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2016.07.17. - 능동산>가지산 여름 야생화 트레킹

     해마다 7월 마지막 휴일 쯤에 다녀오던, 솔나리를 주인공으로 한 가지산 야생화 트레킹을 올핸 2주나 당겨 잡았다. 올 여름꽃의 개화가 전반적으로 1주 이상  정도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다가 여러 야생화 사이트에서 벌써 2주 전부터 만개한 솔나리가 속속 게시되고 있던 터여서 괜히 마음이 바빠진 탓이다. 다음주엔 남덕유산행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는 터여서, 이번 일요일을 놓치면 올해 가지산 솔나리는 끝일 것 같은 예감도 나를 자꾸 가지산으로 떠밀었다. 

     이번 산행도 혼자다. 늘 함께 했던 꽃동무 2人 중 K는 먼 곳으로 직장을 옮겨서 함께하기가 조금 어려워졌고, 다른 K 兄은 오늘 집안 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다. 04:50에 기상하여 옷 갈아입고 식구들의 새벽 꿀잠을 방해할세라 어제 미리 챙겨 둔 배낭을 조용히 안아 들고 살금살금 현관을 빠져나왔다. 간밤에 뿌리던 비가 그친지 오래된 듯 땅은 다 말랐지만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혀 산행 중 비를 만날 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강수는 없을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오늘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시내버스 정류장 건너편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몇 개를 사서 챙기고 길 건너가 잠시 기다리니 울산역행 KTX 리무진 버스가 정시 도착한다. 지금까지는 석남사 공비 토벌탑에서 시작하여 중봉-가지산-쌀바위-운문재-석남사로 연결되는 시계 방향 원점 회귀 코스를 주로 이용해 왔으나 이번엔 여정을 조금 확장하여 배내고개를 기점으로 삼기로 했다. 언양터미널에서 6:20에 출발하는 배내골행 휴일 지원버스(328번)을 잡아 타기 위하여 조금 일찍 움직였다.


2016.07.17.
배내고개 - 능동산 - 가지산 - 쌀바위 - 석남사


 



     울산역에서 807번 버스로 환승하여 언양터미널에 도착하니 328번이 대기하고 있다. 두 번을 환승하는 동안 버스 시간대가 톱니바퀴같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12분간의 여유가 있어  장꾼들이 벌써 전을 펼치고 영업이 한창인 터미널 주위의 언양 재래시장을 잠깐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2/7장으로 열리는 언양 장날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배내고개행을 다음 차편으로 미루고 흥미진진한 시골 장마당 구경을 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

우리 할머님 사진 한 잔 찍어가도 되겠느냐고 말씀드리니 "꼬치와 함께 예쁘게 찍어달라"면서 포즈까지 잡아주시네. 모델료는 연말에 정산해 드리는 것으로.


     이른 시각인 만큼 버스엔 승객이 나를 포함 4명 뿐이다. 앞 좌석의 아주머니께서 중얼중얼 무슨 공부를 저리도 열심히 하시는가 하여 슬쩍 훔쳐보니 "츰부츰부 츰츰부 아가셔츰부..."로 시작되는 츰부다라니다. 예전 시민불교대학에서 수박 겉 핥듯 잠시 불교 교리 접해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기억이 맞다면 저 다라니는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소원을 성취하는 공덕이 있을 것이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스마트폰으로 다라니 전문을 후다닥 검색하여 나도 따라 나직이 외어 보았다.

     버스는 석남사 주차장에 잠시 정차했다. 차창 밖 석남사 일주문 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능선에 쌀바위가 보이고 구름이 낮아지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설마 츰부다라니를 왼 효험이 나타난 것일까?



         배내고개에서 하차하여 신발끈, 배낭끈 다시 여미고 접었던 트레킹 폴도 조립하여 들고 능동산으로 향하는 들머리 계단으로 진입하다. 

 

 

▲ 가는장구채    

     가장 먼저 반겨 준 꽃은 가는장구채다. 생육 환경이 좋아서인지 지금껏 봐 왔던 어떤 개체보다도 꽃부리가 크고 당당해 보인다. 주위에 군락도 있었지만 장마비에 상한 모습이어서 가장 상태가 나은 넘을 골리 담았다.

 

 

▲ 비비추

    방금 마악 피어난 듯한 청초한 비비추도 만나다.

 

 

▲ 비비추    

    육각 별 모양 연보라색 꽃잎의 때깔이 참으로 곱지 아니한가?

 

 

     이내 능동산정(938m)에 도착하였다. 힘들진 않았으나 대기가 매우 습하여 온 몸이 벌써 땀으로 흠씬 젖는다. 잠시 표지석 귀퉁이에 걸터 앉아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 김밥으로 조촐하게 아침 식사를 대신하다.

 

     왼쪽 계단은 가지산 방향, 오른쪽은 올라 왔던 배내고개로 연결된다. 당연 왼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숲에 잠시 햇볓이 들었다. 이내 갤 것으로 기대했던 구름은 능선을 계속 넘나들며 산자락의 대부분을 운무에 가두 두고는 좀체 파란 하늘을 드러내 주지 않는다.  

 

▲ 노각나무

     이렇게 싱싱한 상태의 노각나무 꽃을 만나긴 처음인 것같다.


 

▲ 버섯종류

     멀리서 보니 우담바라(실제로는 풀잠자리의 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작은 버섯과, 털처럼 가늘고 긴 버섯대의 끝에 맺힌 이슬이다.

 

     가지산 정상은 아직 운무속이고, 저 멀리 석남터널로 연결되는 구 울밀선 도로가 보인다.

 


     능동산 정상부를 지나면 이런 호젓한 평지같은 등로를 만나 한동안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마주치는 산객들도 가물에 콩나듯 드물어 고즈넉한 오솔길을 혼자 몽땅 전세 내는 호사마저 누린다. 적당히 젖어 발바닥으로 전해 오는 폭신폭신한 산길의 감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 여로

여기서 만나는 여로는 대부분 자주색이다. 아까 초입에서 푸른여로를 만나 담았지만 심하게 흔들려 휴지통에 넣어버렸고, 산행 끝날 때까지 다른 여로를 발견하지 못했다.

 

     석남터널(울주군)로 연결되는 갈림길

 

 

     왼편으로는 석남터널(밀양군)로 연결되고 오른편으로 석남사 주자장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다. 


     좀 더 가면 석남사 주자장과 최단 거리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나온다. 


     가지산 대피소에 당도하였다. 여기까진 평탄한 등로의 연속이었고 지금부터는 중봉 및 가지산 정상에 이르는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행복 끝, 고난 시작이다.


 

▲ 붉은털이슬

    쥐털이슬/개털이슬은 전혀 아니고, 털이슬/쇠털이슬/말털이슬과도 거리가 먼 것같고... 여지껏 봐 온 털이슬속과 다른 모습이어서 상당히 헛갈렸으나 하산하여 도감과 인터넷 사이트를 참조한 결과 일단 붉은털이슬로 명찰을 달아 보다.
 

▲ 산수국

     가지산대피소에서 중봉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 주변엔 대규모 산수국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토양의 성분에 따라, 혹은 개화 진행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는 산수국을 관찰하는 재미도 이 곳을 오르면서 맛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 탐라산수국

     보통의 산수국이 가장자리에 큼직한 꽃잎을 달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헛꽃(가짜 꽃)이며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생식기관인 꽃술이 없다. 꽃 중앙부에 무수히 몰려 있는 깨알만한 녀석들이 진짜 꽃이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헛꽃에도 암술과 수술을 갖춘 종이 있는데, 이것이 탐라산수국이다.

  

▲ 솔나리

     올해 첫 대면한 솔나리다. 중봉 근처의 어느 관목 솦 속에 꽁꽁 숨어서 피니 등산로에서 불과 한 발짝의 거리지만 지나가던 과객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갓 핀 듯, 아주 싱싱하다.
 

▲ 자주꿩의다리 & 돌양지꽃

     중봉 벼랑 위 쉼터 주변 여기저기에 피어 있다. 

 

▲ 말나리

     제일농원으로 연결되는 갈래길 지점부터 말나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 하늘말나리

     말나리 핀 곳 근처 숲 속을 잘 살펴보면 드물지만 하늘말나리도 만날 수 있다.  

 

▲ 동자꽃

     말나리 피는 시기에 함께 피는 동자꽃.
 

     지나 왔던 길을 되돌아 보다. 오른편 높은 봉우리가 중봉이고 왼편은 석남사가 있는 계곡. 나도 모르는 사이 10-20mm 줌 렌즈의 후드가 살짝 돌아가는 바람에 사진의 좌하단, 우상단에 시커멓게 후드가 찍혀버렸다. 포샵에서 잘라낼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올린다. 다행히 최대 광각에서만 후드가 나타나고 줌을 조금 당겨 찍은 사진엔 나타나지 않았다. 


         가지산 정상에 도달할 무렵 잠깐 하늘이 열렸다. 헬기장이 보이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가면 백운산 혹은 운문산-억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서부릉이다.

 

▲ 원추리

     각시원추리인지 그냥원추리인지는 모르겠다.
 

▲ 개쑥부쟁이

     가을철 대표 꽃인데 좀 부지런을 떨었는지 일찍 나왔다.

 

▲ 솔나리

     목적지 솔나리 소규모 군락에 도착했다. 약간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이른 것이 늦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 솔나리

 

▲ 솔나리

      재작년까지 가지산 솔나리 식구 중 최고의 인기 모델이었는데, 작년엔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꽃대가 사라져 많은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다행히도 새로운 꽃대가 올라오고 있고, 약 1~2주 후 저 봉오리가 만개하면 왕년의 인기를 다시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발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 흰제비란

     흰제비란은 좀 늦었다. 지지난주쯤이 적기였을 것이다.

 

▲ 층층이꽃

 

▲ 미역줄나무 


모시대

     딱 한 송이 만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할 것이다.

▲ 자주꿩의다리



▲ 참바위취



     정상에서 북쪽을 조망. 쌀바위와 상운산이 보인다.



     북서쪽으로는 가지산 서봉과 운문사가 자리한 계곡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이 탁 틘 높은 곳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 캔을 목구멍으로 콸콸 쏟아붓는 그 맛은 참으로 각별하다. 오른쪽으로 가지산 정상과 중봉이 보인다.



     저 아래 쌀바위대피소가 보이고, 거기서 부터 운문령으로 연결되는 임도가 시작된다.



▲ 산앵도

     산앵도가 예쁘게 익었다. 앙징맞게 작아 콩알만한 크기지만, 따서 입에 넣어보면 제법 시큼달콤한 것이 잠깐이나마 입 속에 상쾌함을 안겨준다  



▲ 여로


▲ 산부추? 산달래?



▲ 큰까치수영



▲ 병조희풀



▲ 노각나무

     초반 능동산길에 만나 수십 컷 담았지만, 이것이 매우 싱싱하여 한 컷 더 담다.



     언양, 울산방향을 조망.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이 아스라히 보인다.



     남동방향으로는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이, 더 멀리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겹겹이 누워있다.



     상운산은 조망이 없어 생략하고 임도로 진입하여 석남사 방면으로 하산하다.



산행 종점.



        산길샘 트랙 통계를 보니 순수 산행은 약 14km을 걸었고 총 9시간 16분이 소요되었다. 최고 고도를 1236m로 표시하고 있고, 가지산의 높이가 1240m임을 생각할 때, 스마트폰의 GPS 데이터도 제법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능동-가지산 야생화 트레킹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