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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8 - 애기송이풀

     애기송이풀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개성에서 첫 발견된 이후 경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분포가 넓은 것 같지만 개체군이 극히 적고(전국적으로 약 10개체군, 10,000 개체 정도만 자생) 각종 채취꾼, 행락객들에 의한 훼손이 심화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분류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애기송이풀은 작년에 첫 대면 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갔는데, 때마침 만개시점이라 싱싱한 상태의 전초를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서식 장소는 두 명이 동시에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곳이어서 행여 조금이라도 이들을 밟을세라 각별한 신경을 써야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애기송이풀 옆의 작은 공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디뎠는지 땅이 반질반질해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나도 저 땅을 다진 사람 중의 하나다. 식물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는... 이런 와중에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훼손 정도가 덜하여 그나마 조금은 마음의 무거움이 덜어진다.



     분류학상 현삼과 송이풀속에 속하는데, 송이풀 집안의 별종같은 녀석이다. 다른 송이풀은 직립한 줄기를 따라 꼿꼿이, 혹은 비스듬이 서서 자라고 꽃을 피우는데, 이 녀석은 잎을 치마 혹은 방석같이 땅 위로 넓게 펼치고, 그 중심에서 거의 꽃대도 없이 꽃을 바로 올려 피운다.   


     꽃의 형상도 참으로 특이하다. 활짝 핀 꽃송이를 자세히 살펴 보면, 작은 새가 날갯짓을 하며 막 땅을 박차고 비상하는 듯 사뭇 역동적이다. 꽃잎 상판(?)에 마치 잇빨처럼 돌출한 암술대를 보고 있자면 이 녀석이 식물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된다. 모쪼록 잘 보존되고 번식하여 해다가 개체 수를 늘려가서 마침내 "멸종위기 식물" 카테고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