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국내여행

가까운 설산을 가다 (가지산 1/2)






금요일 오전부터 겨울 치고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요즘 일기예보는 상당히 정확해졌다. 기상청이 UFO라도 줏은 것일까?

더 이상 구라청이라 부르지 말아야겠다.


"간월산장"에 전화해 보니 신불산엔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한다.

신불산에 눈이 내린다면 해발 고도가 더 높은 가지산은 불문가지다.

눈꽃 산행엔 더할 나위없는 찬스다.


결정했다. 내일은 가지산이다.


언양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9시에 출발하는 남대구행 버스를 타고

운문령에 내려 귀바위 - 쌀바위 - 가지산 정상(1240m) - 중봉 - 석남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이고 무난한 코스를 밟기로 계획해 놓고 

방한 장구, 카메라, 등산장비 등 각종 준비물을 배낭에 미리 꾸려 두고 잠자리에 든다.  




2012. 12. 21. 울산 울주군 상북면 + 경북 청도군 운문면 가지산.







겨울산행은 특히 체력소모가 심하기때문에 충분한 에너지원을 섭취해 두어야 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배낭을 짊어지고 집에서 나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동네의 24시간 돼지국밥집이다.

KTX 버스 정류장과 불과 30미터 정도의 위치여서 이른 산행 나갈 때 가끔 이용한다.

6천원짜리 돼지국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후 7시 10분경 언양 KTX 울산역행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울산역에 도착하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타지도 않을 열차 플랫폼으로 나가 보았다. 

눈 덮힌 영남알프스의 연봉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3층 높이의 플랫폼에 나가 서편을 보니 과연 영남알프스 山群의 정상이 시야에 딱 들어온다.

가운데 신불산(神佛山 1140m)을 중심으로 좌 영축(靈鷲山 1.081m) , 우 간월(肝月山 1083m)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더 멀리, 이른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가지산과 쌀바위의 스카이라인도 손에 잡힐듯 보인다.










대합실로 도로 내려 와 자판기에서 400원짜리 력셔리 커피 한 잔을 뽑아 음미하였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니 이런 호사도 부려볼 수 있다. 









텅텅 빈 좌석버스를 타고 언양터미널로 향한다.

승객이 나밖엔 없다.









언양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늘이 언양 장날인지 부지런한 장꾼들이 전을 펼펴두고

불을 피워놓고 매서운 추위 속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9시, 출발 시간이 다 됐는데 남대구행 버스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표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폭설로 오늘 버스가 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낭패가!!!


급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어차피 운문령은 물 건너 갔고, 석남사를 기점으로 가지산으로 입산하거나

석남사에서 배내재를 거쳐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으로 가는 코스가 여기서 가능하다.

가장 먼저 도달하는 교통편으로 코스를 결정하기로 했다.

가끔은 랜덤에 맡기는 결정도 의외성이 있어 재미있다.


그러나 ... 배내골행 버스도 눈 때문에 결편이란다.

눈 보러 왔는데 눈이 말썽이다.

남은 선택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주저 없이 석남사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석남사 주차장에 내려 6.25 공비 토벌 전적비 우측에 있는 탐방로를 들머리로 잡아 산행 시작한다.

눈이 쌓인 흔적이 거의 없다.









산길은 매우 포근하여 좀 걷다보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속옷이 땀으로 젖기 전에 땀을 배출시켜야 한다. 땀에 젖으면 보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모 처리된 집티(Zip-T) 셔츠 하나만을 남기고 상의를 다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걷는다.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마저 한 점 없다.

눈꽃 산행 와서 눈은 구경도 못하고 내려가는게 아닐까?








한시간쯤 헉헉대며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능동산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주릉에 도달하였다.

부산에서 무더기로 온 산악회 단체 산객들이 탐방로를 점령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후미에 따라붙었다.










멀리 가지산 정상부와 쌀바위로 이어가는 능선이 보인다.









도중의 능선 안부에 자리한 매점을 겸한 대피소.









눈 구경을 못할지도 모른다던 기우와는 달리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깊어진다.

기온도 점점 낮아지고 바람도 사뭇 거세어져 살을 에이는 삭풍으로 변하였다.

방풍 자켓을 꺼내 입었다.

 


 








눈꽃 사이에서 한 산객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 지인에게 사진을 전송하여 자랑하려는 것 같다.

멀리 고헌산(高獻山 1034m)이 보인다.



 


 






다들 걷다가 말고 스마트폰으로 눈꽃을 담느라 바쁘다.





 


 





배내봉과 간월산, 신불산 능선이 아스라히 보인다.





 


 




멀리 고헌산과 그 자락이 품고 있는 궁근정마을과 언양 땅을 조망해 본다.


 


 






힘겹게 중봉에 오르니 가지산 정상이 비로소 시야에 나타난다.




 


 



 


계속 미끄럽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가지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아이젠이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다행히 한 번도 심하게 미끄러지진 않았지만, 차제에 아이젠 하나 장만해야겠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뒤 돌아보니 내가 걸어 온 능선길이 중봉과 함께 전개된다.





 


 












(1부 끝, to be continu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