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지리산의 여름 꽃 - 2014.08.07~09.

     휴가 중 2박 3일간 지리산을 다녀왔다. 애초 조카들과 함께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몇 가지 사정으로 무산되고, 점현과 단출하게 2박3일 동안 산길을 걸었다. 점현과 지리산을 동행한 것은 거의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 1980년 여름, 처음 콤비가 되어 첫 산행한 이래 우리 둘은 함께 마법에라도 걸린듯 지리산에 빠져들었고(산행 내내 수십년만의 호우라는, 엄청난 비를 맞고 다님), 이후 250번이 넘는 지리산 산행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밤과 낮을 지리산에서 함께하였다. 이후 가정을 꾸리게 되어 각자의 생활에 매몰되면서부터 차츰 지리산과 소원(?)해졌는데, 이번 휴가를 기회로, 옛적 우리의 발자국이 무수히 찍혔을 추억의 종주길을 함께 걸어 보기로 한 것이다.


     요샌 산행 여건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우선 국립공원 전역에서 야영이 금지되어 대피소를 예약하지 않을 경우 1박 이상의 산행이 불가능하다. 대피소 숙박 시 침구를 대여(유료)할 수 있어서 텐트나 이불, 침낭같은 것을 짊어지고 올 이유가 없으니 짐이 많이 가벼워졌다. 산행 장비나 식량도 경량화, 간소화되어 무게 뿐만 아니라 부피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지팡이(스틱)를 사용하면 무릎에 전해지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 산행하기가 너무도 쾌적해진 것이다. 예전 텐트, 침낭, 석유버너, 석유통, 쌀, 감자 등 부식, 큼직한 식수통, 간식 기타 산행 장비 일습을 챙기면 배낭 무게가 20kg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는데 요샌 5~8kg이면 충분한 세상이 되었다.

 

     그 뿐인가? 노선버스를 타고 성삼재(해발 1100미터)까지 편안히 갈 수 있으니 노고단은 거저 먹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예전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의 그 힘든 길을 너무도 힘들게 올라 와 노고단 초입에서 쓰러져 기진맥진하던 일을 생각하면 천지가 개벽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저런 덕분에 과거 4박 5일 걸리던 지리산 종주를 2박3일이면 여유있게 마칠 수 있게 되었고 체력 좋고 걸음 빠른 사람은 1박2일, 심지어는 당일에 종주를 완주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변화가 평생 불가능할 줄로만 알았던 지리산 종주에 대한 작은 꿈을 가질 수 있게 했고, 마침내 그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우린 실로 수십년만의 종주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거북이 산행을 하기로 한다. 대신 아직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반야봉에 오르기로 했다.

 

     점현이는 서울, 난 울산에서 각각 출발하여 서대전 역에서 합류하였다. 새벽 3시 구례구역에서 하차, 성삼재행 새벽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벽소령과 장터목대피소에서 각각 하루 유숙하고 중산리로 하산하는 일정을 무사히(?) 완수하였다. 12호 태풍 '나크리'와, 이어 올라오던 11호 태풍 '할룽'의 영향으로 산행 첫 날 오전부터 줄창 비를 맞아야 했고, 덕분에 옛 우중 첫 산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비를 맞는다는 것이 이젠 썩 편하지만은 않다. 마지막 날은 다행히 하늘이 개어 편안히 하산할 수 있었다. 


     산행 도중 틈틈이 찍은 야생화로 산행기를 갈음한다. 갔다온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지리산이 그립다. 마치 오랜 연인처럼.




▲ 노고단 대피소에소 본 반야봉




▲ 짚신나물


 


▲ 산짚신나물



 

▲ 흰여로
 

 

▲ 흰여로와 모싯대
 

 


▲ 긴산꼬리풀 




▲ 일월비비추
 

 

 

▲ 참취 

 



▲ 새며느리밥풀 




▲ 새며느리밥풀

 



▲ 산오이풀



 

▲ 산오이풀

 



▲ 개시호 

 



▲ 고추나물




▲ 자주쓴풀
 

 


▲ 곰취

 

 

 

▲ 어수리
 

 


▲ 멸가치
 

 


▲ 동자꽃




▲ 동자꽃

 

 

▲ 모싯대




▲ 도라지모싯대




 

▲ 도라지모싯대


 


▲ 흰진범
 

 


▲ 정영엉겅퀴
 

 


▲ 둥근이질풀
 

 


▲ 바위채송화



  ▲ 바위채송화

 


▲ 바위떡풀

 

 


▲ 구름병아리난초
 



▲ 구름병아리난초


 


▲ 구절초
 

 


▲ 참바위취 




▲ 참바위취 




▲ 딱총나무
 

 


▲ 딱총나무의 열매




▲ 골풀




▲ 수리취




▲ 난장이바위솔




▲ 산수국




▲ 송이풀




▲ 송이풀




▲ 서덜분취



▲ 개구릿대 (지리강활일 수도...)




▲  개구릿대(지리강활일 수도...)




▲ 배초향




▲ 참나물





▲ 참나물




 서덜취 (feat. 참나물)




▲ 천상화원




▲ 용산역발 목포행 무궁화호 야간열차.

서대전역 01:04에 합류하여 열차의 까페칸에 퍼질러 앉아 한 잔 마시다.




▲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시 쉬며 짐을 여민다. 갈 길이 멀다.




▲ 긴산꼬리풀 흐드러진 등로




▲ 화개재 옹달샘에서 식수를 보급하다


▲ 35년에 걸친 지리산 산행에서 처음으로 반야봉에 올랐다. 거기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다.




▲ 점현이다




▲ 세석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이다.




▲ 천상 지리산이다!




▲ 끝없이 비는 내리고...




▲ 연하봉 근처




▲ 연하선경(烟霞仙景)에 잠들다.




▲ 동자꽃 핀 등로... 무슨 말을 덧붙이랴.




▲ 배초향의 아련한 향에 취하다.




▲ 기억에 의하면, 30년 전엔 분명 "홈바위폭포"였는데 "법천폭포"로 개명했나보다.




▲ 돌사태 난 법천계곡 - I




▲ 돌사태 난 법천계곡 - II




▲ 칼바위 직전의 출렁다리.



(이상 산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