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겁습니다. 전국적으로 혹은 세계적으로 연일 들려오는 사상 최고의 폭염 소식이 아니더라도 내 몸으로 직접 느끼는 더위의 정도는 확실히 여느 여름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뜨겁지 않은 여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게 있다면 여름이 아니겠지요. 작렬하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한창 피고 있을 그 곳의 여름 꽃이 그리워 새벽 일찍 행장 꾸려 메고 길을 나섰습니다. 2.5리터의 마실 물과 함께 말이죠.


     오랜 가뭄과 지속적인 폭염에 이 곳의 생태계가 좀 피폐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숲 속은 아주 건강합니다. 며칠 전에 내렸던 단비 덕분인지도 모르겠군요. 맨 먼저 비비추가 우리를 반깁니다.


     이어서 등로 복판의 돌덩이 아래 다소곳하게 숨어있던 참바위취도 만납니다. 주로 물기 축축한 바위에 붙어 사는 녀석들인데 어찌하여 이 메마른 곳에 자리하였을까요? 


     6부 능선쯤부터 솔나리가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가녀린 꽃대에 비해 그 끝에 매달린 꽃송이가 다소 버거운지 살랑이는 미풍에 잠시도 멈추질 않고 고개를 하늘하늘 흔들고 있습니다.


     동자꽃도 큰 군락은 아니지만 등로 좌우 수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정상부에 다다르니 제법 풍성한 개체도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에는 이렇게 한 꽃대에서 많은 봉오리가 달린 걸 보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해걸이 싸이클상 대박년에 해당하는 모양입니다.


     지금껏 말로만 듣던 흰색 솔나리와의 만남도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흰 꽃판에 붉은 주근깨를 점점이 뿌려 놓은 모양이 하도 예뻐 사진 찍을 생각도 잊고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지요.


     이렇게 나란히 서서 서로 미모경쟁을 하는 애들도 있고요.


     둘 다 예쁩니다^^


     개체 수가 많아져서 이런 단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가지산 정상이 보이는 숲 속에 다소곳이 숨은 아이들도 있고,


    정상 바로 아래 등로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 날 좀 봐 달라며 산객들의 눈길을 유혹하는 이 아이들에게 폰카든 큰 카메라건 한 번이라도 들이대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솔나리에 혹하여 이 싱싱한 원추리를 놓치면 안되겠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원추리'를 검색하면 무려 143종이나 나옵니다. 그 중 자생종은 8가지 뿐인데, 나머지는 개량되어 원예종으로 재배되는 것들입니다. 개량종이 135종이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특별한 종이라는 증거가 되겠죠?

     한 가지 놀란 것은 '원추리'는 재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생종은 골잎원추리, 각시원추리, 백운산원추리, 노랑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태안원추리, 홍도원추리 등 8종입니다. 따라서 산행 중 마주치는 원추리는 '원추리'가 아니라 이 8가지 중 하나로 이름을 불러야 마땅하겠죠. 

     그럼 위 사진에 보이는 원추리는 무슨종일까요? 지명이 붙은 백운산, 태안, 홍도원추리와 형태나 색이 확연히 구분되는 노랑, 애기원추리를 제외하면 골잎원추리, 각시원추리, 큰원추리가 남는데, 이 날 산에서 보았던 이 원추리의 기억만으로는 도감과 비교하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군요. 일단 추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둡니다.


     돌바늘꽃 - 딱 1포기 만났습니다.


     고개를 들면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에 문득 가을의 기운마저 느낍니다. 


     하산길, 등로를 조금 벗어난 곳에 무더기로 서식하는 참바위취 군락에서 한참 놀았습니다. 참바위취는 오직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라는군요.



     6부 능선쯤에서 만난 털이슬 종류의 식물입니다. 국생정에는 모두 7종의 털이슬속 식물이 등재되어 있는데, 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푸른말털이슬, 개털이슬, 쥐털이슬, 붉은털이슬이 그것입니다. 접두어로 쥐, 소, 개, 말 등 12지에 해당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것이 재미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녀석은 도대체 무슨 털이슬일까요? 일단 털이슬, 쥐털이슬, 개털이슬은 아닌게 확실합니다. 꽃/꽃받침의 색깔이나 형태상 말털이슬 및 푸른말털이슬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쇠털이슬과 붉은털이슬이 남는데, 국생정의 도감 정보를 아무리 읽어도 딱 저 사진상의 털이슬에 부합하는 설명을 없군요. 그 중 '잎자루 및 분지 지점이 붉다'는 단서 하나만으로 일단 '붉은털이슬'로 불러주기로 합니다.


붉은털이슬?


     2018 가지산 야생화트레킹은 여기까지입니다. 위에서 게재되지 않은 종 외 만나 보았던 꽃들을 기억나는 대로 나열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새)며느리밥풀꽃, 산수국, 큰뱀무, 짚신나물, 말나리, 산짚신나물, 물레나물, 자주꿩의다리, 층층이꽃, 돌양지꽃, 갈매기난초, 구름패랭이꽃, 모시대, 미역줄나무, 붉은여로, 참취, 긴산꼬리풀, 기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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