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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의 여름 꽃(2011. 7. 31.)



더 이상 지체하면 영영 늦어버릴것 같아
나태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새벽 현관을 나서다.

집 나서기 전 냉장고에서 오이 2개, 참외 하나 꺼내 챙기고,
동네 김밥천국에서 깁밥 2줄 사서 배낭에 던져넣고. 

석남사에서 하차, 현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아침 해결한 후
빈 페트병에 물 채우고
산자락을 가득 감싸고 있는 자욱한 안개 속으로 파고든다.


안개 속에서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숲도 돌도 고독하다.
나무마다 다른 나무를 볼 수 없고
모두가 혼자다.

나의 삶이 아직 밝았을 때
세상엔 친구들로 가득했었다.
이제 안개가 내리자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현명하지 못하다,
피할 수도 없게 조용히
모든 것들로 부터 그를 떼어놓는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는

참 이상하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인생은 고독한것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고
모두가 혼자다.

대학시절 누군가로부터 헤르만 헤세의 이 시를 알게되고는
암송하는것도 모자라
알지도 못하는 독일어 원문까지 구해서 달달 외운 적이 있었다.

안개속 등산로에서 문득 헤세가 생각 나
옛 기억을 되살리려 치열하게 머리속을 짜 보았으나 
결국 전문을 모두 기억해 내진 못하겠더라. 아, 세월이여.
그러나 헤세의 그 시적 감성이 지금 나의 기분과 다르지 않을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시 全文을 위에 기재했음)

아직 피어 있을가? 솔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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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31. 
Kodak Professional DCS Pro 660
with
Nikon Micro-NIKKOR AF 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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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가 저 바윗돌을 볼 수 없는 농무속을 걷고 또 걷기를 30여분,


 먼저 묘하게 생긴 버섯이 안개 속에서도 내 눈길을 붙잡는다. 





그것 참 거시기하네?




저 적절히 구부러진 자태와 불끈불끈 튀어나온 핏줄 좀 봐~~
비아그라버섯인가?
씨알리스버섯일까?
아니면 면사포를 쓰기 전의 망태버섯일까?

저 버섯땜에 하산코스를 변경했다.
원래는 석남사-밀양재-가지산-쌀바위-귀바위-석남사로 이어지는 부채꼴 산행을 하려 계획했으나
네댓시간 후 저 버섯이 어떻게 변신할지 궁금하여
결국 이 길로 도로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그 주변에는 느타리로 추정되는 버섯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는데
하나 따서 냄새를 맡아보니 느타리향이 아주 진하고 좋더라.
그러나 100% 확신할 수 없어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치기로 했다.




밀양재 능선에 도달. 
이 코스를 택할때는 늘 쉬어가는 곳이다.
축축한 바위에 걸터앉아 오이 하나 꺼내 씹으면서 갈증을 달래는데
엉덩이에 빗물이 슬금슬금 배어들고 있었다.



8부 능선쯤에서 만난 연두색 여로.




여기저기 피고 있는 자주꿩의다리도 아주 건강해 보인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맨 처음 만난 솔나리.
좀 삭았지만 고운 자태는 그대로다.



수많은 나리 종류 중 우아하기로는 단연 으뜸인 솔나리!




형언키 힘들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저 연분홍 색감.




하늘하늘 가녀린 저 줄기와 잎새.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솔나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2주일 정도만 일찍 왔어도
진한 황토색 수술의 제대로 된 솔나리를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좀 늦었다.


내 님같은 솔나리를 완상하다 보니 어느 새 해발 1,240미터 가지산 정상. 




헉...저건 또 뭐냐?





정상의 매점에서 기르는 누렁이다.
저 요염한 눈빛 좀 보시게!!



알고보면 꽤 유명한 개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전국구로 이름을 날리고 계시는 연예견이란 말이다.
TV에 한 번도 못나간 나보다 훨씬 유명한 분이다.

눈썹 화장이 예술.

어이 황구선생, 사인하나 쬐매 해 주면 안될까?





힘들게 운반해 간 참외를 슥슥 깎아 한 입 와작~
으으...달다, 달아 ~!!!!




이럴 때 이것이 빠져서야 말이 되겠는가?




맥주 마시는 곳 옆을 자세히 보니 물레나물이 피었네?
좀 삭았지만, 캡쳐했다




안개는 좀처럼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냥 하산하기가 아쉬워  
거의 다 져 가는 솔나리를 한 송이 더 담다. 




하산하면서 아까 그 거시기버섯을 재확인하였는데
처음에 본 꼿꼿한 모습 그대로였다. --;
망태버섯이 아니면 무슨버섯일지?
검색해 봐야겠다.


석남사 도착 19:30, 
집에 도착하니 밤 아홉시가 넘어 
마눌님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어여쁜 솔나리를 한 아름 담아와서 기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