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박쥐나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꽃쟁이로서는 좀 애매한 계절일 것입니다. 봄꽃은 거의 다 지나갔고 여름꽃은 아직 일러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에나 가야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는, 꽃 보릿고개라고나 할까요? 그런 와중에서도 이 시기 우리 갈증을 달래주는 몇 안되는 꽃이 바로 박쥐나무입니다. 박쥐나무는 활엽수가 많은 반 건조지대의 그늘진 야산자락에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꽃의 형태와 색이 특이하고 우아하게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국생종(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상 박쥐나무는 층층나무科 박쥐나무屬에 속해 있고 학명은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입니다. '박쥐나무'라는 국명(國名)은 잎의 생김새가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데서 온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학명에서 보듯 변종임을 나타내는 'var. trilobum'이 붙어 있는데, 원종(原種)은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Siebold & Zucc.) Harms이군요. 잎이 박쥐나무와 달리 단풍나무처럼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박쥐나무가 전국에 분포하는데 비해 서식처가 제한되어 있어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종은 아닌가 봅니다.

 

단풍박쥐나무 (출처 : 야사모/갈레베님)
※ 잎의 생김새가 박쥐나물과 뚜렷이 구별된다


     박쥐나무屬을 뜻하는 속명 Alanguim은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케랄라(Kerala)주의 공용어인 말라얄람(Malayalam)語 'Alangi'를 라틴식으로 표기한 것이고, 종소명 plantanifolium은 '플라타너스(platanus)' 및 잎을 뜻하는 라틴어 'folium'이 결합한 것입니다. 즉 '플라타너스 잎을 가진 박쥐나무屬'라는 의미가 되는데, 실제 박쥐나무의 잎과 플라타너스의 잎은 많이 닮았죠?

     학명에 달린 'var. trilobum'은 tri(=three) + lobum(=lobatus)인데 이는 잎이 3조각으로 갈라지는 변종이라는 뜻이겠고 명명자 Ohwi는 일본의 식물분류학자인 오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郎 : 1905-1977)입니다.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서양에서의 박쥐는 마녀와 함께 밤에 활동하는 악마 혹은 이중성을 지닌 기회주의자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등 대체로 인식이 좋지 않은 반면, 동양에서는 다산과 복을 가져다 주는 길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옛 장롱이나 궤짝 등에서 박쥐를 모티브로 한 전통 문양 장식을 흔히 접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박쥐나무의 꽃도 옛 여인들의 의복을 맵시있게 장식하던 노리개를 많이 닮지 않았나요? 설마 박쥐나무의 꽃이 옛 사람들이 노리개를 디자인하는데 영감을 주었을까요?

박쥐문
출처 : 네이버백과(전통문양/동물문)

 

 

전통 원당초 꽃술노리개
출처 : 팔복상회(053-981-3891)

 

▒ ▒ ▒ ▒ ▒ ▒ ▒ ▒ ▒ ▒ ▒ ▒ ▒ ▒

 

다음은 인근에서 최근 만났던 박쥐나무입니다.
(몇 안되는 모델 우려먹기)

 

    ※ PC에서는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확대가 안되는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