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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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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둘러보기 -《제1일:부다페스트 밤거리》 동유럽 둘러보기 : 《제1일:부다페스트 밤거리》 처음엔 "패키지 여행"이란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떼를 이루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것에 대한 이해는 뒷전이고 그냥 유명한 장소를 찾아 기웃거리며 인증샷 찍기에만 여념이 없는, 영혼 없는 사람들의 자기과시적 허세쯤으로 치부했던게 사실이다. 그 허세의 대열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동참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패키지 여행"이라는 상품마저 없었더라면 어느 누가 살아 생전 해외 여행이란 기회를 쉽게 가져 보겠는가? 약간 늦게 도착한 관계로, 가장 사진빨을 잘 받는 시간대(골든아워)을 아쉽게도 놓쳐버렸다. 정면에 화약탑이 보인다. 17세기 화약 저장고로 사용되어..
동유럽 둘러보기 -《출발》 동유럽 둘러보기 -《출발》 휴가가 시작되었다. 무려 17일. 이만하면 선진국 수준 아닐까? 그러나 이 긴 휴가엔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업무 성격상, 야외 현장 일이 많아 혹서기엔 좀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무더위로 인한 주의력 저하로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며 무엇보다도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할 때, 생산성을 기대하기 힘든 성하(盛夏)엔 종업원들을 출근 시켜 억지로 일을 하게 만들 바에야 아예 공장 전체를 닫고 쉬게 하는 편이 훨씬 이득일 수가 있다. 더우기 최근엔 온난화 및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인하여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에서 전력 소모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이를 이행..
서안(西安) 역사기행 #9 - 에필로그, 그리고 낙수(落穗) 서안(西安) 역사기행 #9 - 에필로그, 그리고 낙수(落穗) 귀국 비행기편이 새벽 2시 20분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마쳐도 시간이 꽤 남는다. 지금 이후의 일정은 출국 시간을 맞추기 위한 타임킬링용에 가깝다. 그래서 심도 있는(다른 일정도 심도가 그리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탐방은 아니고 그저 "가 본 곳 목록"에 올리는 정도의 의미쯤으로 다들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이드의 설명도 건성이고, 귀담아 듣는 사람도 나 말곤 없어 보인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으니 이왕 둘러 보는 것, 몸은 좀 피곤하더라도 제대로 둘러보자는 각오를 다시 다진다. 먼저 들른 곳은 와룡사인데, 이 절은 섬서성 최초의 불교사원이다. 한나라 건녕제 원년인 서기 168년에 창건되었으니 꽤 오래된 고찰이다. ..
서안(西安) 역사기행 #8 - 비단길, 그리고 回族거리 서안(西安) 역사기행 #8 - 비단길, 그리고 회족(回族)거리 마지막날이다. 이번 일정에 예정되었던 굵직한 곳은 다 돌아보았고 오늘의 여정은 일종의 보너스로 쳐도 된다. 먼저 비단길의 시작점을 향했다. 서안 시내의 서쪽 한켠에 비단길이 시작되는 지점을 선정, 공원으로 조성하여 조형물을 세우고 이를 기념하고 있는데 1992년에 세웠으니 최신 시설이다. 입장료는 없다. 중국 당국에서 서안의 이미지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으로서 개발한 장소이겠지만, 실크로드가 동서 문화 교류史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이 곳은 대단히 의미있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여행의 일정이 기대와 설레임의 연속이었지만, 실크로드로 향하는 버스에서 느끼는 조용한 흥분은 그만큼 각별했다! 이 곳은 서구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
서안(西安) 역사기행 #7 - 山外有山, 西岳華山 서안(西安) 역사기행 #7 - 山外有山, 西岳華山 예로부터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우주 질서의 기본적 원리로 삼아 온 우리는 이 땅 오행(목, 화, 토, 금, 수)의 각 방위에 해당하는 다섯 개의 산을 정하여 신령시 해 왔다. 동목(東木)方은 금강산, 서금(西金)方은 묘향산, 남화(南火)方은 지리산, 북수(北水)方은 백두산, 중토(中土)方은 삼각산이 그것이다. 이 5개의 산을 5악(五嶽)이라 부르며 계절마다 산신께 정성껏 제사를 올렸다. 우리 오악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오악은 어떤 산일까? 동악 태산(泰山), 서악 화산(華山), 남악 형산(衡山), 북악 항산(恒山), 중악 숭산(崇山)이 그것이다. 중국의 오악은 "五岳"이라 표기하는데 비해 우리 땅의 오악은 "五嶽"이라 표기하는게 다른데, ..
서안(西安) 역사기행 #6 - 병마용갱과 진시황릉 서안(西安) 역사기행 #6 - 병마용갱과 진시황릉 올해 여름은 참 많이 더웠다. 10년째 에어컨 없이 버티고 있는 우리집은 더욱 힘든 여름이었다. 더워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도무지 집중이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 여행 다녀온지도 3주가 넘어가는데, 벌써 정리가 끝났어야 할 여행 기록이 그놈의 더위 덕분에 이제 겨우 절반쯤 밖에 오지 못했다. 그래도 더운 것은 참겠는데,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온 몸을 스멀스멀 뒤덮어 오는 끈적한 습기다. 휴가 기간 중 집에 있을 땐 하루에 샤워를 4번, 5번을 해도 그때 뿐, 물기 닦은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샤워 전 상태로 되돌아가니 멘붕 직전까지 가게 된다. 뒷머리에서 발원한 땀이 목덜미를 거쳐 등 쪽으로 땀줄기를 규합하여 제법 굵은 흐름으로 스..
서안(西安) 역사기행 #5 - "중국 최고의 대형 실경 역사 무극 - 장한가" 서안(西安) 역사기행 #5 - "중국 최고의 대형 실경 역사 무극 - 장한가" 패키지 여행이 대개 그렇듯 판매 가격이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옵션(선택) 관광이 많아진다. 운이 나빠 부실 업체를 만난 경우 정작 관광 코스는 대충 때우고 이리저리 쇼핑몰로 끌고 다니면서쇼핑을 강요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관광객들의 협조(?)가 시원찮을 경우 현지 가이드가 관광객을 버리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번 우리가 선택한 패키지 역시 유류할증료나 가이드, 기사 팁 외에 발마사지($20), 장한가 가무 쇼($50), 화산 관광($120) 등의 옵션품이 포함되어 있다. 말이 옵션이지, 옵션 구입을 거부할 경우 특별히 계획한 일이 없는 경우, 팀의 다른 사람들이 옵션 코스를 돌 때 덩그러니 홀로 남아 자칫 개밥의 도토리..
서안(西安) 역사기행 #4 - 당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의 현장, 화청지 서안(西安) 역사기행 #4 - 당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의 현장, 화청지 오늘은 이번 여행의 3대 하일라이트 중의 하나인 화청지(華淸池) 투어가 예정돼 있다. 화청지는 당 현종과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인 양귀비와의 특별한 로맨스와 비극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근대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서안사변의 현장이기도 하다. 화청지는 질 좋은 온천수 때문에 역대 제왕들이 휴양지로 삼았으며, 일찌기 서주 시절 주유왕이 이곳에 려궁을 지었고 이후 진시황과 한무제도 여기에 행궁(行宮)을 건립하였다. 특히 당현종때 건설한 궁전 누각이 가장 화려했고 이 때 정식으로 '화청궁'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였다. 화청지 먼저 오늘 우리의 주인공인 당 현종과 양귀비에 대해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당 현종(玄宗)은 이름이 ..
서안(西安) 역사기행 #3 - 진 2세황제릉 및 섬서성 역사박물관 서안(西安) 역사기행 #3 - 진 2세황제릉 및 섬서성 역사박물관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는 진2세 황제릉과 섬서성 역사박물관이다. 진2세 황제? 조금 생소한 황제 아닌가?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왕이 죽고 나면 '~종(宗)', 혹은 '~조(祖)' 등의 묘호(廟號)를 붙이게 되는데, 이는 왕의 이름이 아니고 왕이 죽은 후에 그의 신주를 모시는 종묘 사당에 붙이는 칭호다. 그런데 진시황은 죽은 후에 조성한 능은 종 혹은 조의 묘호를 따로 붙이지 않고 그냥 '시황묘'라 부르고 있으며,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은 아들 역시 종, 조의 묘호가 없다. 이는 어인 까닭일까? 천신만고 끝에 천하를 통일한 진의 왕 영정(嬴政)은 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자신을 역대 다른 왕이나 천자들과 차별화하여 격을 달리하고자 했다. '왕'의 칭..
서안(西安) 역사기행 #2 - 삼장법사의 흔적이 서린 소안탑과 대안탑 서안(西安) 역사기행 #2 - 삼장법사의 흔적이 서린 소안탑과 대안탑 어제 늦은 시간에 도착한 탓으로 오늘 일정은 좀 여유있게 잡혀 있다. 일어나 호텔 아침 식사 마치고 출발 준비를 다 해도 시간이 좀 남는다. 객실에서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내다보니 서안 궁성과 그 너머 시가지 중심부의 실루엣이 뿌연 공기 사이에 아스라이 보인다. 창문을 열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훅 들어온다.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잔뜩, 탁하고 답답한 공기에 덥고 팍팍한 날씨다. 옛날, 주나라의 문왕이 중국 역사상 전설적 폭군인 상나라 말 주(紂)왕에게 잡혀 유배되었다던 서쪽 유리(羑里)가 바로 이런 환경 아니었을까? 문왕이 유리옥에 유폐되어 있던 그 당시 하늘도 잔뜩 구름만 끼고 비는 오랫동안 오지 않아 땅이 메말라 민심이 피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