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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휴가기간 중의 작은 음식기행



- 휴가기간 중 진주에서의 1박 2일동안 들렀던 식당들 -

2011. 8.2. ~ 8.3.
경남 진주/사천/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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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천황식당.

우리나라의 3대 비빔밥 하면 역시 전주, 진주, 통영이다.
그 중,  전주비빔밥과 진주비빔밥을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데,
전주비빔밥은 밥솥에서 갓 퍼 낸 뜨거운 밥을 비비는 것이라면,
진주비빔밥은 식은 밥을 밑밥으로 쓴다. 또한
전주비빔밥에는 차가운 콩나물국이 따르는데, 진주비빔밥은 뜨거운 선지국을을 함께 내 놓는다. 
이는 옛날, 제사를 모신 후 젯밥에다가 각종 나물을 넣어 비비고 
제사상에 탕으로 올렸던 쇠고기무국을 곁들여 먹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진주비빔밥의 또다른 특징은 신선한 육회가 고명으로 올라온다는 점이다.

진주비빔밥의 대표주자는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이다.
오늘은 대안동에 자리한 천황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긴 예전 내가  다녔던 중학교와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여 내겐 매우 친근한 동네다.



문을 연지 80년, 3대째 대물림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유서깊은(?) 식당이다. 
왜정 때 지은 목조건물을 헐지 않고 아직 유지하고 있어 주위의 빌딩 숲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아득한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게된다.
도심의 식당이라기보다는 60년대 시골 재래시장의 허름한 장국밥집 같은 분위기다.
영화의 세트장 필이 풍기지 아니한가?





닳고 닳아 반질거리는 낡은 나무식탁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늑함.





저 메인 홀을 통과하니 조그만 마당이 나왔다.
시골 촌집의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정감이 뭍어난다.





우리 일행은 인원이 좀 많있던 관계로 내실 하나를 차지하여 읹았다.

먼저 주문했던 육회가 차려졌다.
채 썬 배 위에 참기름과 다진 마늘, 몇 가지 양념으로 미리 무친 신선한 육회.
 너무 짜지도 달지지 않게 적당하게 간이 밴 육회가 입 속에서 살살 녹는다.
육류를 날로 먹는데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한 번 맛을 보면
금세 선입관을 풀고 즐기게 된단다.

한 접시 20,000원.

 


다음은 불고기.
양념한 쇠고기를 갖은 양념하여 재운 뒤 숯불에 잘 구웠다.
역시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이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을것만 같다.
다 먹지말고 조금 남겼다가 곧 나올 비빔밥에 섞어 비벼먹으면 별미란다.

1접시 30,000원.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감이 있지만, 쇠고기값이 워낙 비싸니 뭐 이해하고 넘어가자.
 



 
드디어 등장한 비빔밥!

너무 차지 않은 식은 밥 위에 숙주, 콩나물, 무우 숙채, 고사리 등 계절나물을 올리고,
그 위에 고추장과 육회를 추가토 토핑했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떠 넣으니  
너무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고소한 맛이 육회와 잘 어우러져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1인분 7,000원.

진짜 대단한 맛은 바로 조연으로 출연한 바로 저 선짓국이다.
쇠고기 선지와 따귀를 넣고 맑게 끓여낸 선짓국은
따귀기름이 둥둥 떠 있는데도 결코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개운한 맛이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선지국은 선지국이 아니었다.
 
 

 
밥 먹다말고 문 밖을 보니
마당 한켠의 장독대에 장마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다음은 평거동의 마포갈비. 


마포갈비는 신흥 주거단지인 평거동 남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내 중/고딩 시절, 주로 과수밭, 묘목밭이었는데
수박서리, 참외서리, 토마토서리를 하던 그 여름날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대표메뉴격인 암소숯불구이.
1인분 35,000 (허걱...비싸다)

특등급 부위의 쇠고기만을 쓰는만큼 맛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미디엄 레어로 육즙이 살짝 배어나오도록 구워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이것이 바고 쇠고기의 이데아(IDEA)! "
라고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함께 제공되는 각종 반찬 또한 정갈하고 먹음직스럽니다.
특히 방아(배초향)잎과 땡초를 썰어넣고 얇게 부친 부추전은
수십년 전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하여 우리들을 괜시리 때아닌 향수에 젖어들게 만들고,
 무우, 오이, 풋고추를 간장과 식초에 넣어 삭힌 오이지는
텁텁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정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고기를 적당히 먹었다면 이제 식사 코스가 남았다.

뱃속에 아직 여유가 남았다면 이 곳만의 특별메뉴, 된장국수를  주문해 보라.
직접 담근 재래 된장으로 끓인 구수한 된장국에
국수 사리를 풀어서 국물과 함께 후루룩 마시면 
적절한 포만감과 더불어
이 세상 근심걱정일랑 싹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이번엔 진주냉면을 맛보도록 하자.
 


처형집 바로 근처에 요새 진주냉면의 대표를 자처하는 "하연옥"이란 식당이 있는데,
이 식당은 원래 인근 서부시장통에서 상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하였으나
주위에 서서히 알려지고 손님이 몰려들면서 협소한 공간의 제약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예 이 곳에 초 현대식 대형 건물을 지어 이전해 온 것이다. 
상호도 "사천냉면"에서 "하연옥"으로, 뭔가 "있어보이게" 바꾸었다.

햐연옥에 도착하니... 대기실격인 1층에 대기손님이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 있구나.
 도착하는 손님마다 대기 순번표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우린 1시간 30분은 지나야 차례가 돌아온다고 한다.
 아연실색한 우리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알고보니 얼마 전 진주냉면을 소개하는 TV 에 나온 이후
손님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단다.

여기에서 나온 우리가 차선으로 선택한 곳이 위의 "천황식당" 이었던 것.

"냉면매니아"인 내가 진주냉면 맛을 못보고 울산으로 복귀할 순 없는 노릇.  
다음 날, 울산향발 전에 사천에 있는 "사천냉면"집을 찾았다.
이 집도 과거 사천 시장통에 있다가 크게 흥하여 현재 이 곳에 건물을 지어 이전한 바 있다.
상호는 "사천냉면"이지만 냉면 자체는 진주냉면으로 분류한다. 



비빔냉면(6,000원)

메밀과 고구마전분으로 면을 뽑기때문에 평양면이나 함흥면에 비해 면발이 굵고
열합(홍합)과 바지락, 새우 등 해물을 우려 육수를 만든다.
면 위에는 쇠고기 혹은 돼지고기로 부친 육전을 채로 썰어 올려 내놓는데
해물 육수의 시원한 맛과 더불어 육전의 그 고소한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뜨거운 육수가 함께 제공된다.



 물냉면(6,500원)

면과 고명은 비빔면과 다르지 않다.
물냉면이니 다대기를 빼고 육수를 부어 내 놓는다.
나는 저 슬러쉬상태의 육수가 맘에 들지 않는다.
얼음 때문에 입 속이 살짝 마비되어 제대로 냉면의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육수는 얼리지 말고 그냥 차갑게 식혀 부어낼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부록 : 삼천포 어시장의 전어구이

사천-삼천포 바람쐬러 나간 김에 삼천포항의 노산공원과 어시장을 둘러보다.
때마침 "자연산 전어 축제"가 진행 중이라 시장을 따라 형성된 축제장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다가
전어구이 냄새에 회가 동하여 한 접시 맛보았다.


군침이 돌긴 하는데...맛있었을까?





 실상은...구이 가게(횟집)에 임시로 고용된 학생 알바들의 서투른 구이 솜씨로
입만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전어구이는 왕소금을 설설 뿌려서 간 해 주고 노릇노릇하게 바싹 구워서
통째로 집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와작와작 씹어먹는것이 정석이거늘,
굽다가 말았는지 미디엄-웰던 생태 쯤인 전어는
고소한 맛은 커녕 비린내가 물씬 풍기더라.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 했는데...

야단 쳐서 다시 구워 오라고 호통 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 무더위에 다른 까칠한 손님들 수발하느라 이리뛰고 저리뛰는 알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서.

학생들이 무슨 죄인가? 구이 노우하우를 제대로 교육 못한 주인이 문제지.



-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