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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애기자운 (털새돔부, 털새동부)

애기자운

Gueldenstaedtia verna (Georgi) Boriss.

 

이 식물은 정명으로 등재된 "애기자운"보다

이명으로 제시된 "털새돔부(털새동부)"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든다.

 

 

어릴적 고향마을 남새밭엔

봄에 떡잎 두 장으로 싹을 틔운 돔부콩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고

초여름 무렵이면

대나무 지지대를 칭칭 감고 무성해진 덩굴마다

분홍색 돔부꽃이 가득 피어났다.

여름이 익어갈 때쯤

꽃 떨어진 자리에

돔부콩 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리면

어머니는 그것을 한 바가지 따서 냄비에 푹 쪘고

이는 늘 배고픈 그 시절 맛있는 간식이 되었다.

 

 

돔부콩 이야기를 꺼낸건

돔부꽃이 야기하는 어떤 연상 때문이다.

대학시절, 판소리에 관심이 생겨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여섯마당이 수록된

사설집을 사 읽었는데

그 중 "변강쇠가"의 어느 대목을 읽다가

룸 메이트 친구녀석과 함께

갑자기, 그야말로 포복절도를 했던 것이다.

그 대목을 조금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전략)

멀끔한 대낮에 

년놈이 훨썩벗고

매사니뽄 작난할제

天生陰骨 강쇠놈이

女人兩脚 번듯들고

玉門關을 구버보며

이상히도 생기었다

맹랑히도 생기었다
(중략)
콩밭팥밭 지났던지

돔부꽃이 비치었다

(후략)

 

 

요즘으로 치면 높은 수위의

19금 음담패설이 거침없이 전개되는데

민망함?은 전혀 없고

옛 사람들의 그 위트 넘치는 기지에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체높으신 나으리의 칠순 잔치에 불려간 소리꾼이

주위를 둘러싼 좌중 앞에서 저 대목을 거침없이 불러제낄 때

주인공 대감과 마님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저 사설의 나머지 핵심 부분도 여기 인용하고 싶지만

수위 조절을 아니할 수 없으니 뭐 이 정도로 하고, 

궁금한 분은 직접 구글링 해 보시라.

 

 

애기자운, 털새돔부(동부), 돔부콩을 거쳐

여인양각(女人兩脚), 돔부꽃까지 오다니

나도 어지간히 실없는 인간이다.

 

 

털새동부는 돔부콩과 같은 콩科 식물.

 

돔부꽃

출처 : http://blog.daum.net/hyun-ju0716/1677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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