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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2014.04.13. - 2년 전 오늘, 마을 뒷산.



(...전략...)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후략...)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제기랄, 비가 온다.


며칠 전부터 기상청은 비를 예보하고 있었지만

새벽 눈 떠 창 밖을 내다 보니 진짜 비가 오네.

기특한 기상청.


아직도 내 뇌리에 박힌 국회의원은

김지하의 오적(五賊)에 등장하는 

"국회의원(국獪狋猿)"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어

수구꼴통이건 진보좌파건 그 놈이 그 놈이라,

애초 기대일랑 접은 지 오래이건만,

그래도 투표권을 포기하긴 찜찜하다.


투표 하고 뒷산 갈 것이냐

뒷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투표할 것이냐

망설이다가 보니 시각은 어느 새 오후 3시.


투표장 문 닫기 전에  동사무소 들렀다가

마눌님 따라 백화점 갔다 오니 밤이 됐네. 

덕분에 뒷산 산책은 헛방이다.

다 이놈의 비 탓이다. 어험.


* * * 


지하 선생의 담시 "오적 중"

국회의원 대목을 함 리바이벌 해 보고 넘어가자.

검색해 보니

인터넷에 다 나오는구나. 

(위 내용 참조)

  

* * *


하드디스크 뒤지니

2년 전 딱 오늘 다녀 온 뒷산 기록이 나오네.

마침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것이어서

포스팅 해 본다.




2014.04.13.

울산, 북구 야산.





앵초의 계절이 왔다.





곧 이 산자락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천남성도 영업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장개업!





삿갓나물도 질세라...





중의무릇도 있네?





갈 길이 바쁜 늦둥이 복수초.





복수초 이파리 뒤에는 동의나물이 고개를 빼꼼.





먼저 핀 녀석은 산짐승에게 뜯어먹혔지만 

옆으로 가지를 내어 또 다음 봉오리를 준비 중.





꿩의바람꽃이 아직도 싱싱한 곳.





무더기도 있어요.





꽃잎 가장자리를 저리 예쁘게 뜯어먹은 녀석은

누구일까?





소박한 산벚도 참 반갑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아, 연분홍 철쭉이었군.





첨 보는 순간 "심봤다!" 라고 외칠 뻔했다.

산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가시오가피다. 쳇.


하기사 내 팔자에 언감생심 무슨 놈의 산삼을 바라겠는가?





예쁜 동의나물 꽃다발을 끝으로 하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