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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여름 꽃 트레킹 - 가야산을 가다

     당초 올해 여름 꽃 트레킹 대상지로 가지산, 설악산과 가야산행을 계획하였습니다. 가지산은 예정대로 다녀왔고, 설악산은 바람꽃이 절정인 7월 3~4주쯤을 잡았으나 올해 여름의 그 대책없는 무더위로 차일피일 머뭇거리는 사이 시기가 늦어버렸습니다. 대신 가야산은 적절한 때에 잘 다녀왔지요. 특히 이번 트레킹엔 이 방면 절정의 공력 보유자이신 N님의 가이드(?)를 받아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어둠을 뚫고 새벽 일찍 산행을 시작, 칠불봉에 도착하니 일출이 시작됩니다. 엷은 운무가 광범위하게 퍼져 제대로 된 일출경도, 제대로 된 구름바다도 연출되지 않았지만 역시 해 뜨는 산정의 새벽은 황홀합니다. 사진에 찍힌 분은 다른 팀의 모르는 사람이며, 이 사진은 다소 과도한 보정이 들어갔음을 밝힙니다.


     칠불봉(七佛峰:1432m)에 서서 서쪽 방향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른쪽 위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우두봉(牛頭峰:1430m)인데 상왕봉(上王峰)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칠불봉보다 2m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야산의 실질적 상봉(上峰) 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우뚝 솟은 형상이 사뭇 올올(兀兀)하고 그 정상부가 매우 널찍하여 많은 衆人들을 품을 수 있는 위엄이 있어 그런 것 아닐까요?


     가야산 산신령께서 조화를 부려 멋진 운해를 보여주시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지만, 종내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제 본격적인 탐화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 네귀쓴풀

     국생정 정명 기준 우리나라엔 9종의 쓴풀속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네귀쓴풀은 높은 지대에만 서식하고 있어 한 바가지의 땀을 조공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종이죠.

     

▲ 네귀쓴풀

     설악산 대청봉 근처의 네귀쓴풀이 제가 만난 가장 큰 군락이었습니다마는 이 곳도 꽤 넓은 군집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꽃들이 흰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가을 무렵이면 소박하지만 제법 화사한 분홍으로 물들어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 네귀쓴풀

     네귀쓴풀의 아름다움은 코발트색 유약을 점점이 찍어 정성껏 찍어 구워 낸 청화백자같은 네 장의 꽃잎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네귀쓴풀

     암술을 중심으로 네 장의 꽃잎과 네 개의 수술, 그리고 봉오리를 받들고 있는 네 장의 꽃받침이 완벽한 기하학적 조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무신론자인 내가 이럴 땐 잠시라도 신의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꽃잎을 자세히 살펴 보면 와이셔츠 단추구멍같은 작은 홈이 파져 있는데 이것이 꼭 귓구멍처럼 보여 네귀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입니다.


△ 네귀쓴풀

     도공(陶工)이 쓴풀을 빚어 도자기 가마에 넣기 전에 코발트 유약 바르는 것을 깜박 잊었는지 이렇게 점이 없는 무지 꽃도 더러 보이는군요.


▲ 백리향

     다음은 이 시기 가야산을 대표하는 백리향(百里香)입니다. 과연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온 산자락에 은은하게 배어 있습니다.

 

△ 백리향

     올핸 백리향에 관한 한 매우 때를 잘 맞추어 온 듯합니다. 이제 막 만개하는 시점이라 시든 꽃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꽃부리들이 싱싱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 백리향

     국생정 도감정보에 의하면, 백리향은 높은 산의 바위 위, 특히 석회암 지대, 사문암 지대, 안산암 지대에 나는데 양지나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평지에서도 강한 번식력이 있어 옆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내한력도 강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멸종의 위기를 맞을 일은 없을 듯하군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남채를 하지만 않는다면요.


△ 백리향

     꽃과 전초(全草)에 '타이몰(Thymol)', 'P-싸이민 피닌(P-Cymene Pinene)', '리날룰(Linalool)'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백리향 특유의 향기를 내뿜는다고 합니다. 살랑이는 바람결을 따라 산자락을 감돌던 그 은은한 향기는 사진에 담을 수 없으니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 백리향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위채송화, 솔나리, 원추리 등등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풍광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흘린 땀과 수고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 백리향

꽃은 싱싱, 향기는 상큼.


▲ 백리향

     이렇게 바짝 들이대어 꽃송이 하나하나를 들여다 봐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새벽 이슬까지 머금으니 상큼 발랄함이 두 배가 되는군요.


△ 솔나리

     작년 탐방 땐 시기가 너무 늦어 거의 지고 있던 솔나리만 남았던 터라 아쉬움이 많았는데, 올해도 조금 늦긴 했지만 상당히 많은 규모의 솔나리들과 조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위의 아이들은 오늘 아침에 봉오리를 갓 벌린 듯 색깔도 상당히 진하고 더할 수 없이 싱싱한 모습입니다.

 

△ 솔나리

     숲을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숨어있는 이런 솔나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솔나리

     개활지에 살던 솔나리는 여름 볕을 잘 받아서인지 수분을 일찌감치 끝내고 이제 시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솔나리

     원추리(각시원추리?)와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모습도 이 곳 아니면 보기 어려운 장면일 것입니다.

 

△ 솔나리

     이제부터 말이 필요 없는 솔나리 몇 송이를 감상하시겠습니다. ^^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구름송이풀

     N 님의 안내로 처음 친견한 구름송이풀입니다. 백리향이나 솔나리 등과는 개화 시기가 달라 꽃 핀 모습은 보지 못하였는데, 줄기와 잎, 장차 꽃이 될 봉오리에서 범상치 않은 오오라(Aura)가 풍겨 나오는 듯하지 않나요?


▲ 난장이바위솔

     이 아이들도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윽고 개화 신호가 와서 저 작은 봉오리들이 앞다투어 봉오리를 톡톡 터뜨리는 그 은밀한 소리야말로 우주가 열리는 그 소리일 것입니다.


▲ 끈적쥐꼬리풀

     높은 산에만 서식한다는 끈적쥐꼬리풀입니다. 사실 N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그저 자주꿩의다리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작은 풀 하나하나에도 차별 없는 애정을 기울이는 N님의 모습에서 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 가야산잔대

     아쉽게도 거의 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온전한 모델을 어렵사리 섭외하여 담아봅니다.


△ 긴산꼬리풀

     이보다 더 럭셔리한 곳에 자라잡은 긴산꼬리풀이 또 있을까요? 산꼬리풀 집안의 금수저?


△ 곰취

좀 더 잘 담을껄 ...


△ 쑥부쟁이


△ 둥근이질풀


△ 산오이풀

     잎 결각 끝에 방울방울 매달린 물방울은 이슬이 아닙니다. 밤새 흡수한 수분이 포화된 것을 스스로 방출하는 소위 '일액(溢液)현상'인데, 이른 아침에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둥근이질풀


▲ 흰여로

이 곳엔 흰여로가 대세입니다.


▲ 개회향

     이 개회향을 만나기 전까지는 고본과 개화향을 구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얘를 보고 나서는 더 이상 헛갈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본에 비해 개회향이 훨씬 더 가녀리고 섬세한 느낌이 납니다.

 

▲ 자주꿩의다리

     무성한 산오이풀을 뚫고 고개를 내민 자주꿩의다리 ... 흔한 자주꿩의다리가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어요.

 

▲ 산꿩의다리

   

△ 신원 미상의 버섯

하도 맛있어 보여 담았습니다.

 

▲ 물꽈리아재비

     하산길 물길 옆 축축한 흙땅에 자라는 물꽈리아재비입니다. N님의 설명과 안내가 아니었다면 못보고 지나쳤을것입니다.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 물꽈리아재비

참 잘 찍었죠? 이 작은 녀석을.


▲ 물꽈리아재비

위엣것보다 더 잘찍었군요^^


너무 울어서

텅 비어버렸나

이 매미 허물은

 -바쇼(芭蕉) -


△ 참반디

꽃이 저리 작을줄 몰랐네


△ 영아자

     아직 덜 핀 영아자를 끝으로 올해 여름 가야산 야생화 트레킹은 막을 내립니다. 혹시나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끝끝내 우리 눈 앞에 나타나 주지 않았던 것은 작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산행 가이드와 들꽃 해설을 해 주신 N님, 직접 만드신 무환자나무 염주와 무환자나무 천연비누를 선물해 주신 C님, 그리고 그 날 함깨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 가야산 야생화 트레킹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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