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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2 2016.07.04. - 번개 덕분에 경주 번개 여행 (feat. 먹방) (3)
  2. 2016.06.25 2016.06.25. - 경주에서 (4)

간밤, 폭우 동반한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공장 공동구(共同溝) 화재로 동력 라인이 끊겨
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되었다.
출근 전 비상연락망을 통하여 임시 휴무 메시지가 긴급 통보되었고
어이없는 이유이긴 하지만, 뜻하지 않은 하루 휴가를 얻게 되었다.
어쩐지 밤중에 천둥 번개가 심상치 않더라니...

살다 보니 참 별일도 다 있다.
번개처럼 떨어진 휴일을 어떻게 쓸 것인가 잠깐 고민하다가
세찬 장마비에 샤워하는 연꽃이 떠오르니
눈에 보이는대로 카메라와 렌즈 몇 개를 배낭에 주섬주섬 쓸어담고
큼직한 골프 우산도 챙겨 들고 
호계역으로 gogo~

번개 덕분에 번개 여행을 하다.

2016.07.04. 경주.


역 가는 길, 동네 빽다방에서 1,500백원을 투자하여
'앗!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열차 까페칸으로 가니
웬 금발 서양 처자가 홀로 구석에 서서
차창 밖을 보며 사색 중이다. 

 

말을 걸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중인지 물어볼까 하였으나
생면 부지의 외방인에게 너무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던지는 것 같아
그만 두다.
(절대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님 ㅋ~)

경주역에 내리면 늘 바삐 서둘러 어딘가로 떠나는
이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나도 그리 한가한 몸은 아니지만,
늘은 함께 사진을 찍기를 정중히 청하여
기어이 허락을 받아 내다.

(삼각대 세우고 타이머로 찍던 짧은 순간이지만 
건너편 플랫폼에 사람이 많아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내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흐흐)

대릉원 가는 길.


 

아직도 채 발굴하지 못한 유적지가 곳곳에 널려있다.

능소화 떨어진 담장곁을 걸어가시는 우리 할매 뒷모습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제법 운치있는 간판에 이끌려 낯선 뒷골목을 들어서니

벽화가 그려진 동네가 나타나는구나!

이 또한 뜻하지 않았던 즐거움이다.
이 곳에 벽화 골목이 있다는 이야긴 전혀 들은적이 없는데.

이 편안한 촌스러움이야말로
벽화 골목의 참 맛이 아니던가?

어느 집 대문 안의 아기고양이가
렌즈를 들이대는 수상한 이에게
잔뜩 경계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벽화에 그려진 그림들의 컨셉이나 메시지가 무엇인지
돌아가지도 않는 두뇌를 혹사시켜 가며 추측하느라
애쓸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얼굴이 예뻐서 예쁜 게 아니다.
젊음이 그저 예쁜 것이다.

부용...
고향 집 뜰 앞 작은 꽃밭에 부용이 필 때면
그 옆 웅덩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맹꽁이 소리에 밤잠을 설쳤지.

부용 옆에는 참나리도 참 많이 피었었고.

범부채에 내려 앉은 저 나비는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벌을 품은 비비추

그러고 보니 배롱나무의 계절이기도 하네.

우산 따로 쓰고 걷는 저 쑥맥 커플아,
우산 하나는 마 접으소.

수련지 옆엔 오리 새끼가 떼로 모여
체온을 나누고 있다.

수줍게 숨어 핀 수련

홍련


봉오리 위로 세찬 빗줄기가 퍼부어 주길 기대했으니
찔끔찔끔 내리던 비.
종래 우중 연꽃샷을 찍어보지 못하다.


大師님도 꽃 앞에선 사부대중과 다르지 않다.


 


 


 


 


 

비는 커녕, 날씨가 점점 갤 조짐을 보이니
철수를 결정하다


 

아침 먹는 둥 마는 둥 집 떠난 후 벌써 오후 세 시,
정신이 혼미하도록 배가 고파왔다.

울산행 기차를 타기 전 민생고를 해결하러 들른 곳은,

경주역 건너편의 성동시장.
말로만 들었던 이 곳의 명물, 한식 뷔페를 찾아서.

건어물전, 생선전, 푸주전 골목을 몇 차례 돌아드니
과연 뷔페 시장통이 떡 하니 나타나는구나.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집을 일부러 골랐다.
맛의 기대를 되도록이면 낮게 설정하기 위해서다.

쥔장 할머니께서 하품을 하시다가 화들짝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단체 손님을 위한 4~6인용 겸상석도 있지만
진설된 메뉴와 나란히 배치된 길다란 장의자에 자리잡고 앉다.

약 25여종의 반찬은 무한리필이요,
국 종류는 돼지술국, 쇠고기국, 시락국 중 하나 택일.
밥 한 공기와 함께 이 모든 것이 6천원.

고상으로 퍼 담은 저 밥그릇 좀 보소!
시골 머슴밥 그대로다.

옵션은 돼지국밥을 선택하다.
국밥 오른쪽 뷔페 접시엔 내가 골라 담은 반찬들,
그 오른쪽엔 젓갈장과 강된장, 데친 쌈채소. 

비주얼 못지 않게 맛 또한 시골스러운 그 맛이다. 

막걸리 한 병을 청하여 세팅하니 마침내
시장통표 한식 뷔페의 결정판이 완성된다.

디저트도 있다!
요구르트는 물론 

바나나까지.

삼대 구년만에 처가집 다니러 온 사위 대하듯
자꾸만 자꾸만 밥을 더 먹으라며 주걱 수북히 퍼 주시던
쥔장 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미안하여
공기밥을 두 그릇이나 꾸역꾸역 먹었더니
으허허, 배 터져 뒈지는 줄 알았다.

결국 태화루는 반 병도 비우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추찜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에게 묻는다

싸구려 시장통 음식이라고 함부로 폄하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진정 배 터지게 퍼 준 사람이었느냐

 - hommage to 안도현 시인 -


그렇다. MSG 범벅? 나트륨 덩어리?
그런게 좀 들었으면 어떠냐? 별 놈 다 봤다.

배고픈 사람에겐 그저 맛있고 배부르면 장땡이다.

미칠듯한 포만감을 억누르며 경주역으로 회귀.

떠나던 그 여인은 아직도 떠나고 있구나.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들었으나
이미 과포화 생태의 내 뱃속은 
단 한 방울의 커피도 수용하지 않더라.

결국 철길에 쏟아버리고 기차를 타다.

부전행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 불현듯 부전까지 가고싶다.
혹 아는가?
거기 가면 그리운 누군가
우연히라 만날 수 있을지...



(번개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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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2016.06.25.

경주

Kodak 660c + SLR/c



정방형 크롭으로 중형포맷 흉내내기.



























































다시 찾은 병아리난초는

일주일만에 반 이상 씨방을 맺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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