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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채송화 초여름인 이맘때쯤 돌이 많은 악산(岳山)을 걸는 도중 바위 표면을 뒤덮고 있는 노란 꽃무리를 만나게 된다면, 이들은 대개 바위채송화일것입니다. 바위채송화는 건조한 환경에 대단히 강해서 웬만한 가뭄쯤은 거뜬히 견딘다고 합니다. 주변의 이끼마저 姑死하는 심한 가뭄 속에서도 지상부만 바싹 마른 채 숨 죽이고 있다가 비가 내리면 금세 습기를 머금고 살아나 꽃을 급속도로 피운다고 하지요. 조망이 툭 트인 능선부의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뒤범벅된 땀을 시원한 바람으로 식히면서 바로 곁에 활짝 핀 바위채송화를 감상하는 것도 이른 여름 산행에서 맛보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바위채송화(Sedum polytrichoides Helsl.)은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송화와는 계보가 다른 식물입니다. 바위채송화는 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가 보니 ... '백두대간수목원'에 함께 가 보지 않겠느냐는 꽃모임 선배의 전화를 받고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꽃쟁이의 생리 상 화원에서 인위적으로 가꾸는 화초는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 심리를 간파하기라도 한 듯 선배께서는 백두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북방계나 고산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을 덧붙이네요. 그 말씀에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바로 오케이! 사실 백두대간식물원은 처음 듣는터라 잠깐 검색해 보니 최근 개원한 국립수목원이군요. 경북 봉화군의 한 산골짝에 주민들을 이주시킨 후 사업비 2천 2백억을 들여 7년간의 공사끝에 지난 5월 3일 오픈하였다고 합니다. 넓이도 무려 5,179헥타르(=1,567만평)에 달하고요. 광릉 국립수목원에 이은 2번째의 산림청 직할(?) ..
좀끈끈이주걱(미기록종), 끈끈이귀개, 쥐꼬리풀 좀끈끈이주걱 Drosera rotundifolia 의 존재를 알게된지 이틀만에 직접 대면까지 하는 행운을 누린 것은 어느 귀인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원래 한 키 하는 끈끈이주걱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과시라도 하듯, 전초의 모습에 비해 키가 무척 큽니다. 저 길다랗고 가녀린 꽃대가 그 꼭대기에 매달린 꽃을 어찌 감당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때문에 알 듯 모를 듯 살랑이는 미풍에도 어찌나 꽃이 증폭되어 흔들리는지 증명사진을 담는데 무척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또 체형의 밸런스가 저렇다 보니 전초 담기가 난감함은 덤입니다. 붉은 계열의 꽃 색감이 저렇게 오묘한 것음 처음 봅니다. 크림슨에 바이올렛 레드를 섞어 밝은 조명을 역광으로 투사한 색? 투명하면서 진득한 저 붉은 색의 유혹에 무심할 수 ..
백양더부살이, 뻐꾹채 지난 5월 17일, 중앙일보 사회면의 한 구석에 "70년만에 모습 드러낸 백양더부살이" 라는 제목으로 작은 기사(
노루발 꽃쟁이들이 싫어하는 나무가 있다면 아마도 소나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입니다. 소나무는 일단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여 군집을 형성하면 서로 협력하여 다른 식물을 말려 죽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식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타 식물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현상을 타감작용(他感作用)이라 하는데, 여타 식물들도 타감작용을 하지만 소나무는 상당히 강하여 특히 여린 풀꽃들이 살 수가 없으니 야생화 애호가들이 솔밭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지요. 소나무는 뿌리에서 갈로탄닌(gallotannin)이라는 산성 물질을 내뿜어 타 식물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지만, 그런 솔밭에서도 버젓이 자리잡고 사는 식물이 노루발, 매화노루발 등입니다. 아마도 갈로탄닌에 대한 면역력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어쨌..
소백산 야생화 트레킹 ○ 밤기차를 타고 가는 초여름의 소백산○ 죽령휴게소-연화봉-천동골-다리안○ 쥐오줌풀, 큰앵초, 큰애기나리, 터리풀, 미나리아재비, 철쭉, 두루미꽃, 감자난초, 은방울꽃, 산마늘, 연령초, 구슬댕댕이, 백당나무, 붉은인가목, 산조팝나무, 풀솜대, 회나무, 꽃쥐손이, 물참대, 할미밀망?, 개다래, 금괭이눈(씨방), 나도제비란(씨방), 짝자래나무, 함박꽃, ?버섯, 국화방망이 (게재순, 중복 제외) (끝)
박쥐나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꽃쟁이로서는 좀 애매한 계절일 것입니다. 봄꽃은 거의 다 지나갔고 여름꽃은 아직 일러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에나 가야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는, 꽃 보릿고개라고나 할까요? 그런 와중에서도 이 시기 우리 갈증을 달래주는 몇 안되는 꽃이 바로 박쥐나무입니다. 박쥐나무는 활엽수가 많은 반 건조지대의 그늘진 야산자락에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꽃의 형태와 색이 특이하고 우아하게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국생종(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상 박쥐나무는 층층나무科 박쥐나무屬에 속해 있고 학명은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입니다. '박쥐나무'라는 국명(國..
단풍박쥐나무 + 박쥐나무 국생종(국가 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사이트의 단풍박쥐나무 항목을 보면 서식지를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일본 / 한국(경기도 수원시; 강원도 강릉시; 충청북도 제천시; 충청남도 예산군;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북도 영덕군; 경상남도 남해군, 산청군, 함양군; 부산시 금정구)" 며칠 전 박쥐나무를 보러 갔던 그 곳을 다시 갔다가 뜻밖에도 단풍박쥐나무를 발견하였다. 이전 포스팅에서 야사모의 갈레베님의 10년 전 사진을 인용한 바 있고 이것이 울산 근교에서 담은 것임은 짐작했지만 상세 위치는 몰랐던 터라 이 우연한 발견에 작은 흥분마저 느껴졌다. 이제 국생종의 서식지 리스트에 '울산광역시 북구'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단풍박쥐나무는 박쥐나무의 원종이라 알려져 있다.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10 - 앵초 "앵초 꽃은 얼핏 보면 모두 같은 모양이지만 암술이 수술보다 더 긴 종류와 그 반대의 경우 두 종류로 나뉜다. 긴 수술은 긴 암술과, 짧은 수술은 짧은 암술과 수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길이가 다른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는 한 꽃 안에서는 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윈은 이것이 자가수분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한 흔적이라고 추측했다. 자가수분이 계속되는 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생존에 불리하다. 다윈은 자서전에 “앵초의 진화를 이해했던것 만큼 기뻤던 적은 없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다윈 이후의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앵초의 수술과 암술의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위 따옴표 내의 내용은 2016년 12월 4일 "동아사이언스"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윈은 생전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을..
은방울꽃 매년 오월이면 어린이날을 전후하여 늘 들르는 우리 동네의 야산이 있습니다. 이 시기, 엄청난 군락을 형성하는 은방울꽃 서식지입니다. 접근성도 매우 좋아 차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만 산책길을 걸으면 곧바로 은방울꽃 왕국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찾아가면 끝없이 빽빽한 그 규모에 먼저 압도당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그 알 듯 모를 듯 대책 없는 아련한 향기에 정신마저 빼앗길 지경입니다. 그 앙증맞게 예쁜 자태를 한 번 담아보겠다고 사진기를 들이댈라치면 도대체 어느 것부터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 혼란스러운 것은 덤이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이런 저런 고심 끝에 겨우 몇 컷 담아 와서 컴퓨터 화면으로 리뷰해 보는 순간, 본인 사진 솜씨의 허접함에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