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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2017.03.11~12 : 여기저기서 만난 꽃, 그리고 부끄러운 우리들의 자화상

이틀동안 만났던 들꽃을 그냥 무질서하게 올려 보다.

무심하게 포토웍스로 사진을 일괄 리사이즈 했더니만 샤프닝이 너무 들어가서 모든 이미지가 바싹 메말라 보인다.

설정 수정해서 리사이즈 작업 다시하고 재 업로드 하려니 너무 귀찮네.

다소 부자연스런 이미지들이지만 그냥 고고~~




일행 기다리는동안 시간이 남아 잠시 논두렁에 나가 보니 서리맞은 큰개불알풀이 있어 무의미한 샷 날려 보다.



올괴불나무는 개화가 전반적으로 늦은 가운데 먼저 핀 몇 송이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담아 봄.



축축한 산 사면에는 선괭이눈이 막 눈을 뜨고 햇살을 쬐고 있었고,



바위 아래서 수줍은 고개를 내민 노루귀도 봄 볕 바라기에 열중.



서로 등진 노루귀 한 쌍.



뜻하지 않은 문화유산 발굴하다.

형체가 완벽히 보존된 금복주, 그것도 됫병! 

안에 1/5쯤 고인 액체가 과연 소주인지 맛을 확인해 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Landscape모드로도 찍어보고,



Portrait 모드로도 찍어보고



하~~~ 고놈 참 예쁘네!



뽀송뽀송 백노루귀~



꽃다발 가족도 있네!



뒷태만 예쁠 줄 알았는데,



앞태도 한 인물하는구나!



벼멸구 피해를 입었나? 잎집무늬마름병도 아니고... 꽃잎이 백화되어 시든 녀석도 만났다.



오동통 키 작은 녀석도 있고,



각선미 늘씬한 롱다리 미인도 있었네!



오후의 포근한 햇살을 쬐며 소곤소곤 ...

 





하늘하늘 씨스루(See through) 룩의 미인도 만났다.



이 요망한 귀요미들 같으니...



중의무릇도 이제 시즌 개막!



무성한 잎새 사이엔 어젯 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별이 반짝이고 있다.



꿩의바람꽃 ...



구름이 햇살을 가리지마자 바로 입을 닫아버린 너무도 예민한 녀석들.

일제히 시선을 향한 곳은 어디일까? 



노루귀 지천이더라. 그런데 왜 그 흔한 홍노루귀는 한 포기도 안보이는건지?



숨막히는 뒷태



풍선버섯이라 하더이다. 

말랑말랑 고무공처럼 볼록한 저 머리를 눌러보니 의외로 딱딱하더라는군.



너도바람꽃은 이제 중늙은이가 다 돼간다. 부지런히 씨 맺어 후손 많이 퍼뜨리길!



참으로 아름다운 노루귀다. 

그런데 저 아름다움의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알아야 한다.

노루귀가 서 있는 지면을 보라. 낙엽이 덮혀 있어야 할 곳인데, 대청소를 한 것마냥 너무도 깨끗이 치워 놓았다.



3월 11일에 봤을 때는 이랬던 아이가



다음 날 다시 갔을 때는 이런 모습이었다. 

어디에서 뜯어 왔는지, 어제는 못 보던 이끼가 덮혀 있고, 단체로 온 듯한 사진꾼 대여섯명이 이 주위를 에워싸고 강력 랜턴 두 개를 비춰가며, 반사판 비춰 가며, 검은 배경지 병풍처럼 쳐 놓고선 히히덕 유쾌하게 셔터질을 해 대고 있더라. 

갑자기 슬퍼져 사진 찍기가 싫어졌다.



주인공(?) 노루귀 옆에 서식하던, 볼품이 다소 없어보이는 노루귀 몇 송이는 사진 망친다고 사정없이 뽑혀 헌신짝처럼 팽개쳐졌다.

이들에게 꽃이란 그저 "예쁜 사진을 얻기 위한 단순 오브젝트"에 불과할 뿐이다. 들풀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야말로 꼰대 찍새들이리라. 


과연 내가 저들을 책망할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 나 또한 저들과 다를 바 없는 "One of them"에 불과하다는 준엄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슬픈 하루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