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473)
박쥐나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꽃쟁이로서는 좀 애매한 계절일 것입니다. 봄꽃은 거의 다 지나갔고 여름꽃은 아직 일러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에나 가야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는, 꽃 보릿고개라고나 할까요? 그런 와중에서도 이 시기 우리 갈증을 달래주는 몇 안되는 꽃이 바로 박쥐나무입니다. 박쥐나무는 활엽수가 많은 반 건조지대의 그늘진 야산자락에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꽃의 형태와 색이 특이하고 우아하게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국생종(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상 박쥐나무는 층층나무科 박쥐나무屬에 속해 있고 학명은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입니다. '박쥐나무'라는 국명(國..
단풍박쥐나무 + 박쥐나무 국생종(국가 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사이트의 단풍박쥐나무 항목을 보면 서식지를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일본 / 한국(경기도 수원시; 강원도 강릉시; 충청북도 제천시; 충청남도 예산군;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북도 영덕군; 경상남도 남해군, 산청군, 함양군; 부산시 금정구)" 며칠 전 박쥐나무를 보러 갔던 그 곳을 다시 갔다가 뜻밖에도 단풍박쥐나무를 발견하였다. 이전 포스팅에서 야사모의 갈레베님의 10년 전 사진을 인용한 바 있고 이것이 울산 근교에서 담은 것임은 짐작했지만 상세 위치는 몰랐던 터라 이 우연한 발견에 작은 흥분마저 느껴졌다. 이제 국생종의 서식지 리스트에 '울산광역시 북구'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단풍박쥐나무는 박쥐나무의 원종이라 알려져 있다.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10 - 앵초 "앵초 꽃은 얼핏 보면 모두 같은 모양이지만 암술이 수술보다 더 긴 종류와 그 반대의 경우 두 종류로 나뉜다. 긴 수술은 긴 암술과, 짧은 수술은 짧은 암술과 수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길이가 다른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는 한 꽃 안에서는 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윈은 이것이 자가수분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한 흔적이라고 추측했다. 자가수분이 계속되는 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생존에 불리하다. 다윈은 자서전에 “앵초의 진화를 이해했던것 만큼 기뻤던 적은 없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다윈 이후의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앵초의 수술과 암술의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위 따옴표 내의 내용은 2016년 12월 4일 "동아사이언스"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윈은 생전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을..
은방울꽃 매년 오월이면 어린이날을 전후하여 늘 들르는 우리 동네의 야산이 있습니다. 이 시기, 엄청난 군락을 형성하는 은방울꽃 서식지입니다. 접근성도 매우 좋아 차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만 산책길을 걸으면 곧바로 은방울꽃 왕국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찾아가면 끝없이 빽빽한 그 규모에 먼저 압도당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그 알 듯 모를 듯 대책 없는 아련한 향기에 정신마저 빼앗길 지경입니다. 그 앙증맞게 예쁜 자태를 한 번 담아보겠다고 사진기를 들이댈라치면 도대체 어느 것부터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 혼란스러운 것은 덤이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이런 저런 고심 끝에 겨우 몇 컷 담아 와서 컴퓨터 화면으로 리뷰해 보는 순간, 본인 사진 솜씨의 허접함에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9 - 설앵초 설앵초가 필 때가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막연히 떠올랐지만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올 봄의 꽃시계탓에 산행 날짜를 잡지 못하고 차일 피일 시간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꽃친구로부터 올해도 설앵초 맞이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지요. 야생화 사이트 몇 곳을 검색해 보니 여기저기에서 설앵초 사진이 등록되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화급히 약속을 잡고 그 곳을 올랐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안전하고 수월한 루트로 산행해서 예년에 비해 체력 소모는 훨씬 덜했지만 아뿔싸, 너무 늦었군요. 이미 대부분 지고 있는 중이었어요. 일주일쯤 전에 왔었어야 했네요. 개체 수가 작년에 비해 눈에 띄일 정도로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어요. 시든기가 역력한데다가 무슨 바람은 ..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8 - 애기송이풀 애기송이풀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개성에서 첫 발견된 이후 경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분포가 넓은 것 같지만 개체군이 극히 적고(전국적으로 약 10개체군, 10,000 개체 정도만 자생) 각종 채취꾼, 행락객들에 의한 훼손이 심화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분류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애기송이풀은 작년에 첫 대면 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갔는데, 때마침 만개시점이라 싱싱한 상태의 전초를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서식 장소는 두 명이 동시에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곳이어서 행여 조금이라도 이들을 밟을세라 각별한 신경을 써야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애기송이풀 옆의 작은 공간을 얼마나..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7 - 남바람꽃 이번 남바람꽃 탐방은 반구정을 처음 지으신 함안조씨 두암공의 직계 후손이자 현재 반구정을 관리하고 계신 조선생님과의 작은 인연으로, 평소 일반 꽃객들은 출입할 수 없는 내밀한 곳까지 돌아볼 수 귀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년 블로그 글, "남바람꽃과 반구정" 참조 : http://eastream.tistory.com/494) 덕분에 우린 많은 군락이 있는 계곡 아래까지 내려 가 두 시간여를 여유있게 남바람꽃과 놀았는데, 한 가지 작은 아쉬움은 올해 봄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했던 탓에 꽃의 만개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여 수많은 봉오리들이 채 개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가당찮은 욕심에 불과한 것임을 우리도 알고 있지요. 남바람꽃 군락의 적절한 보존을 담보하면서도 더..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6 - 얼레지 얼레지 -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삼월 말의 봄 산을 대표하는 꽃. (끝)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5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은 개화 기간이 짧고 온도나 햇볕 등 기후에 매우 예민하여 제대로 핀 아이들을 만나려면 시기와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때문에 근래 삼년 정도를 만족스런 만남을 가지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어느 "택일擇日의 달인"의 도움을 입어 제때, 제대로 핀 만주바람꽃을 만날 수 있었다. 만주바람꽃은 우리가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꽃 종류 중 가장 작은 꽃일 것이지만 또한 아마도 가장 예쁜 꽃일 것이다. 봉오리를 갓 연 직후 싱싱한 꽃부리와 그 속의 샛노란 꽃술의 조합은 저절로 탄식이 날 정도로 앙징맞고 예쁘다. 역광에 잎맥이 선명하게 투영된 잎사귀는 또 꽃만큼이나 예쁘다. 워낙 변덕스러웠던 올 초봄 기후 탓이었는지 예년에 비해 개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보여 매우 안타까왔지만, 몇 안되는 녀..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4 - 노루귀(청보라색) 오래 전, 지인의 도움으로 청보라색 노루귀 서식지를 난생 처음 찾아 가게 되었는데, 달랑 한 송이 노루귀를 발견하고는 어린아이처럼 환호하던 기억이 새롭다. 들꽃에 관심을 둔 이후 비교적 흔한 백색이나 분홍색만 봐 오다가 청보라색 노루귀를 만나고 싶어 안달하기를 수삼 년만에 드디어 만났던 것이다. 요즘 노루귀 시즌엔 그곳보다 더 접근성이 좋고 서식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가게 되지만 그래도 첫 만남의 그 장소가 늘 궁금하고 그립다. 흰색, 분홍색 노루귀에 비해 서식지가 제한되어 있고, 독특한 색감으로 인해 뭇 사진가들이 선망하는 꽃이어서 개화기가 되면 엄청나게 몰려드는 화객들의 발길에 수난을 당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 미인박명이라더니... 저런 색감이 나오는 것은 서식지 토양의 특정 성분(아마 석회질?)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