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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초등생 조카딸이 함께 한 1박2일 설악산 서북릉-공룡능 종주 (3/3) - feat. 야생화





공룡능-마등령의 딱 중간지점인 1275봉에서 서윤과 서윤아빠에게 잠시 휴식할 틈을 주고

등로를 살짝 벗어나 야생화를 찾아 보았다. 역시 제법 많은 개체의 산솜다리가 눈에 뜨였고, 

바위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냘프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금강봄맞이도 눈에 들어온다.







작년과 같은 위치에 어김없이 난장이붓꽃이 피었다.






산솜다리






라일락의 원조, 꽃개회나무도 아직 지지 않고 특유의 진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다.


저 멀리 대청과 중청봉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이어진 공룡능의 톱날같은 능선이 삐죽삐죽 누워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출발 전, 사랑하는 딸의 손을 잡고 기를 팍팍 전해주는 서윤아빠.






다시 출발이다!






걷고, 또 걷고,






가끔은 쉬며.





정말 일어나기 싫다. 벌떡 일어서서 가야하는데, 몸은 천근 만근.

휴식은 항상 짧은 것. "충분한 휴식"이란 애초에 없는건지도 모른다.

"조금 더 가다가 또 쉬자. 지금 서윤이가 젤 먹고싶은게 뭐야?"


"사이다와 회요"


"알았다. 내려가면 맨 먼저 만나는 매점에서 시원한 얼음사이다를 사 줄테니 벌컥벌컥 병째로 마셔라, 하하.  

물론 바닷가로 직행해서 회는 실컷 사 주마."


"(말없이) 고개 끄덕끄덕"






세존봉 도착.

이제 고개 두 개만 넘으면 하산길이다.


서윤은 묵묵히 걷는다. 마치 무소처럼.

너무도 감당하기 힘든 길인데도 투정도 없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다. 






오세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천불동 계곡쪽을 조망해 보다.

이제 공룡능은 끝났다.







서윤이 짊어지고 있는 저 등짐도 옷과 물통, 우비, 간식, 폰, 기타 본인의 소지품이 고스란히 들어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아빠나 큰아버지인 내가 서윤이가 힘들어하는 그 순간에도 한 번도 대신 짊어주지 않았다.






이정표 옆에서 인증샷을 남기다.

공룡능은 끝났지만, 힘든 길이 아직 끝난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는 명언(?)이 생각난다.


뒤에 보이는 저 오르막을 넘어야 본격 하산길이 시작된다.







천불동계곡 방향







갈림길에서 마지막 남은 오이로 갈증을 달래고,

라면을 끓여먹던 옆 산객에게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 커피 한 잔씩을 타 마신 다음

천불동으로 이어지는 하산길로 접어 들다.






하산길도 멀고도 빡세다.







마등령 출발지점으로 부터 비선대까지 2/3 구간은 4등급("어려움, Advanced"),

나머지 1/3 구간은 공룡릉과 같은 최상급 난이도인 5등급("매우 어려움,Expert")급이다.







지나온 길. 대청-중청-공룡릉.


휴우~~~  저 길을 걸어 예까지 왔다니 !!!











사망사고 발생지점. 조심, 또 조심하자.


























반쯤 내려온 것같다. 너럭바위에서 잠시 휴식.

 





1.8 kms to go.










괴롭고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 우리 대단한 서윤!















천불동으로 동해바다에서 안개가 몰려들고 있다.











힘들어도 좋은 풍경은 눈에 담아가는 센스~






아름다운 설악






"힘들지?"

"응"





















서윤을 닮은 굳센 바위를 끼고 내려가니






금강굴 삼거리가 나온다. 이제 시원한 사이다가 멀지 않다.


"금강굴로 둘러 갈래?"

"아뇨~~^^"






정말 다 왔다.

이제부터 평지다.

 





천불동 계곡.












서북릉-공룡능 무사 완주 기념 하산주.

그리고 약속대로 사이다 한 병.







내려오는 길엔 신흥사의 거대 철부처님이 무표정하게 앉아 계신다.

서윤에게 수고했다고 손 한번만 흔들어 주시면 좋으련만...^^


















차 타는 곳까지 나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멀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지친 심신으로 그 운치를 느낄 여유가 그리 없다.






아빠와 함께.






이번 고행의 원흉인 큰아빠도 같이 ^^;





(끝)



= 덧붙임 =



경내를 빠져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 속초의 한 어시장으로 직행하여

서윤의 희망에 따라 싱싱한 자연산 생선회로 저녁 겸 조촐한 하산 세리머니를 하였다.


서윤네는 22:00 차편으로 서울행,

나는 21:50 심야고속버스 편으로 대구 거쳐 울산행.



La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