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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올괴불나무


     서투른 솜씨로 비뚤비뚤 글을 쓰는 모양을 말할 때 "괴발개발"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에서 "괴"는 "고양이"의 고어 혹은 방언인데, 고양이나 개가 발로 글을 쓰듯 서투르다는 의미죠. 고어 "괴"가 "고이", "괘이", "괭이"를 거쳐 오늘날의 "고양이"로 진화(?)한 겁니다. 뜬금없이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금 게재할 나무꽃의 이름이 "올괴불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올"은 올되다, 이르다 라는 뜻으로 이른 봄에 꽃이 핀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고, "괴불"은 고양이의 불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예쁜 꽃과 고양이의 불알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그 의문은 5월 초/중순경 빨갛게 익은 열매를 보게 된다면 금세 풀리게 됩니다. 

(고양이 불알 : 인터넷에서 퍼 온 사진)

     위 사진 2컷은 작년 5월 초, 은방울꽃이 한창일 때, 그 곁에서 익고 있던 올괴불나무의 열매를 담은 것입니다. 앙증맞게도 탱글탱글 두 쪽으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이 고양이 불알을 닮았습니다. 이 열매는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 맛은 없지만 살짝 단 맛이 나는게 아주 못먹을 맛도 아닙니다.


     학명 Lonicera praeflorens Batalin를 보면 ...

    속명으로 쓰인 Lonicera(인동덩굴屬)는 형태적인 특징을 반영한 것은 아니고, 독일의 생물학자였던 로니처(Adam Lonitzer)의 姓을 라틴식으로 표기한 것입니다. 종소명으로 쓰인 라틴어 praeflorens는 "일찍 피다, 먼저 피다(=before blooming)"이라는 뜻이어서 우리말 "올"이 여기에서 비롯하지 않았나 가정해 봅니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게 아니고 제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어쨌든 마른 가지에서 잎보다 먼저 꽃을 주렁주렁 피우는 광경을 보면 외 "올"괴불나무인지 다시 한 번 이해하게 될겁니다. 이 꽃의 감상 포인트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피어나는 고운 때깔의 꽃무리 뿐 아니라 아주 진한 자주색으로 피어나는 수술의 꽃밥입니다. 마치 발레리나가 자주색 토 슈즈(toe shoes)를 야무지게 신고 공중으로 한껏 도약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개화 유지 기간이 짧아 꽃밥을 금세 터뜨리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토 슈즈를 보려면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합니다. 노루귀를 찍으러 가면서 만나는 꽃이어서 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이 녀석들을 보러 가서 덤으로 노루귀를 만나 볼까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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