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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기행 - 쿠웨이트의 문라이트(Moonlight)



술이란 인류의 탄생과 함께 해 온 역사적 산물이다. 
심리적 혹은 신체적 중독성을 따지자면 마약과 마찬가지여서 만약 술이 1900년대에 발명되었더라면
다른 마약과 함께 엄격한 금지약물로 취급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류와 역사와 함께 해 온 동반자라는 점에서 술은 너무도 관대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이는 대마초나 마약 및 기타 향 정신성 의약품들 입장으로서는 매우 불공평하고 억울한 노릇일 것이다. (^^;)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임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20세기 초, 인류 문화의 산물인 술을
법으로 금하던 시기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리더쉽 그룹에서
1차 세계대전에 대응한 식량물자 절약과 술집에서 벌어지는 갖은 퇴폐나 타락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금주법을 제정하여 주류의 제조, 판매, 소지를 금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을 인류의 벗이 되어 왔던 술을 어느 날 갑자기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 
금주법 덕을 가장 크게 본 사나이가 바로 전설적인 마피아의 두목, 알 카포네(Alphonse Gabriel "Al" Capone)였는데
당시 카포네 조직은 차량을 이용한 신속한 밀주 공급으로 막대한 돈을 긁어모아
시카고를 중심으로 일약 밤의 대통령의 위치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음지의 떼돈을 쓸어담는데는 밀주 뿐만 아니라 매춘도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깊은 숲 속에 비밀 주조공장을 차려 놓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 뜨는 밤에만 은밀히 술을
조제하던데서 밀조주를 "Moonlight"라 부르게 되었다. 

이슬람 문화권 중에서도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터키 같은 곳은 건국 초기부터 음주제한을 철폐하였고, 
바레인이나 카타르 등 세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동의 몇몇 나라도 음주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있으나
정치와 종교가 한덩어리인 이슬람 근본주의국가에서는 금주 규정을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를 아직 형님국가로 모시고 있는 쿠웨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궁즉통이라, 어디에나 길은 있는법.

 

 


불가능은 없다.
 



없다면 만들어 쓴다.





현장판 私製 문라이트.

하지만 맛은?
 
전국에서 첫째는 아니지만, 세째 쯤은 되는 울산 태화루 막걸리에 비교할 수는 없으나 
 




이 푸짐한 주안상의 중심에 저 막걸리 담긴 잔이 없었더라면
그믐날의 밤하늘처럼, 얼마나 어둡고 삭막한 일일 것인가!!!

그렇다. 어두운 식사 테이블을 환하게 밝혀 주는 달빛(moonlight)인 거다.

(생선회는 아라비안 걸프만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으로 준비한 횟감이다) 





저녁 식사차 들렀던 쿠웨이트 시티의 한 식당.





"Natural Mineral Water"

... 라고 버젓이 명패를 달고 있지만,
사실은 독한 증류주이다.

사제가 아닌 언더그라운드 메이커제 문라이트인 셈이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따르는 법.
인도인들로 구성된 밀주 조직이 과일을 발효시킨 밑술을 증류하여 은밀히 유통한단다.

과거엔 북한인 조직이 밀주 공장을 차려 비밀리에 유통시켰고,
퀄리티 또한 신뢰할만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단속반에 걸려
300여명의 종사자가 일망타진되고 처벌받은 후 북한으로 추방되며 조직이 와해됐는데
그 후 인도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는군.

레몬 슬라이스를 가득 채운 큰 피쳐에 저 "내추럴 미네랄 워터"와 무알콜 맥주를 섞어
각자 앞에 놓인 맥주 글래스에 폭탄주 돌리듯 한 잔씩 따라서 건배하다.

우직하고 순진한 북한인들과는 달리
잔머리에 능한 인도인들이 저 술에 어떤 장난을 쳤는지 믿을 수 없으므로 
건강을 위해 지나친 음주는 자제하는게 좋겠다는 식당 쥔장의 권고를 받아들여
맛만 조금 보는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중동판 알 카포네가 탄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