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91건

  1. 2018.02.10 2018.02.06~07 폭설 속의 제주 도심 방랑기 (feat.먹방) (1)
  2. 2018.01.20 2018-01-10 소백산 적설기 산행 (1)
  3. 2017.10.15 2017.10.09. - 영축-신불-간월산 억새길 탐방 (2)
  4. 2017.06.25 2017.06.24. - 경주 남산 잠깐 산책하다 (feat.부흥사) (2)
  5. 2017.01.15 2017.01.14. - 소백산 겨울 산행 (사진 67장, 모바일 데이터 주의!) (2)
  6. 2016.12.04 2016.12.03. - 내 그림자와 함께 떠나는 삼태지맥 종주
  7. 2016.11.20 2016.11.19. - 晩秋
  8. 2016.11.12 2016.11.12. - 경주 잠깐 걷기
  9. 2016.11.06 2016.11.05. - 경주 "왕의 길" 가볍게 걷기 (5)
  10. 2016.07.12 2016.07.04. - 번개 덕분에 경주 번개 여행 (feat. 먹방) (3)
  11. 2016.06.25 2016.06.25. - 경주에서 (4)
  12. 2016.05.31 2016.05.21. - 새벽, 남강변을 걷다. (2)
  13. 2016.05.15 2016.05.14. - 부처님 오신 날(3사 순례)
  14. 2016.05.15 2016.05.14. - 태화강변
  15. 2016.05.07 2016.05.05. - 영축산-신불산 야생화 트레킹
  16. 2016.02.29 2016.01.31. - 가지산 능선에 펼쳐진 수정궁(水晶宮)을 거닐다 (사진 50매. 트래픽 주의!)
  17. 2016.02.18 2016.01.16. - 전설의 섬, "十分島"를 찾아서 (비번힌트: 이번 모임의 호스트이자 십분도 도주인 이 분의 필명은? 예:"곰곰이네"라면 "rharhadlsp"라고 입력하시오) (2)
  18. 2015.12.07 2015.12.05. - 소나무 숲 (1)
  19. 2015.11.09 2015.10.31. - 능동산, 쇠점골 (2)
  20. 2015.11.07 2015.10.31. - 쇠점골의 가을
  21. 2015.10.11 2015.10.09. - 신불재의 가을
  22. 2015.08.15 2015.08. 북유럽을 다녀오다 - #01. Prologue
  23. 2015.04.28 2015.04.25. - 소백산행
  24. 2015.04.21 2015.04.19. - 비오는 날의 산행
  25. 2015.02.16 2015.02.14. - 지금 통도사엔 부처도 왕따
  26. 2015.01.19 2015.01.17. - 소백산에 가다
  27. 2015.01.11 2015.01.11. - 동천강변에서
  28. 2014.12.29 2014.12.27. - 남덕유산 눈꽃 없는 눈꽃 산행
  29. 2014.12.28 2014.12.20. - 북덕유산 눈꽃 산행
  30. 2014.12.11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 10일차 (2014.02.12),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국립공원
    주초에 제주도 다녀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라산은 못간 대신 한라산을 마시고 왔습니다. 산행으로서는 실패기가 되겠지만 먹방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기에 잠깐 썰을 풀어 놓고자 합니다. 

     야생화를 함께 찍는 꽃동무 K兄으로부터 한라산행 제의를 받은 것은 몇 주 전이었습니다. 때마침 팝업 세일로 나오는 초 저가 항공권을 끗발로 득템하여 사무실 직원들이 단체로 1박 2일 한라산 눈꽃산행을 가려는데 혹 원하면 조인하라는 것입니다. 헉 이게 웬 떡? 내심 이렇게 외치며, 요새 내가 너무 바쁜 몸이긴 하지만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노라고 대답해 놓고는 지체 없이 이 곳 포럼에서 한라산 산행기 폭풍 검색과 더불어 장기 일기예보를 1시간 간격으로 체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보였습니다. 제주에 "당분간" 폭설이 예상되는데다 실제로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도로 통제로 입산은 커녕 등로 가까이 접근도 못해보고 눈 내리는 시내만 떠돌다가 눈물의 귀환을 했다는 포럼민들의 산행 후기를 접하고는 필시 전생에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을 정도는 팔아먹으신 분들이로구나 생각하며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혀를 끌끌 차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출발 일자가 임박해 오는데도 계속 폭설로 점철되던 제주의 일기 상황은 나아길 기미가 전혀 안보이니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일주일 예보를 보아도 계속 눈 소식의 연속이라 출발 이틀 전부터는 초조함도 눈 녹듯 사라지고 그냥 무념무상의 상태로 바뀝니다. 이런 경우를 체념이라고 한다더군요. 이미 구입한 항공권은 이벤트 티켓이라 취소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니 어쩔 수 없이 못 먹어도 Go입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우리 8명은 6일 아침 8시30분경 제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김해공항 출발시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함 그 자체였는데 비행 도중 점점 구름이 짙어지더니 이내 구름 속의 산책으로 바뀝니다. 착륙 무렵엔 시계 완전 제로, 트랩을 내리니 하늘이 잠깐 열리긴 합니다. 그러나 이내 닫히고 굵직한 함박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합니다.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 번 통제 상황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입니다. 바로 플랜B를 꺼냅니다. 아마도 접근 가능한 숲은 그 곳일거라며 맨 먼저 들른 곳은 인근에 있는 한라수목원입니다. 도로는 더께로 쌓인 눈이 염화칼슘과 반응하여 온통 곤죽이 되어있고, 그 위를 체인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우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시내버스를 잡아 타고 평소보다 갑절 이상의 시간을 걸려 팝콘같은 눈송이를 뚫고 한라수목원에 도착합니다. 이 와중에 대중교통 시스템이 작동해 주는게 고맙기만 하군요.

 

 


      애기동백꽃이 눈을 뒤집어 쓰고 얼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처연하면서도 뭉클한 심사를 일으키는군요.



 

     이게 먼나무요? 

     먼나무요. 

     먼나무냐고요? 

     먼나무라고욧! 

 

     제주에 가로수로 가장 흔히 눈에 띄는 먼나무입니다. 이 계절에도 낙엽이 지지 않는걸 보면 상록수인가 봅니다. 빨간 열매가 눈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멀구슬나무의 열매입니다. 자세히 보면 쪼글쪼글 거의 곶감이 되어 있습니다. 빨간색이었다면 눈과 더 예쁘게 어울렸겠죠? 

 

 

 

     멀구슬나무 열매를 멀리서 잡아봅니다. 

 

 

      

     수목원 내부도 폭설로 인한 통제구간이 많아 설렁설렁 입구 근처만 둘러보고 금세 돌아 나옵니다. 이미 점심 시간이어서 식당으로 직행하기로 하고 정류소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잠깐 구름이 걷혀 한라산 자락을 살짝 보여주는군요.

 

    

 

     먹방투어의 첫 타겟은 보성시장의 순댓국밥입니다. 일행 중에 제주를 처가로 둔 분이 계서서 이런 숨은 맛집 탐방이 가능했습니다. 시장통 한 구역에 순대를 파는 식당이 집결해 있더군요. 그 중 우리는 "감초식당"을 택했습니다.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의 모델이 된 집이라는군요. 그래서인지 벽 사방에는 온통 만화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이런게 진짜 "도배"입니다. 

 

 

 

     반대편 테이블에는 가끔 TV에 보이는 낯 익은 사람 2인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네요.

 


 

     이놈의 고약한 날씨 땜에 한라산을 눈에 담아 가진 못할지언정 배에는 담아가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한라산을 주문합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우린 한라산부터 입 속으로 부어 넣습니다.

 

 

 

     모듬순대 Type-C의 비주얼입니다. 순대, 머릿고기, 내장, 막창의 환상적인 컬레버레이션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간은 보이지 않는군요.  간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셔서 종업원을 호출하여 간의 행방을 문의하니 원래 간은 포함이 되지 않는답니다. 아마도 제주 용왕님이 파견한 토끼가 제주 돼지의 간을 모조리 빼 간 탓일거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가격은 19,000원! 가성비 짱입니다. 나는 평소 순대 외에 저런 부산물을 잘 먹진 않지만 잡내 많이 없고 쫄깃한 식감이 좋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역시 한라산과 잘 어울리는 안주!


 

 

     이어서 등장한 것은 감초순댓국밥(7천원)입니다. 감초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식당 이름이 감초식당이어서 메뉴에 접두어로만 붙은 것입니다.

 


 

     다대기를 섞기 위하여 국밥을 휘저어 본 순간 "이게 실화냐?"라는 외마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거짓말 한 개도 안보태고 정말 뚝배기 바닥까지 고기가 꽉꽉 들어 차 있습니다. 순댓국밥, 돼지국밥 마니아인 내가 평생 먹어 본 돼지국밥류 중 단연 원탑급입니다. 부산 장전시장통 비봉신식당은 이제 꺼져버렷!

 

 


      한라산을 절로 소환하게 되는 멋진 안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순댓국밥만으로도 한라산 몇 병 정도의 안주로 충분해 보입니다. 결국 우린 먼저 안주용으로 주문했던 모듬순대를 반도 못먹었군요. 남은 것은 포장해 달라해서 싸 들고 나왔죠. 우리 집 강아지 주련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포만감을 억누르고 밖에 나와 보니 여전히 폭설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배가 부르니 이런 상황을 즐기는 여유까지 생깁니다.

 

 


     제주 토박이들도 이런 징한 눈은 평생 처음 봤다는군요.

 

.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도 평생 보기 드문 행운(?)이겠지요? 다음 목적지를 두고 고민 끝에 함덕해수욕장을 가 보기로 합니다. 이 겨울에 해수욕장이라니, 무슨 생뚱맞은 여성 취향적 감성인지 모르겠으나 딱히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기에 모두를 묵묵히 따릅니다. 사실 수선화 피는 산방산이나 김영갑갤러리가 있는 두모악으로 가고 싶었지만 지금 교통상황으로선 어림도 없습니다.

 

 


   시내버스로 약 1시간을 달린 끝에 함덕에 도착합니다. 거친 눈보라에 일단 우린 해변의 한 까페로 잠시 피신하여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기로 하였습니다. 이 곳도 의외로 겨울 바다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꽉 차 입추의 여지가 없었는데, 어찌어찌하여 자리를 마련하고 엉덩이를 븥였지요.



  

     주문 후 까페 밖 테라스로 나와 보니 함덕의 바다가 보입니다. 밖에 보이는 저 곳으로 가 보기로 합니다.

 

 


      거센 바람에 포말이 일렁이는 바다 빛깔이 꽤 아름답습니다. 차갑고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양념이 되니 커피 맛도 배가 되고요. 오기 잘 했어요.

 

 

 

    한동안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까페를 나와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하여 시리고 거친 블리자드 속으로 다시 뛰어듭니다.

 

 

 

     중고딩들이 수학여행으로만 가는 곳인 줄 알았던 삼성혈!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사려고 하자 이 곳 직원들이 폭설로 인하여 표를 팔 수가 없으니 돌아가라고 합니다. 원래는 6시까지인데 오늘은 5시에 닫을 예정이고 지금은 4시 30분이니 입장이 불가하다는겁니다. 황당해진 우리는 잠시라도 들여 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직원은 초지일관 완강히 거부하고 ... 승강이를 하고 있는데, 그 곳의 주임이라는 분이 와서 입장을 특별히 허가하겠다는군요.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눈 내린 삼성혈은 매우 고즈넉하고 운치있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원형으로 세워진 비석 써클 중간에 제주의 開祖가 된 고, 양, 부씨 세 성의 시조가 용출한 구멍이 있다는군요. 고, 양, 부씨로서는 이 곳이 성역이겠지요.   

 

     


     삼성혈 경내에 자라는 여름 감귤인데 슬쩍 하나 따서 맛을 보니 너무 쓰고 시어서 퉤퉤 ... 다른 분이 딴 것은 먹을만 했습니다. 역시 나는 뽑기 운이 없어요.

 



     성역답게 유현한 분위기가 나는 것은 끊긴 인적과 쌓인 눈이 일조를 해서이겠지요.

 

 


   먼나무는 어딜 가나 있습니다. 우린 직원의 재촉이 부담스러워 후딱 둘러보고는 총총히 경내를 빠져나옵니다. 입장료를 온전히 지불했는데도 쫓기다시피 나오니 괘씸한 생각도 듭니다마는 저 직원들에게 얼굴을 붉혀 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저녁식사를 해결하러 간 곳은 인근의 동문시장. 삼성혈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바다가 가까와서인지 어물전과 횟집이 즐비합니다.

 

 

 

     횟집 골목엔 여러 가지 어종으로 미리 회를 떠 놓은 패키지를 판매하는데, 저것 한 팩이 만원.

 

 

 

     제주답게 말린 옥돔이 눈에 흔히 뜨입니다.

 

 

 

     갈아 만든 천혜향 주스도 보이고요. 뭍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제주 명산물인 순대도 먹음직해 보였습니다.

 

 

 

     반짝반짝 예쁘고 늘씬한 은갈치도 기본. 그런데 꽤 비쌉니다.

 

 


      호객 행위를 뿌리치고 여기저기 들러 가격을 알아보며 흥정을 시도한 끝에 어딜 가나 다 같다!란 결론을 내리고는 한 식당을 택하여 회를 주문합니다. 방어, 광어, 밀치, 숙문어 등으로 구성된 4만 8천원짜리 모둠회인데, 제주 회가 저렴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그리 싸진 않습니다. 주당 4명에겐 모자라는 양이어서 1만원짜리 패키지를 하나 더 추가하였습니다. 매운탕, 밥 등 상 차림비도 별도입니다.

 

 

 

     한라산이 빠지면 많이 섭섭하죠!

 

 

 

    쨍그랑~ 꿩 대신 닭이라고, 먹방 투어도 그런대로 괘안쿤요. 흑흑.

 

 

 

     알딸딸한 취기를 안고 밖에 나와보니 여전히 도심 블리자드는 계속됩니다.

 

 

 

     어린아이들처럼 천진해져서 이런 실없는 장난도 해 봅니다.

 

 

 

     보오람찬(?) 하루를 끝마치고서 ... 이젠 숙소로 고고~

 

     <<< 숙소에서까지 음주 및 야간 알바 활동은 늦도록 계속되었지만 기술은 생략합니다 ^^ >>>

 

 



 


     이튿날, 숙취로 어지럽고 멍한 머리를 이고서 새벽 어둠을 헤치고 다시 먹방 대장정을 나섭니다.

 

 

 

     우리의 대장님이 제주의 처가를 포함한 인맥을 총 동원해서 발굴한 회심의 맛집! 비록 외관은 허름했지만.

 

 

 

     맛은 더 없이 럭셔리했던 갈치조림!


 

 

      국물이 거의 없이 짜글하게 조린 저 갈치조림은 내가 아는 모든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아 그리고 사진에 살짝 보이는 씨래기된장국도 이 집의 시그니처라 아니할 수 없겠네요! 해장에 일품입니다. 가정식 백반 8,000, 김치찌개, 된장찌개, 동태찌개 각 8천원, 고등어조림 중 25,000 대 35,000, 갈치조림 중 35,000 대 45,000으로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신 훌륭한 맛과 아낌 없는 물량 투입으로 적어도 손해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결국 ... 해장 한라산을 등판시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션 컴플리티드!

 

 

 

     멋진 식사 후 숙소로 되돌아가 조금 쉰 후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하여 짐을 싸서 나섭니다. 이 개천 곁에 제주가 낳은 거상이자 우리나라의 역대 여걸 중 한 분인 김만덕 선생 기념관이 있었는데,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제주까지 와서 도심 먹방만 하고 가기가 못내 억울하여 우리가 오른 곳은 바로 사라오름 ... 이 아니라 사라봉 공원입니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터덜터덜 잠시만 걸으면 됩니다. 공원 오르는 길도 눈이 쌓이니 그런대로 분위기 좋아요!

 

 

 

     파란 바다색이 곧 찾아 올 봄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정상에는 사라봉 공원 표지석이 있고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그 옆엔 전망대를 겸한 팔각정이 서 있습니다.

 

 

 

     제주공항 방향입니다. 활주로로 접근하는 비행기 한 대가 보이는군요.

 

 


      한라산 방향입니다. 운무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다시 내려와서 이번엔 동문시장을 거쳐 오일장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도중에 만난 올레길 표지판.

 

 

 

 

      길거리 배롱빡에 걸린 한 멋진 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시장 한 켠의 떡집에서 기념품으로 오메기떡을 구입합니다. 이 집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 지구 최강의 원조 오메기떡집이라는군요. 우리 식구들이 떡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지라 나는 구입하진 않았습니다.

 

 


      대신 시식만 해 봅니다. 쫄깃한 식감이 괜찮게 느껴지는데, 배가 고팠다면 맛있었을 것 같습니다.

 

 

 

     건입동 흑돼지 거리를 거쳐 한 때 제주 최고의 번화가였다가 지금은 신제주에 명성을 내 준 칠성통을 지나니 옛 제주 관아가 있던 관덕정이 나옵니다. 한 때 제주에 거주했던 이중섭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듯한 나무 소 한마리가 광장을 지키고 있군요. 여기에서 버스를 타고 오일장으로 향합니다.

 

 .

 

     오일장은 여느 시장에 비해 이렇다 할 특별한 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있다면 천혜향, 레드향 등 제주 특산 농산물이 풍부하다는 것 정도. 너무 문명화(?)되어 재래 시장의 운치가 떨어진다는 것도 조금 아쉬운 점이랄까요?

 

 

 

     제주산이라니 한 번 담아봅니다.

 

 

 

     호떡이 맛있어 보여 하나씩 사서 어린아이들처럼 물고 시장을 계속 돌아봅니다. 꿀을 질질 흘리면서요. 한 개 700원.

 

 

 

    시장통 구석에 있는 허름한 식당을 우리 먹방의 대미로 삼기로 합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주문한 동태탕(6천원)입니다. 우리가 늘 먹던 동태탕의 맛과는 뭔가 다른 독특한 맛입니다. 주문하신 분은 불호라는군요. 맛을 보니 제겐 좋았네요. 하기사 저는 맛을 "좋다, 좋지 않다"라는 잣대보다는 "이건 이런 맛이요, 저건 저런 맛이로다" 로 받아들이려는 입장이라서 ...

 

 

 

     K兄은 몸국(8천원)이라는 것을 주문했는데, "몸"은 제주에서 나는 해초류의 일종이랍니다. 몸과 돼지고기와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푹 끓여 낸 국인데, 해장에 좋다는군요. 맛을 보니 처음 접하는 맛이어서 제겐 매우 신선했습니다. 사진처럼 이렇게 3000RPM 정도로 회전 믹스하면


 

 

     이런 비주얼이 나옵니다. 나름 제주도통인 대장께서 맛을 보시더만, "이 맛이 아닌데..."라며 불만을 표시하는군요. 하하.

 

 


      제가 주문한 것은 고기국수(5천원)입니다. 역시 된장을 살짝 푼 돼지 육수에 국수를 삶아 맛을 내고 거기에 수육을 투하한 제주도식 국수인데, 약간 돈코츠 라멘의 향기가 ... 어쨌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항상 기대감과 흥분이 교차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1박2일의 전 일정을 마치고 14:5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행 버스에 오릅니다.

 

 


      떠나는 시각까지 펄펄 눈발이 휘날립니다.

 

 

 

    정시에 탑승하였으나 기체 얼음 제거 작업(디아이싱)을 하느라 약 1시간 출발이 지연되었습니다.

 

 

 

     기체가 우측으로 선회하는 틈을 타서 한라산을 잡아봅니다. 하늘이 열려서 정상부를 포함한 그 일대가 드러났군요. 남벽도 보이고요. 지금 저기에는 거의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졌겠지요? 그래도 멀리서나마 눈 덮힌 백록담을 구경했으니, 이번 산행이 완전 실패는 아닌 셈입니다. 흑흑.  

 

     김해 공항에 도착하니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 우릴 반기는군요. 지겹도록 보이고 밟히던  그 많던 눈을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으니 마치 꿈 같기도 하고, 잠깐 딴 나라에 갔다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한라산 눈꽃산행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입니다. 그러나 먹방은 성공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외부 인사인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불편함이 없게 잘 배려해 주신 7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초청해 주신 K兄과 모든 일정을 기획하시고 총무 및 자상한 여행 가이드역까지 담당하셔서 제주의 또 다른 멋과 맛을 알게 해 주신 대장님께도 각별한 감사를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동천™ 트랙백 0 : 댓글 1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 해 봅니다. 혼자 소백산 다녀왔습니다. 올해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된 심설 산행을 하고자 계속 날씨를 체크해 왔는데, 드디어 강설 후 청명한 하늘이 예상되는 날을 발견하고는 바로 산행을 결심하였습니다. 다소간 충동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필이 꽃혔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고 미적거리다가는 결국 때를 놓치기 십상이어서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 속에 채워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여 일사천리로 진행하는게 마땅합니다.


     다음 날 아침 8시 44분 기차편으로 출발해야 해서 시간이 좀 빠듯하군요. 결심이 서자마자 바로 장비 꾸리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실 준비랄 것도 별로 없어요. 배낭 꺼내고 사진기 챙기고 배터리 충전하고 옷가지 챙기고 동계 장비 꺼내 점검하고 두 끼 때울 음식과 약간의 간식 확보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 중요한 게 빠졌네요. 1박을 위해서 대피소 예약하는 일입니다.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니 평일이어서 그런지 자리는 많이 여유가 있군요. 기차 표도 예매하고요. 


     소백산 예보를 보면 오늘(1/9)인 화요일 오전까지 눈, 수요일(1월 10일)은 가끔 흐림, 모레 목요일은 맑음이어서 10~11일 1박 2일 산행의 타이밍이 매우 좋습니다. 다만 예보상 최저 온도가 -20도, 최대 풍속이 18m/s여서 환산 체감 온도 -40도의 만만치 않은 혹한이 예상되는데, 이 정도로 춥지 않다면 겨울 소백을 찾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작년에 홑바지를 입고 나섰다가 비로봉 매서운 블리자드에 하반신이 냉동될 뻔한 곤욕을 호되게 치렀던 터라, 올해는 매리노 울 100%라는 얇은 내복 바지를 하나 사서 껴입은 것이 작년과 다른 점입니다. 

 

(PC에서는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어요)


 

   

     출발 당일, 일어나자마자 창 밖을 내다보니 간밤에 눈이 살짝 내려 온 동네가 엷은 눈으로 살포시 덮였습니다. 기분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어 내심 쾌재를 부릅니다. 눈 구경하기 힘든 울산에 이 정도 눈이 쌓였다면 심산엔 더께로 쌓이겠죠. 조금씩 날리던 눈발은 역 플랫폼에 나서자 함박눈이 되어 펑펑 내립니다.


 

     12시 10분경 풍기역에 도착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근처 마트에 들러 부식거리와 간식 약간 구입하였습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적당한 식당을 물색하던 중, 요새 보기 드문 연탄재가 쌓인 곳을 발견하고 고민 없이 들어섰습니다. '풍기돌솥밥상'이라는 식당인데 "골목 속에 숨어있는 진짜 맛집"임을 자부하는 저 간판의 자신감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인분 8천원짜리 곤드레밥 정식입니다. 최소 중급 이상의 퀄리티는 되는 것 같군요. 반찬도 형식적이지 않고, 되직하게 끓인 뚝배기 된장이 꽤 좋습니다. 다만 주문을 받은 후에 1인용 돌솥에다 쌀과 곤드레를 넣어 밥을 지어야 해서 그런지 금방 써빙되지 않고 조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덕분에 1시 40분쯤 출발하는 희방사행 버스를 놓칠까봐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네요. 차려지자마자 허겁지겁 먹느라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이 좀 아쉽습니다. 다행히 하루 몇 대밖에 없는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탈 수 있었습니다.


 

     희방사 입구 종점에서 하차하여 조금 걸으면 공원 지킴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희방사에서 징수하는 2천원의 문화재관람료라는 것을 지불해야 합니다. 반 강제로 걷는 문화재관람료는 늘 입맛이 개운치 않지만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얼어붙은 희방폭포는 눈에 덮혀 표지판이 없었다면 폭포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희방사로 연결되는 제법 아득한 높이의 철계단이 계곡 벼랑을 따라 놓여 있습니다. 왼쪽 아래 희방폭포의 얼음기둥이 보이는군요.


 


     인기척 하나 없이 적설과 적막 속에 잠긴 희방사. 뽀드득뽀드득 내 발자국만이 텅 빈 듯한 공간에 고요를 깨고 가득 울릴 뿐입니다. 작은 소란을 피우는 느낌이 들어 미안한 마음에 후딱 한 바퀴 돌아보고 바로 등로로 접어듭니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땀 뻘뻘 흘리며 급한 삐알길을 약 한 시간 가량 오르다 보면 희방깔딱재를 만납니다. 이번 산행 루트에서 사실상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여기서부턴 길이 많이 유순해져서 큰 어려움 없이 주 능선까지 주파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상부로 갈 수록 눈꽃은 점점 무성해지는군요.


 

     연화봉에 도착합니다. 예상보다 바람이 세지 않아 그리 춥진 않습니다.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시정이 양호하여 가까이로는 제1연화봉과 저 멀리 눈 덮힌 비로봉이 아주 잘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소백산천문대가 가깝고, 그 뒤로 오늘의 목적지인 소백산 기상관측소 겸 연화봉 대피소가 손에 잡힐 듯 앉아 있군요. 적절한 바람과 차가운 기온을 계속 유지해서인지 사방에 설화가 가득 피었습니다. 희방사에서 예까지 오는 과정에서 상고대가 거의 안보여 이번 산행이 꽝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완전한 기우였네요.


 

     대피소로 향하는 임도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는데 공무 차량이 수시로 통행하는 곳이라 제설이 잘 되어있습니다.


 

     제설 장비가 분주히 움직이며 차량 통행로를 확보하고 있군요.


 

     대피소 입구까지 왔습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죽령고개가 나옵니다. 저 뒤로 구름에 가린 도솔봉과 묘적봉이 누워있습니다. 올여름엔 저 곳으로 솔나리를 보러 와야하는데요.


 

     대피소에 도착하여 침상을 배정 받고 라면과 커피 끓일 생수 2리터(3천원)도 여기서 조달했습니다. 오늘 밤 덮고 잘 담요도 1장(2천원) 빌립니다.

 

     다른 국립공원의 대피소와는 달리 여긴 외부 전력 공급이 되니 전기 쓰는 것은 자유로운 편입니다. 덕분에 마이크로웨이브 오븐도 밖에 내 놓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군요. 전기 공급을 자가 발전 시설에 의지하는 다른 대피소는 그 곳에서 판매한 식품만 데워줍니다.


 

      주요 하산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 운행 시간이 집대성(?)된 시간표가 로비에 게시되어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침상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 식사거리만 꺼내 챙기고 햇반 하나를 오븐에 데워 식당동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습기와 삼겹살 냄새! 벌써 대여섯 팀의 산객들이 불콰한 얼굴로 고기 굽고 찌개 끓여 술과 함께 왁자지껄 유쾌하게 떠들며 만찬 중이군요. 오늘의 메뉴는 햇반과 라면 오뎅탕입니다. 물을 넉넉히 붓고 라면과 오뎅을 통째로 넣어 푹 고은 후 먹기 직전에 김치를 투하하여 한 소끔 끓이면 꽤 맛난 오뎅탕이 완성됩니다. 200ml 짜리 휴대용 소주를 반주로 삼아 홀짝이는데, 이놈의 소주 맛은 우찌 이리 쓰기만 하고 맛이 없을까요? 여기까지 짊어 지고 온 게 아까와 다 마시긴 했지만 역시 혼술은 할게 못됩니다.

     소박하지만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침상으로 되돌아옵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내일 아침 식사거리를 미리 챙겨둔 후 담요를 펴고 자리에 일찌감치 누웠습니다. 아직 8시도 안됐는데 침상 건넌편의 아저씨는 벌써 요란하게 코를 골고 계십니다. 약간 알딸딸 취기 속에 코골이 소리를 감상하다가 얼핏 잠이 든 듯한데, 오스스한 한기에 눈을 떠 보니 벌서 새벽 1시입니다. 폴라텍 긴팔 티 하나만을 걸치고 자긴 좀 춥군요. 방 중앙 통로에 이동식 전기온풍기 한 대가 있었는데 남녀 커플 산객이 언젠가부터 자기들 쪽으로 방향을 돌려 독점하니 나를 포함한 다른 산객들에겐 뜨신 바람이 전혀 도달하지 않아요. 다소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패딩 하나를 꺼내어 겹쳐 입고 누우니 한결 낫습니다. 다행히 바닥에서 냉기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잠 들기 전 솔로였던 코골이 소리는 장마철 연못의 맹꽁이떼 소리처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바뀌어 온 방이 우렁찬 불협화음으로 가득하군요. 이것도 다 대피소 합숙의 맛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다시 깨었는데, 전전반측 뒤척이다가 쉽사리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아 별이나 구경할까 하여 바람막이를 걸치고 바깥으로 나와봅니다. 밤새 바람이 많이 거세졌네요. 하늘에는 세찬 바람에 구름이 휙휙 날아다니는데 그 사이로 가끔 별빛이 보일 뿐입니다. 복도에 걸린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기온이 나오는데, 비로봉은 지금 영하 22도!

 

     약간 여유있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행장 정리하여 다시 길을 나섭니다. 도중에 일출을 맞이했는데, 지면 가까이에 낀 엷은 구름층때문에 해가 뿌옇게 보입니다.  


 

     막 떠오른 햇살에 눈이 붉게 물듭니다.


 



     동편 햇살과 서편 하늘의 그라데이션이 예뻐서 한 장 찍어봅니다.


 

     해가 뜬 후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예감되니 기분이 매우 업됩니다. 


 

 

 

     아직 덜 걷힌 구름 속으로 비로봉이 살짝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제 지나 왔던 연화봉을 다시 오릅니다. 능선에 오르자마자 소백산다운 찬바람이 씽씽 불어 옴 몸을 움츠리게 하니 여기가 겨울산임이 실감이 납니다. 렌즈 교환을 위해서 잠시만 장갑을 벗어도 손은 시리다 못해 미칠듯이 아려옵니다. 당분간 렌즈 교환을 포기하고 광각으로만 찍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벌써 대피소가 멀어져 레이더 타워 머리만 살짝 보이는군요.오른 쪽 첨성대를 모티브로 한 건물은 스쳐 지나온 소백산 천문대의 천체 관측 타워입니다.


 

     본격적으로 상고대가 펼쳐집니다. 

 

 

     이 얼마나 그리던 장면인가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언덕이 말간 햇살에 하늘 빛을 띄어 푸스르름하게 반사되고 있습니다. 시리게 청명한 하늘, 눈옷 두텁게 입은 하얀 나뭇가지, 푹푹 빠지는 눈, 얼굴이 깨지는 듯한 찬 공기 ... 이 모든 것들이야말로 적설기 산행의 이데아!라고 할 만합니다. 


 

      상고대 사이로 저 멀리 능선 위에 천문대가 살짝 보입니다.

 

 

     제2 연화봉으로 오르는 계단길도 멋진 상고대 세상 속에 누워있습니다.

 

 

     데크 계단 전망대에서 바람이 좀 자는 듯하여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연화봉을 당겨보았습니다. 이 장면을 찍는 사이에 갑자기 바람이 휙 불어 와 오른쪽 장갑 한 쪽을 저 아래 벼랑으로 데리고 가버리는군요. 데크 위에서 목을 길게 빼고 저 아래를 아무리 찾아 봐도 날아간 장갑의 종적을 찾을 길 없습니다. 설령 눈에 띈다 하더라도 그걸 찾으러 벼랑같이 가파른 비탈을 내려 갈 엄두도 나지 않는 장소이긴 합니다. 졸지에 외톨이가 된 내 왼쪽 장갑. ㅠㅠ; 다행히 챙겨 간 백업 장갑이 있어 오른손 동상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상고대 너머로 보이는 천문대

 

 

     마치 하늘길로 통하기라도 하는듯 제1연화봉에 맞닿는 데크. 아마도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계단길이 아닐런지요?


 

     제1연화봉에 도달합니다. 거의 산객이 없어 혼자 온 소백산을 독채 전세낸 듯합니다.



     전인미답의 눈길. 세찬 바람에 날려 온 눈이 계속 쌓여 길이 사라졌지만 간혹 나타나는 표지판과 리본을 이정표로 삼고, 그것마저 보이지 않는 곳은 감각을 총 동원하여 등로로 추정되는 곳을 찾아 진행합니다. 러셀 수준의 산행이어서 힘은 상당히 들어도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어요. 

 


     그렇게 진행하다가 길을 잃고 한동안 방황도 합니다. 작은 봉우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길이 애매해지길래 통과하기 수월해 보이는 봉우리 왼편으로 트래버스하기로 작정하고 눈을 헤쳐나가는데 점점 눈이 깊어져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습니다. 한 쪽 발을 디디면 발끝이 한없이 빨려 내려가고 스틱을 꽃으면 도무지 바닥에 닿질 않습니다. 거의 허리까지 빠지는군요. 마치 하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랄까요?

 

  

   그렇게 헤매다가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과감히 원 위치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번엔 봉오리 오른 쪽을 공략합니다. 한결 편한 곳을 한동안 진행하니 다행히 눈더미 밖으로 드러난 가이드 로프를 발견하여 길을 제대로 잡았는데, 덕분에 약 40분을 생노가다 하였네요. 


 

     철쭉나무도 어린 소나무도 온통 흰눈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천동삼거리에 거의 다 와 갑니다.


 

     비로봉, 국망봉을 거쳐 늦은맥이재로 연결되는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깝게 보입니다.

 

     "여름에 만나요"


      아무렴요, 여름에 또 만납시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도 아까운 순간들입니다.

 


 


 

     천동삼거리입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저 목책을 따라가면 다리안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주목감시초소에도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 휴일이었다면 잠시 칼바람을 피하여 간식을 취하려는 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차디찬 눈을 가득 이고 시린 바람도 씩씩하게 견디며 겨울을 나고 있는 주목 군락입니다.


 

     비로봉에 거의 도달해 갑니다. 연화봉에서 여기까지 어느 곳 하나 설산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비로봉 직전의 마지막 계단. 작년 이맘 때 왔을 땐 뼛속까지 시린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어서 한결 걷기가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비로봉의 바람은 명불허전이라, 바람에 노출된 살갗은 무수한 바늘에 무수히 찔리기라도 하는 듯 엄청나게 아려옵니다. 산객이 이 곳에 오래 머무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정상 인증샷 몇 장만 찍고 얼른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이 구간이 작년에 제대로 경을 쳤던 마의 구간입니다. 작년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차갑고 세찬 바람의 기세에 눌려 거의 도망가다시피 하산 방향으로 잰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거짓말처럼 바람이 뚝 그칩니다. 하산하는 내내 거의 바람기를 느낄 수 없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갑자기 들어선 느낌.



     이제 산객들을 조금씩 만날 수 있군요. 이 아름다운 상고대 터널의 향연은 잣나무 조림지를 통과하면서부터 막을 내립니다.


 

     이후 대폭 편안해진 길을 터벅터벅 겉다 보면 금세 날머리인 어의곡 마을에 도착합니다.


 

     1:50분 출발 단양행 버스시각까지 약 30분의 여유가 있어 아이젠, 스패츠 벗어 챙겨 배낭 정비하고 옷 매무새 고칠 시간이 충분합니다.


 

     환승을 위해 들른 안동역 근처에서 쇠고기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통을 안주삼아 늦은 점심 겸 무사 하산 셀프 자축파티를 하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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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 끝 날, 억새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어서 접근이 쉬운 지산리를 기점으로 잡았고, 전체 루트는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을 잇는 능선을 밟은 다음 간월 공룡능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다소 험한 구간이 있는 간월 공룡을 날머리로 잡은 것은 좌배내, 우신불로 펼쳐지는 능선의 가을을 맛보기 위함입니다.

 

     집에서 울산역행 KTX리무진 버스편으로 울산 역에 도착하여 부산행 13번 버스로 환승, 통도사 시외버스 주자장에 내리면 지산리행 마을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마을버스는 7:20분부터 매시 20분에 출발한다고 합니다.  

 

 

     13번 버스에서 바라본 영축산 능선의 스카이라인입니다. 좌로부터 시살등(981m), 죽바우등(1,064m), 채이등(1,030m), 함박등, 영축산 정상(1,081m)이 한 눈에 다 보이는군요. 도시 가까이 이런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줄지어 있는 곳도 그리 흔치 않을겁니다. 통도환타지아의 대관람차가 보이고 그 앞 벼가 익기 시작하는 논에서 가을이 물드는 것이 물씬 느껴지는군요. 

 

 

     9:20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탑니다.

 

 

     불과 15분만에 들머리인 지산 마을에 도착합니다. 영축산 정상부가 한층 가까이 보입니다.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걸어오려면 꽤 시간이 걸리지요. 산행 시작 전부터 포장길을 걷느라 힘 뺄 필요는 없으니 이런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울울창창한 솔 숲 사이로 고즈넉하고 완만한 등로가 나 있습니다.  

 

 

     점점 가팔라지는 등로를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다보면 어느 새 영축산장에 도착합니다. 등객 몇 분이 동동주를 기울이는데, 나도 퍼질고 앉아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참고 패스합니다. 여기서부터 800미터만 진행하면 정상입니다.

 

 

     조망이 툭 트여 통도사 아래 신평마을이 발 아래 펼쳐집니다.

 

 

     이 멋진 암벽이 보이는 장소에서 아침 겸 점식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오늘의 식단은 통도사 정류장 근처의 편의점에서 사 온 컵밥과 금정산막걸리 한 통입니다. 김밥을 사 오려 했으나 편의점 김밥이 떨어져 참치마요컵밥을 사 왔는데, 느끼하지만 제법 먹을만 했습니다. 산정부터 단풍이 서서히 물들고 있어요.

 

 

 

 

 

     여기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전위봉(前位峰)이군요.

 

 

     전위봉에 올라서니 정상석이 저 멀리 보입니다.

 

 

     등객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산합니다. 아마도 휴가 기간이 꽤 길었고,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다들 생업에 복귀할 준비를 하느라 그런가 봅니다.

 

 

     남쪽 방향으로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이 누워 있고, 금정산은 안보이는군요.

 

 

     고개를 북으로 돌려 보면 신불산이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운문산, 가지산 능선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서편엔 단조늪과 단조산성이 가깝고, 능선 너머 재약산, 천황산을 조망 할 수 있습니다.

 

 

     억새는 이미 개화기를 넘겨 씨방을 거의 날려보낸 후입니다. 약간 늦었어요. 그래도 즐기긴 충분했습니다. 

 

 

     좌우로 무성히 핀 억새 숲 사이, 신불재로 향하는 데크길을 사뿐사뿐 걷는 기분이란!

 

 

 

 

 

     억새는 백색에서 누런 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말이 필요 없이 멋진 길입니다.

 

 

     왼편은 신불산 정상으로 가는 길, 오른쪽엔 가천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구름을 뚫고 나온 역광의 햇살에 온 산자락이 하얀 LED등에 일제히 불을 밝히는 마술은 조금 부족했습니다. 이미 지고 있는 중이어서요.

 

 

 

 

 

 

 

 

     쉬엄쉬엄 걷다 보면 신불산 정상부에 도달합니다.

 

 

     정상에서 살랑바람에 땀 식히며 커피 한 모금 마시고 간월재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대기가 그리 탁하지 않아 간월산, 배내봉, 능동산, 운문산, 가지산, 오봉산 등이 깨끗하게 관찰되는군요.

 

 

 

 

 

 

 

 

     저 아래 간월재가 보일락말락

 

 

     신불산 정상부에 햇살이 걸려 있습니다.

 

 

     간월재에 도착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간월재 데크엔 석양에 물든 억새를 즐기려는 산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있습니다.

 

 

 

 

 

 

 

     간월산 방향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길입니다.

 

 

     뒤돌아 보면 이런 그림도 연출됩니다.

 

 

     노을이 내리는 바위 언덕의 선남선녀 커플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황혼빛 물든 서편 하늘엔 뉘엿뉘엿 해가 지려 하고 있습니다.

 

 

     간월공룡으로 연결되는 초입

 

 

     이렇게 로프에 의지하여 오르내려야하는 험로가 열 댓군데쯤 됩니다,

 

 

 

 

 

     간월재와 신불산이 이런 각도로 보입니다.

 

 

     상북 벌판과 언양, 저 멀리 울산 시내와 문수산 라인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아직은 푸른 색이 대세지만, 서서히 노랗게,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간월 공룡을 하산길로 택한 이유가 바로 이 구불구불한 임도를 보기 위함입니다. 영남알프스의 차마고도라 할까요? 단풍이 더 들면 더 장관입니다. 약간 더 고생하며 험로를 네 발로 길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을과 함께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 볕의 끝자락이 언양과 울산에 남아 있고, 금세 어두워질 터여서 하산을 많이 서둘렀습니다.

 

 

     복합웰컴센터(옛 간월산장)에 도착하니 완전히 밤중이 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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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경주 남산 자락을 어슬렁거리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아주 청아한 독경 소리에 끌려
그 소리의 근원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

처음엔 그저 녹음된 염불 테이프를 틀어
확성기에 연결해 산자락을 시끄럽게 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간간이 염불하다 말고
목구멍에 찬 가래를 헛기침으로 끌어올려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섞여 들리니
이것이 실시간 라이브인 줄 알겠더라.

전엔 그 존재를 몰랐던,
'부흥사'라는 작고 아름다운 절이다.

초입에서 젊은 돌부처가 나를 반긴다.
가사장삼 대신 천 년 묵은
푸른 이끼를 걸치고 있는 부처,
크기도 작고 지극히 소박하지만
알 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띄고 있는 듯한
상호(相好)에서 범상치 않은
오오라(aura)가 스며 나오는 듯하다.

젊은 석불의 오른편엔
작은 감실(龕室)이 조성되어 있고
그 내부엔 비교적 최근에 조각된 듯한 불상이
홀로 가부좌를 틀고
고요히 선정 삼매에 들어 계신다.

카메라 눈도 내 심안(心眼)도 심히 몽매하여 
저 안의 부처님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구나.

대웅전엔 음력 초하루 기도가 한창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저마다의 염원을 안고 찾아 온
아랫마을 할머니 신도들의 경건스러운 기도가
간절하게 느껴진다.

산자락 저 아래서 확성기로 들었던
큰스님의 염불소리를
지근거리에서 육성으로 들으니 더더욱 좋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염불의 뜻은 모르겠으나,
목탁 반주 함께 경 읽는 음성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음악이다.

간간이 비치는 햇살이
곱게 비질한 대웅전 뜨락 마당에 내려앉아
그림자로 된 만다라를 그려 보여주다가
거두기를 반복한다.


이 순간, 천상천하 온 공간엔
오롯이 염불만이 존재하는 듯.

뜰 한 귀퉁이에 놓여있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거의 한 시간 반 가량을
두 스님의 목소리 라이브 공연을
조용히 감상하다.

극락화가 피었나 했더니 ...


대웅전 현판의 필치가 예사롭지 않다.

당대의 학승이었던 탄허(呑虛)스님의 글이다.


재(齋)를 마치고 나면
불전에 봉헌되었던 음식을 거두어
다 함께 모여 점심 공양을 한다.
신도들께선
일원짜리 하나 시주하지 않은 나를 붙잡아 
점심 공양을 꼭 하고 가라고 간곡히 권하신다.

주방에는 음식 나눔 준비가 한창이다.


헤드 테이블은 스님 전용석이다.
일반 신도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근래의 심한 가뭄으로 설거지에 여려움이 있어
부득불 1회용 식기를 사용하게 되었단다.

이 뜻밖의 성찬을 공짜로 취해도 될 것인가...

지갑을 저 아래 주차장의 차에 두고 온 터라
시주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처지다.

또 하나의 갚아야 할 업을 짓는구나.
부처님께 자비를 일단 구하고, 맛나게 먹었다.


반대편 산등성이에 석탑이 보여 가 보기로 했다.
"늠비봉 오층석탑 가는 길"이라 쓰인
팻말이 가리키는 곳으로
약 10분가량 진행하니 이런 괴석도 보이고

암반 위에 기초석을 쌓고 그 위에 조성한
호리호리한 화강암 석탑이 나타난다.



자연석 암반 위에
소위 "그랭이 공법"으로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너른 기단을 조성한 다음
폭의 변화가 거의 없는 오층으로 탑을 쌓았다.
 

기단과 탑신에는
정으로 쪼은지 그리 얼마 되지 않은
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에 복원한 것 같다.
주변에는 근처에서 발굴한 듯한 파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예전에는 이 곳에 법당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다이어트를 한 듯 군살 없이 날렵한 탑은
저 아래 내남 들판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아래는 하산하는 길에서 만난 들꽃 모음.


바위떡풀 바위취
(댓글로 바로잡아주신 바위떡풀님께 감사)


매화노루발

개옻나무 열매

어성초

이건 절에서 약으로 쓰려고 재배한 것 같다.
"약모밀"이 정명이지만 익숙하게 불러 온
"어성초(魚腥草)"로 이름붙여 보았다.

어성초


어성초

자귀나무

큰까치수염

 1초간 늑대인 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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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벌써 햇복수초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통도사엔 홍매화가 피기 시작하였다는 소식까지 전해 오는군요. 또 어딘가엔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춥지 않은 겨울은 난방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서민들에겐 반가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눈 덮힌 설산을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사람들에겐 그리 기쁜 소식만을 아닐 것입니다. 겨울인가 했는데, 그냥 이대로 봄이 와버리는 것일까요?


     그런데 지난 주부터 '중부지방 폭설', '올 겨울 최강 한파'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조금 늦은 겨울 소식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중기 일기예보를 보니 잘 하면 소백산에서도 눈 구경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드는군요. 며칠간 계속 기상청 예보 사이트와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모니터링 하던 끝에, 소백산에도 잠시동안 입산 통제를 할 정도의 눈이 쌓였음을 알 수 있었지요. 결정했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소백산으로!


     문제는 주 후반부터 급강하하기 시작한 날씨입니다. 기상청은 강풍, 폭설과 함께 올들어 매우 추운 날씨가 될 것임을 예보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겨울 소백산의 아이덴티티는 몸이 날아갈 듯한 강풍과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아니겠습니까? 내가 어쩌면 간절히도 바라던 바이니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지요. 가끔 함께 산행을 해 온 사무실 동료들에게 동행 의사를 넌저시 타진해 보니 다들 선약으로 몸을 빼기 힘들겠다는군요. 그래서 이번 산행도 어쩔 수 없이 솔로입니다. 코스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죽령휴게소를 들머리로 잡고 연화봉과 비로봉을 거쳐 어의곡으로 하산하는 루트로 정했습니다.

 

     금요일 퇴근하여 귀가하자마자 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평소 당일 산행 준비와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취사 장비와 몇 종류의 방한구 등을 추가하는 정도입니다. 장롱 뒤져 장갑, 양말, 안면보호대, 등산복 등을 찾아 고르느라 부산을 떨고 있는데, TV 일기예보를 지켜 보고 난 마눌님이 극구 말립니다. 이 추운 날씨에 혼자 산에 가서 행여 무슨 일이나 생기면 어쩔거냐면서요. 말리는 것이 당연하죠. 근데 난 떠나는게 또 당연합니다. 직장에 몸 매인 상황에서, 토요일 설산을 맞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야 말이 안되지요. 물론 자만해서는면 안되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제법 오랜 기간 동안 산행을 해 오며 가야 할 때와 아닌 때는 구분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야말로 떠나야 할 때인 것입니다.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



     마눌님의 걱정 섞인 배웅을 뒤로 하고, 인근 역을 향해 현관 문을 나섭니다. 일기예보 대로 과연 차디찬 공기와 함께 스쳐 부는 바람이 꽤 쌀쌀하군요. 다 바라던 바입니다. 걱정이 있다면, 날씨가 쓸 데 없이 포근해져 모처럼 내린 눈이 행여 죄다 녹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플랫폼에 나가 보니 등산 행장을 한 사람이 나 말고 서너 명 정도 더 보이는군요. 이들도 다 소백산으로 가는 것일까요?  


    

     소백산행 때마다 단골로 사용하는 열차가 거의 정확한 시각에 도착합니다. 22:42에 부산의 부전역을 출발하여 05:30 청량리에 도착하는 무궁화호 1624편입니다. 23시 59분에 호계 역을 떠나 내일 새벽 3시 5분에 풍기역에 내려 줄 것입니다. 내가 울산에 정착 한 후 30년 넘게 이용해 온 교통편이죠. 과거 비둘기호 시절부터 치악산과 소백산행은 늘 이 열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정시에 풍기역에 하차하였습니다. 대합실에서 잠시 스패츠를 착용하고 있는데, 부부로 보이는 젊은 산꾼을 만납니다. 소백산을 가느냐고 물으며 먼저 말을 거는군요. 부산에서 왔고 소백산은 처음인데 희방사에서 시작할 생각이랍니다. 희방사 코스는 제가 말렸습니다. 계곡이어서 야간산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눈이 내린 뒤라 러셀이 되어있지 않다면 초심자로서 어둠속에서 길 잃기가 십상이거든요. 나를 따라 죽령으로 가자고 권하니 그들도 매우 고마와하며 흔쾌하게 동의합니다. 역사를 빠져나오니 울산보다 더한 찬바람이 휑 불어오는군요. 마침 대기 중인 택시를 잡아타고 죽령으로 향합니다. 차비는 25,000원. 그 팀과 분담하니 택시비 부담도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하하. 


     죽령으로 올라가는 옛 도로는 제설작업이 돼 있었지만 바람에 날려 온 눈이 살짝 쌓여 조심하여 운전하는 모습이 역력하였습니다. 죽령 고개마루 탐방로 입구에 도착하니 하늘에는 총총한 별과 함께 보름을 이틀 넘긴 둥근 달이 중천에 떠 온 누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군요. 03시 45분에 죽령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합니다. 여기서부터 중간 기착지(?)인 제2연화봉 대피소까진 4km 정도의 임도입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어서 걷기는 수월해 보이지만 완만하고 긴 오르막이라 생각보다 은근히 힘듭니다. 달이 밝아 헤드램프를 켤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교교히 내리는 달빛 아래 뽀드득 뽀드득 상쾌하게 밟히는 눈길을 따라 걷는 호사는 흔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매우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바람소리도 저 멀리서 들려오기만 할 뿐, 매우 잠잠해서 걷기가 참으로 쾌적합니다.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등산 스틱(블랙다이아몬드 울트라마운틴 FL-Z 카본)에서 발생합니다. 스틱을 조립한 후 길을 걸으면서 체중을 싣자니 왼쪽이 약간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채 1km도 진행하지 않았는데 힘없이 꺾여버리는군요. 램프를 켜고 자세히 살펴보니 영구적으로 고정이 되어 있어야 할, 스틱의 마디를 연결해 주는 안쪽 지지대가 이탈하여 따로 놀고있네요. 난감한 상황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손 쓸 방도가 없어 그냥 스틱 없이 진행합니다.



     제2연화봉 대피소에 당도해 취사장으로 직행해 보니 부지런한 탐방객들이 벌써 아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배낭을 풀어 스토브를 조립하고 라면을 끓였습니다. 함께 준비해 간 어묵을 투하하여 푹 삶으니 맛난 어묵라면이 완성됩니다. 다른 반찬 없어도 당연 꿀맛이죠. 국물까지 싹 비우고 커피물을 받으러 급수대에 가 보니 아뿔싸, 물이 안나옵니다. 가져 온 물이 550ml짜리 한 통 뿐이고 라면에 다 쏟아부었으니... 옆 팀에게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물이 모자라 화장실 세면대 물을 받아와서 끓여 썼다는군요. 매점 오픈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하는 수 없이 세면기 물을 받아와서 팔팔 끓였습니다. 세면기 물이라도 커피맛은 각별하네요. 남은 물은 빈 물통에 다시 채웠습니다.

 

     문제가 된 왼쪽 스틱도 어찌어찌 수리했습니다. 행장을 정비하고 다시 새벽 어둠 속으로 발길을 내딛습니다. 여기서부턴 추위가 확 느껴집니다. 능선이어서인지 쌩쌩 부는 바람도 차가와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군요.


 

     서편 하늘에 지고 있는 달이 눈 덮힌 산마루를 파르라니 비춰주고 있습니다.

     저 멀리 연화봉 산정 부근에 소백산천문대가 보이고 그 너머 동편으로부터 여명이 밝아오고 있군요. 수리가 잘 된줄 알았던 왼쪽 스틱에 또 동일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스틱 하나는 포기하고 걷기로 햇습니다. 때문에 체중 분산에 차질이 생겨 제1연화봉을 오를 때쯤부터 무릎에 통증이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합더니 이후 조금씩 가중되는 통증에 시달리다가 어의곡 삼거리 하산 지점에서부터는 많이 심해져서 이를 악물고 내려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월백설백천지백이어야 하는데 ... 공포영화 분위기처럼 푸르딩딩하게 나왔군요. 주위에 공동묘지가 없어 다행입니다.


     일출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동편 사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었습니다.



     눈꽃으로 뒤덮힌 산자락이 일시에 오렌지 빛깔로 변신합니다.


 










     뒤돌아 보니 떠나 온 제2연화봉 대피소와 기상관측소에도 아침 햇살이 내려앉았습니다.


 

     소백산천문대에서 기상관측소를 바라보는 방향


 




     북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가야 할 능선이 누워 있습니다. 제1연화봉과 비로봉은 구름에 가려있군요.



     연화봉 정상부근에서 바라본 남쪽 뷰입니다.


 

     정상부를 향하여 능선에 올라서니 드디어 소백산다운 매서운 찬바람이 나를 반겨줍니다. 카메라를 조작하느라 잠깐 장갑에서 손가락을 꺼내면 바로 아린 통증이 몰려오는군요. 한 번 식은 손가락은 체온이 원상복귀될 때까지 깨질 듯한 아픔이 지속됩니다.


 

     연화봉 정상에도 오직 나 혼자 뿐, 아무도 없습니다.


 

     역시 설경엔 파란 하늘이 제격입니다.



     동쪽 하늘은 어느 정도 열렸는데, 북서편에서 만들어진 두터운 구름이 계속 동진하고 있습니다. 빨리 저 구름이 걷히면 좋을텐데.


 

    


     여기서부턴 멋진 눈꽃 터널길이 시작됩니다. 쌓인 눈은 금방 내린 신설이어서 입자가 매우 곱고 물기 없이 포실포실합니다. 밟는 발길마다 사각사각 매우 경쾌한 소리가나서 좋긴 한데, 기름장어를 능가하는 미끄러움은 덤입니다. 사각사각 주루룩, 뽀득뽀득 꽈당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귀차니즘으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데다가 스틱이 한 쪽밖에 없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연화봉에서 천동삼거리 구간은 대체로 평이하지만, 이 곳 제1연화봉을 오르는 긴 계단길이 고비라면 고비입니다. 이 데크를 오르는 과정에서 무릎 통증이 서서히 가속화되기 시작합니다.


 

     이 곳 정상부에 계속 머물러 있던 구름대 속을 진입하니 사위는 완전 흑백모드로 전환합니다. 흔히 말하는 '도화지 뷰'가 이런 것인가 보군요.



    



 완전 무채색의 세계로군요. 포토샵을 쓰지 않고도 자동으로 흑백 사진이 됩니다


 

     간간이 하늘이 열릴 때마다 기회를 놓칠세라 손가락이 얼든 말든 셔터질을 해 댔습니다.


 


































     천동삼거리에 도달하였습니다. 천동방면에서 올라온 산객들은 탁 트인 설산의 장쾌한 풍경에 한 번 놀라고, 살아있는 생물체를 그대로 얼음땡시켜버릴 소백산의 매섭게 차가운 삭풍의 기세에 다시 한 번 놀랍니다. 

 

     어의곡에서 1:50분에 출발하는 단양행 버스를 놓쳐서는 안되기때문에 쉴 틈도 없이 비로봉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무릎 통증으로 하산에 시간이 얼마나 지체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래야만 했지요.


     여기서부터 드디어 진정한 겨울 소백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마치 블리자드같은 폭풍설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지요. 지금껏 경험해 온 찬바람의 매서웠던 기억은 다 잊어야할 것입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것이다(You will see more than whatever you imagine.)"라고만 말하고 싶네요.


     비로봉 가는 오르막 완편엔 작은 통나무 오두막이 보입니다. 원래 멸종 위기의 주목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초소인데, 산객들이 여름엔 비를, 겨울엔 추위를 잠시 피하는 쉘터같은 곳으로도 쓰고 있지요. 저기 들러 간식이라도 좀 취하고 가면 좋겠지만, 시간도 모자라는데다 북적이는 사람 틈에서 비좁게 부대끼는게 싫어 그냥 통과했습니다.


     잘 자라고 있는 주목 군락이 모두 눈 옷을 입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습니다.



     미칠듯이 불어제치는 강풍을 온 몸으로 받아 버티며 저 위로 보이는 비로봉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깁니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직진 보행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두들 휘청휘청 등산 스틱에, 말뚝에, 밧줄에, 혹은 옆 동료 몸에 의지하며 뒤뚱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로봉 정상에 도달하였지만 후다닥 인증샷만 남기고선 서둘러 어의곡-국망봉 삼거리 방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여기에서 저 앞에 보이는 언덕의 돌무덤까지야말로 소백 겨울바람의 진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구간입니다. 아마도 한수 이남에서 극한의 겨울바람 체험이 가능한 몇 안되는 곳일 것입니다. 말로 표현하자면 호들갑처럼 들릴 것이니 직접 와서 겪어봐야 합니다.


     뒤돌아보면 비로봉과 천동삼거리를 오고가는 산객들의 모습이 깨알만하게 보이는데, 모두들 잔뜩 움츠린 모습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지요. 저마다 빨갛게 얼어버린 얼굴에, 눈썹과 수염과 콧구멍 아래 주렁주렁 고드름을 매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 후기를 적는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다시금 진저리가 납니다. 입고 있는 바지는 2년 전 바우데의 "눈물의 재고떨이 대란"때 거의 공짜로 줏어 온 동계용 키머(기모) 제품입니다. 태그상의 할인 전 가격은 꽤 비싼 것이었고, 소재는 뭘 썼는지 모르겠으나 제법 두터워 몇 번의 심설 산행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식겁을 하였습니다. 어찌나 바람이 숭숭 잘 통하는지 꼭 삼베 잠방이를 입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체 추위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체질을 믿고 속옷 외 언더레이어를 하나도 걸치치 않고 왔으니 바지를 뚫고 들어온 찬바람엔 속수무책이었지요. 허벅지, 엉덩이, 사타구니를 사정없이 훑고 통과하는 얼음장 바람에 맨살갗이 시리다 못해 쓰라린 통증으로 변해 무수한 바늘로 찔러대듯 하니 참을성 많은 내 입에서 절로 비명이 나옵니다. 



 

     엊그제부터 최강추위를 선동해 대는 구라청 예보가 허언이 아님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체감 온도가 35도 아래로 떨어진다기에 피식 코웃음을 쳤는데, 된통 당하고 난 후 귀가하여 자료를 찾아 보니 체감 온도가 저렇게 계산된다는군요. 위 공식에서 제시된 네 가지 상수(常水)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계산기에 온도 섭씨 -18도, 풍속 17m/sec를 대입해 보니 체감온도가 진짜 영하 35도로 나오는군요. 충분히 수긍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위야말로 많은 산객들이 겨울 소백을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칼바람이 없었다면 굳이 여길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삭풍의 쓰라린 고통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기억으로 각인되고 이 곳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유혹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북동쪽으로는 국망봉과 늦은맥이재, 신선봉, 민봉으로 이어지는 소백 북부능선이 눈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바람능선을 벗어나니 거짓말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산의 느낌으로 바뀝니다.



     하늘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던 구름도 이젠 거의 다 걷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상고대의 아름다움이 극명하게 살아납니다.






     저런 산길을 한 번이라도 걸어 본 자, 어찌 또 이 곳을 찾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산을 시작할 무렵부터 어의곡 방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엄청난 등객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전국의 산악회에서 모집한 초심자 단체객들이 비로봉에 접근하기에 가장 가깝고 만만한 이 루트를 선호한 탓일겁니다. 좁은 등로에서 길을 비켜주느라 하산이 자꾸만 늦어지는군요.  



     잣나무 군락을 통과하고 나니 그 많던 상고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무릎과 고관절의 통증을 참아가며 부지런히 서둔 덕분에 버스 시각을 30여분 남기고 조금 여유있게 날머리인 어의곡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이 곳 탐방지원센터를 지키는 국립공원 여성 직원의 인상이 참으로 좋습니다. 지난 가을에도, 이번에도 하산하는 나에게(물론 다른 등객들에게도) 잘 다녀오셨느냐고 상냥한 웃음으로 먼저 인사해 주니 잠간이라도 피로가 덜어지는 느낌이랄까요?


     현수막에 쓰인 하산주의 유혹은 잠시 접어두고 곧장 버스 정류소로 갑니다. 스패츠 벗고 아이젠 탈거하여 대강 정리하고 나니 시간 적절하게도  단양행 버스가 도착하는군요. 새벽과 오전 날씨가 대체로 흐려 창창(蒼蒼)히 푸른 하늘에서의 설경을 많이 누리지 못한 것이 자그마한 아쉬움이라 할까요? 그것도11시 이후엔 구름이 거의 걷혀 좋았고, 무엇보다도 그립던 칼바람을 실컷 맞았는데도 더 이상 바랄게 남았다면 과욕이겠지요. 다만 솔로 산행이라 내 주위의 좋은 사람들과 이 멋진 순간들을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쳐도 되겠습니다. 



     볼일이 있어 잠간 들른 안동에서 늦은 점심식사 겸 하산주로 셀프 자축 파티를 합니다. 뼈해장국과 함께, 처음 보는 경주법주 쌀막걸리를 청해 보았는데 달착지근하고 새콤한 청포도 맛이 제법 상큼하니 색다릅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은 마실만 하군요. 집에 몇 병 사 가고 싶었으나 저 멀리 보이는 마트까지 아픈 무릎으로 걸어가기가 힘들어 마음을 접습니다.


     안동역 17:36발 부전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음으로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스틱 수리하여 동료들과 함께 올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와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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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새 겨울입니다. 겨울이 기다려지긴 아마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일 듯합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힘겨운 기억 때문일까요, 아니면 꽃쟁이로서, 휴일만 되면 바람 불고 비 뿌려 제대로 가을 꽃 맞이를 하지 못했던, 가을같지 않았던 올 가을에 대한 얄미움 탓일까요? 혹 이미 시작된 심리적 빙하기가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내 가슴은 언젠가부터 시린 바람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저 먼 곳 설산 어디에선가 발원한 얼음장같은 찬 바람이 강물처럼 흘러흘러 예까지 흘러 와 살갗에 소름을 돋게 하고, 코 끝에 고드름 얼리고, 폐부 깊은 곳에 다다라서 내 모든 몸뚱이와 마침내 영혼까지 꽁꽁 얼어붙게 할 그 시린 바람 말입니다.  그 곳이 아마 삼태봉에서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찬바람 불면 그 길을 밟아야겠다고 생각해 두었고, 이제 겨울이 된 것입니다.


2016. 12. 03.


     삼태봉 - 토함산 시린 바람 종주를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날입니다. 사실 이 산행은 지난 주 토요일 예정하였으나 당일 새벽부터 비 분분히 뿌려 오늘로 연기하였지요. 지난 밤 미리 꾸려 두었던 행장을 짊어지고 어둠이 아직 걷히지 않은 바깥으로 나오니 하늘엔 새벽별이 총총히 반짝이고 조금 쌀쌀한 공기가 목덜미의 노출된 곳으로 스멀스멀 스며들어 살짝 몸서리가 쳐지는군요. 과연 시린 바람은 맞이할 수 있을까요? 


     먼저 들른 곳은 동네 24시간 돼지국밥집인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군요. 한 그릇을 청하니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국밥이 금세 나옵니다. 최근 이 집 국밥 맛이 점점 예전보다 못해지고 있어요. 내 입맛이 변한 탓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나 같은 손님을 위하여 24시간 깨어있으면서 언제든지 따뜻한 음식을 차려내 주는 그 자체는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몸이 덜 깨어서인지 생각보다 밥이 잘 넘어가질 않아 다 먹질 못하고 삼분의 일쯤 남긴 상태에서 숟가락을 놓았습니다. 





     동천강 건너 신천까지 걸어가서 6시 반에 출발하는 마우나 오션 셔틀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이 셔틀버스의 승객은 대부분 마우나 콘도나 골프장의 직원들이지만, 나 같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동대 기령(東大 旗嶺)을 기점으로 종주나 횡단 등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산행을 할 때 이 셔틀버스의 존재는 고마움 그 이상입니다. 게다가 무료입니다.


     일곱 시가 채 안된 시각에 마우나 오우션 콘도 본관에 도착합니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켜 보니 오늘의 일출은 15분 후로군요. 본관 건물 뒷편 바다 조망이 트인 곳으로 올라가 어선들의 불빛이 별처럼 떠 있는, 여명 밝아오는 새벽 바다를 한 컷 담습니다. 바람이 거의 없어 시린 바람 맞이는 틀린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바로 삼태봉으로 향하는 등로로 진입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는 숲에 가려 곧 있을 일출 광경을 담기 어려울 것같아 일단 비포장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기로 합니다. 약 1km 정도 진행하면 좌측으로 삼태봉으로 연결되는 등로가 또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길 도중에 무슨 큰 공사가 있는지 새벽부터 대형 덤프트럭이 분주히 왕래하고 있고, 500미터도 채 못가 공사장 출입구가 나타납니다. 파헤쳐진 길이 엉망이라 이 길로는 산행이 어려울 듯하여 애초 계획대로 바로 삼태봉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다시 콘도로 되돌아 나오는데 동해바다 너머로 일출이 시작되려 합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일출을 관찰 할 수 있을만한 시야 트인 장소 확보가 급선무였기 때문에 급한대로 덤불을 뚫고 골프 코스쪽으로 후다닥 내려 가 한 컷 담아봅니다. 아뿔싸, 타이밍이 조금 늦었군요. 오늘은 수평선에 헤이즈도 없어 일출 사진 찍기 좋은 조건인데...

 

 

 

 

     순식간에 수면 위로 붉은 햇덩이가 떠오릅니다. 아깝도다, 잘 하면 오메가도 볼 수 있었는데. 다음엔 일출샷 담으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이왕 골프 코스로 접근한 김에 붉은 아침 햇살 가득 내려앉은 페어웨이로 내려와 봅니다. 마우나 코스 3번 홀 세컨샷 지점쯤이로군요. 부지런한 관리인이 잔디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골프장 무단 침입으로 행여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선이 마주치자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는 애써 웃는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한 마디 방어적 선공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이 아가씨, 뜻밖의 침입자에게 흠칫 놀라며 "예... 아저씨, 그린쪽으로는 들어오시면 안돼요" 라고 응답하는군요. "걱정 마시오. 내 비록 10년 구력에도 아직 백돌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골알못'이지만, 그 정도의 매너쯤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라 화답하려는데, 벌써 저 처자는 카트를 끌고 저 멀리 떠나고 있군요. 어쨌든 쫓겨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사진 위 1/4지점에 전봇대가 보이는데, 저 곳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비포장 도로입니다.

 

 

 

 

     첫 티오프(Tee off)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아무도 없이 고요한 새벽 페어웨이의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딱 이런 상태에서 뒷 팀의 압박 없이 혼자 골프를 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 집 골방에 짱박혀 오랫동안 먼지만 계속 뒤집어 쓰고 있는 골프 가방을 다시 꺼내 볼 용의가 있습니다. 하하~

 

 

 

 

     어느덧 해는 동해바다 위로 둥실 떠 올라 온 누리에 무한 찬란한 금빛 햇살을 가득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냥 멋지다는 말 외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이 참으로 황홀한 광경 아닙니까? 때마침 노랗게 마르기 시작한 잔디 위로 금색 햇살이 더해지니!

 

 

 

 

     저 멀리 산하동 강동 마린시티도 새벽 잠에서 마악 깨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5번 홀까지 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공사 중인 도로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골프 코스를 조금 벗어나니 낙엽 사이에 로스트볼이 간간히 눈에 띄는군요. 아마도 예전 이 곳에서 내가 날려보낸 공도 잘 찾아보면 몇 개는 나올텐데요.

 

 

 

 

     청미래덩굴 무성한 가시덤불 숲을 어렵게 헤치고 또 다시 도로로 올라섭니다. 어쩌다 보니 능선길 아닌 골프 코스로 진행한 탓에 삼태봉은 밟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렸군요. 저 길을 휘적휘적 걷는데,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찬바람은 커녕 포근한 햇살 받으며 걷노라니 이마와 등짝에 땀까지 삐질삐질 납니다. 이제 시린 바람의 기대는 걷어들였습니다. 또 기회가 오겠지요.

 

 

 

 

    

 고개를 북동 방향으로 돌려보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이고, 월성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나르는 고압 송전 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번 산행은 홀로 떠난 길이지만 홀로가 아닙니다. 내 그림자가 함께 하니까요. 긴 그림자가 나보다 앞서 건들건들 걷는 것을 보니 李白의 "월하독작"에 나오는 "아무영능란(我舞影凌亂)" 이 문득 떠올라 그림자에게 춤출 것을 명해봅니다. 주위에 보는 이 하나 없으니 저런 실없는 짓도 가능하지요. "독작무상친(獨酌無相親)"은 "독행무상친(獨行無相親)"으로, "잠반월장영(暫伴月將影)"은 "잠반일장영(暫伴日將影)"으로 고치면 지금 상황과 대충 맞아떨어지지죠? 단, 독작할 술을 오늘은 준비하지 못했으니 흥이 반감됩니다마는.

 

     한동안 그림자 놀이를 하며 걷고 있는데, 웬 SUV 한 대가 나를 앞지르더니 저 앞에서 끼익 섭니다. 운전자가 내려 내게 다가오더니 여긴 어떻게 들어왔으며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다짜고짜 따져 묻는군요. 아마 이 공구 건설사의 관리자인듯 합니다. "보다시피 산행 중이고, 토함산 방면으로 간다"고 하니 신분증 제시를 요구합니다. 이 무슨 황당하고도 불쾌한 요구란 말입니까?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당신이야말로 뭔데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가? 당신의 요구에 응할 하등의 이유도, 필요도, 의사도 없으며 난 나의 길을 가겠노라"고 강경 대응합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삿대질이 오갑니다. 그런데 내 손에 쥔 카메라로 대체 뭘 찍고 다니느냐고 다그치듯 묻는 그의 말에 퍼뜩 상황 파악이 됩니다.

 

     그는 나를 공사장에서 시시콜콜 사소한 트집을 잡아 언론에 떠벌리는 지방 언론사 기자나 환경단체, 혹은 몰래 찍은 사진으로 협박하여 푼돈 뜯어먹고 사는 파파라치쯤으로 의심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수리까지 치솟던 아드레날린을 가라앉히고 약간 냉정을 찾아 그를 안심시키기로 작전을 바꿉니다. 그냥 아랫마을 사는, 걷기 좋아하는 평범한 일반인이며,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절대 아니니 걱정 붙들어 매라고요. 예까지 오면서 찍었던 사진을 리플레이하여 보여주니 결국 그도 의심을 거둡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혼자 그림자놀이하는 샷이 떡하니 나타날 땐 정말 창피하더군요.

 

  공사장 규정 상 현장 안으로 일반인을 통행시킬 수는 없으니 자기 차로 콘도까지 도로 모셔다 주겠다는군요. 그럼 어차피 태워주는 김에 콘도가 아닌 내 목적지 방향으로 데려다 달라 했더니 흔쾌하게 받아들입니다. 그의 오프로드 차를 타고 이스트힐CC 근처의 공사 끝단까지 2.5km정도를 편히 이동하였습니다. 과연 공사장은 굴착기 각종 중장비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중이어서 위험한데다가 우회할 만한 길이 없어 도보 트레킹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미리 알았다면 당연 이리로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 직원들은 저런 파파라치류의 사람들에게 꽤 시달리는 통에 카메라를 든 외부인엔 유달리 민감하다는군요.  

 

     차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서로 마음이 완전 누그러져서 현 시대 상황과 서로 처한 직장 분위기까로지 대화 이어졌습니다. 차에서 내릴 땐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자고 서로 격려해 주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훈훈한(?) 해피 엔딩이 연출되었지요.

 

 

 


     공사장을 벗어나 소나무 빽빽한 언덕을 넘으니 저 아래 이스트힐CC 골프장이 보입니다. 또다시 덤불을 뚫고 직행하여 철조망을 타 넘으니 클럽하우스로 진입하는 도로 위에 올라 설 수 있었습니다. 여기선 좌측, 즉 클럽하우스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아 출입구로 나갑니다. 

 

 

 

 

     조금 걸어가면 골프장 진/출입구가 나옵니다.

 

 

 

    

     골프장 입구를 나서면 왼편 외동(입실)에서 오른편 양남(석읍)으로 넘어가는 904번 지방도로를 만나는데, 이 루트를 타는 산객들이 여기서 토함산 방향 진입처를 찿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야 능선길로 진입할 수 있을텐데, 사방을 둘러봐도 높다란 낙석 방지 펜스로 막혀 있어 도무지 어떻게 뚫고 나가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외동쪽이냐 양남쪽이냐 양자택일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것 참 난제로군요. 손바닥에 침이라도 뱉아 탁 튀겨보고 싶네요. 내 직관을 믿기로 하고 외동쪽으로 좌향좌 합니다. 

 

 


 

     옳거니! 펜스가 열린 곳이 나옵니다.

 

 

 

    

     열린 펜스 사이의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산악회 리본이 보입니다. 살펴 보니 리본을 따라 우측 펜스 뒤편 가파른 언덕을 타고 희미한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고맙다, 감마로드! 일단 능선에 올라선 후부터는 산등성이를 따라 난 가느다란 길을 걷기만 하면 됩니다. 통행량이 적은 탓에 길이 뚜렷하지 않아 중도에 끊기는 구간도 많지만, 대체로 큰 산맥을 줄기삼아 정북 방향으로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야생화는 이미 다 져버렸고, 간간히 만나는 철 없는 진달래 말고는 꽃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아쉬운대로 계뇨등 열매와,  

 


     노박덩굴 열매를 담아봅니다.

 

 

 

 

   이 길은 기맥ㆍ지맥길이라는군요. "기맥"이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울창한 소나무 등으로 인하여 조망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장쾌한 삼태-토함 지맥 능선을 타며 좌우로 펼쳐진 풍광을 만끽하고자 했는데...  

 

 


 

     큰 굴곡 없이 이렇게 생긴 오솔길의 연속입니다.

 

 


 

     시야가 가리지 않는 곳에 잠시 쉬며 감포 부근의 바다위에 반사된 빛을 담아봅니다.

 

 

 


     월성 원전에서 나오는 345kV 초고압 전력선이 이 등성이를 넘어 중부 경남쪽으로 전력을 공급합니다. 

 

 


 

     그림자놀이 심심샷을 또 찍어봅니다.

 

 

 


     다시 임도를 만납니다. 이 길을 계속 걸으면 조항산 정상 표지석이 있는 언덕을 거쳐 경주풍력발전소로 연결됩니다.

 

 

 

 

     경주판 "바람의 언덕"이라고나 할까요? 광활한 구릉성 산자락에 우뚝 선 7기의 풍력발전기의 위용이 일대 장관을 연출합니다. 위 사진 우중간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토함산 정상이지요. 저 곳을 타고 넘어 계속 북쪽으로 하산하면 오늘의 산행 종점인 시부걸이 나옵니다.

 

 



     풍력발전기가 있는 일출, 일몰의 풍경이 아름다와 사진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침 저녁나절 많이 찾는다는군요.  


 


 

     풍력 터빈과 억새와 태양의 컬래버레이션을 연출해 보았지만 싸구려 렌즈라서 그런지 플레어와 할레이션이 작렬합니다.

 

 

 


     발전소 인근 초지엔 도깨비가지가 왕성한 기세를 자랑하며 저마다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놈들을 환경유해식물로 지정하여 박멸 캠페인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하도 번식력이 왕성하여 속수무책,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는군요.

 

 

 

 

      풍력발전소를 벗어나면 이 삼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사진 위쪽으론 석굴암 주자장으로, 오른쪽으로는 토함산 자연휴양림 및 장항리 방면으로 연결되지요.


 



     풍력발전소에서 석불사(석굴암) 매표소까지의 구간은 우회할 곳이 없어 꼼짝 없이 저 포장도로를 따라 꽤 먼 길을 걸어야합니다.  

 

 

 

 

     개쑥부쟁이의 열매입니다.

 

 

 

 

     석굴암 가는 길

 

 

 


     석굴암 입구에 도착합니다. 매표소를 보니 씁쓸한 기억이 나는군요. 즉슨,  지난 가을 경주 지진으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지역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경주 시에선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고자 10월 한 달 동안 경주 시내의 모든 명소에 입장료를 받지 않을것을 권고하였는데, 불국사와 석굴암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입장료를 챙겼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평소 엄청난 돈을 긁어들이는 두 곳인데, 고작 한 달 동안의 입장료 수입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지 못한다면, 이는 수도 도량이 아니라 굶주린 아귀들의 소굴이나 다를 바 없군요. 이 땅의 불가엔 이판(理判)은 모두 사라지고 사판(事判)만 남은 시대가 된 것일까요? 에잇 중놈들, 남의 재물을 탐하던 자가 죽어 가게 된다는 철상지옥(鐵床地獄)에나 떨어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불경스럽게도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는 내가 먼저 발설지옥(拔舌地獄)으로 떨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외며 토함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등로로 진입합니다. 약 1.4km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인데 의외로 꽤 힘들군요. 지금껏 상당한 거리를 걸었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지쳐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쉽게 가시는 그 길을 도중 몇 번이나 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도중에 성화 채화단이 있는 것을 보니 과연 이 곳이 경주 아니 신라의 진산(鎭山)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앞 바위엔 비천문상이 부조되어 있는데, 아마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의 몸체에 새겨진 비천문을 그대로 옮겨온 듯합니다. 제법 이끼가 끼어 꽤 고색창연해 보이지만 성화 채화 의식의 원조라고 할 것이 그리스의 올림포스 산이니 이 곳에 채화단이 만들어 진 것은 815 해방 이후겠죠? 아무리 길게 잡아도 60여년 정도인 것같군요.  


 

 

 

     저 언덕을  넘으면 토함산 정상이 바로 나타납니다.

 

 

 


     토함산정에 도달하였습니다. 

 

 

 

 

     날씨 청명한데다 바람까지 없어서 수증기가 낮은 곳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은 탓에 이런 멋진 산그리메가 형성됩니다.


 

 


     아침에 만났던 일출 장면 이상으로 아름다운 광경 아닌가요? 

 

 

 

 

     시계(視界)가 탁 트여 저 멀리 구룡포 앞바다까지 훤히 보입니다.

 

 

 


     산그리메를 두고 떠나기가 아까와서 한 컷 더 담고 시부걸 방향으로 다시 아쉬운 발길을 옮깁니다. 

 

 

 

 

     이정표엔 '시부걸'이 아닌 '시부거리'로 표기되어 있군요. 남은 거리 3.7km입니다.

 

 

 

 

     토함산정에서부터 비로소 등로다운 등로가 펼쳐집니다. 잣나무 빽빽한 저 오솔길은 등산로라기보다 차라리 데이트코스에 더 가깝군요. 어두운 잣나무 숲길을 터벅터벅 걷는 맛도 참으로 각별합니다.

 

 

 

 

     팥배나무 열매가 곳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낯익은 시부걸 마을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봄이면 노루귀, 변산바람꽃, 복수초 등등 갖가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자주 왔던 탓에 여기서부턴 참 익숙합니다. 산행 종점을 여기로 잡은 것도 지금껏 시부걸까지 왔다가 야생화만 만나고 되돌아 나가면서, 토함산까지의 행로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목마름이 한 몫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을 어귀의 은행나무 아래엔 다 말라서 거의 곶감이 돼 가는 은행 소쿠리가 즐비합니다. 은행은 이렇게 숙성시켜 얻는 것인가 봅니다.  


 

 


     앗! 경주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을 눈 앞에서 스쳐 지나가버리눈군요. 내가 타야 할 차편인데 ... 망했습니다. 

 

 

 


     이 시골의 버스 정류장에도 어지러운 이 시대의 쓰디 쓴 편린이 들러붙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그림자와 단체샷을 찍어보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그만둡니다. 약 삼십여분 멍때리며 앉아 있으니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군요. 경주 시내로 이동하여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성동시장의 한식 뷔페에서 늦은 점심 겸 하산주 막걸리 한 통 마시고 귀갓길에 오릅니다.    

 

 



     우리 마을에 도착하니 저녁 놀이 한창입니다.  

 

 

 


     트랙 확인해 보니 도상거리 약 25km를 7시간 35분에 걸쳐 걸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중 건설사 직원의 차를 얻어 탄 2.5km 정도의 거리를 제외하면 22.5km를 걸은 셈인데 하루 분량의 산행치고는 적지 않게 걸었군요.

 

 

 


     트랙 데이터를 구글 어쓰의 3D 지형에 대입해 보니, 걸었던 행로가 좀 더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시린 바람을 안고자 나섰던 행길에서 찬바람은 커녕 땀으로 목욕했으니 시린 바람은 천상 다음으로 연기해야겠습니다. 이 가볍지 않은 길을 걸었는데도 피곤한 곳 하나 없이 말짱한 내 몸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합니다.



     ○ 루트에 대한 소감 :


         1. 마우나 오우션에서 이스트힐까지의 구간은 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가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2. 이스트힐에서 석굴암까지의 구간은 숲으로 시야가 가려 조망이 거의 없고 단조로와 꽤 지루합니다. 게다가 긴긴 포장도로의 짜증은 뽀너스로 ... 정 가야겠다면 혼자 가길 권합니다.  아님 오랜 시간을 함게 있으면서 대화 한마디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은 좋겠군요. 운동 성향이 다른 부부나 친구가 함께 갔다가는 필시 싸움이 날 것입니다.

         3. 석굴암-시부걸까지의 구간은 계절을 막론하고 매우 운치있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부, 친구, 연인 누구라도 함께 걸어도 좋겠습니다. 물론 혼자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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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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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포근한 볕 받으며 잠깐 경주를 걷다.


201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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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추색에 조용히 젖어볼 만한 곳을 찾던 끝에

아직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고요하고 한적하다는

경주 "왕의 길"을 걸어 보기로 하다.

 

2016. 11. 05.

 

 

 

 


오늘도 역시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다.

06:55 호계역 발 무궁화호를 타고 경주역 하차(07:20).

 

성동시장통 한식뷔페 골목의 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해결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08:00)

보문단지와 덕동호, 시부걸을 지나

추원마을에 하차(08:40)하여 탐방을 시작하다.

 

 

 


하차하면 바로 보이는 추원마을 진입로

 

 

 


뒤돌아 본 길.

경주로 연결되는 신작로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왕의 길"을 알리는 표지는 따로 없다.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은 조금 헛갈릴 것이다.

산허리 방향으로 죽 벋어 있는 저 시멘트 포장길을

한동안 걸어야 한다.

 

 

 


마을 어귀에 들
어서면

"왕의 길" 팻말이 처음 등장한다.

 

 

 


첫 농가다. 저 플라스틱 기와 위에 이엉만 얹으면

영락없는 60년대 초가집으로 변신할 것같다.

마당에는 연세가 매우 많아보이는 할머니께서

혼자 농작물을 손질하고 계셨다.

 

 

 


"왕의 길"은 최근 경주시가 올레길 컨셉으로 개발

도보 탐방길이다.

추원마을에서 함월산을 넘고 용연폭포를 거쳐

기림사로 연결되는 약 5km 정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걷기 좋은 루트이다.

 

 

 


고은 시인의 의견에 공감한다.

 

 

 


제주의 올레길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각 지자체마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도보 탐방로를 만드는 것이

유행아닌 유행이 된 지 오래되었다.

어울길, 둘레길 하는 식으로

테마 탐방로를 한 둘쯤은 갖추지 못한 지자체가

거의 없어 보이는데, 남들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보여주기 행정이라 아니할 순 없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상당히 많음도 부정할 수 없을 것같다.

 

 

 


테마 탐방로엔 저마다 그럴 듯한 스토리가 필요한 바

이 곳 스토리 텔링의 주인공은

바로 신라 31대 신문왕이다.

 

 

 


도중에 황용약수터를 만났다.

왼쪽 길은 탐방로이고 오른쪽은 약수터 및 펜션 진입로다.

약수터의 존재는 사전에 몰랐는데, 과연 물맛은 어떨지?

맛을 보지 않고 지나쳐서야 말이 안될 것이다.

 

 

 


콘크리트 리저브 탱크에 꽂힌 호스에서

어린아이 오줌발같이 가느다란 물줄기가

죌죌죌 감질나게 흘러 나오고 있다. 

 

 

 


바가지로 물 받아 
한 모금 마셔 보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물맛에 저으기 놀랐다.

입에 머금는 순간 떠올랐던 생각은

"어? 홍초 물이네?"

 

다시 한 번 차분히 음미해 보니

신맛, 떫은맛, 단맛을 교묘히 배합해 놓은 듯했고,

약수 특유의 쇠맛(철분)과 탄산기도 약하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신 맛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마치

오미자 추출액을 약하게 희석한 느낌의 상큼한맛이다.

자연 상태의 물에서 이런 맛이 난다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가져간 물통의 물을 쏟아버리고 약수를 한 통 가득 채워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약수터 광장에 가을 햇살이 가득.

 

 

 


인자암을 지나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다닐 만한

시멘트 도로가 끝나고 드디어 "왕의 길"이 시작된다. 

 

 

 


신문왕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30대 문무왕의 아들이다.

문무왕은 삼국통일에 이어 통일 신라의 전성기를 열었고

왕 자신도 자신의 치적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죽으면서까지도 장차 죽어 동해 바다의 호국대룡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것은 국사시간에

익해 배운바다.

 

 

 


고즈넉한 탐방로

 

 

 

 


문무왕은 
유언에 따라 사후 화장되어

동해 바다에 해중릉을 조성해 안치되었다고 전하는 바,

그것이 감포의 대왕암일 것이라는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를 이어 왕위에 오른 31대 신문왕은 

부왕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해중릉과 가까운 곳에

지금은 두 탑과 터만 남은 감은사를 세웠다. 

 

 

 


오솔길에 가을 빛 내려 앉다.

 

 

 


잎사귀에도 가을 빛 피어나다.

 

 

 


전설에 의하면 신문왕 2년,

해관이 동해안의 작은 섬이 감은사로 접근한다고 보고하자,

이를 괴이히 여겨 점을 쳐 보았는데,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새 왕에게 보배를 보내 주려 하니

이견대(利見臺)나로 나와서 수령하라 하였다고 한다.

 

 

 


이에, 이견대에 나가 보니 과연

며칠간 계속 된 풍파 끝에 대나무가 하나 떠올랐고,

이 때 등장한 용이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나라의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신묘한 기적을

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신문왕은 이 대나무를 가져 와

용의 코치대로 피리를 만드는데

나라의 만 가지 근심을 없애주는 피리,

즉 "만파식적(萬破息笛)"이라 이름한다. 

 

 

 


경주 시에서는 이 길을

후에 만파식적이 된 대나무를 받으러

신문왕이 친히 행차했던 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컨셉으로 탐방로를 조성하여 "왕의 길"이라 명명했다.

그래서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라 부제도 달고 있다.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텔링 꺼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저 위 사진의 이정표에

"수렛재"와 "모차골"이란 지명이 보이는데

"수렛재"는 신문왕이 탄 수레가 넘던 고개라는 의미고

"모차골"은 신문왕의 마차가 지나던 골짜기

뜻이라고 한다.

스토리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재료이기도 하다.

 

 

 

 

 

 

 

 

 

 

 

 

 

 

 

 

 

 


신문왕이 잠시 쉬었을 법한 계곡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기로 하다.

신문왕은 저 맥주 맛을 모르겠지.

귤 맛도 몰랐을 것이다. 험.

 

 

 

 

 

 

 


전 여정에 걸쳐 표고 차가 크지 않아

산행이 아니라 산책로에 가까운

매우 유순한 길이어서 걷는데 부담이 없다.

 

 

 

 

 

 

 

 

 

 

 


혼자보다도

둘이서 대화하며 휘적휘적 걷기에 딱 적당한 루트다.

 

 

 

 

 

 

 


용연폭포에 도달하였
다. 위에서 본 모습. 

 

 

 


굽이길을 
돌아 아래로 내려 가 보니

큼직한 돌문 사이로 폭포가 보인다.

 

 

 


생각보다 큰 폭포의 규모에 놀랐다.

광각렌즈로 찍어서 사진으로는 실감이 그리 나지 않는데

낙차도 제법 크고 수량도 풍부한,

빼어난 경관의 폭포였다.

 

이번 탐방 최대의 수확일 수도 있겠다.

 

 

 


"의시은하낙구천"

구천에서 떨어지는 은하에 무지개까지 걸렸다!

 

 

 

 

셀카도 찍어보다.

 

 

 


어느 새 기림사에 도착.

도자기로 구운 삼천불을 모신 삼천불전만 휙 둘러보고

총총 경내를 빠져나왔다.

 

 

 

 

 

 

 


일주문을 벗어나면 오늘의 탐방이 끝난다.

 

경주로 복귀하는 차편이 영 마땅찮다.

골굴사 입구 삼거리에서 경주행 100, 150번을 타야 하는데

여기서 삼거리까진 도보로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루에 세 번 있는 벽지 순환버스(130번)를 이용하면 되는데

시간 맞추기가 결코 쉽지 않다.

 

130번 버스 시각을 맞추지 못하면, 한 시간 눈 딱 감고

지루한 아스팔트 포장길을 털레털레 걸어 나오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야 한다.

 

나는 지나가는 농기계를 운 좋게 얻어 타고

골굴사 입구까지 나올 수 있었다.

 

 

 

 

 

골굴사 입구 삼거리의 한 식당에서

생선구이 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삼다.

 

 

("왕의 길" 탐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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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폭우 동반한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공장 공동구(共同溝) 화재로 동력 라인이 끊겨
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되었다.
출근 전 비상연락망을 통하여 임시 휴무 메시지가 긴급 통보되었고
어이없는 이유이긴 하지만, 뜻하지 않은 하루 휴가를 얻게 되었다.
어쩐지 밤중에 천둥 번개가 심상치 않더라니...

살다 보니 참 별일도 다 있다.
번개처럼 떨어진 휴일을 어떻게 쓸 것인가 잠깐 고민하다가
세찬 장마비에 샤워하는 연꽃이 떠오르니
눈에 보이는대로 카메라와 렌즈 몇 개를 배낭에 주섬주섬 쓸어담고
큼직한 골프 우산도 챙겨 들고 
호계역으로 gogo~

번개 덕분에 번개 여행을 하다.

2016.07.04. 경주.


역 가는 길, 동네 빽다방에서 1,500백원을 투자하여
'앗!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열차 까페칸으로 가니
웬 금발 서양 처자가 홀로 구석에 서서
차창 밖을 보며 사색 중이다. 

 

말을 걸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중인지 물어볼까 하였으나
생면 부지의 외방인에게 너무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던지는 것 같아
그만 두다.
(절대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님 ㅋ~)

경주역에 내리면 늘 바삐 서둘러 어딘가로 떠나는
이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나도 그리 한가한 몸은 아니지만,
늘은 함께 사진을 찍기를 정중히 청하여
기어이 허락을 받아 내다.

(삼각대 세우고 타이머로 찍던 짧은 순간이지만 
건너편 플랫폼에 사람이 많아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내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흐흐)

대릉원 가는 길.


 

아직도 채 발굴하지 못한 유적지가 곳곳에 널려있다.

능소화 떨어진 담장곁을 걸어가시는 우리 할매 뒷모습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제법 운치있는 간판에 이끌려 낯선 뒷골목을 들어서니

벽화가 그려진 동네가 나타나는구나!

이 또한 뜻하지 않았던 즐거움이다.
이 곳에 벽화 골목이 있다는 이야긴 전혀 들은적이 없는데.

이 편안한 촌스러움이야말로
벽화 골목의 참 맛이 아니던가?

어느 집 대문 안의 아기고양이가
렌즈를 들이대는 수상한 이에게
잔뜩 경계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벽화에 그려진 그림들의 컨셉이나 메시지가 무엇인지
돌아가지도 않는 두뇌를 혹사시켜 가며 추측하느라
애쓸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얼굴이 예뻐서 예쁜 게 아니다.
젊음이 그저 예쁜 것이다.

부용...
고향 집 뜰 앞 작은 꽃밭에 부용이 필 때면
그 옆 웅덩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맹꽁이 소리에 밤잠을 설쳤지.

부용 옆에는 참나리도 참 많이 피었었고.

범부채에 내려 앉은 저 나비는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벌을 품은 비비추

그러고 보니 배롱나무의 계절이기도 하네.

우산 따로 쓰고 걷는 저 쑥맥 커플아,
우산 하나는 마 접으소.

수련지 옆엔 오리 새끼가 떼로 모여
체온을 나누고 있다.

수줍게 숨어 핀 수련

홍련


봉오리 위로 세찬 빗줄기가 퍼부어 주길 기대했으니
찔끔찔끔 내리던 비.
종래 우중 연꽃샷을 찍어보지 못하다.


大師님도 꽃 앞에선 사부대중과 다르지 않다.


 


 


 


 


 

비는 커녕, 날씨가 점점 갤 조짐을 보이니
철수를 결정하다


 

아침 먹는 둥 마는 둥 집 떠난 후 벌써 오후 세 시,
정신이 혼미하도록 배가 고파왔다.

울산행 기차를 타기 전 민생고를 해결하러 들른 곳은,

경주역 건너편의 성동시장.
말로만 들었던 이 곳의 명물, 한식 뷔페를 찾아서.

건어물전, 생선전, 푸주전 골목을 몇 차례 돌아드니
과연 뷔페 시장통이 떡 하니 나타나는구나.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집을 일부러 골랐다.
맛의 기대를 되도록이면 낮게 설정하기 위해서다.

쥔장 할머니께서 하품을 하시다가 화들짝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단체 손님을 위한 4~6인용 겸상석도 있지만
진설된 메뉴와 나란히 배치된 길다란 장의자에 자리잡고 앉다.

약 25여종의 반찬은 무한리필이요,
국 종류는 돼지술국, 쇠고기국, 시락국 중 하나 택일.
밥 한 공기와 함께 이 모든 것이 6천원.

고상으로 퍼 담은 저 밥그릇 좀 보소!
시골 머슴밥 그대로다.

옵션은 돼지국밥을 선택하다.
국밥 오른쪽 뷔페 접시엔 내가 골라 담은 반찬들,
그 오른쪽엔 젓갈장과 강된장, 데친 쌈채소. 

비주얼 못지 않게 맛 또한 시골스러운 그 맛이다. 

막걸리 한 병을 청하여 세팅하니 마침내
시장통표 한식 뷔페의 결정판이 완성된다.

디저트도 있다!
요구르트는 물론 

바나나까지.

삼대 구년만에 처가집 다니러 온 사위 대하듯
자꾸만 자꾸만 밥을 더 먹으라며 주걱 수북히 퍼 주시던
쥔장 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미안하여
공기밥을 두 그릇이나 꾸역꾸역 먹었더니
으허허, 배 터져 뒈지는 줄 알았다.

결국 태화루는 반 병도 비우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찜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에게 묻는다

싸구려 시장통 음식이라고 함부로 폄하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진정 배 터지게 퍼 준 사람이었느냐

 - hommage to 안도현 시인 -


그렇다. MSG 범벅? 나트륨 덩어리?
그런게 좀 들었으면 어떠냐? 별 놈 다 봤다.

배고픈 사람에겐 그저 맛있고 배부르면 장땡이다.

미칠듯한 포만감을 억누르며 경주역으로 회귀.

떠나던 그 여인은 아직도 떠나고 있구나.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들었으나
이미 과포화 생태의 내 뱃속은 
단 한 방울의 커피도 수용하지 않더라.

결국 철길에 쏟아버리고 기차를 타다.

부전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 불현듯 부전까지 가고싶다.
혹 아는가?
거기 가면 그리운 누군가
우연히라 만날 수 있을지...



(번개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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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2016.06.25.

경주

Kodak 660c + SLR/c



정방형 크롭으로 중형포맷 흉내내기.



























































다시 찾은 병아리난초는

일주일만에 반 이상 씨방을 맺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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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물안개 피어 오르는 남강변을 걷다.


강 건너편이 문산.

중/고등학생 시절,

여름이면 가끔 복숭아 서리를 가곤 했던 곳인데 

이젠 혁신도시가 들어서니, 길 번듯하게 뚫리고,

고층 건물도 쑥쑥 올라가고...


2016.05.21.

진주, 초전/하대동


with Nikon D810




































골무꽃인듯.






석잠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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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세존(釋迦世尊)께서 이 땅에 오신지 2560년을 맞아

마눌님을 수행하여 3사 순례를 나서다.


佛紀 2560년 음 4월 초8일

西紀 2016년 5월 14일


신흥사, 울산 북구

청룡암, 울산 북구

백양사, 울산 중구


with Nikon D810 +

Fisheye Nikkor 16mm f/2.8D






신흥사






신흥사







신흥사







신흥사







청룡암






청룡암






청룡암







백양사







백양사






백양사






(三寺巡禮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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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녀석 여행길 새벽 터미널에 데려준 후

잠시 들러 본 태화강변의 화원.


2016.05.14. 태화강, 울산 중구.


with Kodak DCS 660c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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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신불산으로 5월 초의 야생화 트레킹을 나서다.


야생화 트레킹이라 썼지만, 실은 지난 주 20% 부족했던

설앵초의 아쉬움을 채우고자 지난 주 왔던 장소를

5일만에 다시 온 것이다.


이번엔 그 험했던 금강폭포 루트를 버리고

 오랜만에 신불 공룡릉을 밟아 보기로 했다.


신불산 복합웰컴센터 - 홍류폭포 - 신불공룡릉 -

신불산 -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에 올랐다가

다시 신불산으로 돌아와서 간월재를 거쳐

원점인 복합웰컴센터로 회귀하는 여정을 택했다.


05시 05분에 출발하는 울산역행 KTX 리무진 버스를 타고

울산역에 도착하여 구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다.

  

06:40분에 출발하는 복합웰컴센터행 시내버스로 환승,

목적지에 도착하니 일곱시가 약간 넘는다.

이른 산행이어서 시간이 넉넉하니 마음도 가볍다.



2016.05.05. 신불-영축산.

with Kodak DCS 14n



(사진을 클릭하면 약간 커짐)





약 1시간 걸려 울산역 도착.


驛舍 현관 앞 고래 조형물에

방금 떠오른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구내 식당에서 쇠고기국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바깥으로 나오니

때마침 308번 버스가 도착하여 바로 환승하다.





25분 가량 걸려 종점인 복합웰컴센터에 도착하다.

작년에 멀찍이서 공사 중인 현장만 봤는데

그 새 제법 규모있고 깔끔한 시설로 완공되었다. 




 

왼편 국제클라이밍센터의 암장엔 새벽부터 클라이머들이

인공 암벽을 타 오르고 있다.

물론 인형이다.

오른편에 보이는 화장실 건물은 

예전 간월산장이 있던 바로 그 위치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엔 맑고 시원한 물이 넘친다.

시간이 넉넉하여 계곡 장노출 샷도 찍어 보다.





요란한 물소리로 홍류폭포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엔 찔끔찔끔 떨어지던 물줄기가 굵어지니

올 봄에 자주 내린 비덕분에 폭포로서의 체면 치레를 할 수 있게 됐다.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저 물줄기를 맞고싶다.





본격적으로 등로에 접어들다.

곳곳에 이런 로프 구간이 있어 위험하긴 하지만 

금강폭포 루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고

그나마 대부분 바로 옆에 우회로가 있어 

성질 급하거나 모험심 강한 사람만 이용한다.





제법 경사가 가팔라 숨이 턱턱 찬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마간을 올라가면 능선에 도달.

자수정동굴 테마파크에서 시작되는 등로와 합류한다.





조망이 트이고 오른쪽으로 간월재와 간월산이 보인다.





가장 긴 로프 코스이다.





거의 60도 정도 되는 길다란 암반 슬랩에 밧줄이 드리워 있다.

밧줄을 가랑이 사이에 놓고, 봍잡아 당겨 올라가면

제법 재미있다. 물론 모험 싫어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우회 등로도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삼각형 모서리 날 부분이 등로다.

저 멀리 부부인 듯한 산객 2명이 마치 작두날을 타듯

공룡릉을 아슬아슬 타 넘고 있다.



 

공룡 등뼈 위에 왼쪽 발을 내디뎌 본다.

양 옆으로 펼쳐진 아득한 벼랑이 제법 오금을 저리게 한다.






지나 온 칼바위능선을 되돌아 보다.





전설의 금개구리가 폴짝 뛰어 나올 것 같은

작은 물웅덩이가 바위 위에 패여 있고

요새 내린 빗물이 물이 괴어 있다.





신불산정(1,154m)에 도달하다





간단히 간식 후 저 앞에 보이는 영축산으로 향하다.





데크 계단 아래 첫 설앵초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담아 보다




 

이 루트에는 억새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억새만의 천국이었던 이 곳에 차츰 작은 나무들 늘어나면서

억새들이 설 땅을 잃으며 억새길로서의 명성이 퇴색할 조짐을 보이자

급기야 당국에서 칼을 빼 든 것이다.

인부들이 관목을 베어 낸 장소에 억새를 심고 있다.





나무를 베어 낸 자리에 심을 억새 모종이 가득 부려져 있다.






가천 방향을 조망하다.





등로 주변에 심심찮게 설앵초가 보인다.






절정기가 3~4일 정도 지난 듯,

전반적으로 시들어 가는 모습의 설앵초 중에서

가장 싱싱한 녀석을 담아보다.





오늘의 대박 모델을 만나다!





이런 엄청난 무더기가 있었다니!

늘 함께 하는 꽃친구들이 오늘따라 아무도 없이

이 순간, 나 홀로 이녀석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저 설앵초 곁에 홀로 앉아 

둘 만의 대화를 나누며 한참을 노닐다.


아, 이 은밀한 기쁨을 누가 알아 주리요.





올해 설앵초는 이것으로 졸업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근접샷을 하나 담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다.






이래쪽엔 이미 다 져버린 철쭉이 여긴 한창이다.

게다가 색깔이 상당히 진하고 곱다.

저 멀리 보이는 두 봉우리는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




철쭉, 고추나무와 더불어 쇠물푸레나무가

이 시기의 대세다.





한 습지에 동의나물, 숙은처녀치마, 설앵초가

함께 어우러져 서식하고 있다.





동의나물





약간 철 지난 설앵초, ??고랭이, 양지꽃.





도랑 옆의 동의나물





설앵초 퇴장과 더불어

숙은처녀치마가 그 시절을 이어받는다.





처녀치마는 잎이 매우 길다란데 비하여

숙은처녀치마의 잎은 상당히 짧다.

그래서 미니스커트 처녀치마라 놀려(?) 부른다.





숙은처녀치마




저 아래 간월재가 멀지 않다.





하산 길에도 무수히 만나게 되는 설앵초 군락.

역시 시기를 약간 놓쳤다.





조금 싱싱한 아이를 담아 보다.





하산길 나무 데크 옆에 핀 양지꽃 군락





간월재까지 거의 다 내려왔다.







비비추 밭에 미나리아재비가 먼저 자리잡고 피었다.



이후 빠른 걸음으로 하산.



설앵초는 약간 늦었고

숙은처녀치마는 약간 일렀지만 

만족스러웠던 트레킹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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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눈 가뭄을 맞았다. 

적어도 남쪽지방은 그렇다.

사무실의 산행 동료들과 설산행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설악산에도, 덕유산에도, 소백산에도

종내 눈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 토요일 말이다.

평일 눈은 직장에 매인 

우리같은 有情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니까.


올핸 결국 눈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이대로 지나가는가 했는데

영남알프스 자락에 눈이 내렸단다.

거짓말처럼...


짐 싸짊어 지고, 가지산을 향해서

새벽바람 맞으며 달렸다.

혼자다.





2016.01.31.

가지산.















KTX 리무진버스 종점의 일식 분식점에서

돈코츠 라멘으로 아침밥을 대신하다.


아침부터 돼지 기름 둥둥 떠 다니는 걸쭉한 국물이라니,

남들이 보면 참 비위도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저 돼지 지방의 느끼함이

스태미너가 되어 힘을 보태 줄 것만 같아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 든다.






석남사 입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







6.25 공비 토벌탑 오른쪽의 오솔길이 산행 기점이다.







한 이십여 분을 걸으니 본격적인 눈을 만난다.








나뭇가지마다 투명하고 두터운 얼음옷을 입고 있다.

雪花가 아닌 氷花 현상이다.


나뭇가지에 들러붙은 눈이나 서리가

온도가 상승하여 녹고 있는 상태에서 

온도가 빙점 이하로 떨어지면 그대로 얼어붙는데

공기중의 수분이 계속 나무에 붙어 얼면서

점점 얼음 코팅층이 투터워지는 현상이다.


이런 기상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빙화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리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설화를 보러 왔다가 뜻하지 않게

빙화대를 만나니, 대박이 아닐 수 없다.















두텁고 투명한 얼음 코팅을 한 나뭇가지는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가지끼리 부딛혀

다다다닥 하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낸다.

그럴 때마다 우수수 낙하하는 얼음 파편.


얼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그대로 부러지는 가지들도 부지기수다.







기온이 빙점 이상으로 잠깐 오르면 

얼음이 살짝 녹아 흐르는데

또 다시 빙점 이하로  떨어지면서

녹았던 물이 얼음땡을 만난 듯 고드름으로 픽스된다.
















가지, 가지마다 감싸고 있는 저 차가운 얼음층은

너무도 투명하고 영롱하여

마치 수정으로 된 궁전을 산자락에 펼쳐놓은 듯하였다. 


여기에 햇살이 살짝 비치니 산자락은 온통

루미나리에 축전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빙화 뒤 저 멀리 가지산 정상과

쌀바위, 귀바위로 연결되는 능선이 누워 있다.





























석남사대피소











































가지산 산행 35년에 

이렇게 많은 인파를 만나긴 처음이다.

중봉 진입로 병목 코스엔 교통체증마저 발생하다.


길이 풀리기를 대기 중인 산객들.







가지산 정상과 그 근처에 포진한

수많은 산객들.








중봉에서 본 가지산 정상부.







빙화, 빙화, ...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다.

저 앞에 거쳐 왔던 중봉이 보인다.








빙화 위에 눈가루가 달라붙어

사슴 뿔 혹은 산호 형상으로

매우 두터운 설화가 형성되었다.








가지산 정상의 대피소 겸 매점







정성에 서서 서편, 운문사 방향 조망하다.














헉 자장구다.....







1240미터의 산에 그것도 눈 쌓인 설산에

자...자장구라니!

대/다/나/다 !


특이한 것은

사람이 자전거를 탄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사람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억새도 얼음 코팅을 면할 순 없다.

황금색 얼음 억새!






















멀리서 본 수정궁







쌀바위 정상부















쌀바위 대피소에서 견공이

자리세를 걷으러 등산객 사이를 돌아다닌다.















운문령으로 이어지는 임도







임도 중간에 탈출하여 

최단 거리로 석남사에 도달하는 루트를 선택하다.


 





1시간 40분가량 가파르고 지루한 길을 내려오면

석남사에 도착한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원점으로 회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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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정체를 공개할 수 없는,

 한 秘密結社團의 은밀한 초청을 받아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남해안의 외딴 섬,

십분도(十分島)를 방문하다.


結社團 핵심 멤버이자 십분도의 島主 達達理乃는

잡인의 접근이 엄격하게 통제된 그 비밀스런 섬에서

견공 두 마리(짝발이와 또 뭐더라...?)와 

늙은 냥이 한 마리를 臣民으로 거느리고,

남해의 무수한 물괴기를 수족처럼 부리는,

남해용왕 赤安洪聖濟王 오윤(敖潤)을 능가 할

신묘한 功能을 가지셨다. 


결사단의 모든 멤버는 그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암호같은 匿名으로만 활동하는데


나중 파악한 바에 의하면


국사봉 깊은 골짜기에서 은거하며 養生중이신

銀髮美女 訥而茅堂를 왕초로, 


위에 언급한 頭光先生 達達理乃,


광두선생의 御부인이자 평소의 그 고요함으로

내공의 깊이를 짐작키 어려운 꽃摩莉堂,


그리고 당대의 문장가이면서 

용도를 알 수 없는 短杖을 항시 휴대함으로써

무림 고수類의 신비감에 늘 싸여있는 同救藍伊堂,


꽃摩莉 요원과 같은 항렬이며 

늘 同救藍伊 요원과 함께 嘉俳供養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현대판 아지매 草衣禪士로 칭송받는 꽃茶智堂 요원,


김구라도 울고 갈 슈퍼 울트라 초 특급 핵 이빨을 장착하시고

개똥아빠로도 알려진 竹破牛 요원이 레귤러 멤버더라.


그 외

오늘 등장하지 않는 기타 많은 조직원의 존재도 감지되는데,

워낙 비밀스럽게 활동하는지라

가물에 콩나듯 올라오는 블로그 글에 간간히 달리는

댓글로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바,

전모를 파악하는데는 큰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어쨌든, 

일 년에 단 한두차례만 이루어진다는 그 모임에

영광스럽게도 초청을 받은 것이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조직 차원에서, 모종의 임무를 부여하여

 저 멀리 북 아프리카로 격오지로 파견을 보내는

 竹破牛 요원을 위로하기 위한 긴급 회동이라는데,

아마도 이건 핑계일 뿐, 

위로 혹은 환송을 빙자하여

요즘 한창 맛이 오르고 있는 참돔과 전갱이에 그 숨은 뜻이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하여간, 어찌 조직의 부름을 거역할 것인가.



********************



입도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하루 한 번 밖엔 기회가 없는데, 이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어서 

많은 사진싸이트에서 구경만 해 오던 

동피랑이란 곳을 둘러보기로 했고

  아침 이른 시각에 통영행 버스 표를 끊었다.


직통 버스를 타고 보니

경부고속 - 부산신항 - 가덕도해저터널 - 거가대교를 거치는 경로를 

거침없이 질주하여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통영 터미널에 도착하다.


근처의 관광안내 부스에서 안내도를 얻어 동피랑이란 곳을 찾으니,

의외로 접근이 매우 쉬운 곳이었다.


진입로를 파악해 둔 후

근처 재래시장에서 멍게비빔밥으로 늦은 아침을 대신하고 

동피랑 언덕을 올랐다. 






이 곳은 아름다운 통영항과 다도해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달동네 마을이었다고 한다.

재개발 계획에 따라 전면 철거 예정이었으나, 

누군가가 낡은 집 담벼락에 항칠(벽화)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구경꾼들이 몰려들게 됨에 따라

동네 전체를 벽화로 도배하여

철거가 아니라 보존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어서,

무슨 올레길, 둘레길 하는 식으로

전국에 벽화마을이 우르르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다는군.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 치고 

한 번이라도 와 보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을 것.

약간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에도

제법 인파가 붐비고 있다. 







특히 유명한 천사의 날개 포인트다. 

인증샷 찍느라 늘어선 줄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데, 

잠깐 행인이 뜸한 틈을 타서 찍어보다.





폐가 담부랑에 활짝 핀 글라디올러스와 한련초가

지붕에서부터 늘어진 무성한 

계뇨등(鷄尿藤) 열매와 잘 어우러지고 있다.







키치(kitsch)스럽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듯한 이 곳의 그림은

아주 세련되진 않았지만, 기발한 착상과 원색 과감한 붓질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미소와 소소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이 곳에선 누구라도  날개 달린 천사가 된다.

날 수 있는 능력을 갑자기 가지게 된다면 

훨훨 날아서 가장 먼저 가 보고싶은 곳은 어디일까?









다들 커플로 와서 닭살짓을 하는 곳인데,







가련한 솔로부대들도 간혹 보인다.






이 편안한 촌스러움....






골목 구석구석을 휘적휘적 걸으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남들이 하는 양을 구경하는 맛도 제법 쏠쏠하구나.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 골목길.

참으로 멋진 발상이 아닌가?






알록달록 원색 지붕 너머엔 통영항이 보인다.


이 곳을 걸을 무렵, 보스 訥而茅님이 탄 지휘차량으로부터 

무선 지령이 하달되었다.


"우선 竹破牛 요원을 접선하라" 


죽바우 요원과의 무선 컨택이 이루어지고,

그가 죽치고 있다는 "호동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동피랑 언덕을 급히 내려오다.






호동식당으로 가는 길엔 수구초심 물고기들들도 보이고







40년만에 보는 뽑기(이명 : 쪽자 혹은 달고나) 할매도 보이네.






어릴 적, 하나 걸리면 로또 능가하는 대박이었던 

설탕 주조품 뽑기 아저씨도 재고를 잔뜩 쌓아놓은 채

런치타임을 가지고 계신다.


요즘에도 저것을 찾는 고객이 도대체 있기나 할지...?







한창 대구철인가 보다.


근자에 거의 멸종되었던 대구가 돌아왔다고

 입이 귀 밑에 걸린 저 아재들, 

이게 다 達達理乃의, 大口稚魚養殖後大放出神功 덕택이라는 것을

과연 알기나 할까?


즐비하게 늘어 선 통영 꿀빵집에서 

약간의 쪽팔림은 무릅쓰고 

맛배기로 내 놓은 다양한 꿀빵도 낼름낼름 섭렵하며

골목 몇 굽이를 돌아드니

과연 "KBS 특별생방송된집"이라는 

믿거나말거나 문구를 유리창에 버젓이 때려박은 

허름한 식당 하나가 보이는디

마빡에 "호동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구나.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어제치니

 竹破牛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젊은 경호요원 대동하고선

생복탕을 안주삼아 벌써 불콰한 얼굴로 소줏잔을 기울이고 있는 폼이

생면 부지인데도 한 눈에 척 알아보겠더라.


짧은 수인사 후 내어 주시는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는 즉시 

좋은데이 추가로 청하여 

원샷 신공을 펼쳐 최단시간에 2병을 해치움으로써

우린 가짜가 아님을 서로 증명해 보였고,


훅 오른 취기로 알딸딸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무렵

도달한 訥而茅/同救藍伊/꽃茶智 3인방과 조우하는데 성공하는데,


그런데 저 아지매들 거동보소

벌컥 열린 차에서 내린 여성 3인방,

모두 합창하듯 외치는 한 마디, 


"개똥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는 말릴 틈도 없이 그 젊은 수하쪽으로 우르르 달려 가

덥썩 포옹을 해버리니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할매 3인방으로부터 

느닷없는 포옹 공격을 당한 젊은이의 

그 뜨악한 표정이란!


(나중 알고 보니, 이 젊은이를 竹破牛 요원의 아들

"개똥이"로 오인하여 생긴 駭擧였다는군)

 

이 희대의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이름하여 "개똥이사건"!


이 訥而茅/同救藍伊/꽃茶智 3인방의 굴욕 사건은

아직도 전설로 남아 세간에 회자되고 있더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 To be continued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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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K兄으로부터 겨울 소나무 숲 구경가자는 제의에 

바로 "諾타!" 로 화답하고 경주 남산으로 달려가다.


K兄이 메인으로 사용하는 중형 카메라를 잠시 빌

정사각 포맷의 맛을 잠깐 보다.


태풍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듯한 묵직한 무게감,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간 듯 큼직하고 시원시원한 뷰 파인더,

철컥! 하고 심장 저 깊은 곳을 울리는 우렁찬 셔터음 ...


역시 중형은 사진가의 로망이다.

특히 장비병만 심각한 나같은 얼치기들에겐!



2015. 12. 05. 경주시 배동 소재, 삼릉(三陵)

Mamiya 645AFD +  Kodak 645M 디지털 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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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가로 훌쩍 떠나고싶고, 또 떠나기 좋은 계절이라면 늦가을만한 것이 또 있을까?


어디든 떠나지 않는다면 못내 마음 한 켠이 휑 하니 시릴 것만 같은 계절을 맞아

 쇠점골로 떠나다. 

'훌쩍' 떠난것은 아니다. 만추의 쇠점골은 해마다 찾는 순례지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른 아침, 간단한 행장을 꾸려 짊어지고 약간 쌀쌀해진 공기를 가르며 

가지산 방향으로 차를 휘몰았다.

혼자다.




2015. 10. 31.

울주군 상북면, 밀양시 산내면.











줄발한지 50분, 석남사 입구에 도달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가지산이 우뚝 나타난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적한 도로 한복판에 서서 남부 영남알프스의 연봉을 담아 보다.

사진 왼쪽으로부터 중봉 - 가지산 정상(1,240m) - 쌀바위가 차례로 보이고

앞에 펼쳐진 가지산의 너른 품 깊숙한 곳엔 비구니 사찰인 석남사(石南寺)가 다소곳이 숨어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배냇골로 넘어가는 배냇재가 보이고

왼쪽으로 오두산(824m), 오른쪽엔 오늘 거쳐 갈 능동산(980m)이 자리해 있다.


가지산 터널로 연결되는 신작로를 버리고 석남사쪽으로 방향을 틀어

석남터널 옛 도로로 가다가 터널 직전 가지산관광휴게소 근처에 주차하고

등로 초입을 찾아 산행을 시작하다.








산행 시작 후 5분 정도 올라가니 조망이 탁 트인 능선을 만난다. 

 

소위 '영남알프스'라 회자되는 이 곳 산자락을 무수히 다녔건만

이 루트는 내겐 처음밟는 곳이라 마음이 설렌다.








언양-울산 방향으로 산 그림지가 겹겹이 누워 있고

저 멀리 울산 시내 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의 윤곽이 아스라히 잡힌다.








석남사에서 배냇재를 넘어 배냇골로 향하는 도로도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빛 숲 속에서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북서편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가지산-쌀바위-상운산-귀바위로 이어지는 북부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위 능선에 올라 서니 공룡릉을 연상케 하는 제법 험한 바위 릿지가 누워있다.

설악 공룡릉이 타라노사우르스, 신불 공룡이 벨로시랩터라면

이 곳은 아기공룡 둘리쯤 되려나?








거대한 암벽 틈새에 자라는 소나무
















도중의 평지에서 만난 외로운 무덤엔 아직 마르지 않은 종이컵 술잔이...

고혼에게 한 잔 권한 이는 이 무덤의 후손일까, 아니면 이 곳에서 잠시 쉬던 산객일까?








입석대(立石臺)다.

立石兀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당당히, 안정되게 자리를 잡은 모양새를 보면

 누군가가 일부러 세우기라도 한 듯하다.








입석대를 지나니 또 다른 입석이 산객을 맞는다.








 
















점점 멀어지는 입석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법 된 삐알을 한동안 오르다 보니 

어느 새 능동-가지산 라인의 능선에 도달하였다.

누군가가 입석봉이라고 명명하였고, 돌무더기 위에 소박한 표지석을 새겨 세워 놓았다.

능동산으로 가기 위하여 여기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유순한 길을 얼마간 가볍게 걷다보면 이런 멋들어진 소나무를 만난다.








배냇재에서 올라오는 등로 갈림길에 도착하다.








능동산 삼거리.

왼편은 가지산, 오른편은 배냇재, 뒤로 200m 진행하면 능동산 정상이다.








능동산 정상부에 도착. 잠시 목을 축이고 출발.








계속 직진하면 천황산(사자봉)으로 연결된다.

쇠점골로 내려가려면 여기서 오른쪽으로 난 희미한 길의 흔적을 잘 찿아야 한다.

노란색 리본 방향으로 희미한 오솔길이 있는데

낙엽에 덮혀 놓치기 십상이다.








쇠점골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그리 위험한 곳은 없다.

능선을 약간 벗어나면 길도 비교적 또렷한 편이어서 길 잃을 우려도 거의 없다.

다만, 땅에 쌓인 햇낙엽이 매우 미끄러워 낙상에 주의하여야 한다.


하산 도중 두 번이나 오지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약 20분 가량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가지산 터널 환풍 시설을 만난다.

이 시설은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매우 규모가 커 내심 놀랐다. 








쇠점골에 도달하다. 

올해 가뭄이 심하여 수량이 형편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며칠 전에 내린 비 덕분인지, 계곡이 완전히 마르진 않아 그런 대로 계곡의 명백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계곡 상류 방향으로 우회전해야 하지만 

계곡 아래로 내려 가 백연사(白淵寺)와 호박소호를 보고 되돌아 오기로 했다. 









곱게 물든 단풍이 역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야생화가 다 져버린 가을엔 잎사귀가 꽃으로 피어난다.








霜葉紅於二月花라 했던 옛 사람의 뜻은 결코 수사적 과장이 아니었다.

무수한 단풍잎 하나하나에 모두 붉고 노란 등불을 켜 둔 듯하다.








가을 햇살 가득 내려앉은 백연사의 뒤란








호박소는 이제 목책을 둘러 쳐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놓았다. 하지만,

어딜 가나 울타리를 뛰어 넘어 금단의 땅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꼭 있다.









유난했던 올해의 가뭄에 대부분의 단풍잎이 붉게 물들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지만

이렇게 싱싱하게 견뎌 준 녀석들이 참으로 기특하다. 









쇠점골은 전체가 통바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특별히 평평하고 너른 바위가 노출된 이 곳을 "오천평 반석"이라고 한다.
















오천평 반석








가지산과 능동산이 만나 형성된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한 계곡 물은

이렇게 곳곳에 깊은 소(沼)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폭포
























장노출 놀이도 해 보다.








계곡물에 풍덩 빠진 만추 
















그냥 저 낙엽위에 드러누워 잠들고 싶다.








































내년에도 또 올 수 있을까?








쇠점골을 다 빠져나와 다시 석남터날 입구에 도착하다.








주차해 두었던 원점 가지산 휴게소로 회귀하다.

주차장에서 능선을 올려다 보면 초입에 만났던 입석대가 눈 앞이다.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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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쇠점골을 가다.



2015. 10. 31.

Kodak SLR/c

Trioplan Goerlitz 100/2.8 + Zenit Helios 44M-4 58mm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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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물매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신불재를 오르다.


언양읍 가천마을을 통해 불승사 근처까지 운전하여 주차해 두고

험로 코스로 신불-영축라인의 한 능선으로 올랐다가

억새가 한창인 단조늪 주변을 둘러보고 신불재를 통하여 불승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루트를 정했다.


결과적으로 물매화는 만나지 못하였고, 대신

막 피어오르는 억새꽃의 바다를 실컷 유영하다가 내려오다.


2015.10.09. 산불-영축산.










힘겨운 오름 중 한 너럭바위를 만나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쉬다.

저 멀리 신불산 공룡능선의 라인이 잘 조망된다.








왼편으로는 영축산의 정상부가 보인다.








외로이 우뚝 선 바위 주변에는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끝물이지만 붉은 색 선연함을 아직 잃지 않는 산오이풀.








오던 길을 내려다 보니...








능선부에 도착하다. 신불산 정상이 보인다.
















능선부의 나무 데크길이 저멀리 신불산으로 연결된다 








너른 억새밭을 거느리고 있는 영축산 정산.
































다 져가는 구철초 속에서 아직 싱싱한넘을 섭외해 보다.








산객들은 억새의 바다에 빠져 저마다 촬영 삼매경.
























활짝 핀 용담을 많이 만났지만 모두 억새 덤불에 푹 파뭍혀

모델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래부터는 그냥 닥치는 대로 찍었던 억새밭의 스냅.
















































































































하신하는 길. 계속 따라 내려가면 불승사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신불산 정상부를 한 번 바라보다.








하신길에서 만난 소박한 돌탑에 연꽃 한 송이가 피었다.

저 예사롭지 않은 그림은 누가, 왜 그려 넣은 것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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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맞아 약 열흘간 러시아가 포함된 북유럽 투어를 다녀오다.

북유럽은 남미, 아프리카, 히말랴야 트레킹과 함께

오랫동안 내 위시리스트에 들어 있던 터였다.


원래 자유여행을 생각하였으나, 여름철 극 성수기를 맞아

내 휴가 일정에 맞는 저렴한 비행기 표 구하기가 어려웠고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북유럽의 살인적인 숙박비를 확인해 보고는

주저없이 자유여행을 포기하고 패키지 투어에 합류하기로 결정하였다.


각종 여행사 패키지를 검토한 결과

휴가 일정에 가장 부합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ㅇ"사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는데,

여행은 일정에 따라 무리없이 진행되었고,

조금 걱정했던 쇼핑 이나, 옵션 강요 등의 행위가 거의 없어

전반적으로 는 내내 편안한 여정이 되었다.


이번 여행의 특징은 크루즈 선박에서의 2박이 포함되어 있어서

항해 도중 갑판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고,

선내 식당에 편안히 앉아

꽤 괜찮은 뷔페식과 함께 무한정 제공되는맥주와 와인을 마시면서,

백야 끝 어스름에 물든, 선창 밖으로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그림같은 경치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좁아 터진 선실에서의 불편한 취침 정도야 애교로 봐 주자.


다만 단체 일정에 쫓기다 보니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대상에 오래 집중하기가 어렵고

이동 도중, 탄성이 절로 나오는 특별한 경관이 나타나도

차를 세울 수 없어 그냥 눈에만 담아갸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패키지 투어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니 그냥 감수 할 일이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제 1 일》

인천 - (러시아) 모스크바


《제 2 일》

모스크바 - 상뜨 뻬쩨르부르크


《제 3 일》

상뜨 뻬쩨르부르크


《제 4 일》

상뜨 뻬쩨르부르크 - (핀란드) 헬싱키 - 투르쿠


《제 5 일》

투르크 - (스웨덴) 스톡홀름 - 옌셰핑 - 함스타드


《제 6 일》

함스타드 - 헬싱보리 - (덴마크) 헬싱괴르 - 코펜하겐


《제 7 일》

코펜하겐 - (노르웨이) 오슬로


《제 8 일》

오슬로 - 오따 - 예이랑에르 - 피얼란드 - 뵈이야 - 래르달


《제 9 일》

래르달 - 보스 - 베르겐 - 헴세달


《제 10 일》

헴세달 - 오슬로 - (러시아) 모스크바


《제 11 일》

모스크바 - 인천



앞으로 시간 나는대로, 그 날의 일정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보기로 한다.







전체 루트








성 바실리 성당, 모스크바 @ 러시아. 2015.08.03.







운하, 상뜨 뻬쩨르부르크 @ 러시아, 2015.08.04.







템펠리아우키오 암반 교회, 헬싱키 @ 핀란드, 2015.08.05.






크론보르 고성, 헬싱괴르 @ 덴마크, 2015.08.07.







인어像, 코펜하겐 @ 덴마크, 2015.08.07.







비겔랑 조각공원, 오슬로 @ 노르웨이, 2015.08.08.







요빅(Gvik) 가는 길가의 빙하호수 @ 노르웨이, 2015.08.09.







예이랑에르 피오르, 예이랑에르 @ 노르웨이, 2015.08.09.







예이랑에르 피오르, 예이랑에르 @ 노르웨이, 2015.08.09.






예이랑에르 피오르, 예이랑에르 @ 노르웨이, 2015.08.09.






호텔, 래르달 @ 노르웨이, 2015.08.09.






브뤼겐 거리, 베르겐 @ 노르웨이, 2015.08.10.





(프롤로그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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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동료들과 봄 산행을 떠나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자정 무렵 출발하는

부전 발 청량리행 야간열차를 타고 풍기역에서 내려

택시로 죽령휴게소로 이동한 뒤 산행하는

지난 겨울산행과 같은 여정이다.


풍기역에 새벽 3시 5분 도착 후 

뜸한 택시가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죽령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은 3시 40분.

바나나와 빵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랜 후

3시 45분부터 산행 시작하다.


2015.04.25. 소백산.

Nikon D800




기상관측소와 소백산천문대를 지나 연화봉에 도착하니

일출 시간이 약간 지나 이미 해는 산봉오리 위로 떠오르고 있다.

10분정도 서둘러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조금 전 우리가 지나 온 소백산 천문대가

이른 아침 햇발에 물들고 있다






능선 등로 주위에는 처녀치마가 지천이다.






조금 걷다보니 햇살 머금은 모데미풀을 만난다.






모데미풀






선괭이눈도 심심찮게 보인다.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집에서 빈 보온병만 챙겨와서 

풍기역 냉온수기의 더운물을 받아 산행길에 오르는 꼼수를 부렸는데

순간 온수 성능이 그렇게 허접할 줄은 미처 몰랐다.


결국 미지근한 물에 생라면을 말아 먹는 사태가...




제1연화봉 근처의 쌍동이 처녀치마






등로 데크 근처에도 심심찮게 자라고 있다.





 

풀솜대나 자주솜대일 것이다.






모데미풀






홀아비바람꽃 군락을 볼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했으나

아직 멀었다. 만개한 두 송이를 겨우 찾아

렌즈를 들이밀어 보았다.






남바람꽃을 연상케 하는 연분홍 뒤태의 홀아비바람꽃






두루미꽃과 삿갓나물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연령초도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꽃이 벌어질 듯하다






천동골 물가의 모데미풀






천동골 물가의 모데미풀 2






천동골 물가의 모데미풀 3






두루미꽃 군락






태백제비꽃






작년 그 많던 회리바람꽃도 달랑 요녀석 하나 밖에 못만났다






개감수






매화말발도리는 지금이 한창이다.






다리안 계곡의 사람 발길 닿지 않는 곳에 자라는 돌단풍






울산 오는 길에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안동 구시장에 들렀다.






유명한 '안동찜닭'을 맛보기 위해서다.






과연 찜닭 골목 답게 한 골목 전체가 찜닭집이다.






주위의 은근한 호객행위를 냉정히 뿌리치고

그 많은 찜닭집 중 우리가 찾아 간 곳은


'유진찜닭'


안동 토박이인 우리 사무실 예쁜이 K 모양의

사전 컨설팅에 의해서다. 





4명이 모자라지 않게 먹으려면 

어떻게 주문해야 하느냐고 써빙 처자에게 물으니

그냥 1마리(25,000원)만 시키면 된단다.


잠시 기다리니 큼직한 접시 한 가득 찜닭이 나온다. 






'참소주' 한 병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다.

과연 짭짤하고 달착지근한 안동찜닭의 맛은

누구라도 좋아할 만 하였다. 

그런데 1마리 만으로는 건장한 사나이 4명이 충분히 먹기엔 

약간 모자라는 듯도 하였다.


나중 알고보니 한마리 반짜리도 주문이 된다고 하더라.







위의 초록색이 이번 산행 경로다.







16.8km, 산행에 3,019킬로칼로리를 소모했다는군.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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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야생화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문득 앵초밭이 궁금해진다.


발코니 바깥을 내다보니

토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가

그칠 기미를 안보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순 없다.


삿갓(야구 모자)에 도롱이(비닐 갑빠) 둘러쓰고

사징기 행장 간단히 챙겨매고 우산까지 받쳐 쓰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으로 뛰어들다.


2015.04.19. 울산, 북구.

Nikon D800




▲ 산책로 초입엔 산벚의 꽃이 별처럼 내려앉았다.




▲ 잔털제비꽃일까? 




▲ 앵초밭에 당도해 보니 만개까진 아직 요원하다.

올해 이 곳의 꽃시계는 왜 이리도 더딘 것인지.




▲ 먼저 핀 한두 송이가 비를 맞고있다.








▲ 굵은 빗방울을 맞고선 고개를 푹 숙여버린 앵초




▲ 천상 일주일은 더 지나야 잔치가 시작될 듯하다




▲ 앵초 옆의 삿갓나물




▲ 새 순이 파릇파릇 나고 있다




▲ 동의나물도 활짝 피었다. 




▲ 군락을 이루진 않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지척간에 두고 사는게 어디냐!




▲ 늦둥이 가지복수초도 여기에선 아직 현역이다.



 

▲ 꿩의바람꽃도 있다.




▲ 아직 못다 진 진달래




▲ 제비꽃 집안의 얼짱, 고깔제비꽃




▲ 도르르 말린 잎이 고깔을 닮았다고 얻은 이름이다.




 솔이끼




▲ 유현(幽玄)한 숲 속의 분위기...




▲ 이 맛에 비 내리는 산길을 걷는 것 아니겠나?




▲ 봉분 위에 핀 꿩의밥




▲ 무덤가엔 애기나리가 쑥쑥 자라나고 있다

가만... 은방울꽃인가?




▲ 산벚 핀 무덤

으스스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하~




▲ 산벚나무




▲ 봉분 위에 자라고 있는 조개나물




▲ 조개나물




▲ 비목나무의 꽃




▲ 솜방망이




▲ 예전엔 '다화개별꽃'으로 불리던 개별꽃도 제철이다.

이 놈을 찍으려다 젖은 산비탈에 주루룩 오지게 미끄러져

온 몸에 진흙 칠갑을 하고 말았다.




▲ 엄청난 산괴불주머니 군락과 조우하다!




▲ 산괴불주머니




▲ 분꽃나무

비에 젖었지만, 특유의 아름다운 향기는 내 무딘 코 끝을 간지럽힌다.




▲ 봄 비에 샤워한 각시붓꽃




▲ 잎이 많이 자란 조개나물




▲ 잎이 짧은 조개나물




▲ 호제비꽃




▲ 애기풀도 있다!




▲ 진달래가 물러가면 철쭉이 다시 산을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언덕 위 주막에서 촌국수 한 그릇에

태화루 막걸리 한 병을 청하여 홀로 마시곤

알딸딸한 기분에 취하여

봄비에 촉촉히 젖은 산길을 휘적휘적 걸어 하산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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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 왔다는, 

그래서 통도사의 아이콘이라 할

 금강계단 석가의 진신사리를 제치고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인기를 온 몸으로 독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른 봄, 요맘때만 만날 수 있는 통도사의 아이돌 스타

영각(影閣) 뜰 앞의 홍매화다.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홍매엔 주위엔

크고 작은 카메라를 저마다 손에 든 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靈山에서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설법을 전하던 바로 그 시절의

그야말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폰카부터 어마무시한 크기의 대포 렌즈를 장착한 프로페셔널 카메라까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은 총 출동한 듯 하였고

지척에 두고 있는 석가 진신사리와 금란가사쯤은 안중에도 없다.


모두들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 매달린 자장매(慈藏梅) 公案을 붙들고

 수도승보다 더 치열하고 진지하고 자세로 용맹정진 하더라.


오늘만큼은 매화가 바로 부처다.


저런 모습을

"범부진사앙천촬매관(凡夫眞士仰天撮梅觀)"이라고 해 볼까나.

이 역시 凡夫들이 해탈에 이르는 한 가지 방법일 터이므로.


그 틈에 끼여 몇 장 날려 보다.


2015.02.14. 통도사, 경남 양산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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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함께 밤 기차로 소백산엘 가다

 

2015. 1. 16 ~ 17

 

소백산, 경북 풍기 / 충북 단양.

 

죽령휴게소 - 제2연화봉 - 연화봉 - 제1연화봉 - 주목군락지 - 천동계곡 - 다리안 


산행 시작 - 04:20

산행 종료 - 13:05

 

Nikon D800 + 16-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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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동천강변을 산책하다


2015. 01.11.

울산, 북구.

Kodak DCS 660c + Tamron RF 350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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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없는 남덕유산 눈꽃 산행


2014. 12. 27.(토)

경남 거창군 서상면.


Nikon D800 + 24-120N



     지난 주 북부 덕유산에 이어 이번엔 남덕유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마침 안내산행을 추진하는 산악회가 있었고, 오랫동안 가 보지 못했던 남덕유산 코스인데다 종일 청명한 날씨가 예보된 터라 망설임 없이 참여하였다. 영각사에서 시작하여 봉황봉(남덕유산)에 올랐다가 월성재를 거쳐 황점마을로 하산하는 전체 8.6km코스다.

 

     이 날 날씨는 늦봄이 연상될 정도로 포근하여서 등로 초입에서부터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기 시작하였다. 걷는 도중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서너 겹으로 입었던 방한의를 하나 둘 벗어 던지기 시작하여 결국 얇은 긴팔 티 하나만을 걸치고 산행하였는데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급기야 정상 부근에선 반팔티 바람의 산꾼도 등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기대했던 눈꽃은? 당연 없다. 눈이 내린지 일주일이 넘었고, 바람 없고 기온 높으니 그나마 있던 눈꽃마저 다 녹아버린 탓이다. 눈꽃은 없었지만 공기가 이를 데 없이 쾌청하여 참으로 오랫만에 상큼 발랄한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어차피 올 겨울, 설산 산행을 두세 번 정도는 더 하려고 한 바여서 이번 눈꽃없는 눈꽃 산행이 그리 아쉽지는 않다.

 

   <눈꽃 없는 남덕유 눈꽃 산행 끝>


 


 

주차장에서 영각공원 지킴터로 향하는 길.


 

함양에서 여기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소요시간 70분.

함양發 : 06:30  07:30  09:30  13:00  15:30  17:00

영각사發 : 07:45  08:55 10:55  14:15  16:45  18:25

안내 : 함양교통(주) (0597)936-3745-6


 

영각사 부도탑


 

영각사 탐방지원센터.

국립공원 레인저가 산객에게 산행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영각사 방면

 

 

땅에만 다져진 눈이 있을 뿐, 눈꽃은 흔적도 없다.


 

정상 1킬로미터를 남기고 철계단 구간이 시작된다

 


철계단을 오르고 있는 산객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다


 

북덕유로 연결되는 능선을 조망하다. 가까이로는 무룡산과 저 멀리 향적봉이 아스라히 보인다.

 

 

남덕유의 정점인 봉황봉까지 이어지는, 악명높은 900미터 철계단 구간이 누워있다 


 

지어진지 오래되어 낡고 좁은 철계단은 산객들이 몰리는 시즌이면 극심한 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상 표지석 뒤로 북덕유로 연결되는 능선이 누워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남쪽으로는 저 멀리 중봉-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흐르는 지리산의 주맥이 한 눈에 보인다.


 

1.2km 떨어진 서봉. 이번 여름엔 이 서봉에 솔나리와 구름체를 만나러 올 예정이다.


 

우측 북덕유로 향하는 주맥을 택한다


 

눈꽃, 없다.

 


삼거리 갈림길. 여기에서 육십령 방향으로 1.2km 진행하면 서봉에 닿는다.


 

사흘 전엔 눈꽃이었을 나무...


 

이 곳에서 황점마을 방향으로 하산하다

 


 

얼어붙었던 계곡이 녹아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흐른다. 봄 보다도 더 봄 같은 풍경이다.

 


 

'달빛 고운' 황점마을에 도착함으로써 오늘 산행 종료.

 

     

(P.S.)

 

남덕유를 밟아 본 것이 삼십년이 다 되어가는 것같다. 과거 미혼 시절 어느 가을 날, 사무실 동료와의 덕유산 2박 3일 종주 때 남덕유를 거쳐 영각사로 하산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열악한 등산화를 신은 탓에 신발 밑창에서 삐져 나온 못에 발바닥을 찔린 데다가 첫 날부터 발에 물집이 생기는 바람에 산행 내내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다. 마지막 날이 개고생의 피크였는데, 삿갓재에서 영각사까지의 하산길은 왜 그리도 길던지... 일종의 가벼운 트라우마랄까, 그 날 이후 남덕유는 내게 너무도 힘든 코스라는 이미지로 고착이 되었는데, 이번 산행을 통하여 그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었다. 너무도 수월한 산행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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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부 덕유산을 다녀오다.


2014. 12. 20(토). 

전북 무주군


Nikon D800 + 24-120N


     

      눈꽃 산행의 계절이 왔다. 최근 서해 부근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설산 눈꽃 산행을 마음에 두고 있던 차에 때마침 지역 산악회에서 덕유산 안내 산행이 있다기에 동참해 보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밤 9~10시경 귀가하는 당일 일정이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47,000원, 곤돌라 비용 포함)에 전세 버스로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 이번 안내 산행의 매력이다. 


     예정대로 새벽 5시 동천체육관을 출발하여 도중 휴게소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무주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이 9시 20분 부근. 불순한 일기 덕분으로 곤돌라 탑승 행렬이 그리 길지 않아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하여 설천봉에 도달하니 9시 50분경.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세찬 바람과 살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눈보라다. 준비했던 갖은 방한 장구로 단단히 무장하고 일행을 따라 남행길에 나서다.




덕유산 최 정점 향적봉(1614m)에 도착하다.

보이는 모든 것이 회색인 가운데 심한 눈보라로 한 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설천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서니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거기에 실린 눈발이 얼굴을 강타하니 노출된 피부는 바늘로 찔린듯 아리다. 일기 예보 대로라면 9시 이후 눈이 멈추고 하늘이 열려야 하는데, 벌써 10시가 넘어가는 시각에도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모든 것이 회색 모노톤으로만 이루어진 그야말로 흑백 세계다. 월백설백천지백!

 



향적봉 대피소가 눈에 파묻힐듯 누워 있다.




오른쪽 목책만이 이 곳이 탐방로임을 말해주고 있다.




남덕유로 향하는 능선을 걷고있는 탐방객들




오수자굴-백련사로 갈라지는 분기점












눈보라를 헤치고 산객들이 남행하고 있다.

 



      

동엽령에 도착한 후에야 하늘이 걷히기 시작한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여기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바람을 피해 능선 동쪽 아래의 눈 쌓인 나무 데크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어 간단히 식사를 하다.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한 잔 마시고 있으니 하늘이 트이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무룡산 방향으로 계속 남행해야 하는데, 산악회의 가이드로부터 전원 안성마을 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는 지침을 통보 받았다. 지금까지 내린 폭설로 탐방로가 전부 묻혔고, 럿셀(눈으로 덮힌 길을 찾아 개척하는 일)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안전 문제를 고려,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날랜 걸음으로 먼저 남행하던 베테랑들도 한 시간 이상 진행하다가 포기하고 되돌아 왔다고 한다.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동엽령 - 무룡산 - 삿갓골재를 거쳐 황점 마을로 하산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이 지점에서 바로 하산해야 하게 되었다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산행의 백미이자 여기까지 왔던 목적이었던 덕유 남북 종주 능선길에 펼쳐진 장쾌한 눈꽃 풍경은 하늘이 너무 늦게 열리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





     안성마을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할 무렵 무터 본격적으로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회색 일색이던 하늘이 파란 배경으로 확 바뀌니 칙칙하게만 보이던 나뭇가지는 일제히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고, 온 숲은 별안간 하얀 꽃 가득한 거대 화원으로 변신한다. 이 광경에 오고가던 산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손 시린 것도 참고 폰으로 이 광경을 담기에 바쁘다. 바람도 잦아 들고 추위도 많이 누그러지니 마음은 아쉽지만 발걸음만은 가벼운 하산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