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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삭줍기 - 깽깽이풀


어릴 적, 나라 전체가 궁핍하던 시절
우리는 방과 후, 앞집 옆집 가족 총 출동하여
가을걷이 끝난 텅 빈 논으로 줄지어 향하곤 하였지.

일렬 횡대로 서서 허리를 굽히고 부릅뜬 시선을 논바닥으로 고정한 채
천천히 전진하며 뭔가를 열심히 탐색하는데, ...

추수하면서 떨구고 갔던 나락 낟알(이삭)들을
곧 갈가마귀란 놈들이 몰려와 싹 쪼아 먹어치울세라
피같이 귀한 나락 알갱이를 한 톨이라도 더 거두어 들이는 거였다. 

그렇게 모은 낱알은 북데기와 섞어 풍구로 선별한 후
주로 쇠죽솥에 쪄서 찐쌀을 만들었지.

겨우내
노란 찐쌀 한 줌 호주머니에 넣고 입 속에 조금씩 털어 넣어
우물거리면 우물거릴수록 우러나는 그 고소한 맛이란~

x x x x x

빛은 없고, 바람은 불고, 꽃잎은 이미 져버리고,
그래도 그래도 ...
남들이 다 찍고 남은 찌끄레기 깽깽이풀이라도 담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새로 장만한 또다른  Kodak Professional DCS Pro 14n으로 깽깽이 이삭을 줍다
2011. 4. 16. 울산 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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