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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동유럽 둘러보기 - 《제5일 : 부다페스트 및 귀국》

동유럽 둘러보기 - 《제5일 : 부다페스트 및 귀국》




드디어 사실상의 마지막날이다.

오늘 일정은

빈의 호텔을 출발, 3시간 30분 가량 남행하여 헝가리로 입국,

부다페스트 시내 투어를 마친 후

마지막 코스로, 저녁에 유럽 3대 야경 중의 하나라는 다뉴브강을

유람선으로 관람하는 계획이 준비되어 있다.


다뉴브강 야경 유람 후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공항으로 직행, 모스크바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주마간산도 이런 주마간산은 없을것이다.

유난히 호기심 많은 내 성격상, 언제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는 이 낯선 곳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보고, 더 느끼고, 더 기억속에 담아두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많이, 더 멀리,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하면서도 행여 일행을 놓쳐 단체 일정 진행에 폐를 끼칠까봐 

늘 단체의 動線을 염두에 두고 또 따로 움직여야 하니

한시도 강박감에서 벗어나 보지 못했던 것같다.

더구나 허벌스럽게 무거운 카메라는 2대씩이나 걸머지고 땡볕을 쏘다녔으니...


이런 경우야말로 

아마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여행자의 자세"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혹 다음에 다시 이 곳을 찾아 올 기회가 있다면

카메라고 뭐고 다 집에 두고

그냥 빈 몸에, 빈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와서 

되도록이면 천천히, 그냥 머리가 아닌 오감으로만 느끼는 

그런 아무 생각없는 여행을 하고싶다.

 

그런 날이 올 것인가?








간밤은 좀 더웠는데 에어컨 시설이 없는 방이라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바깥이 시끄러워 잠을 약간 설쳤다.


왁자지껄 소란한 중국 단체객들 사이에서 좀 불편한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하늘이 열려 있다. 

공기도 더없이 상쾌하다.


다시 행장을 꾸려 버스에 타고 헝가리를 향해 출발,

거의 산이 없이 구릉 뿐인 창 밖 경치를 감상하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청정에너지 강국의 이미지답게 고속도로변 평원엔 

풍력발전용 터빈이 끝도 없이 늘어 서 있다.

오스트리아는 풍력발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에 도착, 국경휴게소에서 잠시 쉬다.









EU로 통합되면서 국경개념은 이제 없어졌다.

과거 국경검문소로 이용되다가 용도폐기된 건물이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는 차량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헝가리는 한 때 헝가리 제국을 이룰 정도로 강성했던 때가 있었다.

영문 표기 "Hungary"의 "Hun"이 훈족을 뜻하는 것이고, 따라서 

흉노족이 헝가리를 세운 직계 조상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동양과의 동질성/유사성이 많아 유럽 속의 동양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성명을 "이름+성"으로 표기하는데

헝가리는 우리처럼 성을 먼저 표기하는 것이나

날짜도 월/일/년 혹은 일/월/년이 아닌 년/월/일의 순으로

표기하는 점, 이 이외에도

매운 고추를 듬뿍 넣은 뜨거운 내장탕을 즐기는 등등의 유사성으로

극동지방과의 동일 조상설이 떠돌기는 하지만,

증명된 바는 없다고 한다. 

 

헝가리 왕국으로서 강성했던 때가 서기 900년~1200년 정도였고

이후엔 칭기즈칸의 침입으로 파괴되도 하고

또 그 이후엔 오스만투르크에 정복되어 오랫동안 지배를 받기도 하였다.


그 후 오스만투르크가 쇠하면서 1686년 오스트리아에 점령되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존재하다가

1차대전 이후 비로소 헝가리리는 자주국가로서 독립한다.


2차대전땐 나치에 점령되어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6~7만명이 대학살 당했고

2차대전 이후엔 소련의 지원을 받는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된다.


1956년엔 헝가리 反蘇 혁명이 일어났으나 소련의 물리적 탄압으로 무산되었다가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를 기억해 보시라)

소련 연방 해체 후 90년대에 공산 정권이 몰락하자

비로소 헝가리는 지금의 민주국가로 탈바꿈하였다.

 









휴게소에서 시원한 헝가리 맥주를 하나 사서 맛보다.

쌉쌀한 맛이 나쁘지 않다.









부다페스트가 멀지 않다.








 


부다페스트 시내의 첫 인상.

과거와 현대의 공존과 조화?


부다페스트는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유서깊은 도시이다.

서울이 동서로 흐르는 한강을 두고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

부다페스트는 남북으로 흐르는 다뉴브 강(헝가리어로는 두너:Duna 강)을 두고

강서쪽인 "부다"와 강동쪽인 "페스트"가 합쳐져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

부다는 왕궁과 관청가, 귀족 등 상류층, 지배계층이,

페스트에는 서민들이 거주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신도시격인 페스트지역이 매우 발달하여 

근대에 건립한 관청이나 행정기관, 대학, 대성당, 문화시설 등이

대부분 이 곳이 있다. 

 









중식을 마치고 맨 처음 들른 곳은 페스트 지역의 영웅광장이다.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1896년 건립하였다.


중앙의 기둥 위엔 대천사 가브리엘 동상이 우뚝 서 있고 

양쪽 옆으론 국왕, 장군, 정치가 등 헝가리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근대 지도자 14명의 청동 조각상이 각각 7명씩 늘어 서 있다.









가브리엘 아래 기단에는 각 헝가리 부족을 대표하는 6명의 부족장,

가운데는 부족을 통할하는 머저르족 족장의 기마상이 서 있다. 


외국 외교사절들이 방문하면 위 사진의 석관에 헌화하는 것이

이 나라의 공식 의전 절차라고 한며

헝가리의 국가적 행사는 거의 이 곳에서 거행한다고 한다.








머저르 족장 아르파드와 6명의 부족 족장 기마상









 

광장 양편엔 박물관과 근대미술관이 마주보며 서 있는데,

박물관엔 지금 에곤 쉴레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에도 모종의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도 뜨거운 날씨...

관광객들이 헝가리 족장 대표들이 만들어 준 그늘 밑에서 휴식하고 있다.









다음은 다뉴브강의 그 유명한 "세체니 다리"를 건너

부다지역으로 이동, 부다 왕궁과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를 둘러볼 차례다.


위 사진은 부다 지구 언덕으로 진입하는 계단이다.






 


부다 지구 언덕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것이 마차시 성당이다.

원래의 이름은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지만

이 곳의 남탑에 마차시 후냐디(1458-1490) 왕가의 문장과 머리카락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시 성당으로 불린다.


13세시경에 건립된 고딕 양식의 성당인데, 역대 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다고 한다.

보수 공사 중이라 성당 내부 진입이 막혀있어 내부 관찰은 하지 못했다.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 막바지에 반 터키 신성동맹군과의 전투가 있었는데

동맹군의 포격으로 성당 벽이 무너지면서 원래 봉납되어 오던 성모 마리아상이

터키군 눈 앞에 나타자자 동맹군들의 사기가 충천하여

결국 터키군을 몰아내고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종결지을 수 있었는데,

이 일로 인하여 "성모 마리아의 기적이 있었던 장소"로 불린다고 한다.



 





성당 오른편엔 "어부의 요새"로 불리는 고깔모자 모양의 지붕을 이고 있는

석조 건축물이 있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부다페스트 시내 조망이 일품이다.

과거 어시장이 있던 자리여서 "어부의 요새"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까페에서 본 페스트 지역>







 


이 곳은 과거 왕궁이었으나 왕정 폐지 후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인민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곳 내부에서 KBS TV 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하였다는데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왕궁 내의 오래 된 다리









도서관이 된 왕궁









도서관 건물 내부 광장








현직 대통령 집무실.









헝가리 건국시조 또한 우리의 박혁거세처럼 알에서 탄생하였다.

왼쪽 독수리처럼 생긴 새는 건국 시조를 낳은 전설의 새이고

오른쪽 아름다운 아치는 "승리의 문"이라고 한다.








<왕궁에서 본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시내 1>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왕궁에서 본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시내 2>









<왕궁에서 본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시내 3>










<왕궁에서 본 부다 지역의 언덕>


저 멀리 안테나가 서 있는 언덕은 부다페스트의 최고급 주택가라 함...








2차대전 당시 폭격을 당해 많은 문화재가 파괴되었고

아직도 복원작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원 도중에도 계속 새로운 유적이 발굴된다고 한다.









광장 복판엔 "마차시"의 기마상이 있다.









마침 대통령 집무실 위병들이 교대식을 진행하고 있다.









공산권 군인 특유의, 다리를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 행진하는

일명 "뻗장다리 보법"이 이채롭다.









<임무 교대>


어느 나라건 수문장 교대식이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 이벤트로 자리잡는듯 하다.









<대통령 집무실 전경>


경계가 그리 삼엄하지 않아 매우 개방되고 자유로운 느낌이다.







다음 코스는 부다페스트 최고의 전망대로 불리는 겔레르트 언덕이다.







언덕 올라가는 진입로엔 2차 대전때 쓰던 무기가 전시되어 있고

벽에는 독일군과의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생긴 무수한 총탄 자국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언덕 정상에는 양 손에 종려나무 잎을 든 헝가리판 "자유의 여신상"이

구 소련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 있는데,

2차대전때 헝가리를 도와 피를 흘리며 독일군과 맞서 싸운

소련 병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언덕 위 광장









손을 잡고 부다페스트를 내려다보는

"부다페스트의 연인" 







<요새 언덕에서 본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바로 아래의 다리가 오스트리아의 황후을 위해 만든

엘리자베스(일명 씨씨)다리이며


저 멀리보이는 다리가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 등장하는,

"글루밍 선데이"라는 곡을 듣고서 수많은 사람들이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세체니 다리이다.





다음은 다시 페스트 지역으로 이동하여 성 이슈트반 대성당으로 향한다.







헝가리의 초대 국왕 성 이슈트반을 기리기 위해 축조되었다.

1851~1906년 사이에 건축되었으니 비교적 최신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성당의 전형적 건축양식인 네오 로마네스크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전체 구조가 십자가 형상으로 되어 있고, 중앙에 돔이 있다.









돔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유명하며, 

성 이슈트반의 오른쪽 손을 미라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는데,

들어가서 관찰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애석하다.










선상 야경 투어 가는 길, 선착장의 연인









유람선 한 척을 전세내어 갑판의 벤치에 앉아서

다뉴브 강의 물살을 헤치고 천천히 항행한다.

 

해가 져 어둑어둑해질 무렵부터 강상의 다리와 양안의 건축물에

하나 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여기저기서 탄성을 지른다.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면서 와인이나 맥주를 조금씩 음미하며

느긋하게 양쪽 강안의 밤 풍광을 즐겨야하건만 

현실은 다들 폰카, 디카 등 찍을 수 있는 장비를 몽땅 꺼내 들고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혼을 빼앗겨

정작 江上遊의 운치를 맛보는 일은 뒷전이다.







 


무슨 건물이었는지 잊어버렸다 -_-;;;








부다 왕궁









조명에 물든 세체니 다리 너머로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가 보인다.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과 성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










황금빛으로 물든 국회의사당










얼마 전 다뉴브를 휩쓴 대홍수로 침수되는 바람에

아직 보수공사 중인 국회의사당







이제 동유럽 투어가 끝났다

호텔로 돌아가 다들 귀국 짐을 꾸릴 차례다.




 


이튿날 아침, 숙소 체크아웃 후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귀국 비행기에 타자니 어쩐지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든다.

 

헝가리 국제공항 출국 대기 중.







<동유럽 투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