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랑어리연꽃

     작년 제법 볼 만한 군락으로 피어났던 노랑어리연꽃 서식지를 가 보니 최근의 하천 정비공사로 대부분의 풀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노랑어리연꽃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몇 개체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노랑어리연꽃

     작년에는 이랬는데 ...


△ 노랑어리연꽃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다행히도 노랑어리연꽃이 번식이 잘 되는 품종이니 내년엔 말끔이 정비된 강에서 터전을 잘 잡아 안정적으로 군락을 유지했으면 합니다.


▲ 노랑어리연꽃

     서식 범위가 제법 넓었는데, 이 교각 아래 몇 개체 말고는 거의 사라졌네요. 생존한 위 세 송이로 다시 출발하여 머지 않아 대가족으로 크게 번성하겠지요.


♧♧♧


△ 어리연꽃

     다음은 근교의 어리연꽃 서식지입니다. 여긴 처음 간 곳이라 예전 상황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랜 여름 가뭄에 많이 지친 모습이 역력합니다.


△ 어리연꽃

     흐름이 매우 느린 잔잔한 저수지여서 생육 환경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역시 최근 혹독했던 기후 탓인지 꽃도 많이 빈약하고 잎도 왜소한데다가 병해를 입은 듯 쭈글거리고 광택이 별로 없군요..


△ 어리연꽃

     어쩌면 우리가 너무 늦은 시기에 이 곳을 찾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리연꽃

     수심이 얕아 보여서 바짓가랭이를 여미고 맨발로 저수지 가운데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물 속으로 비치는 저수지 바닥이 거북등 모양으로 쩍쩍 갈라진 것이, 최근 비가 오기 직전까지 바닥이 바싹 말라붙었던 상태였다는 것 알 수 있었습니다.


▲ 어리연꽃

     그런 팍팍한 조건에서도 이 정도로 살아 남아 끝끝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건 참으로 대단한 닐이 아닐 수 없군요.


▲ 어리연꽃

     어리연꽃(Nymphoides indica)이나 노랑어리연꽃(Nymphoides peltata)은 '연꽃'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연꽃과는 완전히 다른 종입니다.


△ 어리연꽃

     연꽃(Nelumbo nucifera), 수련(Nymphaea tetragona) 등은 수련과(Nymphaeaceae) 소속인 반면 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은 조름나물과(Menyanthaceae)에 속해 있어 한 핏줄이 아니지요.


▲ 어리연꽃

     어리연꽃 역시 올핸 서식지 확인에 의미를 둘 수 있겠고, 내년이 기대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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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등

2018.08.28 22:47 from 야생화



     해다마 들르던 경북 경산의 가시연꽃 서식지가 오랜 가뭄 끝에 완전히 말라붙어 황무지처럼 변한 것을 진즉에 목격했던 터라 올해 가시연꽃은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근교의 작은 저수지라도 가서 목마름을 해소해 보기로 했습니다.

▲ 가시연꽃

     찾아간 그 저수지도 반갑잖은 손님, 마름이라는 녀석이 왕성한 세력으로 저수지 수면의 대부분을 점령하는 바람에 가시연은 기세를 펴지 못했고, 빽빽하게 퍼진 마름의 틈새에 간신히 비비고 올라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 가시연꽃

     게다가 시기마저 많이 일러 재대로 핀 녀석은 달랑 저것 하나 뿐. 



△ 가시연꽃

     그래도 이 살벌한 더위와 조폭같은 마름 패거리의 등쌀에도 저만큼이라도 피워 냈으니 대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 가시연꽃

    어쨌건 이 녀석 덕분에 헛걸음은 면했습니다. 다음은 저수지 주변을 설렁설렁 둘러보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가볍게 주워 담아 본 것들입니다.

 

△ 상사화

△ 상사화

▲ 상사화

▲ 상사화

△ 상사화

△ 흰닭의장풀

△ 흰닭의장풀

△ 석잠풀

△ 박주가리(자주꽃)

▲ 박주가리(흰꽃)

△ 메꽃

△ 메꽃

△ 능소화

△ 털여뀌

△ 참싸리

▲ 하늘타리

▲ 하늘타리

▲ 미국실새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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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백령풀을 찾아서

2018.08.27 12:22 from 야생화

     계획에 들어 있지 않던 뜻밖의 장소를 다녀왔습니다. 제게 가끔 꽃소식을 들려 주시던 분과의 인연으로. 그 분이 아시던 꽃객의 탐방길에 얼떨결로 염치불구 편승하여 동행하게 된 것입니다. 동행한 분은 알고 보니 나와 같은 아파드 단지 내에 거주하시는 이웃 주민이군요. 덕분에 경북지방의 깊은 산골로 달려가 털백령풀, 홍도까치수염 등 생전 처음 보는 식물 몇 종을 친견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초대해 주시고 직접 운전까지 해 주신 L님께 감사드립니다.


▲ 개잠자리난초

     목적지에 주차한 후 산으로 이동하는 도중 털백령풀이 발 아래 풀섶 사이로 보였지만, 나중에 담기로 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산 중턱의 습지입니다. 이 곳에도 습지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은 거의 다 볼 수 있네요.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개잠자리난초입니다.


▲ 개잠자리난초

     언뜻 보았을 땐 잠자리난초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개잠자리난초입니다. 거(距:꿀샘)가 짧고 뭉툭하며 날개 형상의 옆꽃받침조각이 옆으로가 아닌 뒤로 완전히 젖혀져 있어서 다이빙선수가 팔을 뒤로 뻗어 다이빙대 아래로 몸을 던질 준비를 하듯 날렵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덕분에 개잠자리난초와 생애 첫 대면하는 기쁨을!


△ 잠자리난초 (2015, 동대산)

     위 사진은 동대산에서 담은 잠자리난초인데, 꿀샘이 개잠자리난초보다 2~3배 더 길며 끝이 뭉툭하지 않고 날씬한 느낌이죠. 옆꽃받침조각 역시 양 옆으로 날개처럼 활짝 펼친 형상을 하고 있는데,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두 주인공(L. 디카프리오, K. 윈슬렛)이 뱃머리에 서서 양 팔을 벌려 갈매기의 비행을 흉내내는 유명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잠자리난초의 학명은 Habenaria linearifolia Maxim. 입니다. 종소명으로 쓰인 라틴어 "linearfolia"는 일직선(linear) + 잎(folia = leaf)의 결합어인데 이건 옆꽃받침조각이 양팔을 벌린듯 일직선인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개잠자리난초 Habenaria cruciformis Ohwi의 종소명 "cruciformis"는 십자(十字)라는 뜻의 crux(=cross)와 형태, 모양이라는 뜻의 forma(=form)가 결합된 것인데, 꽃 아래 꿀샘이 십자(十) 형상임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이삭귀개

     이 곳도 올해 극심했던 여름 가뭄을 피하지 못한듯 여기가 정말 습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바싹 말라가고 있었는데, 저런 싱싱한 이삭귀개가 진퍼리새 수풀 속에서 많이 관찰되더군요. 가뭄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개체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땅귀개

     땅귀개는 동대 습지에 비해 키가 크고 제법 튼튼하여 사진으로 담기가 한결 낫습니다.


▲ 땅귀개


     이삭귀개나 땅귀개 등은 식충식물이지만 끈끈이주걱과는 달리 벌레잡이 매카니즘이 지상부에 있지 않고 뿌리에 달린 포충낭으로 땅 속의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을 포집하여 먹고 삽니다. 

     습지 탐방을 마치고 솔체꽃을 만나기 위하여 정상부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솔체꽃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예년에 비해 개체가 몹시 빈약한 상태인데다 아직 개화 초기여서 서식 확인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겠습니다.

 

△ 솔체꽃 

     저 멀리 낙동강과, 낙동강을 끼고 있는 들판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곳이어서, 솔체꽃이 조금만 더 풍성해진다면 상당히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군요. 하늘 저 편으로 붉은 황혼이 드리워진다면 금상첨화겠죠?


▲ 솔체꽃 

     봉오리가 열리기 전, 갓난아기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돋아나듯 한 다발의 수술이 먼저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 깨끗한 보랏빛 색감이 참으로 좋지 않나요?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자라고 있는 어린 솔체의 싹이 땅바닥에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기후 조건이 좋아지고 이 어린 싹들이 잘 성장하여 군락을 이룬다면 금세 이 곳의 명물이 될 것 같군요.


△ 털백령풀

     이 털백령풀 뿐 아니라 원종인 백령풀 및 큰백령풀은 모두 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국생정에 의하면 털백령풀은 백령도에 서식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어인 연유로 그 멀고먼 서해의 작은 섬을 벗어나 경북땅의 이 깊은 첩첩산중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을까요?


△ 털백령풀


△ 털백령풀


△ 털백령풀


▲ 털백령풀


△ 털백령풀


△ 털백령풀


△ 홍도까치수염

     이 곳 탐방은 출발 전날 저녁무렵에야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어서 이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 정보를 제대로 챙겨 보지 못했는데, 이 홍도까치수염은 생각지 못했던 특별한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일행이 홍도까치수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서야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 일행의 눈썰미 덕분에 자칫 그냥 지나칠 뻔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홍도까치수염

     홍도까치수염은 사진상으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까치수염이나, 큰까치수염과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실물은 많이 다르군요. 같은 앵초과 식물이니 태생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공유하지만 하나하나 뜯어 보면 꽃대, 꽃잎, 꽃차례등 모든 것이 닮은 듯 많이 다릅니다.

  

▲ 홍도까치수염

     옆 모습도 예쁘지만 바로 위에서 본 모습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나중 알고보니 예전엔 상당히 많은 개체가 서식하여 제법 풍성했는데 올해는 많이 빈약하다고 합니다. 다 폭염과 가뭄 탓이겠죠? 내년엔 예년의 풍성함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대나물

     홍도까치수염과 이웃해 있던 대나물입니다. 담벼락 옆 작은 꽃밭이나 사방(沙防)공사를 한 절개지에서 흔히 보는 분홍색 끈끈이대나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원종이라 할 수 있는 대나물은, 적어도 내가 사는 지역에선 만나기가 힘든 종입니다.

 

▲ 대나물

 

△ 대나물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살짝 분홍빛을 머금은 꽃잎과, 꽃잎의 굴곡을 따라 가늘고 길게 벋어나온 10개의 가느다란 수술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어린 식물은 나물로 무쳐 먹고 땅 속 굵은 뿌리는 은시호(銀柴胡)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고 하는군요.


△ 애기풀

     애기풀이 커서 이렇게 변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 이만큼 컸으니 더 이상 애기풀이 아니라 이제 어른풀인가요?


▲ 큰벼룩아재비

     꽃이 깨알처럼 너무 작아서 사진으로 담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아이들입니다. 


▲ 산호랑나비의 애벌레

     습지에서 만난 산호랑나비의 애벌레입니다. 녹, 황, 흑의 조화와 패턴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나요? '벌레'라는 편견을 버리고 보면 이렇게 또 다른 세계에 눈을 뜰 수 있습니다.


▲ 산호랑나비

     위 애벌레가 우화하면 이런 우아한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장차 나비가 되어 내보일 모습을 이미 애벌레 시절부터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죠? 


 팀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왼편이 호스팅을 해 주신 L님이고 오른편에 계신 분은 죄송하게도 성함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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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습지 탐방

2018.08.26 21:13 from 야생화

     동네 습지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집과 지근거리에 이런 습지가 있어 계절마다 피고 지는 다양한 습지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일종의 특권같은 것이 아닐까요?


△ 끈끈이주걱

     오랫동안 끈끈이주걱을 보아 왔지만, 꽃이 활짝 핀 모습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 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은 개화 습성이 매우 까다로은 편에 속합니다. 아침 9~10시쯤 피었다가 오후 1시경이 넘으면 일제히 꽃을 닫아버리는 걸 이번에야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 끈끈이주걱

     그나마 날씨에 극히 예민하여 햇빛이 없는 흐린날이나 비오는 날엔 아예 입을 굳게 닫아버린 채 절대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매우 꾀까다로운 녀석들입니다. 

 

△ 끈끈이주걱

     날씨와 시각을 잘 맞추어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순백의 앙증스러운 자그만한 수많은 꽃들을 밤하늘의 별처럼 뿌려놓은 모습에서 절로 탄성이 나오죠.


△ 끈끈이주걱

     크기가 워낙 작아서 매크로 렌즈로 바짝 들이대어야 제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 끈끈이주걱

     이 사진은 니콘의 60mm 매크로 렌즈를 최소작업거리까지 디밀고 찍었습니다. 콩알 크기보다 훨씬 작은 녀석들이지만 꽃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빠짐없이 완벽하게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고운 자태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끈끈이주걱

     송이꽃차례(총상화서)를 형성하는 꽃대에 봉오리가 차례로 달려 있는데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핍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현재 개화한 꽃의 아랫부분은 이미 꽃이 떨어져 씨방을 맺고 있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봉오리가 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끈끈이주걱

     이렇게 살짝 홍조를 띄고 있는 개체도 드물게 보입니다.


△ 끈끈이주걱

     어쩌면 이 녀석의 아이덴티티는 꽃보다도 오히려 벌레잡이 끈끈이로 잔뜩 무장하고 있는 잎에 있는 것 같습니다. 


△ 끈끈이주걱

     꽃도 꽃이지만, 꽃을 피우기 전 영양분 축적을 위하여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시기의 잎도 꽃 못지 않게 아름다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요. 붉은 돌기가 촘촘하게 달린 주걱모양의 잎, 그 돌기마다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끈끈이액이 방울방울 매달린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보면 참으로 황홀할 지경입니다. 먹이가 되는 작은 곤충들에겐 바로 황천길로 연결되는 지옥과 같은 곳이겠지만요.


▲ 끈끈이주걱

     짤박하게 고인 물에 비친 햇빛의 반영이 멋진 빛망울을 만들어 주고 있군요^^


△ 잠자리난초

     올해는 잠자리난초가 풍년입니다.


△ 잠자리난초

     빗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더욱 청초해 보이는군요.



그 곳에 가면 가족처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식물들을 아래에 나열해 봅니다.


△ 벗풀


△ 이삭귀개


△ 이삭귀개


△ 땅귀개


△ 흰개수염


△ 좀네모골


△ 좀네모골


△ 거문도닥나무


△ 거문도닥나무


△ 기장대풀


△ 기장대풀


△ 기장대풀




△ 좀고추나물


△ 좀고추나물


△ 개미탑


△ 작은주홍부전나비


△ 타래난초


(습지 탐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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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올해 여름 꽃 트레킹 대상지로 가지산, 설악산과 가야산행을 계획하였습니다. 가지산은 예정대로 다녀왔고, 설악산은 바람꽃이 절정인 7월 3~4주쯤을 잡았으나 올해 여름의 그 대책없는 무더위로 차일피일 머뭇거리는 사이 시기가 늦어버렸습니다. 대신 가야산은 적절한 때에 잘 다녀왔지요. 특히 이번 트레킹엔 이 방면 절정의 공력 보유자이신 N님의 가이드(?)를 받아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어둠을 뚫고 새벽 일찍 산행을 시작, 칠불봉에 도착하니 일출이 시작됩니다. 엷은 운무가 광범위하게 퍼져 제대로 된 일출경도, 제대로 된 구름바다도 연출되지 않았지만 역시 해 뜨는 산정의 새벽은 황홀합니다. 사진에 찍힌 분은 다른 팀의 모르는 사람이며, 이 사진은 다소 과도한 보정이 들어갔음을 밝힙니다.


     칠불봉(七佛峰:1432m)에 서서 서쪽 방향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른쪽 위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우두봉(牛頭峰:1430m)인데 상왕봉(上王峰)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칠불봉보다 2m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야산의 실질적 상봉(上峰) 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우뚝 솟은 형상이 사뭇 올올(兀兀)하고 그 정상부가 매우 널찍하여 많은 衆人들을 품을 수 있는 위엄이 있어 그런 것 아닐까요?


     가야산 산신령께서 조화를 부려 멋진 운해를 보여주시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지만, 종내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제 본격적인 탐화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 네귀쓴풀

     국생정 정명 기준 우리나라엔 9종의 쓴풀속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네귀쓴풀은 높은 지대에만 서식하고 있어 한 바가지의 땀을 조공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종이죠.

     

▲ 네귀쓴풀

     설악산 대청봉 근처의 네귀쓴풀이 제가 만난 가장 큰 군락이었습니다마는 이 곳도 꽤 넓은 군집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꽃들이 흰색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가을 무렵이면 소박하지만 제법 화사한 분홍으로 물들어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 네귀쓴풀

     네귀쓴풀의 아름다움은 코발트색 유약을 점점이 찍어 정성껏 찍어 구워 낸 청화백자같은 네 장의 꽃잎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네귀쓴풀

     암술을 중심으로 네 장의 꽃잎과 네 개의 수술, 그리고 봉오리를 받들고 있는 네 장의 꽃받침이 완벽한 기하학적 조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무신론자인 내가 이럴 땐 잠시라도 신의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꽃잎을 자세히 살펴 보면 와이셔츠 단추구멍같은 작은 홈이 파져 있는데 이것이 꼭 귓구멍처럼 보여 네귀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입니다.


△ 네귀쓴풀

     도공(陶工)이 쓴풀을 빚어 도자기 가마에 넣기 전에 코발트 유약 바르는 것을 깜박 잊었는지 이렇게 점이 없는 무지 꽃도 더러 보이는군요.


▲ 백리향

     다음은 이 시기 가야산을 대표하는 백리향(百里香)입니다. 과연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온 산자락에 은은하게 배어 있습니다.

 

△ 백리향

     올핸 백리향에 관한 한 매우 때를 잘 맞추어 온 듯합니다. 이제 막 만개하는 시점이라 시든 꽃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꽃부리들이 싱싱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 백리향

     국생정 도감정보에 의하면, 백리향은 높은 산의 바위 위, 특히 석회암 지대, 사문암 지대, 안산암 지대에 나는데 양지나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평지에서도 강한 번식력이 있어 옆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내한력도 강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멸종의 위기를 맞을 일은 없을 듯하군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남채를 하지만 않는다면요.


△ 백리향

     꽃과 전초(全草)에 '타이몰(Thymol)', 'P-싸이민 피닌(P-Cymene Pinene)', '리날룰(Linalool)'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백리향 특유의 향기를 내뿜는다고 합니다. 살랑이는 바람결을 따라 산자락을 감돌던 그 은은한 향기는 사진에 담을 수 없으니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 백리향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위채송화, 솔나리, 원추리 등등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풍광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흘린 땀과 수고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 백리향

꽃은 싱싱, 향기는 상큼.


▲ 백리향

     이렇게 바짝 들이대어 꽃송이 하나하나를 들여다 봐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새벽 이슬까지 머금으니 상큼 발랄함이 두 배가 되는군요.


△ 솔나리

     작년 탐방 땐 시기가 너무 늦어 거의 지고 있던 솔나리만 남았던 터라 아쉬움이 많았는데, 올해도 조금 늦긴 했지만 상당히 많은 규모의 솔나리들과 조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위의 아이들은 오늘 아침에 봉오리를 갓 벌린 듯 색깔도 상당히 진하고 더할 수 없이 싱싱한 모습입니다.

 

△ 솔나리

     숲을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숨어있는 이런 솔나리 가족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솔나리

     개활지에 살던 솔나리는 여름 볕을 잘 받아서인지 수분을 일찌감치 끝내고 이제 시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솔나리

     원추리(각시원추리?)와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모습도 이 곳 아니면 보기 어려운 장면일 것입니다.

 

△ 솔나리

     이제부터 말이 필요 없는 솔나리 몇 송이를 감상하시겠습니다. ^^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솔나리


▲ 구름송이풀

     N 님의 안내로 처음 친견한 구름송이풀입니다. 백리향이나 솔나리 등과는 개화 시기가 달라 꽃 핀 모습은 보지 못하였는데, 줄기와 잎, 장차 꽃이 될 봉오리에서 범상치 않은 오오라(Aura)가 풍겨 나오는 듯하지 않나요?


▲ 난장이바위솔

     이 아이들도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윽고 개화 신호가 와서 저 작은 봉오리들이 앞다투어 봉오리를 톡톡 터뜨리는 그 은밀한 소리야말로 우주가 열리는 그 소리일 것입니다.


▲ 끈적쥐꼬리풀

     높은 산에만 서식한다는 끈적쥐꼬리풀입니다. 사실 N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그저 자주꿩의다리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작은 풀 하나하나에도 차별 없는 애정을 기울이는 N님의 모습에서 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 가야산잔대

     아쉽게도 거의 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온전한 모델을 어렵사리 섭외하여 담아봅니다.


△ 긴산꼬리풀

     이보다 더 럭셔리한 곳에 자라잡은 긴산꼬리풀이 또 있을까요? 산꼬리풀 집안의 금수저?


△ 곰취

좀 더 잘 담을껄 ...


△ 쑥부쟁이


△ 둥근이질풀


△ 산오이풀

     잎 결각 끝에 방울방울 매달린 물방울은 이슬이 아닙니다. 밤새 흡수한 수분이 포화된 것을 스스로 방출하는 소위 '일액(溢液)현상'인데, 이른 아침에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둥근이질풀


▲ 흰여로

이 곳엔 흰여로가 대세입니다.


▲ 개회향

     이 개회향을 만나기 전까지는 고본과 개화향을 구분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얘를 보고 나서는 더 이상 헛갈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본에 비해 개회향이 훨씬 더 가녀리고 섬세한 느낌이 납니다.

 

▲ 자주꿩의다리

     무성한 산오이풀을 뚫고 고개를 내민 자주꿩의다리 ... 흔한 자주꿩의다리가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어요.

 

▲ 산꿩의다리

   

△ 신원 미상의 버섯

하도 맛있어 보여 담았습니다.

 

▲ 물꽈리아재비

     하산길 물길 옆 축축한 흙땅에 자라는 물꽈리아재비입니다. N님의 설명과 안내가 아니었다면 못보고 지나쳤을것입니다.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 물꽈리아재비

참 잘 찍었죠? 이 작은 녀석을.


▲ 물꽈리아재비

위엣것보다 더 잘찍었군요^^


너무 울어서

텅 비어버렸나

이 매미 허물은

 -바쇼(芭蕉) -


△ 참반디

꽃이 저리 작을줄 몰랐네


△ 영아자

     아직 덜 핀 영아자를 끝으로 올해 여름 가야산 야생화 트레킹은 막을 내립니다. 혹시나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끝끝내 우리 눈 앞에 나타나 주지 않았던 것은 작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산행 가이드와 들꽃 해설을 해 주신 N님, 직접 만드신 무환자나무 염주와 무환자나무 천연비누를 선물해 주신 C님, 그리고 그 날 함깨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 가야산 야생화 트레킹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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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겁습니다. 전국적으로 혹은 세계적으로 연일 들려오는 사상 최고의 폭염 소식이 아니더라도 내 몸으로 직접 느끼는 더위의 정도는 확실히 여느 여름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뜨겁지 않은 여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게 있다면 여름이 아니겠지요. 작렬하는 태양의 기운을 받아 한창 피고 있을 그 곳의 여름 꽃이 그리워 새벽 일찍 행장 꾸려 메고 길을 나섰습니다. 2.5리터의 마실 물과 함께 말이죠.


     오랜 가뭄과 지속적인 폭염에 이 곳의 생태계가 좀 피폐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숲 속은 아주 건강합니다. 며칠 전에 내렸던 단비 덕분인지도 모르겠군요. 맨 먼저 비비추가 우리를 반깁니다.


     이어서 등로 복판의 돌덩이 아래 다소곳하게 숨어있던 참바위취도 만납니다. 주로 물기 축축한 바위에 붙어 사는 녀석들인데 어찌하여 이 메마른 곳에 자리하였을까요? 


     6부 능선쯤부터 솔나리가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가녀린 꽃대에 비해 그 끝에 매달린 꽃송이가 다소 버거운지 살랑이는 미풍에 잠시도 멈추질 않고 고개를 하늘하늘 흔들고 있습니다.


     동자꽃도 큰 군락은 아니지만 등로 좌우 수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정상부에 다다르니 제법 풍성한 개체도 눈에 들어옵니다. 작년에는 이렇게 한 꽃대에서 많은 봉오리가 달린 걸 보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해걸이 싸이클상 대박년에 해당하는 모양입니다.


     지금껏 말로만 듣던 흰색 솔나리와의 만남도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흰 꽃판에 붉은 주근깨를 점점이 뿌려 놓은 모양이 하도 예뻐 사진 찍을 생각도 잊고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지요.


     이렇게 나란히 서서 서로 미모경쟁을 하는 애들도 있고요.


     둘 다 예쁩니다^^


     개체 수가 많아져서 이런 단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가지산 정상이 보이는 숲 속에 다소곳이 숨은 아이들도 있고,


    정상 바로 아래 등로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 날 좀 봐 달라며 산객들의 눈길을 유혹하는 이 아이들에게 폰카든 큰 카메라건 한 번이라도 들이대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솔나리에 혹하여 이 싱싱한 원추리를 놓치면 안되겠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원추리'를 검색하면 무려 143종이나 나옵니다. 그 중 자생종은 8가지 뿐인데, 나머지는 개량되어 원예종으로 재배되는 것들입니다. 개량종이 135종이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특별한 종이라는 증거가 되겠죠?

     한 가지 놀란 것은 '원추리'는 재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생종은 골잎원추리, 각시원추리, 백운산원추리, 노랑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태안원추리, 홍도원추리 등 8종입니다. 따라서 산행 중 마주치는 원추리는 '원추리'가 아니라 이 8가지 중 하나로 이름을 불러야 마땅하겠죠. 

     그럼 위 사진에 보이는 원추리는 무슨종일까요? 지명이 붙은 백운산, 태안, 홍도원추리와 형태나 색이 확연히 구분되는 노랑, 애기원추리를 제외하면 골잎원추리, 각시원추리, 큰원추리가 남는데, 이 날 산에서 보았던 이 원추리의 기억만으로는 도감과 비교하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군요. 일단 추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둡니다.


     돌바늘꽃 - 딱 1포기 만났습니다.


     고개를 들면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에 문득 가을의 기운마저 느낍니다. 


     하산길, 등로를 조금 벗어난 곳에 무더기로 서식하는 참바위취 군락에서 한참 놀았습니다. 참바위취는 오직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라는군요.



     6부 능선쯤에서 만난 털이슬 종류의 식물입니다. 국생정에는 모두 7종의 털이슬속 식물이 등재되어 있는데, 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푸른말털이슬, 개털이슬, 쥐털이슬, 붉은털이슬이 그것입니다. 접두어로 쥐, 소, 개, 말 등 12지에 해당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것이 재미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녀석은 도대체 무슨 털이슬일까요? 일단 털이슬, 쥐털이슬, 개털이슬은 아닌게 확실합니다. 꽃/꽃받침의 색깔이나 형태상 말털이슬 및 푸른말털이슬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쇠털이슬과 붉은털이슬이 남는데, 국생정의 도감 정보를 아무리 읽어도 딱 저 사진상의 털이슬에 부합하는 설명을 없군요. 그 중 '잎자루 및 분지 지점이 붉다'는 단서 하나만으로 일단 '붉은털이슬'로 불러주기로 합니다.


붉은털이슬?


     2018 가지산 야생화트레킹은 여기까지입니다. 위에서 게재되지 않은 종 외 만나 보았던 꽃들을 기억나는 대로 나열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새)며느리밥풀꽃, 산수국, 큰뱀무, 짚신나물, 말나리, 산짚신나물, 물레나물, 자주꿩의다리, 층층이꽃, 돌양지꽃, 갈매기난초, 구름패랭이꽃, 모시대, 미역줄나무, 붉은여로, 참취, 긴산꼬리풀, 기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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