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신불산으로 5월 초의 야생화 트레킹을 나서다.
야생화 트레킹이라 썼지만, 실은 지난 주 20% 부족했던
설앵초의 아쉬움을 채우고자 지난 주 왔던 장소를
5일만에 다시 온 것이다.
이번엔 그 험했던 금강폭포 루트를 버리고
오랜만에 신불 공룡릉을 밟아 보기로 했다.
신불산 복합웰컴센터 - 홍류폭포 - 신불공룡릉 -
신불산 -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에 올랐다가
다시 신불산으로 돌아와서 간월재를 거쳐
원점인 복합웰컴센터로 회귀하는 여정을 택했다.
05시 05분에 출발하는 울산역행 KTX 리무진 버스를 타고
울산역에 도착하여 구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다.
06:40분에 출발하는 복합웰컴센터행 시내버스로 환승,
목적지에 도착하니 일곱시가 약간 넘는다.
이른 산행이어서 시간이 넉넉하니 마음도 가볍다.
2016.05.05. 신불-영축산.
with Kodak DCS 14n
(사진을 클릭하면 약간 커짐)
약 1시간 걸려 울산역 도착.
驛舍 현관 앞 고래 조형물에
방금 떠오른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구내 식당에서 쇠고기국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바깥으로 나오니
때마침 308번 버스가 도착하여 바로 환승하다.
25분 가량 걸려 종점인 복합웰컴센터에 도착하다.
작년에 멀찍이서 공사 중인 현장만 봤는데
그 새 제법 규모있고 깔끔한 시설로 완공되었다.
왼편 국제클라이밍센터의 암장엔 새벽부터 클라이머들이
인공 암벽을 타 오르고 있다.
물론 인형이다.
오른편에 보이는 화장실 건물은
예전 간월산장이 있던 바로 그 위치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엔 맑고 시원한 물이 넘친다.
시간이 넉넉하여 계곡 장노출 샷도 찍어 보다.
요란한 물소리로 홍류폭포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엔 찔끔찔끔 떨어지던 물줄기가 굵어지니
올 봄에 자주 내린 비덕분에 폭포로서의 체면 치레를 할 수 있게 됐다.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저 물줄기를 맞고싶다.
본격적으로 등로에 접어들다.
곳곳에 이런 로프 구간이 있어 위험하긴 하지만
금강폭포 루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고
그나마 대부분 바로 옆에 우회로가 있어
성질 급하거나 모험심 강한 사람만 이용한다.
제법 경사가 가팔라 숨이 턱턱 찬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마간을 올라가면 능선에 도달.
자수정동굴 테마파크에서 시작되는 등로와 합류한다.
조망이 트이고 오른쪽으로 간월재와 간월산이 보인다.
가장 긴 로프 코스이다.
거의 60도 정도 되는 길다란 암반 슬랩에 밧줄이 드리워 있다.
밧줄을 가랑이 사이에 놓고, 봍잡아 당겨 올라가면
제법 재미있다. 물론 모험 싫어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우회 등로도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삼각형 모서리 날 부분이 등로다.
저 멀리 부부인 듯한 산객 2명이 마치 작두날을 타듯
공룡릉을 아슬아슬 타 넘고 있다.
공룡 등뼈 위에 왼쪽 발을 내디뎌 본다.
양 옆으로 펼쳐진 아득한 벼랑이 제법 오금을 저리게 한다.
지나 온 칼바위능선을 되돌아 보다.
전설의 금개구리가 폴짝 뛰어 나올 것 같은
작은 물웅덩이가 바위 위에 패여 있고
요새 내린 빗물이 물이 괴어 있다.
신불산정(1,154m)에 도달하다
간단히 간식 후 저 앞에 보이는 영축산으로 향하다.
데크 계단 아래 첫 설앵초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담아 보다
이 루트에는 억새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억새만의 천국이었던 이 곳에 차츰 작은 나무들 늘어나면서
억새들이 설 땅을 잃으며 억새길로서의 명성이 퇴색할 조짐을 보이자
급기야 당국에서 칼을 빼 든 것이다.
인부들이 관목을 베어 낸 장소에 억새를 심고 있다.
나무를 베어 낸 자리에 심을 억새 모종이 가득 부려져 있다.
가천 방향을 조망하다.
등로 주변에 심심찮게 설앵초가 보인다.
절정기가 3~4일 정도 지난 듯,
전반적으로 시들어 가는 모습의 설앵초 중에서
가장 싱싱한 녀석을 담아보다.
오늘의 대박 모델을 만나다!
이런 엄청난 무더기가 있었다니!
늘 함께 하는 꽃친구들이 오늘따라 아무도 없이
이 순간, 나 홀로 이녀석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저 설앵초 곁에 홀로 앉아
둘 만의 대화를 나누며 한참을 노닐다.
아, 이 은밀한 기쁨을 누가 알아 주리요.
올해 설앵초는 이것으로 졸업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근접샷을 하나 담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다.
이래쪽엔 이미 다 져버린 철쭉이 여긴 한창이다.
게다가 색깔이 상당히 진하고 곱다.
저 멀리 보이는 두 봉우리는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
철쭉, 고추나무와 더불어 쇠물푸레나무가
이 시기의 대세다.
한 습지에 동의나물, 숙은처녀치마, 설앵초가
함께 어우러져 서식하고 있다.
동의나물
약간 철 지난 설앵초, ??고랭이, 양지꽃.
도랑 옆의 동의나물
설앵초 퇴장과 더불어
숙은처녀치마가 그 시절을 이어받는다.
처녀치마는 잎이 매우 길다란데 비하여
숙은처녀치마의 잎은 상당히 짧다.
그래서 미니스커트 처녀치마라 놀려(?) 부른다.
숙은처녀치마
저 아래 간월재가 멀지 않다.
하산 길에도 무수히 만나게 되는 설앵초 군락.
역시 시기를 약간 놓쳤다.
조금 싱싱한 아이를 담아 보다.
하산길 나무 데크 옆에 핀 양지꽃 군락
간월재까지 거의 다 내려왔다.
비비추 밭에 미나리아재비가 먼저 자리잡고 피었다.
이후 빠른 걸음으로 하산.
설앵초는 약간 늦었고
숙은처녀치마는 약간 일렀지만
만족스러웠던 트레킹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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