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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10 - 앵초

"앵초 꽃은 얼핏 보면 모두 같은 모양이지만 암술이 수술보다 더 긴 종류와 그 반대의 경우 두 종류로 나뉜다. 긴 수술은 긴 암술과, 짧은 수술은 짧은 암술과 수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길이가 다른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는 한 꽃 안에서는 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윈은 이것이 자가수분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한 흔적이라고 추측했다. 자가수분이 계속되는 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생존에 불리하다. 다윈은 자서전에 “앵초의 진화를 이해했던것 만큼 기뻤던 적은 없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다윈 이후의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앵초의 수술과 암술의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위 따옴표 내의 내용은 2016년 12월 4일 "동아사이언스"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윈은 생전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말년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는 런던 남부의 다운마을에 있는 자택에 은둔하여 식물의 연구에 몰두하였고 특히 앵초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고 합니다. 


     앵초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수술과 암술의 높이와 배열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개의 꽃 형태를 가지는 경우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다른꽃술(heterostyly)현상'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다윈은 자신의 자연선택 가설을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1859년) 에 발표했는데 이것은 다른꽃술현상을 처음으로 알아차리기 불과 1년 전이었습니다. 그 후 다윈은 결국 이러한 생식 기작의 기원과 결과를 앵초를 통해 알아내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이는 다윈의 특별한 사랑에 대한 앵초의 보답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국가표준식물목록상 앵초의 학명은 Primula sieboldii E.Morren입니다. 영문명은 East Asian primrose를 추천명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외국의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Japanese primrose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어원 사전에 의하면 앵초속을 뜻하는 속명  primula는 라틴어 '처음(first)'이라는 의미의 prima의 명사형입니다. 이른 봄에 처음으로 피는 꽃이라는 뜻일까요?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이른 봄이 아닌 중춘(仲春)에 피는 꽃인데요.


     종소명 sieboldii는 19세기 일본에서 서양 의학을 처음 전파한 독일인 필립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 1796 ~ 1866)의 라틴어식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지볼트는 나가사키에 머물면서 의사로서의 직무 뿐 아니라 일본의 문화나 동/식물 등 생태에도 관심이 많아 활발히 표본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보고하였고, 일본의 문화나 자연을 서구에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호기심 왕성한 지볼트는 일본으로 표류해 온 조선 어부들을 인터뷰하여 조선인의 모습이나 언어, 종교(특히 불교) 들 많은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본국에 보고하였다는군요. (관련 기사 참조 => 클릭) 하멜의 표류기와 더불어 조선의 생활상/문화/풍습을 서방에 전파한 몇 안되는 사람이었지요.


     또한 지볼트가 일본에서 만난 아내 쿠스모토 타키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일본 최초의 부인과 의사 쿠스모토 이네이며, 그녀의 딸이 《은하철도 999》의 메텔의 모델이 된 여의 쿠스모토 타카코라고 합니다(출처 :위키백과). 은하철도 999의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조상이 그녀를 짝사랑했다는군요. 서양인의 피가 1/4 섞였으니 메텔과 같은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외모를 지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메텔


     올해 여기저기서 담아 본 앵초 사진을 대충 골라보았습니다. 일부 채도가 과도하거나 화이트밸런스가 들쭉날쭉한 것이 있는데 다시 보정하기가 귀찮아 그냥 올립니다. 혹 부자연스럽더라도 애교로 봐 주시길.


     ※ PC에서는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확대가 안돼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