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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가까운 설산을 가다 (신불산)






설산은 산객들의 로망이다.

금요일 내린 비가 고산엔 눈으로 내렸을것이라는 기대로

토요일 새벽 혼자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05:20분 KTX 리무진 버스로 언양 KTX 울산역에 내려서

언양터미널로 이동하여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간월산장 - 간월재 - 신불산 - 공룡능 - 간월산장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을 해 보기로 작정하다.


 

2012. 12. 8. 울산 상북면.








아침식사는 여기에서.


과거 이 집을 이용하면서 그리 유쾌하지 않은 추억을 남긴적이 있는 터라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 식당 말고는 이 시각에 문을 연 곳이 없으니

다른 선택이 없다.

이 근처에서는 추어탕으로 나름대로 이름을 얻고 있는 식당이다.








과거의 기억만 아니면 그리 나무랄 데가 없는 상차림이다.

일체유심조라, 맛있게 먹어주었다.


 

 






간월산장에 도착하니 쌀쌀한 허공에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텅 빈 산을 혼자 전세내어 걷는 기분이다.


 

 







등산로 도중의 샘.

한 모금 마셔볼까 했지만 너무 시릴 것 같아서 패스. 









울산도깨비바늘에도









강아지풀에도









쑥부정이 열매에도 눈송이가 살포시 내려앉고 있다.









간월재의 옹달샘은 아직 얼지 않았다.

의외로 산 위가 더 포근한 느낌이다.









간월재의 돌탑 뒤로 최근 새로 지은 휴게소가 보인다.









신불산 가는 길, 눈꽃이 제법 터널을 이루고 있다.









예까지 올라오니 비로소 산객들을 하나 둘 마주치기 시작한다.








하얀 눈으로 덮힌 간월산정(1083m)

















신불산정과 파래소 폭포로 갈라지는 능선에 도달.









해발 1209미터, 신불산정이 보인다.









간월산 뒤로 능동산(982m), 재약산(1189m), 사자봉, 운문산(1188m), 가지산(1240m), 쌀바위, 문복산(1014m)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연봉이 아스라히 보인다.









신불산 정상이 가깝다.









월백설백천지백. (달은 없지만 ... ㅎㅎ)

걷고 싶은 기분이 마구 솟아나는 눈길.









눈 내린 산 위와 눈 없는 산 아래의 풍경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쪽으로는 취서산과 시살등의 능선군이 펼쳐진다. 









신불산 정상
















신불산 칼바위능선 방면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뒤돌아 보면 신불산 정상과 북사면의 설경이 전개된다.










칼바위 능선을 바라보다.


이 코스로 올라온 등산객이 내게 아이젠이 없는걸 보고는

하산길을 변경하기를 강력 권유한다.

아이젠을 장착하고도 눈 덮힌 바윗길이 미끄러워 예까지 올라오는데

많이 힘들었는데, 아이젠 없이, 그것도 하산길을 간다는 것은 

심히 무모한 짓이니 그냥 편안한 길로 가라는 조언이다.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진로를 신불재쪽으로 바꾸었다.












저 앞에 보이는 취서산 약간 못미쳐 금강폭포를 거쳐 가천리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택하기로 한다.









좀 을씨년스런 느김이 드는 능선길.








낯선 간판이 눈에 띄어 가까이 가 보니 ...









이런 문구가 씌어 있다.

"어느 운전사의 꿈"



"... 신기루 같은 세상인데 마음으로는 꿈이라,

꿈이 꿈인 줄 알면 꿈일 리가 없..

눈으로 꾸는 꿈은 어디도 없어 ..."



뭔가 심오하군. 음.









이 곳을 기점으로 하산을 시작하다.


20여분을 내려가니 갈래길이 나오는데, 우측 금강폭포 방향을 택하였다.

지난 가을 금강폭포 코스를 탐방해 보려 하였으니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고

더우기 초행길이라 가벼운 흥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내려갈 수록 심상치 않은 코스가 잇달아 전개된다.

중간중간에 매듭을 만든 밧줄을 붙들고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는 험한 벼랑길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다.

서너번의 벼랑코스는 잘 통과했는데 이젠 앞의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아득한 절벽이 딱 버티고 있구나.

길다란 밧줄 2개가 저 아래까지 늘어져 있고, 거의 수직인 바위벽은 눈이 쌓여

미끄럽기가 짝이 없다.


배낭을 맨 채 벼랑을 타기는 어려울 것 같아 어떻게 하산할 것인지 잠시 궁리해 본다.

동앗줄을 끌어 올려 거기에 배낭을 매어서 두레박처럼 먼저 아래로 내리고

빈 몸만 줄을 잡고 내려가면 어떨가 생각하는데

자중자애를 요구하는 내면의 외침이 문득 들려왔다.

 

그렇다. 

이 목숨이 저 가느다란 밧줄에 모든 것을 맡길 만큼 가벼운 것은 아닐 것이다.

벼랑타기를 깨끗이 포기하고 내려 왔던 길을 도로 올라간다.

아까의 갈랫길을 만나 왼편을 택하여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가파른 코스이지만 줄을 타야하는 코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거의 한시간 반 이상을 허비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 왔으므로 하신길을 서둘렀다.









계곡엔 고드름이 ...









때마침 갈증이 심했던 터라 하나 따서 와드득와드득 씹어넘겨 본다.

목젖이 얼얼하도록 시원하다!








앞엔 금강폭포로 연결되는, 포기한 험로가 보인다.

저 험로를 줄을 붙잡고 내려 올 생각을 했다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너덜겅 지대에 또 특이한 간판을 만났다.

시간이 촉박하였지만 잠시 발걸음 멈추고 읽어 보았다.

그게 저 간판을 세운 사람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서다.


"신불산 아리랑고개"

청산은말을아껴초대없으나무언의뜻이있다

나좋은해석나오늘님이좋아여기옵니다

... ... ...

...재수있단어르른들말에뒷굼치힘안주고

숨죽여걷던추억이겹겹이쌓인이길이건만

생업이뒤를잡아힘들여왔네


능선에 만났던 저 4차원적인 비문보다는 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다.

아리랑리지, 에베로리지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발제자는 암벽등반가일 것같다.


발제자의 실명이 기재돼 있다.

"신묘 만추 신불산 농부 이우정"


덜컹길을 소리안내면 재수가 있다고 하니 

나도 뒷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걸어 너덜지대를 통과하였다.









거의 다 내려왔다. 

사위는 어둑어둑해지는데,








하산길엔 다시금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