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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삼천포엔 "개불"이 제철




활어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횟감 중에
묘하게 생긴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개불"이 단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온전한 모습의 개불울 찍어둔게 없어 위 사진은 두산백과사전에서 빌려왔다.)



이녀석을 본 사람들은
생김새의 망측함에 처음 놀라고,
예상을 뛰어넘는 달착지근하고 상큼 쫀득한 맛에
두 번째 놀라게 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사천만 일대에는 개불잡이가 한창이다.
평소 개펄 깊숙한 곳에 구멍을 파고 은둔하다가
수온이 차가와지는 이맘때면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배 꽁무니에 갈구리를 달고 지나가면서 개펄을 훑어 잡는다고 한다.
따라서 "잡는다"라는 표현보다 "긁어모은다"라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족보가 궁금하여 위키(Wikipedia)에 찾아보니

개불 (U. unicinctus)
 

개불은 의충동물에 속하는 개불과 개불속 동물의 총칭이다.
몸길이는 10-30㎝ 정도이고 몸은 소시지 모양의 원통형에 가까우며 황갈색을 띤다.
몸의 겉면에는 유두상(乳頭狀)의 많은 작은 돌기가 있다.
입의 앞쪽에 오므렸다 늘였다 할 수 있는 납작한 주둥이가 있는데,
이 주둥이 속에 뇌가 들어 있어 다른 동물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바다 밑의 모래 속에 U자 모양의 관을 파고 살고, 암수딴몸으로
암컷과 수컷은 각각 알과 정자를 만들어 체외수정을 한다.
알은 트로코포라유생을 거쳐 성체가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식용으로 먹으며 가자미·도미 등의 낚시에 미끼로 쓰인다.
대한민국, 일본, 태평양 연안 등지에 분포한다.


라고 하네.


좌우지간 이 녀석을 맛보러 갔다.

2011. 2월 어느 날.
경남 사천시 실안동.
Kodak DCS Pro 14n 



개불을 장만하는동안 먼저 제공되는 서비스 아이템이다.
찐 딱새(딱새우), 찐 고둥, 생고구마, 곤약묵, 생선뼈 튀김, 생선알 튀김,
그리고 멍게 회.

저놈의 딱새는 껍질이 얼마나 단단한지

깔 때마다 매번 손가락이 찔려 필경 피를 보고야 만다.
정작 까 보면 먹을 것도 별반 없는것이 말이다. 
꼴에, 생긴것은 바닷가재(lobster)를 닮았다.
(새우+바닷가재+게를 합쳐놓은 듯한 생김새...ㅎㅎ)





 
저 생선알 튀김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끈적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좀 생소한 식감...
맛은? 글쎄...다.
 




오늘의 메인디쉬, 개불회가 나왔다.
역시 평소 일반 횟집에서 서비스로 조금씩 제공되는 개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육질의 두께부터 비교 불허 수준으로 달랐고(세 배 이상 두터움)
따라서 씹히는 식감도 차원을 달리하였다.
물컹하단 느낌은 전혀 없었고
달착지근, 오돌오돌(?), 상큼쫄깃 아주 찰진 맛은 비길 데가 없다.





 
지금까지 개불로 알고 먹었던 그 개불은 개불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웃사이더 신세였던 개불이
이 동네에선 당당히 메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대 5만원 / 중 4만원 / 소 3만원

비싸다.
그러나 비쌀 자격이 있다.



 


개불만으로 배를 채우기엔 한도 끝도 없을 것이기에
위장 filler用으로 주문한 생선모듬회.

자연산이니 생선회 본연의 맛은 일러 무삼하리요? 







실안동 "그린횟집"이다.






배 채운 후 잠깐 삼천포-창선대교 구경을 다녀왔다.
자욱한 푸른 바다안개 속에 죽방렴이 보이고,
창선도와 창선도-남해도를 잇는 창선대교가 살짝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