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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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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파워앰프를 들이다 "진공관 파워앰프, 빛바랜 흑백 사진같은 포근함." 가끔 야생화 탐방을 함께하고 있는, 근래에 알게 된 이웃의 지인께서 최근 손수 제작한 진공관 앰프를 한번 써 보겠느냐는 말씀에,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염치 불구하고 냉큼 업어 왔다. 자작파들에겐 섀시 가공이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원래 용도가 달랐던 기기의 케이스를 재활용한 것인데도 주인의 성품을 닮은듯, 만듦새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너무도 깔끔하다. 역시 숨은 고수는 어디에나 있구나! 초단관은 12AX7을 이용했고, 출력단으로는 6BQ5를 쓴 간결한 구성이다. 출력도 불과 몇 와트정도에 불과하지만 회로가 심플하니 그만큼 재생 특성도 또한 충실하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 녀석을 옮겨오자마자 청음을 위해서 내 방의 장비와 연결하였..
독서 :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첫 장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단숨에 완독해 버렸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을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읽었던 적이 언제더라? 책의 저자는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작가이다. 연해주 북쪽의 아무르지방에 아직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무르호랑이(한국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조선범, 동북호)"에 관한 처절한 기록이다. 저자는 사람의 관점, 또한 호랑이의 관점에서 3대에 걸쳐 아무르 호랑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식을 "인간극장"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내가 호랑이가 되고, 호랑이가 내가 되는 그런 물아일체의 상태에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기록이다. 슬픈 기록이다. 내용 중 압권은 "왕대(王大)"로 표현되는 왕초 숫호랑이와 숲 속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순간이다. 피차 만날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
내 카메라, Kodak Professional DCS 660c Kodak Professional DCS 660c (출처:Kodak Catalog) 1999년에 세상에 나왔으니 참 오래된 녀석이다. 출시 당시 소비자가가 물경 47,300,000원! 그로부터 세월은 流水같이 흘렀고, 디지털 시대에서의 12년이란 한 겁(劫)이나 마찬가지라, 불과 기십만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치르고, 사진 커뮤니티에 중고로 나온 이 녀석을 업어 온 거다. (위 사진은 DCS 620이지만, 외관은 660과 완전 동일하고 이미지 센서와 내부 소프트웨어만 다를 뿐이다) (출처 : 코닥클럽 자료실 -> 링크) 요새 엔트리급 보급형 디카도 최소 1600만 화소를 자랑하는데 이녀석은 겨우 600만 화소밖에 안된다. 감도(感度) - 빛에 대한 민감성 - 도 요즘 장비는 기본적으로 ISO 100에..
카메라를 또 하나 장만하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봐 오던 카메라를 드디어 손에 넣다. "Kodak Professional DCS 760" 2001년 4월 CeBIT에서 처음 발표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된 녀석이다. 당시 초기 발매가격은 무려 $7,995, 국내엔 1400만원 정도에 출시되었다. 이 DCS 760의 전신격인 DCS 660이 그 한해 전 $25,000(국내 소비자가 4,73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붙이고 나왔던 점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린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꿈도 꿀 수 없던, 고가의 프로페셔널 작가의 전유물 760이 내 수중에 들어 올 정도로 디지털 장비의 라이프싸이클은 덧없기만 하다. 허나, 그래서 참 행복하다.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에 존재하던 이 녀석을 단..
동네 한바퀴 햇살 따사로운 경칩날 봄을 찾아 동네 한바퀴 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