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은방울꽃

     매년 오월이면 어린이날을 전후하여 늘 들르는 우리 동네의 야산이 있습니다. 이 시기, 엄청난 군락을 형성하는 은방울꽃 서식지입니다. 접근성도 매우 좋아 차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만 산책길을 걸으면 곧바로 은방울꽃 왕국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찾아가면 끝없이 빽빽한 그 규모에 먼저 압도당하고, 바람에 실려 오는 그 알 듯 모를 듯 대책 없는 아련한 향기에 정신마저 빼앗길 지경입니다. 


    그 앙증맞게 예쁜 자태를 한 번 담아보겠다고 사진기를 들이댈라치면 도대체 어느 것부터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 혼란스러운 것은 덤이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이런 저런 고심 끝에 겨우 몇 컷 담아 와서 컴퓨터 화면으로 리뷰해 보는 순간, 본인 사진 솜씨의 허접함에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이 은방울꽃입니다. 


     어쨌거나 올해도 몇 번에 걸쳐 이 곳 군락을 찾았습니다.


     ※ PC에서는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확대가 안돼요. 



 동대산

     아스파라거스科 은방울꽃屬 식물은 개량/원예형이 아닌 자생종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다음 3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1. 유럽은방울꽃 : Convallaria majalis 콘발라리아 마얄리스

2. 은방울꽃 : Convallaria keiskei 콘발라리아 케이스케이 

3. 트란스카우카시카은방울꽃Convallaria transcaucasica 콘발라리아 트란스카우카시카 


유럽은방울꽃 Convallaria mijalis
외관상으로는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종과 특별히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출처 : 외국:인터넷 검색)

 

     그런데 위 3가지 중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은방울꽃 그 이름도 생소한 트란스카우카시카은방울꽃유럽은방울꽃의 아종(亞種)으로 보고 있어서 위 3종은 단일種인 것이 정설로 굳어가는 것 같습니다(우리가 남이가?).


     따라서 모든 은방울꽃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은방울꽃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동대산


     요새 심심풀이로 라틴어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꽃을 만날 때마다 학명을 찾아보고 학명의 어원을 알아보는데 재미를 들였습니다. 라틴어 어원을 검색하려면 인터넷 검색 창에서 https://en.wiktionary.org/wiki/@@@@@#Latin 를 입력하면 됩니다. 물론 @@@@@부분을 원하는 라틴어 단어로 대치해서요.

 

동대산


     먼저 속명(屬名) Convallaria는 라틴어로 계곡(valley)이라는 뜻의 'Convallis'에서 왔습니다. 종소명(種小名) majalis 는 5월(May)를 뜻하는 라틴어 maia 와 속격 형용사형 어미 -alis가 결합된 것입니다. 따라서 "Convalliria majalis"는 "5월 계곡에서 피는 꽃"이라는 정도의 의미가 되겠군요. 영어권에서 먼 과거로부터 불려 온 은방울꽃의 영어 명칭이 "Lily-of-the-Valley"인데 학명시스템을 제창한 식물학자 린나이우스(린네)가 학명 중 속명 및 종소명은 라틴어로 표기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이를 라틴어로 옮긴 것이지요. 은방울꽃이 우리나라만 5월 초에 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 그런가 봅니다.

 

동대산


     자료 참조를 위해서 영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은방울꽃이 사람들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는 꽃이어서인지 참으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부 발췌하여 간략히 옮겨 봅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Lily_of_the_valley



분포


     유럽 원산이고 지중해, 대서양 연안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아시아형 변종(C. keiskei) 일본 및 동아시아 일부에서 발견된다. 미국형 변종은 미 동부에서 서식한다. 여타 다년생 속씨식물과 마찬가지로 씨앗을 통한 유성생색과 무성생식 2가지 모드를 다 가지고 있다.


종류


     3가지 변종이 있는데, 식물학자에 따라 독립종으로 혹은 아종으로 보기도 한다.

    • Convallaria keiskei - 중국, 일본에 분포. 열매가 빨간색이고 그릇 모양의 꽃이 핀다
    • Convallaria majalis var majalis - 유라시아에 분포. 꽃에 흰 색 주맥이 있다
    • Convallaria majalis var. montana - 미국에 본포. 꽃에 얕은 녹색의 주맥
특성

     열매를 포함한 모든 부분이 강한 독성을 띤다.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복통, 구토, 심박 저하, 시야 흐림, 졸음 및 피부 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 치명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적당량을 사용하여 민간 요법의 약초로도 활용된다.

활용

○ 향수의 원료

     - 1956년, 프랑스의 디오르(Dior)사의 에드몬트 루드니츠카가 은방울꽃 향기를 모방한 향수 디오리시모(Diorissomo)를 만들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제조법이 바뀌었지만, 향수의 고전(Classic)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은방울꽃 향을 모방한 또다른 향수는 앙리 로베르의 뮈게 드 브와(Muget de Bois : '숲 속의 은방울꽃'이라는 의미), 펜할리건의 Lily of the Valley, 올리비아 글라코베띠의 앙 빠상(En Passant) 등이 있다.

디오리시모(Diorissimo)

(출처 : Dior사)


 웨딩 및 기념일에서의 위치

     - 결혼식에서 신부 부케로 쓰이며 상당히 비싸다.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미들턴의 결혼식 부케로도 쓰였다.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국왕의 신부 부케(bridal bouquet)도 은방울꽃이었다

은방울꽃 부케

출처 : Dreamstime.com


     - 20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국제노동절(5월 1일)은방울꽃을 파는 전통이 생겼다. 5월 1일을 "은방울꽃의 날"로 정하여 노동단체 및 일반 개인이 이 날만 판매세 없이 은방을꽃을 팔 수 있었다.

     - 영국 헬스턴에서는 꽃의 날(매년 5월 8일), 봄의 절정과 다가오는 여름을 의미하는 뜻에서 은방울꽃을 머리에 썼다. 콘월 근처의 술집(pub)에서는 "Lily of the Valley"라는 노래를 불렀눈데, 이는 테네시주 내쉬빌에 있는 Fisk 대학에서 개교기념제에서 불렀던 노래다

○ 문화적 상징성

     - 은방울꽃은 유고슬라비아의 상징화였고 1967년 핀란드의 국화로 선정되었다

     - 노르웨이의 룬너 지방 정부 문장에 은방울꽃이 들어간다

노르웨이 룬너 지방 문장(紋章)


     - 은방울꽃은 5월의 탄생화다. 겸손, 순결, 다정함, 순수함을 상징한다

     - 은방울꽃의 식물학적 명칭인 majalis( 혹은 maialis)는 '5월의~' 라는 의미이고 고대 점성학에서는 은방울꽃을 수성(=머큐리)의 지배 하에 두었다. 아틀라스의 딸인 마이아(Maia)는 머큐리(=헤르메스)의 어머니였던 까닭이다.

독일 궁정화가 프란츠 빈터할터(Franz Xaver Winterhalter)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은방울꽃 부케


     - 은방울꽃의 꽃말(Language of flowers)는 "되찿은 행복"이다. 전설에 의하면, 숲 속이 온통 꽃으로 뒤덮히는 5월이 올 때까지는 되돌아오지 않는 나이팅게일을 향한 은방울꽃의 사랑을 뜻하는 것이라 한다.

     - 영국의 유명 록 밴드 퀸(Queen)의 앨범 "Sheer Heart Attack"에 "Lily of the Valley(은방울꽃)"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다.

Queen의 앨범 "Sheer Heart Attack"의 뒷표지


###########################


다음은 올해 여기저기서 담아 본 은방울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