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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2015.10.31. - 능동산, 쇠점골



딘가로 훌쩍 떠나고싶고, 또 떠나기 좋은 계절이라면 늦가을만한 것이 또 있을까?


어디든 떠나지 않는다면 못내 마음 한 켠이 휑 하니 시릴 것만 같은 계절을 맞아

 쇠점골로 떠나다. 

'훌쩍' 떠난것은 아니다. 만추의 쇠점골은 해마다 찾는 순례지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른 아침, 간단한 행장을 꾸려 짊어지고 약간 쌀쌀해진 공기를 가르며 

가지산 방향으로 차를 휘몰았다.

혼자다.




2015. 10. 31.

울주군 상북면, 밀양시 산내면.











줄발한지 50분, 석남사 입구에 도달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가지산이 우뚝 나타난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적한 도로 한복판에 서서 남부 영남알프스의 연봉을 담아 보다.

사진 왼쪽으로부터 중봉 - 가지산 정상(1,240m) - 쌀바위가 차례로 보이고

앞에 펼쳐진 가지산의 너른 품 깊숙한 곳엔 비구니 사찰인 석남사(石南寺)가 다소곳이 숨어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배냇골로 넘어가는 배냇재가 보이고

왼쪽으로 오두산(824m), 오른쪽엔 오늘 거쳐 갈 능동산(980m)이 자리해 있다.


가지산 터널로 연결되는 신작로를 버리고 석남사쪽으로 방향을 틀어

석남터널 옛 도로로 가다가 터널 직전 가지산관광휴게소 근처에 주차하고

등로 초입을 찾아 산행을 시작하다.








산행 시작 후 5분 정도 올라가니 조망이 탁 트인 능선을 만난다. 

 

소위 '영남알프스'라 회자되는 이 곳 산자락을 무수히 다녔건만

이 루트는 내겐 처음밟는 곳이라 마음이 설렌다.








언양-울산 방향으로 산 그림지가 겹겹이 누워 있고

저 멀리 울산 시내 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의 윤곽이 아스라히 잡힌다.








석남사에서 배냇재를 넘어 배냇골로 향하는 도로도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빛 숲 속에서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북서편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가지산-쌀바위-상운산-귀바위로 이어지는 북부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위 능선에 올라 서니 공룡릉을 연상케 하는 제법 험한 바위 릿지가 누워있다.

설악 공룡릉이 타라노사우르스, 신불 공룡이 벨로시랩터라면

이 곳은 아기공룡 둘리쯤 되려나?








거대한 암벽 틈새에 자라는 소나무
















도중의 평지에서 만난 외로운 무덤엔 아직 마르지 않은 종이컵 술잔이...

고혼에게 한 잔 권한 이는 이 무덤의 후손일까, 아니면 이 곳에서 잠시 쉬던 산객일까?








입석대(立石臺)다.

立石兀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당당히, 안정되게 자리를 잡은 모양새를 보면

 누군가가 일부러 세우기라도 한 듯하다.








입석대를 지나니 또 다른 입석이 산객을 맞는다.








 
















점점 멀어지는 입석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법 된 삐알을 한동안 오르다 보니 

어느 새 능동-가지산 라인의 능선에 도달하였다.

누군가가 입석봉이라고 명명하였고, 돌무더기 위에 소박한 표지석을 새겨 세워 놓았다.

능동산으로 가기 위하여 여기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유순한 길을 얼마간 가볍게 걷다보면 이런 멋들어진 소나무를 만난다.








배냇재에서 올라오는 등로 갈림길에 도착하다.








능동산 삼거리.

왼편은 가지산, 오른편은 배냇재, 뒤로 200m 진행하면 능동산 정상이다.








능동산 정상부에 도착. 잠시 목을 축이고 출발.








계속 직진하면 천황산(사자봉)으로 연결된다.

쇠점골로 내려가려면 여기서 오른쪽으로 난 희미한 길의 흔적을 잘 찿아야 한다.

노란색 리본 방향으로 희미한 오솔길이 있는데

낙엽에 덮혀 놓치기 십상이다.








쇠점골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그리 위험한 곳은 없다.

능선을 약간 벗어나면 길도 비교적 또렷한 편이어서 길 잃을 우려도 거의 없다.

다만, 땅에 쌓인 햇낙엽이 매우 미끄러워 낙상에 주의하여야 한다.


하산 도중 두 번이나 오지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약 20분 가량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가지산 터널 환풍 시설을 만난다.

이 시설은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매우 규모가 커 내심 놀랐다. 








쇠점골에 도달하다. 

올해 가뭄이 심하여 수량이 형편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며칠 전에 내린 비 덕분인지, 계곡이 완전히 마르진 않아 그런 대로 계곡의 명백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계곡 상류 방향으로 우회전해야 하지만 

계곡 아래로 내려 가 백연사(白淵寺)와 호박소호를 보고 되돌아 오기로 했다. 









곱게 물든 단풍이 역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야생화가 다 져버린 가을엔 잎사귀가 꽃으로 피어난다.








霜葉紅於二月花라 했던 옛 사람의 뜻은 결코 수사적 과장이 아니었다.

무수한 단풍잎 하나하나에 모두 붉고 노란 등불을 켜 둔 듯하다.








가을 햇살 가득 내려앉은 백연사의 뒤란








호박소는 이제 목책을 둘러 쳐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놓았다. 하지만,

어딜 가나 울타리를 뛰어 넘어 금단의 땅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꼭 있다.









유난했던 올해의 가뭄에 대부분의 단풍잎이 붉게 물들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지만

이렇게 싱싱하게 견뎌 준 녀석들이 참으로 기특하다. 









쇠점골은 전체가 통바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특별히 평평하고 너른 바위가 노출된 이 곳을 "오천평 반석"이라고 한다.
















오천평 반석








가지산과 능동산이 만나 형성된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한 계곡 물은

이렇게 곳곳에 깊은 소(沼)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폭포
























장노출 놀이도 해 보다.








계곡물에 풍덩 빠진 만추 
















그냥 저 낙엽위에 드러누워 잠들고 싶다.








































내년에도 또 올 수 있을까?








쇠점골을 다 빠져나와 다시 석남터날 입구에 도착하다.








주차해 두었던 원점 가지산 휴게소로 회귀하다.

주차장에서 능선을 올려다 보면 초입에 만났던 입석대가 눈 앞이다.






(산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