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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2016.01.31. - 가지산 능선에 펼쳐진 수정궁(水晶宮)을 거닐다 (사진 50매. 트래픽 주의!)




올핸 눈 가뭄을 맞았다. 

적어도 남쪽지방은 그렇다.

사무실의 산행 동료들과 설산행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설악산에도, 덕유산에도, 소백산에도

종내 눈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 토요일 말이다.

평일 눈은 직장에 매인 

우리같은 有情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니까.


올핸 결국 눈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이대로 지나가는가 했는데

영남알프스 자락에 눈이 내렸단다.

거짓말처럼...


짐 싸짊어 지고, 가지산을 향해서

새벽바람 맞으며 달렸다.

혼자다.





2016.01.31.

가지산.















KTX 리무진버스 종점의 일식 분식점에서

돈코츠 라멘으로 아침밥을 대신하다.


아침부터 돼지 기름 둥둥 떠 다니는 걸쭉한 국물이라니,

남들이 보면 참 비위도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저 돼지 지방의 느끼함이

스태미너가 되어 힘을 보태 줄 것만 같아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 든다.






석남사 입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







6.25 공비 토벌탑 오른쪽의 오솔길이 산행 기점이다.







한 이십여 분을 걸으니 본격적인 눈을 만난다.








나뭇가지마다 투명하고 두터운 얼음옷을 입고 있다.

雪花가 아닌 氷花 현상이다.


나뭇가지에 들러붙은 눈이나 서리가

온도가 상승하여 녹고 있는 상태에서 

온도가 빙점 이하로 떨어지면 그대로 얼어붙는데

공기중의 수분이 계속 나무에 붙어 얼면서

점점 얼음 코팅층이 투터워지는 현상이다.


이런 기상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빙화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리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설화를 보러 왔다가 뜻하지 않게

빙화대를 만나니, 대박이 아닐 수 없다.















두텁고 투명한 얼음 코팅을 한 나뭇가지는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가지끼리 부딛혀

다다다닥 하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낸다.

그럴 때마다 우수수 낙하하는 얼음 파편.


얼음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그대로 부러지는 가지들도 부지기수다.







기온이 빙점 이상으로 잠깐 오르면 

얼음이 살짝 녹아 흐르는데

또 다시 빙점 이하로  떨어지면서

녹았던 물이 얼음땡을 만난 듯 고드름으로 픽스된다.
















가지, 가지마다 감싸고 있는 저 차가운 얼음층은

너무도 투명하고 영롱하여

마치 수정으로 된 궁전을 산자락에 펼쳐놓은 듯하였다. 


여기에 햇살이 살짝 비치니 산자락은 온통

루미나리에 축전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빙화 뒤 저 멀리 가지산 정상과

쌀바위, 귀바위로 연결되는 능선이 누워 있다.





























석남사대피소











































가지산 산행 35년에 

이렇게 많은 인파를 만나긴 처음이다.

중봉 진입로 병목 코스엔 교통체증마저 발생하다.


길이 풀리기를 대기 중인 산객들.







가지산 정상과 그 근처에 포진한

수많은 산객들.








중봉에서 본 가지산 정상부.







빙화, 빙화, ...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다.

저 앞에 거쳐 왔던 중봉이 보인다.








빙화 위에 눈가루가 달라붙어

사슴 뿔 혹은 산호 형상으로

매우 두터운 설화가 형성되었다.








가지산 정상의 대피소 겸 매점







정성에 서서 서편, 운문사 방향 조망하다.














헉 자장구다.....







1240미터의 산에 그것도 눈 쌓인 설산에

자...자장구라니!

대/다/나/다 !


특이한 것은

사람이 자전거를 탄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사람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억새도 얼음 코팅을 면할 순 없다.

황금색 얼음 억새!






















멀리서 본 수정궁







쌀바위 정상부















쌀바위 대피소에서 견공이

자리세를 걷으러 등산객 사이를 돌아다닌다.















운문령으로 이어지는 임도







임도 중간에 탈출하여 

최단 거리로 석남사에 도달하는 루트를 선택하다.


 





1시간 40분가량 가파르고 지루한 길을 내려오면

석남사에 도착한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원점으로 회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