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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다녀오다




회사의 한 동료로부터 소백산 가자는 제의를 처음 받고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몇 일을 고민했다.

겨울 산행 장비도 변변찮은데 비로봉 칼바람을 견딜 수 있을까?
 무릎 보호대나 등산 스틱을 쓴다고 과연 부실한 무릎이 1,439미터의 등반을 감당해 줄까?

그러나 수십년 전 어느 겨울, 설화(雪花) 천지의 그 곳에 대한 황홀한 기억이 생생한지라
"소백산 눈꽃산행" 제의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때마침 며칠 전 중부지방의 폭설과
당분간 맑은 날씨가 계속될것이라는 일기예보는
 불참쪽으로 기울어졌던 내 마음을 되돌려 놓는다.

집 창고 깊숙히 쳐박혀 있던 아이젠, 스패츠를 수색해 꺼내고,
모직 독구리, 동계용 등산바지 등도 장롱에서 찾아 내어 탈탈 털고
인터넷에서 손난로를, 사무실 근처 레져샵에서 목 토시를 구입함으로써
 준비가 완료되었다.

2012. 2. 4. 밤 11시 20분,
회사 산악회에서 임대한 전세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밤새 달려 4시경
충북 가곡면 어의곡리 어의곡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
산악회에서 미리 준비한 밥과 시락국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 후
새벽 5시경,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랜턴불에 의지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어의계곡 산행로는 너무도 포근하여 추위를 별로 느낄 수 없었다.
매우 추워야 할 새벽 시간대인데, 의외다.
산행로엔 눈이 정강이까지 빠질 정도로 쌓였으나
나뭇가지에는 거의 눈이 붙어있지 않은걸로 봐서
눈꽃 터널을 헤맬 기대일랑 접어두는게 낫겠단 예감이 들더라.

7시 반경 소백산 주릉에 도착하니 고개 너머에는 일출이 끝나고 있다.
예보와는 달리 하늘에는 구름층이 두텁게 깔려있다.
고대했던 눈꽃은 ... 역시 없다.






저 멀리 영주/풍기방면을 내려다본다.
능선엔 쌓인 눈이 마치 빙하처럼 다져져 있다.






정상에서의 칼바람은 역시 매섭다.
살을 에이는듯한 삭풍이 전신을 파고들며 몸서리를 치게 한다.
재빨리 인증샷 찍고선 저 아래 대피소를 향하여 종종걸을을 쳐야했다.





소백산 남부능선을 바라보다.
가까이로는 연화봉과 소백산 천문대, 제2연화봉, 도솔봉을 거쳐
저 멀리 묘적봉이 아스라히 보인다.





북쪽으로는 충북, 강원지역의 연봉들이 첩첩이 이어진다.
이 사진을 찍은 후부터는 이미 간격이 많이 벌어져버린 선두를 헐레벌떡 따라잡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덕분에 눈 사진 없는 눈꽃산행記가 돼 버렸다.
단체산행에서 사진 찍는다는건 역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남한강이 한파에 꽁꽁 얼어 도담삼봉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귀환길에 잠시 들렀다.

도담삼봉은 단양의 상징이기도 하고, 단양팔경 중 당연 제1경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운데 주봉에는 정도전이 지었다는 삼봉루가 있고
주봉 왼편의 바윗섬을 첩봉, 그 오른편 바위는 처봉이라고 부르더라.
정도전의 아호(雅號)인 "三峰"도 도담삼봉을 딴 것이다.






과연 강는 매우 두터운 얼음이 얼었고 그 위에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덮혀
흔히 접할 수 없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여 보았다.
암봉에는 평소 남한강의 수위의 흔적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홍수가 나면 저 누각도 물에 잠기기도 하는데, 지금껏 3번 물난리를 겪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2006년 7월 장마때 물에 잠긴 도담삼봉과 삼봉루의 모습인데
바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 정자가 유실되지 않은것이 신기하다.





 



이상 눈 없는 눈꽃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