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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물매화를 찾아서 (2013. 9. 22.)




여러 꽃 사이트에 물매화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한다.

물매화의 계절이 온 것이다.


작년 폴더를 뒤져보니 10월 12일 문수산 자락에서 찍은 것이 있는데,

아마도 고산엔 이보다 훨씬 일찍 피는 모양.


이 순간에도 물매화가 피고 또 지고 있는데 그냥 있을 순 없다.

"물매화 애호가"인 인근의 K兄에게 연락하고

사무실의 두 K님들을 규합하여 물매화맞이를 나서다.


2013. 9. 22. 울산 근교.


Kodak DCS 14nx + Nikon D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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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30분, 집으로 찾아 온 K형의 승용차를 타고

도중에 두 K님을 픽업하여 C산으로 차를 몰았다.

산자락의 한 식당에서 마수걸이로 산채비빔밥을 먹고

그 곳에 당도하니 채 9시가 안되었는데

빽빽한 억새숲 사이로 물매화가 앞다투어 올라 와 

바람에 하늘거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침묵 모드로 들어간다.

배낭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꺼내들고 결합하여

네모 프레임 속에 저 자태를 담아본다.


말이 필요없는 순간이다.

오로지 물매화와의 대화만 있을 뿐.







 

저마다의 물매화 앞에 철푸덕 엎드려  

한없이 자세를 낮추고 미동도 없이 무념무상,

단 하나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오체투지(五體投地)중인 구도자의 경건함마저 묻어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초점을 맞추기 어려울 때 쯤에야
비로소 우린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먼 산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여
초점을 맞추느라 부릅떴던 눈의 긴장을 푼다. 




  



찔끔 흘렸던 눈물을 닦아내고선 다시 네게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렌즈를 통해서가 아닌 생눈으로 보이는 네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너를 만난다.









1년만의 해후다!









시간이 흘러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되자

꽃술에 빨간 입술연지를 찍어바른 

"립스틱 물매화"도 눈에 들어온다.









"립스틱 물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