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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프레스티지 클래스에 타 보니 ...




애틀랜타- 인천간 귀국길은 태평양을 횡단하는 출국편과는 달리 북극해를 거쳐 남하하는 항로를 택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물론 지구의 자전방향을 좇아 오는 탓도 있겠다.


14시간을 꼼짝 없이 옹색한 자세로 앉아 버티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모두들 숙명(?)으로 받아들이니 큰 불평 없이 비행하는게 아닐까?

 

귀국편을 향하면서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장시간의 비행동안 비좁은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어떻게 감당할까? 라는 걱정보다는

"어떤 기내식이 내 입맛을 즐겁게 해 줄 것이며,

어떤 영화 프로그램이 긴긴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리오?" 라는, 

부정적인 쪽이 아니라 오히려 소박하지만 긍정적인 것이었다.


애틀란타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강 해결하고 좀 노닥거리다가

탑승 시간이 되어 맨 마지막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린 후 

탑승게이트에서  e-티켓을 보딩패스로 교환하는데

40대 중년쯤 돼 보이는 대한항공 아주머니 직원이 씨익 웃으면서


"손님께서는 좌석이 바뀌었습니다" 라고 하네?


"자리를 바꿔? 오버부킹됐나?"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탑승권을 건네받는데


"좌석이 앞쪽으로 당겨졌다고요... 근데 좋아하시는 표정이 아니네요?" 라고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제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눈치없는 나, 


"와우 넘넘 감솨해요~~~! 복 받으실겨~~!!!"라고 응수해 드리고는

(싸뢍함미다!!! 라고 외치며 와락 안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ㅋ)

쾌재를 부르며 좌석 번호를 확인하니


"14J"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전설의 "업그레이드 써비스"로구나 !!!





2012. 7. 5. 애틀란타 - 인천.

Kodak DCS Pro 14n, c875









자리를 찾아 일단 착석하니 어여쁜 스튜어디스 언니가 득달같이 뛰어 와

"손님, 자켓 보관해 드릴까요?" 라고 상냥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구나.

속으로 "에그, 예쁜 것 !!!" 하며 상의;를 벗어 주니 냉큼 받아들고는,


"음료수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라고 또 묻네.


"음. 지금은 괜찮아요. 나중에 부탁할게요."


 라고 말해주니 공손히 목례를 하곤 내 저고리를 들고 저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가더라. 



그간 쌓아 놓은 마일리지도 그리 많지도 않고, 내게 일말의 신세를 진 적도 없는 대한항공이 우짠 일로 이런 배려를?

곰곰 생각하니, 단체손님을 받느라 이코노미석이 부족하자, 온 돈 주고 티케팅한 나같은 출장 업무 기업 고객들을

공석으로 비어있는 프레스티지석으로 옮기고, 할인 항공권 일반석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는, 

지극히 실리적인 이유 때문임이 분명해 보인다.

내 같은 존재감 없는 승객에게 뭐가 예뻐서 비즈니스석을 선사하겠는가? 하하 ~~






"그래, 나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김해촌놈 양상국의 멘트가 생각났다.

그래, 나 난생 처음 비즈니스석 타 보는 촌놈이다.

그렇다고 욕하지 마라.

난 블로거다. 독자라고 해 봐야 불과 서너명도 채 안되지만,

내 일상을 기록해야 할 사명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틈틈이 내 좌석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블로거라는 미명하에.

2-3-2 구조 배열의 맨 우측인 내 자리의 왼쪽 자리가 공석이어서 한결 더 사진찍기가 편안했다.




사진출처 : koreanair.com


KE 036편의 프레스티지석은 "프레스티지 슬리퍼 시트"인데, 대한항공의 2등석 중에선 최상위 모델이다.

의자는 180도 완전 침대형 평면으로 펼쳐지고, 대형 모니터, 개별 독서등, 옆 좌석과의 분리 칸막이 등이 구비되어 있다.









좌석에 앉거나 누워 완전히 다리를 주욱 뻗어도 앞좌석에 닫지 않아 롱다리인 내게 적격이다. ㅎㅎ

다만,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 보니 위 사진에 보이는 잡지를 꺼내려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앞으로 많이 옮겨야 하는 불편(?)도 있다.









이륙 후 순항 고도에 도달하자마자 기내식 메뉴판이 먼저 건네진다.









런치, 디너 풀 코스가 각각 3가지씩 준비되어 있으며 간식으로 라면과 쿠키가 제공된다. 





 

 

 




와인, 칵테일, 브랜디, 그리고 갖가지 맥주도 원하는대로 서빙된다.






 


 



먼저 식전주 써비스로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참치가 나왔다.

켄달-잭슨의 2010년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으로 주문하였다.









3만 피트 상공, 시속 1,000km으로 달리는 하늘의 레스토랑.

눈 시리게 청명한 푸른 하늘빛을 와인 속에 담아 본다.

나름대로 꽤 운치가 난다.



런치 메뉴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전채요리가 먼저 써빙된다.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마늘빵, 그리고 이탈리안 드레싱.









이어서 감자와 워터크레스 크림 수프가 나오고,




 


 





주 메뉴가 나온다. 

미디엄-웰던 정도로 구운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감자 그라땅, 구운 야채.

여기에 칠레산 꺄베르네 소비뇽 적포도주와 세팅해 보았다. 










... ... ...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지만,





 


 



단 것, 특히 아이스크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지라 두어 숟갈 맛만 보고는 버렸다.





 


 




식후 한 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다 된 그림에 표구를 하지 않는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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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약간의 취기로 기분좋게 알딸딸한 상태에서 좌석을 완전히 수평으로 펼쳐 침대를 만들고 

편안히 누워 영화 한 편을 감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 푹 자다.

 


 


창 밖을 내다보니 비행기는 어느 덧 얼어붙은 북빙양 상공을 날고 있고


 


 







저녁 밥 시간이 되었다.

토마토와 페타 치즈를 곁들인 야채 샐러드가 발사믹 드레싱과 함께 먼저 나오고












이어 구운 닭고기와 구운 야채로 구성된 정찬이 서빙된다.










디저트는 과일.










마무리 커피 한 잔은 필수.


밥상 물리고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아 영화 한편 더 보고 나니









비 내리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