 


 

서북릉과 소청봉, 대청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

 

 

 

 

 

중청봉을 트래버스하여 소청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걸을 무렵 아침 첫 햇살이 산자락에 가득 내린다.

 

 


 

 

소청으로 내려가는 계단 상부에서 일출의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본다.

일기예보는 어제보다 오늘이 상황이 더 좋지 않은걸로 나왔는데,

뜻밖에도 날이 개이니,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이런 분위기, 저 아래 속세에서 아직 단잠에 취해 있을 중생들, 누가 알리오?

 

 


 

 

가야 할 멀고도 험한 산길이 저 아래 아스라히 누워 우리를 기다린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

 

구름 틈을 뚫고 내려 온 유월의 아침 햇살이 설악산에 가득찬다.  태양 아래로 동해바다의 물결이 보일락말락 한다.

 

 


 

 

약간의 걱정을 표현하는 아빠에게 서윤은 V 표시로 아빠를 안심시킨다.

속 깊은 녀석 같으니~

 

 


 

 

점점 해가 높아져 다시 구름 속으로 숨는다.

 


 

 

 


 

 

 이 상쾌한 설악의 아침이여!


 

 

 



 

 

 



 

 

희운각까지의 2km 가파른 내리막길은 설악산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 중의 하나이다.

작년 이맘 때, 공룡능을 거치며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이 길을 거꾸로 올라오느라 개고생했던걸 생각하면 오늘의 이 내리막길은 거저 먹는 기분이다.

 

 


 


저 멀리 공룡능의 험준한 바위능선이 도열해 있고, 더 멀리 우측편엔 울산바위의 실루엣도 보인다.

 

 

 

 

 

 

간간이 만나게 되는 고사목도 고산 산행의 운치를 더하고

 

 

 


 

 

뭇 나무의 여왕,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는 자작나무 숲길도 지난다

 

 

 


 

양 옆 순풍에 팔랑이는 자작나무 잎사귀가 너무도 싱그러워 열심히 계단을 내려가는 서윤을 불러 돌려세우고 한 컷 찍어본다. 

 


 

 

 저~~~기가 마등령이야. 그리 멀진 않지?

허억~~~ 저렇게 멀리까지 가야해요?


 


 

 

서두를 것도 없다. 쉬엄 쉬엄 쉬어가기로 한다




 

 

 

 


 

 

 전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스테미너를 축적해 두어야 하므로 계단에 걸터 앉아 간식 타임을 갖는다.

오른쪽에 앉은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윤이네와는 지근거리에 사는 분이다. 세상 참 좁다. 


초등생의 신분으로 공룡능에 도전한다는 서윤이에게 커다란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아끼던 간식도 꺼내 나누어 주시고 격려의 말씀도 해 주신다. 


이 분들과는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등령까지 동행했고, 

마주칠 마다 서윤이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한 마디씩을 잊지 않으셨다.

 

 





 

 

신선대 방향을 배경으로 한 컷 찍어본다.



 

 


 

 

 

 


 

 

 출발에서 부터 이 곳까진 내리막 혹은 평탄한 길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여기 까지다.

이제 본격적으로 난이도 최상급의 공룡능이 시작된다.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여기에서 마등령까진 거리상으로 약 4.5km 정도에 불과하지만 건장한 성인들도 4시간 30분이 걸리는

극히 험준한 구간이다. 지금은 위험 구간에 계단이나 철제 로프 및 안전 난간이 설치되어

실족, 추락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좀 낮아졌지만, 

워낙 가파르고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체력 소모가 극심한  곳이다. 


날씨의 변덕이 심하고, 도중에 탈출로가 없어 경험자의 동반 없이 초심자가 무모하게 도전한다면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중도에 샘터가 1 곳 있으나 가뭄이 지속되면 고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식수도 준비해야 한다. 탈진을 대비해서 열량이 높은 행동식도 충분히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린 희운각 대피소에서 2리터 생수 한 병을 구입해 챙겨왔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길고 가파른 오르막이 예사롭지 않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마등령 방향을 바라본다.

오른쪽엔 범봉과 천화대, 가운데는 1275봉 등  공룡능을 대표하는 암봉들이 줄줄이 도열해 있다. 

 




 

 

 

 


 

 

 

 


 

 

비선대 방향을 보며.

범봉 우측으로는 잦은바위골.

 

 


 

 

 

마등령까지의 1/3 구간을 지나며. 

 




 

 

 탐방로 바로 옆 바위틈에서 "에델바이스"로 알려진 산솜다리를 발견하다.


 


 

 

 바위 틈새에 간신히 핀 금강봄맞이도 담아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삭아삭 오이를 씹어먹는 맛은 여름 산행에서 버릴 수 없는 작은 즐거움 중의 하나다.




 


 

 

 아직까진 똘망똘망 눈에 총기가 살아있다. 하하~


 


 

 

 

 



 

 

 

 


 

 

 

 


 

 

공룡능에서도 이런 평탄한 길을 짬짬이 만나기도 한다.

 

 


 

 

 

 


 

 

 


 


 

 

 힘들어하는 서윤을 위해서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휴식 도중에 나래회나무를 발견하고 한 컷 담았다.

꽃을 둘러싼 조그만 날개(나래)가 있어서 저런 이름을 얻었다.


 


 

 

 힘들어도 결코 불평하는 법이 없는 우리 강철 전사 서윤!



 


 

 

 

 


 

 

아름다운 설악의 골짜기


 

 


 

 

깎아지른 벼랑

 

 


 

 

 

 


 

 

 다시 만나는 설악의 상징, 산솜다리꽃.

 


 

 

 그냥조팝인지 산조팝인지 당조팝인지 당최 모르겠다.

 

 


 

 

 자주꿩의다리일 것이다.

 


 

 

 푸른 그늘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꿀같은 휴식



 


 

 

 힘들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행진~

 


 

 

 

 


 

 

 산솜다리가 군데군데 피어 갈길 먼 나그네의 발길을 자꾸 붙잡는다.

 



 

 

 공룡능 공식 쉼터다. 

 


 

 

 헉헉~~~ 힘들다.


 


 

 

 거의 직벽을 로프를 타고 내려간다.


 


 


힘들게 내려왔는데 또다시 철삭(鐵索)을 부여잡고 수직으로 난 바윗길을 클라이밍 해야 한다.





(제2부 끝. 제 3부에서 완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