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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유월 말에 만나는 꽃: 1. 갯패랭이꽃

     갯패랭이꽃 - Dianthus japonicus Thunb.     

     갯패랭이는 석죽과 (Caryophyllaceae) 패랭이속(Dianthus)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도감정보엔 우리나라에는 경남 해안지방에 서식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제주에서도 대규모 군락으로 자라는 모양입니다. 패랭이꽃은 꽃 모양이 옛날 사람들이 썼던 갓의 일종인 패랭이와 닮은 데서 유래된 것입니다.

     속명 디안투스(Dianthus) "제우스의~" 라는 뜻인 고대 그리스어 "Dios(Διός)" 및 "꽃"이라는 뜻의 "anthos(ἀνθός)"가 결합된 것으로 "제우스의 꽃' 혹은 "신의 꽃"이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역졸(役卒)이나 장똘뱅이 등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전유물인 패랭이로 인식되었는데, 어찌하여 서양에선 神, 그것도 최고의 신을 가까이 하는 고귀한 대접을 받았을까요? 

     패랭이屬은 카네이션 및 패랭이꽃의 총칭입니다.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여러 패랭이꽃 종류와는 달리 지중해 원산의 카네이션은 꽃이 화려하고 풍성하여 장미, 국화, 튜울립과 함께 4대 꽃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고, 특히 카네이션은 신전의 제례식에서 제우스에게 헌화되었을 뿐 아니라 왕이나 황제의 대관식에도 쓰였다고 합니다. 카네이션 carnation의 어원 또한 "대관식"을 의미하는 "coronation" 혹은 "화환"을 의미하는 "corone"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니 귀하신 몸이 아닐 수 없겠군요. (출처: https://www.newworldencyclopedia.org/entry/Carnation

      갯패랭이는 작년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거의 다 진 후여서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였지만 올해는 군락으로 뭉쳐 핀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붉게 핀 자태가 자못 당당하고 화려하여 카네이션이 아니라 이 녀석을 신전에 갖다 놓아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7월 초나 되어야 만개할 줄 알았던 갯패랭이꽃은 이미 절정을 지나 이제 시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거의 져버린 모습으로 첫 대면 후 올해 많이 기대하던 녀석들인데, 조금 더 늦게 왔더라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 뻔했어요. 바다색과 보색 대조를 이루는 저 해맑은 분홍색을 볼 때마다 묘한 설렘이 전해져 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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