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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애매~한 때에 찾아 간 만항재와 태백산 2014. 5. 10.


주말(5/10) 저녁에 강원도 원주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다.

모처럼의 강원도 행각인데, 그냥 갈 수는 물론 없다.

최단거리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약간 더 자동차 바퀴 품을 팔아

올 봄 환상적인 계곡 버전 모데미풀과 설중 버전 한계령풀로

뭇 화류계 인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만항재와 태백산 언저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2014. 5. 10. 강원도 정선군 및 태백시 일원.


Kodak DCS 14nx + Nikon D800



동행하기로 한 아들을 깨워 정확히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서다.

경주-포항-영덕-울진을 지나 삼척 임원항에 들러

작년 설악산행 때 맛 본 곰치국을 못잊어 "덕성식당"을 다시 찾았다.








일곱 시 약간 넘은 이른 시간인데

식당엔 벌써 한 무리의 단체 손님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 보니

나름대로 맛집으로 소문난 집임은 분명하다.


이번에도 역시 곰치국을 주문하였다.









곰치가 경상도에서 부르는 "물메기"인 줄 일았는데, 그와는 다른 어종이란다.

물메기와 얼핏 닮았지만 덩치가 더 크고, 더 고급(?)이라는게 주인장의 말씀이다.









1인분 12,000원. 


육질은 흐믈흐믈, 입에 들어가면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다시피 하는데,

이는 개인마다 호, 불호가 갈릴 듯하다. 

내 입맛엔 연두부추럼 부드러운 살코기의 식감이 매우 좋았고,

국물 또한 얼큰하고 시원하여 소주 생각을 절로 나게 하였다.

소주 한 잔은 물론 생각만으로 끝냈다.

양도 꽤 되어 밥 한공기와 함께 뚝딱 해치우고 나오니 배가 든든하다.

믹스커피 한 잔 타서 입가심하고 다시 출발이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9:30.

시간관계상 멀리는 못가고, 함백산과 만항재를 통과하는 탐방로 일대를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둘러 보는데, 어디선가 백구 한 마리가 풀린 목줄을 끌며 나타나더니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 걸으면서 가이드를 자원하였다. 





덕분에 요넘과 2시간여를 함께 탐방하였다.











예상대로 꽃은 소강상태,

늦둥이 얼레지와 피나물, 홀아비바람꽃만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남쪽에는 다 지고 없는 얼레지가 아직 싱싱한 녀석이 간간이 보였는데

높은 고도와 차가운 기온탓인지 색깔이 매우 진하다.

 

























특이하게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핀 얼레지도 보인다.

지가 무슨 하늘말나리인 줄 아는가 보다!

  










가끔 노랑무늬붓꽃도 눈에 띄였으나 대부분 솔로 버전이다.

어느 무덤가엔 범꼬리가 완전 도배모드로 쑥쑥자라나고 있는데

나중 일시에 꽃이 피어나면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생각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나도개감채도 아직 흔하다









황금빛으로 꽃단장하여 곤충을 한껏 유인했던 금괭이눈은

수분(受粉)을 끝내고 나니 호객행위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 

금빛을 많이 잃었다.








찍을 만한 꽃은 대강 이 정도.

초봄 꽃은 너무 늦었고, 늦봄/초여름 꽃은 너무 일렀다.

이미 예상했던 바여서 실망감은 들지 않았다.


다만, 꽃은 졌더라도 잎이나 줄기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었던 

한계령풀과의 조우가 성사되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백구와 작별하고 태백산으로 향하다.

 





20분 정도 운전 하니 유일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유일사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다(1인당 2천원)

유일가까진 2.4km, 약 1시간이 거리는 거리이다.

 

초입의 양편 수풀엔 줄딸기가 한창.

 








넓은 도로 주변엔 만항재와 마찬가지로

꽃을 떨구고 씨방을 맺고 있는 피나물과 홀아비바람꽃이 지천이다.

 

반면 연령초와 귀룽나무는 지금이 제철인 것같같다. 



귀룽나무






[연령초]







[연령초]





 

유일사 경내로 진입하여 무량수전 부처님께 잠깐 참배하고

음수대에서 뼛속까지 시린 약수를 한바가지 들이킨 후 돌아나왔다.







 

오는 길은 큰 길을 버리고 숲 속의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왔는데

여기도 그야말로 야생화의 천국이다.

비록 거의 다 져버린 후지만.


다음에 제대로 때만 맞춰 온다면 이보다 더한 꽃복을 누릴 순 없을 정도일듯.




[애기괭이눈]








[회리바람꽃과 나도개감채]







[동의나물]







[태백제비꽃]







[피나물]







[홀아비바람곷]







[황새냉이...일까?] - 싸리냉이다.







유일사 주차장 옆 식당 귀퉁이에서 본 것.





 


사정이 이러하니 개불알난을 야생에서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게 당연하다.

눈에 띄는 족족 통째로 파 제껴 보쌈을 해 와버리니....뭐.

좁아 터진 화분에 옮겨심어 놓으니 

영양실조로 제대로 자라지 못해 왜소한 모습이 애처롭다.



  


 

태백산을 뒤로하고 원주를 향해 달렸다.

도중 어느 밥집에 들러 이 동네 특산인 "곤드레산나물밥"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하였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강원도식 방언이고 "곤달비"로도 부른다.

고려엉겅퀴의 어린 순을 따 그늘에 말려 묵나물로 해 먹는다.






예전 식량이 귀하던 시절, 밥을 지을 때 양을 늘리기 위해 투입한 것인데

지금은 별미로 먹는 월빙 음식이 되었다.









별도로 나오는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데 그야말로 별미다. 

7,000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원주를 향해 다시 차를 휘몰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