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한여름의 가지산 - 솔나리를 찾아서 1부 (찬조 : 말나리 등)







초복도 지나고, 중복을 사흘 앞둔, 그야말로 한여름이다.

분명 장마철인데, 비 구경한지가 일주일이나 됐나? 


집중호우가 연일 중/북부지방을 강타하고 있다는 뉴스가 시시각각 들리는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 동네엔 폭우는 고사하고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마저 실종된 불볕더위니, 참 희안한 장마다.


요즘같이 더울 때면 늘 생각나는 야생화가 있다.

그것은 그 자태를 상상만 하여도 마음이 설레어 오는 

내 연인같은 꽃, 바로 솔나리.


이번 주가 지나면, 아마도 일년을 또 기다려야 할 듯하여

화류계(?) 동지들이 다시 뭉쳤다.


솔나리는 해발 1,000 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자라며, 

여름의 피크인 중복을 전후하여 꽃을 피운다.

찜통 더위 속에서 고된 산행의 땀을 댓가로 치르지 않는다면

솔나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관념 속의 연인으로만 머물 뿐이다. 


이른 아침, 행장을 꾸려 짊어지고,

폭염 내리 쏟아지는 뜨거운 북부순환도로로 나서다.


자, 떠나자, 솔나리를 찾아서.




2013. 7. 20. 가지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언양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터미널 옆 재래시장에서 약간의 간식거리를 장만한 후에

 9시발 청도행 시외버스에 오른다.

의외로 이 버스편을 이용하는 산객들이 많아

거의 만석이다. 운문령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산객으로서,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등산로를 택하는 것이 정석인데,

등산로를 버리고, 콘크리트가 씌어진 임도를 택하였다.

시간 절약을 위해 약간의 자존심을 꺾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등골나물과 왕나비)


임도변 풀섶에 핀 꽃 사이를 활보하는 왕나비를 만났기 때문이다!










[큰까지수염(큰까치수염)과 왕나비]


왕나비는 따스한 곳에 서식하는 남방계 나비인데,

제주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이 되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유일한 나비 종이다.











왕나비는 유충 시절 박주가리과의 독성을 띤 유액이 있는 식물만을 먹이로 하여

몸에 독성 물질을 축적하기 때문에 천적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스스로를 보존해 나간다고 한다.










일단 우화(羽化)하여 번데기에서 탈출, 성충이 되면

하루에 약 100km정도를 날아서 이동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성충이 된 왕나비가 내륙으로 날아와서 서식하는데,

멀리는 태백산 등 중부지방에서까지 관찰된다.








 


그러나 다시 제주도로 귀환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가끔 외국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모나크왕나비"와는 

아마도 4촌뻘 쯤 될 것이다. 

펼쳤을 때, 10cm는 족히 되는 큰 몸집과

몸통의 얼룩무늬 패턴 등의 생김새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모나크 왕나비는 멕시코에서 성충이 된 후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1,000km 이상을 날아가는데,

이 때 북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나비떼의 어지러운 군무가 아주 환상이다!)


어쨌든,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왕나비와의 조우는 

이번 탐화행의 특별 부록으로 손색이 없다.

 능선길 등산로를 택했다면 아마도 이 만남은 없었으리라.









상운산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땀도 식힐 겸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오른편 시원해 보이는 숲 속으로 들어가니, 여긴 말나리의 세상이 열려 있었다! 









말나리는 아마도 나리 종류 중 유일하게 꽃의 모양이 상하 비대칭이다.

주황색 꽃잎이 옆을 보고 있는데, 하늘을 보고 있다면

"하늘말나리"이다.


말나리를 담고 나서, 말나리 바로 옆에서 우린 K兄이 준비해 온 

"막걸리샤베트"로 범벅된 땀과 갈증을 달래었다.


막걸리샤베트란 냉동실에서 하룻밤 꽁꽁 얼린 막걸리를 배낭에 넣어 오면

산행 도중 자연스럽게 녹아 얼음이 가슬사슬한 샤벳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컵에 따라서 주욱 들이키면 으허,.... 그 맛이 환상이다!


입 안에서 목구멍으로, 식도를 시리도록 얼얼하게 훑어 내리며 

마침내 위장에 도달하는 그 "쿨"한 여정을 몸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는데,

차가운 냉기와 적절한 알콜의 그 오묘한 조화란!


먹어 보지 못한 가련한 중생들에게 자비 있으라~





  



그늘 속에서 [산수국]이 더위를 피하고 있네?







 


쌀바위의 [자주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가지산 정상을 약 700m 남긴 곳에서 첫 [솔나리]와 조우하였다.

흉내내기 힘든 저 연분홍 색감이란!








가지산 정상 부근에서 혼자 피는 [여로]도 만나고









말나리와 어우러져 함께 사는 여로도 만나다.









직벽에 뭉쳐 피는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 정상부근 (1)









[바위채송화] - 정상부근(2)









[큰뱀무] - 정상부근







자, 이제 솔나리를 만나러 갈 차례이다!







한여름의 가지산 - 솔나리를 찾아서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