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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야산(倻山)에서 만난 꽃 : 1. 회목나무

회목나무 - 노박덩굴과 화살나무속
Euonymus pauciflorus Maxim.

     오래 전, 야생화 사이트에서 회목나무를 발견하고는 그 특이한 꽃의 매력에 반하게 되었고, 노심초사 만날 날을 기다렸으나 (알려진) 서식지가 우리 지역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고, 또 개화 시기가 맞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7월, 솔나리를 만나러 倻山 산행을 하던 중 왠지 끌리는 열매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이것이 내가 그리던 회목나무의 열매라는 것을 첫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확실하게 서식 위치를 파악한 이상 꽃을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라 여겼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2년이 훌쩍 지나버고, 또 다시 회목나무 꽃 피는 시기가 되니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조급함이 몰려와 결국 행장 꾸려 새벽 바람을 헤치고 그 산으로 향했습니다.

     과연 회목은 예전에 만났던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었고, 또한 시기 적절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경사 급한 벼랑지대에 뿌리를 박은지라 몸을 안전하게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아 상당히 불안정한 자세로 사진을 찍어야했지만 생눈으로 대면한 것 자체가 기쁨이었지요.

     2년 전엔 주위에 다른 회목나무도 많이 본 것 같은데, 내 눈이 어두운 탓인지 다른 개체는 거의 보지 못했고, 한 모델을 요모조모 담아보며 약 30분 이상 회목나무와 놀았습니다.  

     회목나무를 뜻하는 종소명 "파우키플로루스 pauciflorus"는 "드물다, 거의 없다(few)" 라는 뜻의 라틴어 paucus 와 "꽃(flower)" 을 뜻하는 flōs 가 협쳐진 단어이며 "꽃이 거의 없다, 꽃이 빈약하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명에서 보듯, 이 꽃의 모양을 보면 저게 진짜 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투박합니다. 꽃 특유의 화려함, 화사함이나 향기 등과는 거리가 아주 먼, 그야말로 "꽃 같지도 않은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잎사귀 위에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일단 먼저 꽃을 피우고, 양 옆으로 만세를 부르듯 꽃자루를 내어 또 다른 꽃으로 새끼를 치는 모습도 특이한데, 꽃 자체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을라치면 그 오묘하고 신기함에 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젖먹이들의 저고리에 달린 앙징맞게 작은 단추 같기도 하고, 여성들의 정장 칼라를 장식하는 브로치 같기도 한 모습은 꽃으로서는 놀랍도록 특별한 모습인데, 네 장의 꽃잎 복판에 자리잡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꽃술의 저 디자인이라니!

     절벽쪽을 조금만 더 내려가면 다른 개체도 만날 수 있었지만 오늘의 또 다른 타겟인 선백미꽃이 저 위 정상부에 기다리고 있어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마지막으로 이 꽃들을 시야에 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참 예쁘게 못생긴 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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