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또 늦었다.
그 숲의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확 들어와야 할
분홍색 혹은 보라색의 빛나는 그 깽깽이풀 꽃잎이 눈에 얼른 띄지 않는 것이다.
예측하지 않았던 바는 아니었지만, 막상 예측이 현실이 되니 좀 허탈하였다.
기대를 접고
파장(罷場)의 수수엿장수처럼 멋적게 숲 속을 두리번거리며 서성이니
그제서야 늦게나마 꽃을 피운 늦둥이 몇 포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2013. 4. 7. 울산/울주군의 어느 야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비실한 모습이다.
하나같이 축 늘어졌다.
가루받이(受粉)나 제대로 하고 그 꽃잎 장렬히 떨구었기를 ...
약간이나마 상태가 나은 녀석들이지만,
그 굳세게 다문 입을 언제 열려는고?
그래도, 이런 이삭이라도 주울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끼 낀 고목 등걸 옆에 나름대로 자리를 잘 잡았다.
아직 잎사귀도 펼치치 않은, 오늘 만난 가장 싱싱한 개체다.
눈물겹도록 반갑다.
이제서야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스며드는데
다음 스케줄의 압박으로 널 기다릴 시간이 없구나.
내년에 또 보자.
깽깽이와 숲을 나눠 쓰고 있던 족도리풀.
특이하게도 짧은 꽃대가 따로 올라 와 잎사귀 아래, 땅에 붙여 꽃을 피우고 있다.
그래도 곤충들이 잘도 찾아오기만 하더라.
피지 않은 족도리풀 꽃도 자세히 보니 참 예쁘구나.
아직 꽃봉오리를 열지 않고있다.
봉오리 상태의 족도리풀 꽃은 처음 담아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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