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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가지산 여름꽃 탐방 2019 : 솔나리 등

     올해 남쪽지방의 여름꽃은 유난히 더딘 것 같습니다. 지금 쯤 이미 가지산의 솔나리 근황이 각종 야생화 사이트나 밴드 등에 올라와야 하는데 감감 무소식이다가 얼마 전 다녀 온 사람으로부터 솔나라 작황이 심히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는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할까 하다가 일요일 새벽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나온 걸 보고는 바로 행장을 꾸려 가지산으로 향합니다. 

     밀양으로 향하는 24번 국도에서 바라본 가지산 방향. 저 멀리 쌀바위가 보이고, 왼쪽의 가지산頂은 운무에 휩싸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부의 구름이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이 나타나리라 생각했으나 많은 습기를 머금은 저 구름은 산행 내내 산정에 머물러 있었고, 세찬 바람 또한 끊이지 않아 사진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지요.

     석남터널 서쪽 입구 근처에 주차 후 산행을 시작하여 오르막을 조금 오르다 보면 능동산에서 가지산에 이르는 능선에 금세 도달합니다. 며칠 전의 태풍과 집중호우로 계곡은 많이 망가져 있었지만 온 산은 대청소를 한 듯 먼지한 톨 없이 깨끗해서 참으로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방금 핀 듯 깨끗한 얼굴의 원추리가 먼저 인사를 하는군요.

     예년엔 비비추를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이번 산행에선 간혹 눈에 띌 뿐입니다.  

     가지산장 앞의 붉은털이슬(추정)은 개체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중봉으로 오르는 긴 목재 데크 계단길 주위에 볼 수 있었던수많은 산수국은 지난 태풍과 큰 비에 시달린 끝이어서인지 온전히 성한 개체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흰꿩의다리가 물기에 젖은 머리의 무게를 버겁게 견뎌내고 있습니다.

     마침내 첫 솔나리와 조우합니다. 올해도 여전히 작년 그 위치에 자리잡고 피어 맨 먼저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물기 머금은 작은 산수국 

   중봉에 도달해 보니

     사위는 완전 五里霧中, 자욱한 운무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습한 바람은 어찌 그리 쌩쌩 부는지.

     오늘 아침에 봉오리를 연 듯 싱싱한 말나리.

     동자꽃 역시 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특한 녀석들을 조금 더 당겨 보았습니다.

큰까치수염

    어두운 숲에 등불을 켜 놓은 듯한 제일농원 갈림길의 동자꽃. 역시 더없이 깨끗한 모습이죠.

     물레나물은 대부분 졌지만 이런 기특한 늦둥이도 있어요. 

물레나물

     풀섶을 잘 살펴보면 이런 숨어 피는 솔나리도 만날 수 있습니다.

원추리
돌양지꽃
미역줄나무

     정상부의 솔나리. 작년 이 위치에서 상당히 많은 개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올핸 거의 작년의 1/3 수준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없던 모습입니다. 솔나리 서식처에 이렇게 보호 금줄을 쳐 놓았는데 정작 금줄만 쳐져 있고 솔나리는 가출해 버린듯 휑 하고 엉뚱한 풀만 무성한 곳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작년 이 근처에 꽃대가 몇 단이나 되는 풍성한 개체가 있었고 이번 산행에서도 그걸 기대했는데, 아예 흔적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그 개체가 올라올 무렵 그걸 뜯어먹고 있는 산토끼를 산장지기가 목격하고 쫓아버렸는데 이후 그 산토끼란 녀석이 다시 와서 결국 다 뜯어 먹었다는겁니다.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지 웃고 말아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지만, 솔나리의 실종이 최소한 사람의 소행은 아니길 바랍니다.

헬리포트 주변에 많이 서식하는 층층이꽃

     휙휙 부는 드센 바람에 순간적으로 안개가 걷혀 진경산수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언뜻 드러나지만 워낙 찰라의 일이어서 렌즈 갈아낄 시간초차 없으니 좋은 그림을 놓쳐 안타까왔습니다.

    작년 흰솔나리가 있던 자리인데, 그 흰둥이란넘은 어딜가고 분홍이만 그 자리에 남아 홀로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주, 그리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딱 한 개체의 흰 솔나리가 있었다고 하여 근처를 이잡듯 수색해 보았으나 끝내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노루오줌
말나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술패랭이꽃
하도 색이 고와 담아 본 술패랭이꽃
정상부 바위틈에 핀 자주꿩의다리

     정상 부근 솔나리를 다른 각도로 한 컷 더 담아 보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하산 도중 만난 등로변의 참바위취
새며느리밥풀꽃

     아까 올라오면서 만난 첫 솔나리를 아쉬움에 또 담아 봅니다. 

다시 담아 본 흰꿩의다리

     껍질을 깨고 막 올라오는 달걀버섯도 만났습니다. 흔히 보는 붉은 색이 아니라 달걀의 노른차처럼 노란색이어서 더욱 달걀버섯처럼 보이는군요. 이 달걀버섯을 끝으로 올 여름 가지산 야생화 탐방을 마칩니다. 대체로 예년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하여 조금은 아쉬움이 있지만 내년엔 예년 상태로 돌아와 주길 기대합니다.  

      꽃 이름에 오류가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지적 부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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