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668)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9 - 설앵초 설앵초가 필 때가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막연히 떠올랐지만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올 봄의 꽃시계탓에 산행 날짜를 잡지 못하고 차일 피일 시간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꽃친구로부터 올해도 설앵초 맞이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지요. 야생화 사이트 몇 곳을 검색해 보니 여기저기에서 설앵초 사진이 등록되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화급히 약속을 잡고 그 곳을 올랐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안전하고 수월한 루트로 산행해서 예년에 비해 체력 소모는 훨씬 덜했지만 아뿔싸, 너무 늦었군요. 이미 대부분 지고 있는 중이었어요. 일주일쯤 전에 왔었어야 했네요. 개체 수가 작년에 비해 눈에 띄일 정도로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어요. 시든기가 역력한데다가 무슨 바람은 ..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8 - 애기송이풀 애기송이풀은 세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개성에서 첫 발견된 이후 경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분포가 넓은 것 같지만 개체군이 극히 적고(전국적으로 약 10개체군, 10,000 개체 정도만 자생) 각종 채취꾼, 행락객들에 의한 훼손이 심화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분류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애기송이풀은 작년에 첫 대면 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갔는데, 때마침 만개시점이라 싱싱한 상태의 전초를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서식 장소는 두 명이 동시에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곳이어서 행여 조금이라도 이들을 밟을세라 각별한 신경을 써야했다.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애기송이풀 옆의 작은 공간을 얼마나..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7 - 남바람꽃 이번 남바람꽃 탐방은 반구정을 처음 지으신 함안조씨 두암공의 직계 후손이자 현재 반구정을 관리하고 계신 조선생님과의 작은 인연으로, 평소 일반 꽃객들은 출입할 수 없는 내밀한 곳까지 돌아볼 수 귀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년 블로그 글, "남바람꽃과 반구정" 참조 : http://eastream.tistory.com/494) 덕분에 우린 많은 군락이 있는 계곡 아래까지 내려 가 두 시간여를 여유있게 남바람꽃과 놀았는데, 한 가지 작은 아쉬움은 올해 봄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했던 탓에 꽃의 만개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여 수많은 봉오리들이 채 개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가당찮은 욕심에 불과한 것임을 우리도 알고 있지요. 남바람꽃 군락의 적절한 보존을 담보하면서도 더..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6 - 얼레지 얼레지 -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삼월 말의 봄 산을 대표하는 꽃. (끝)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5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은 개화 기간이 짧고 온도나 햇볕 등 기후에 매우 예민하여 제대로 핀 아이들을 만나려면 시기와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때문에 근래 삼년 정도를 만족스런 만남을 가지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어느 "택일擇日의 달인"의 도움을 입어 제때, 제대로 핀 만주바람꽃을 만날 수 있었다. 만주바람꽃은 우리가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꽃 종류 중 가장 작은 꽃일 것이지만 또한 아마도 가장 예쁜 꽃일 것이다. 봉오리를 갓 연 직후 싱싱한 꽃부리와 그 속의 샛노란 꽃술의 조합은 저절로 탄식이 날 정도로 앙징맞고 예쁘다. 역광에 잎맥이 선명하게 투영된 잎사귀는 또 꽃만큼이나 예쁘다. 워낙 변덕스러웠던 올 초봄 기후 탓이었는지 예년에 비해 개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보여 매우 안타까왔지만, 몇 안되는 녀..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4 - 노루귀(청보라색) 오래 전, 지인의 도움으로 청보라색 노루귀 서식지를 난생 처음 찾아 가게 되었는데, 달랑 한 송이 노루귀를 발견하고는 어린아이처럼 환호하던 기억이 새롭다. 들꽃에 관심을 둔 이후 비교적 흔한 백색이나 분홍색만 봐 오다가 청보라색 노루귀를 만나고 싶어 안달하기를 수삼 년만에 드디어 만났던 것이다. 요즘 노루귀 시즌엔 그곳보다 더 접근성이 좋고 서식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가게 되지만 그래도 첫 만남의 그 장소가 늘 궁금하고 그립다. 흰색, 분홍색 노루귀에 비해 서식지가 제한되어 있고, 독특한 색감으로 인해 뭇 사진가들이 선망하는 꽃이어서 개화기가 되면 엄청나게 몰려드는 화객들의 발길에 수난을 당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 미인박명이라더니... 저런 색감이 나오는 것은 서식지 토양의 특정 성분(아마 석회질?) 덕..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3 - 노루귀(백색, 홍색) 이 땅의 봄을 대표하는 들꽃을 뽑는다면 노루귀도 강력한 후보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변산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 복수초 등은 서식 환경을 가리는 등 다소 까탈스러운데가 있어 특정 서식지 아니면 만나보기 힘들지만 노루귀는 양지바른 야산이면 아무데나 뿌리박고 피어나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아재빗과 식물이니 바람꽃 집안과는 같은 조상을 둔 인척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른 봄, 야산을 걷다가 우연히 조우하는 노루귀는 봄을 봄이게 하는 특별한 끌림이 있다. 특히 갓 피어난 노루귀에 봄 볕이 떨어질 째, 찬연하게 역광으로 빛나고 있는 빽빽한 솜털은 지나가던 사람으로 하여금 폰카라도 꺼내게 하는 커다란 매력이 있다. (끝)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2 - 너도바람꽃 우리나라 꽃쟁이들의 바이블이자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보면 자생식물 & 정명 기준으로 18종의 바람꽃이 등재되어 있다. 이 18가지 바람꽃은 모두 미나리아재빗과이지만 속명(屬名)으로 내려가면 5가지로 또 갈라진다. 바람꽃(Anemone)속 12가지, 너도바람꽃(Eranthis)속 3가지, 매화바람꽃(Callianthemum)속 1가지, 나도바람꽃(Enemion)속 1가지, 만주바람꽃(Isopyrum)속 1가지가 그것이다. 학명을 보면 그 식물의 분류학적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예컨대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을 족보식으로 따진다면 쯤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순 학명/국명01 Anemone amurensis Kom. 들바람꽃0..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1 - 변산바람꽃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남에게 들려주지 않는 한 도령이 살았다. 이야기를 듣는 족족 모두 염낭(허리춤에 차는 주머니) 속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입구를 졸라매서 시렁에 걸어 두었다. 염낭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견디다 못해 마침내 반란을 일으키기로 작당하고, 도령이 장가드는 날 샘물이나 딸기, 배, 지네, 뱀 등으로 변신해 있다가 도령을 해치기로 했다. 마침 이야기들의 모의를 우연히 엿들은 하인은 자청해서 신랑의 말고삐를 잡고 혼인 행렬에 참여했다. 혼인길 곳곳과 신혼방에 잠적해서 도령을 공격하려던 이야기 귀신의 정체를 알아챈 하인은 그때마다 나서서 도령을 구해냈다. 처음에는 하인의 무례한 행동에 화를 내던 도령은 뒤늦게 그러한 사정을 알고 하인에게 한 살림 내주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이야..
2018.02.06~07 폭설 속의 제주 도심 방랑기 (feat.먹방) 주초에 제주도 다녀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한라산은 못간 대신 한라산을 마시고 왔습니다. 산행으로서는 실패기가 되겠지만 먹방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기에 잠깐 썰을 풀어 놓고자 합니다. 야생화를 함께 찍는 꽃동무 K兄으로부터 한라산행 제의를 받은 것은 몇 주 전이었습니다. 때마침 팝업 세일로 나오는 초 저가 항공권을 끗발로 득템하여 사무실 직원들이 단체로 1박 2일 한라산 눈꽃산행을 가려는데 혹 원하면 조인하라는 것입니다. 헉 이게 웬 떡? 내심 이렇게 외치며, 요새 내가 너무 바쁜 몸이긴 하지만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노라고 대답해 놓고는 지체 없이 이 곳 포럼에서 한라산 산행기 폭풍 검색과 더불어 장기 일기예보를 1시간 간격으로 체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보였습니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