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난초 I

2018.06.20 20:55 from 야생화

     병아리난초를 모시고 왔습니다. 고산에나 가야 볼 만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요새같은 꽃 보릿고개에 꽃객들의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고마운 녀석들이죠. 제법 넓은 잎사귀를 치마처럼 두르고 가녀린 꽃대를 올려 깨알같은 연분홍빛 꽃망울을 올망졸망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왜 병아리난초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병아리난초(Amitostigma gracile (Blume) Schltr.)는 난초科(Orchidaceae) 병아리난초屬(Amitostigma)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종소명 gracile는 '날씬한, 가녀린, 호리호리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gracilis'에서 왔습니다. 외관이나 느낌을 적절히 반영한 멋진 작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로 바위에 붙은 이끼에 터전을 잡고 자랍니다. 우리가 늘 찿는 서식지의 병아리난초는 계곡 통바위 표면의 틈새에 얇게 자리한 이끼층에 의탁하고 있어서 해마다 개체군의 수가 들쭉날쭉합니다. 재작년 여름의 엄청난 집중호우에 일부가 씻겨나가는 바람에 작년의 상태는 매우 빈약했는데, 올해는 다행히도 어느 정도 자연 복원이 되어 제법 많은 개체가 건강히 자라는걸 볼 수 있어 안심이 되었지요.



      병아리난초는 직사광선과 고온 건조에 취약하여 반 그늘지대를 좋아합니다. 사진빨 욕심으로 그늘 역할을 하는 주위의 나무나 풀들을 싹 제거한다면 직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시름시름 말라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촬영 시 주변 정리는 필요 최소한도로만 하여야겠습니다.









아래 옥잠난초는 덤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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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채송화

2018.06.17 19:34 from 야생화

     초여름인 이맘때쯤 돌이 많은 악산(岳山)을 걸는 도중 바위 표면을 뒤덮고 있는 노란 꽃무리를 만나게 된다면, 이들은 대개 바위채송화일것입니다. 바위채송화는 건조한 환경에 대단히 강해서 웬만한 가뭄쯤은 거뜬히 견딘다고 합니다. 주변의 이끼마저 姑死하는 심한 가뭄 속에서도 지상부만 바싹 마른 채 숨 죽이고 있다가 비가 내리면 금세 습기를 머금고 살아나 꽃을 급속도로 피운다고 하지요. 조망이 툭 트인 능선부의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뒤범벅된 땀을 시원한 바람으로 식히면서 바로 곁에 활짝 핀 바위채송화를 감상하는 것도 이른 여름 산행에서 맛보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바위채송화(Sedum polytrichoides Helsl.)은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송화와는 계보가 다른 식물입니다. 바위채송화는 돌나물과(Sedum)>돌나물속(Crassulaceae)인데, 채송화는 쇠비름과>쇠비름속으로 분류되어 있지요. 둘 다 줄기와 잎이 통통한 육질이어서 언뜻 보기에 채송화를 닮아 저리 불리어졌을 것입니다.



     種小名 'polytrichoides(폴리트리코이데스)'는 고대 그리스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많다'는 의미의 'πολ?? (polus)'와 '털, 머리카락'이라는 뜻의 'θριξ(thrix)' 및 '닮다, 비슷하다'는 의미의 '-ειδες(eidos)'가 결합된 합성어입니다. 우리 말로 옮긴다면 '털 같은 것이 무성한-'이라는 형용사의 라틴어형이 되겠죠. 여기서 말한 털이라는 것은 가지에 무수히 빽빽하게 달린 잎이 마치 털처럼 보이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아니라면 줄기나 잎에 눈에 잘 안띄는 작은 솜털이 밀생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지난 주 근교 야산에서 만난 바위채송화입니다. 작년에 비해 생육환경이 많이 나아져 개체군도 현저히 늘어났고 적기에 방문한 덕분에 아직 80~90% 정도만 개화한 참이어서 매우 싱싱한 상태의 꽃과 즐겁게 놀다 왔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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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수목원'에 함께 가 보지 않겠느냐는 꽃모임 선배의 전화를 받고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꽃쟁이의 생리 상 화원에서 인위적으로 가꾸는 화초는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 심리를 간파하기라도 한 듯 선배께서는 백두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북방계나 고산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을 덧붙이네요. 그 말씀에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바로 오케이!


     사실 백두대간식물원은 처음 듣는터라 잠깐 검색해 보니 최근 개원한 국립수목원이군요. 경북 봉화군의 한 산골짝에 주민들을 이주시킨 후 사업비 2천 2백억을 들여 7년간의 공사끝에 지난 5월 3일 오픈하였다고 합니다. 넓이도 무려 5,179헥타르(=1,567만평)에 달하고요. 광릉 국립수목원에 이은 2번째의 산림청 직할(?) 수목원입니다. 특이한 점은 지하 40m 터널에 종자보전시설(Seed Vault)를 지어 운영한다는 것과 호랑이 방사장에 백두산호랑이 3마리를 풀어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방문해 보니 탐방객의 대부분은 식물보다는 호랑이에 관심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입장 수입의 80% 이상을 호랑이가 올리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것입니다. 씨드 볼트는 국가 주요시설이어서 일반 탐방객은 출입이 불가합니다.


     이번 탐방에는 김좌상님/잡초님/K兄이 동행했습니다. 27곳의 주제전시원 중 우린 아고산대(亞高山帶) 환경을 시뮬레이트한 '암석원'과 습지 환경을 조성한 '고산습원'을 중점으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대충 둘러본 소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생화 애호가로서의 지극히 이기적인 관점에서 본 견해입니다.


1. 역사가 짧아서인지 아직은 다양성이 태부족이다. 동행한 분은 닻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없더라. 

2. 야생종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개량한 원예종이 많아서 실망이다. 

3. 명패가 없어 이름을 알 수 없는 종이 상당히 많다. 

4. 명패가 있더라도 학명만 적힌 인식표만 꽃혀 있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국명 병기의 전면 확대가 필요하다.

5. 명패는 있으나 식물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발아하지 않았거나 이미 져서 없어졌는데, 명패만 덩그러니 ...)

6. 이름 모르는 식물은 사진으로 찍어 나중 식물원 레인저에게 물어보니 역시 이름을 몰라 당황하더라. 명색이 국립식물원 직원인데, 거기서 가꾸는 꽃 이름을 몰라서야 되겠는가? 

7. 희귀종에 대해서는 금줄을 넘거나 식물을 다치게 하지 않고도 근접하여 관찰 및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발판 설치 등 배려가 필요하다.

8. 수목원 내 관찰할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한 사진 목록(카탈로그 등), 서식 위치, 개화 시기 등을 담은 책자를 펴내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9. 지역이 매우 넓은 만큼 음수대, 화장실, 수세시설도 좀 더 늘여야하겠다.


     그 날 만난 식물 중 난생 처음 대면했던 꽃 몇 가지를 아래 나열해 봅니다. 꽃 이름은 학명만 기재된 인식표가 붙어있거나 아예 명패가 없는 경우도 많아서 최대한 검색하여 국명으로 표기했지만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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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끈끈이주걱 Drosera rotundifolia 의 존재를 알게된지 이틀만에 직접 대면까지 하는 행운을 누린 것은 어느 귀인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원래 한 키 하는 끈끈이주걱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과시라도 하듯, 전초의 모습에 비해 키가 무척 큽니다. 저 길다랗고 가녀린 꽃대가 그 꼭대기에 매달린 꽃을 어찌 감당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때문에 알 듯 모를 듯 살랑이는 미풍에도 어찌나 꽃이 증폭되어 흔들리는지 증명사진을 담는데 무척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또 체형의 밸런스가 저렇다 보니 전초 담기가 난감함은 덤입니다.

 

     붉은 계열의 꽃 색감이 저렇게 오묘한 것음 처음 봅니다. 크림슨에 바이올렛 레드를 섞어 밝은 조명을 역광으로 투사한 색? 투명하면서 진득한 저 붉은 색의 유혹에 무심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위 전초 샷에서 보듯 꽃의 크기도 매우 작습니다. 아래 사진은 1:1 접사가 되는 니콘의 55밀리 매크로렌즈를 더 이상 들이대기 힘들 정도로 한껏 근접시켜 찍은 것입니다. 조리개를 바짝 조여 심도를 더 깊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삼각대를 지참하지 않아 손으로 들고 찍느라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어려웠으니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래도 다한 셈입니다. 설령 삼각대를 가져 갔더라도 바람 때문에 거의 무용지물이었겠지만...

 

     좀끈끈이주걱은 아직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은 미기록종입니다. 2010년 발견되어 식물분류학회지 42권1호(2012)에 발표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관련 논문의 초록(抄錄)을 인용해 봅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에서 우리나라 끈끈이귀개과의 미기록 분류군인 좀끈끈이주걱(Drosera spathulata Labill.)이 발견되었다. 이 분류군은 동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부터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대만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근연 분류군인 끈끈이주걱(D. rotundifolia)과 비교하여 잎의 크기가 작고 (10-20 mm long, 2.5-4.5 mm wide), 화서에 조밀한 선모가 있으며, 분홍색 꽃이 피는 점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국명은 전체가 근연 분류군보다 왜소한 특징을 고려하여 ``좀끈끈이주걱``으로 신칭하였다. 주요 형질에 대한 도해와, 기재, 서식지 식물사진, 검색표를 제시하였다.』

 

     논문의 본문엔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상세한 내용은 추후에 알아봐야겠지만, 흔히 보는 끈끈이주걱 Drosera spatulata 과는 외관상 차이가 눈에 띕니다. 끈끈이주걱은 7월경에 흰색 꽃을 피우고 여러 겹으로 난 잎이 직립하듯 서는데 비하여 좀끈끈이주걱은 자홍색 꽃을 5~6월에 피우는데다가 잎을 방석처럼 펼쳐서 땅바닥에 밀착해 놓고 있습니다. 까막눈인 제가 봐서 그렇다는겁니다. 허허~ 

 

 

     꽃은 아침나절에 열기 시작하여 10시 반을 정점으로 만개했다가 이후엔 금세 닫아버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꽃을 만나러 가려는 분을은 최소 9시 반경에는 현장에 도착하여야 여유있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꽃마리처럼 도르르 말린 꽃은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아래에서 위로 순차적으로 핍니다.  위 사진을 보면 맨 아래 장남과 차남 두 녀석은 이미 졌고, 오늘은 3남 차례인가 봅니다.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로 피는 걸까요? 꽃봉오리들이 일시에 핀다면 저 낭창낭창 가늘고 연약한 꽃대가 꽃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어렵겠죠? 여러 마리의 벌이 일제히 날아와 꽃을 하나씩 꿰차고 앉기라도 한다면? 그 뿐인가요? 여러 꽃에 스치는 바람을 받아내는 것도 힘에 부칠 것입니다. 필경엔 부러질 수도 있겠죠? 이 또한 똑똑한 좀끈끈이주걱의 고도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줄기를 엿가락처럼 길다랗게 주욱 빼어 꽃을 높이 달고 있는걸까요? 제가 추리한 바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꽃가루받이를 하러 온 손님(곤충)에 대한 배려라는 것입니다. 끈끈이주걱은 잎에 난 수없이 많은 돌기 끝에 끈끈한 점액을 분비하여 지나가는 곤충들을 붙여 잡아 먹고 사는데, 꽃과 끈끈이잎의 거리가 짧으면 수분을 도우러(사실은 꿀을 취하러) 찾아왔던 곤충들이 자칫 끈끈이에 들러붙을 수 있겠지요. 수분을 도운 중신애비에게 그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꽃을 끈끈이잎과 되도록이면 멀리 떼어 놓아 매개 곤충들이 비명횡사하는 것을 막아 보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참으로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도리를 지키는 기특한 식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책없는 땡볕에 땀을 팥죽처럼 줄줄줄 흘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방문객 2분이 출현합니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인데, 생태 모니터링을 나왔다는군요. 발견 초기만 하더라도 이 조그만 습지에 빽빽할 정도로 많은 개체군이 서식했는데, 이제 겨우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밖엔 남지 않았다고 탄식을 하십니다. 누군가가 흙째로 퍼 가버렸다는군요. 과연 주변엔 삽질의 흔적이 아직 상처 딱지처럼 남아 있습니다. 필시 야생화 농장의 장삿꾼 짓이거나 우리같은 꽃사진가의 나쁜 손의 소행일 것입니다. 누가 보쌈을 해 갔더라도 죽이지 않고 부디 잘 키워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다음은 또 다른 모델이 될 좀끈끈이주걱을 찾아 근처 습지를 헤매다가 뜻하지않게 우연히 발견한 끈끈이귀개 Drosera peltata var. nipponica (Masam.) Ohwi 쥐꼬리풀 Aletris spicata (Thunb.) Franch. 입니다. 이런 횡재가!!! 개화 시기가 조금 지났지만, 실물로는 처음 대면했던 녀석들이어서 함께 올려봅니다.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끈끈이귀개

 

쥐꼬리풀(아직 개화 전)

 

쥐꼬리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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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7일, 중앙일보 사회면의 한 구석에 "70년만에 모습 드러낸 백양더부살이" 라는 제목으로 작은 기사(<=클릭)가 조용히 떴습니다. 내용인 즉 절멸된 줄 알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백양더부살이'가 내장산국립공원 전남 장성 백암지구에서 70년 만에 다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만으로 보면 일제강점기에 첫 발견 후 올해 백암지구에서 다시 발견될 때까지 멸종 상태였다는 것이 되는데, 사실 야생화 동호인들 사이에서 백양더부살이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고 각 동호회 게시판에도 사진이 심심찮게 게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매우 드물게 서식하는 식물인지라 그 먼곳까지 일부러 가서 친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 

 

  

     작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某님으로부터 봄이면 자주 찾던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백양더부살이를 발견하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그냥 지나쳤고, 올해 들어서야 봄 꽃 산행에서 그 장소를 둘러보았는데 아쉽게도 백양더부살이는 흔적도 찾을 길 없었지요. 그러던 차에 며칠 전 또 다른 꽃동무로부터 백양더부살이가 돋아났으니 시간 되면 가 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식물은 일기 조건이 맞지 않으면 금세 고사할 수도 있고, 귀물(貴物)이어서 못된 사람들이 파 가버릴 수가 있으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말씀도 아울러 하시면서요.  

 

     현장에 도달해 보니 과연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백양더부살이가 땅거죽을 뚫고 다소곳이 솟아나 있군요. 이제사 꽃봉오리가 막 열리려는 참이어서 만개한 상태의 꽃을 볼 수가 없었고, 어찌된 셈인지 주변의 네댓 촉의 새끼 싹은 시름시름 마르고 있는 중이어서 참으로 안타까왔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측은한 심정으로 사진만 몇 장 담아 오는 것 말고는...

 

 

     백양더부살이 Orobanche filicicola Nakai 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입니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에 의하면, 1923년 전남 백양사 인근에서 채취된 단 1본의 표본만이 도쿄대학 식물표본관에 보관된 이후, 그 실체가 베일에 싸인 채 남아 있었고 특히 이 식물을 처음 채집한 일본인 식물학자 다케노신 나카이 박사는 학계에 공식으로 발표하는 절차를 밟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첫 발견 후 70여 년이 지난, 2000년 국립공원관리공단 박성배 씨에 의해 재발견되었고, 현진오 소장이 현장을 확인한 후 2003년 순천향대학교 신현철 교수팀과 함께 미국에서 발행되는 식물연구잡지인 ‘노본(Novon)’을 통해 신종으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 식물목록에 특산식물로서 추가되었다는군요.

 

 

     백양더부살이는 쑥의 잔뿌리에 붙어서 영양을 흡수하고 살아가는 기생식물입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니 저런 방식으로 살아가는거지요. 비슷한 종으로서 초종용이 있는데, 초종용은 주로 해안의 모래땅에서 사철쑥에 기생하는데 반해 백양더부살이는 내륙지방 쑥에 기생합니다. 형태도 비슷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제 접근 가능 거리내 이 식물의 존재를 알려주신 KIC님, 올해 개화 정보를 알려주신 KIH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백양더부살이와 이웃하여 자라던 뻐꾹채입니다. 직접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라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 녀석을 보는 순간, 그 위풍당당함에 반해버렸습니다. 사진으로 보면서 그냥 엉겅퀴나 산비장이 정도의 크기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실제로 보니 꽃봉오리가 어찌나 크던지 어린아이 주먹만하여 깜짝 놀랐지요. 꽃대까지 훌쩍 길어서 마치 하늘을 향해 주먹 불끈 쥐고 팔을 높이 쳐든 형상이라고나 할까요? 

 

 

     뻐꾹채 Rhaponticum uniflorum (L.) DC. 는 국화과 뻐꾹채속의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뻐꾸기가 찍짓기를 하는 시기인 늦봄, 초여름에 핀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꽃봉오리의 비늘조각이 뻐꾸기의 가슴털처럼 보여 그런 이름으로 불리었다고도 합니다.

 

꽃봉오리의 비늘조각이 아래 뻐꾸기 가슴털처럼 보이나요?

 

뻐꾸기
(사진 출처 : 송한석님)
https://blog.naver.com/hssn2710/140176330952

 

 

봉두난발 뻐꾹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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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2018.06.04 22:54 from 야생화

     꽃쟁이들이 싫어하는 나무가 있다면 아마도 소나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입니다. 소나무는 일단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여 군집을 형성하면 서로 협력하여 다른 식물을 말려 죽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식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타 식물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현상을 타감작용(他感作用)이라 하는데, 여타 식물들도 타감작용을 하지만 소나무는 상당히 강하여 특히 여린 풀꽃들이 살 수가 없으니 야생화 애호가들이 솔밭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지요.

     

     소나무는 뿌리에서 갈로탄닌(gallotannin)이라는 산성 물질을 내뿜어 타 식물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지만, 그런 솔밭에서도 버젓이 자리잡고 사는 식물이 노루발, 매화노루발 등입니다. 아마도 갈로탄닌에 대한 면역력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어쨌거나 이 시기면 노루발, 매화노루발을 만나러 기꺼이 솔밭을 찾습니다.


     노루발의 학명은 Pyrola japonica Klenze ex Alef. 입니다. 속명 피롤라(Pyrola)는 불, 열기, 뜨거움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pyr-(πῦρ-)"에서 유래합니다. 추측건대, 북방에서 볼 수 있는 노루발은 줄기와 잎이 빨강에 기까운 짙은 분홍색이어서 마치 불에 달궈진 모습을 연상해서 저런 이름으로 속명을 정한게 아닌가 합니다. 백두산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분홍노루발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정말 붉습니다. (분홍노루발은 이 곳을 참조하십시오 => 클릭)


      최근 여기저기서 만났던 노루발입니다. 소나무 패거리의 심한 텃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라서 꽃을 피워주는 노루발의 모습에서 가녀리지만 강한 모습을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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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기차를 타고 가는 초여름의 소백산

○ 죽령휴게소-연화봉-천동골-다리안

○ 쥐오줌풀, 큰앵초, 큰애기나리, 터리풀, 미나리아재비, 철쭉, 두루미꽃, 감자난초, 은방울꽃, 산마늘, 연령초, 구슬댕댕이, 백당나무, 붉은인가목, 산조팝나무, 풀솜대, 회나무, 꽃쥐손이, 물참대, 할미밀망?, 개다래, 금괭이눈(씨방), 나도제비란(씨방), 짝자래나무, 함박꽃, ?버섯, 국화방망이 (게재순, 중복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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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나무

2018.06.01 17:12 from 야생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는 꽃쟁이로서는 좀 애매한 계절일 것입니다. 봄꽃은 거의 다 지나갔고 여름꽃은 아직 일러서 1000미터 이상의 고산에나 가야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는, 꽃 보릿고개라고나 할까요? 그런 와중에서도 이 시기 우리 갈증을 달래주는 몇 안되는 꽃이 바로 박쥐나무입니다. 박쥐나무는 활엽수가 많은 반 건조지대의 그늘진 야산자락에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꽃의 형태와 색이 특이하고 우아하게 예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국생종(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상 박쥐나무는 층층나무科 박쥐나무屬에 속해 있고 학명은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입니다. '박쥐나무'라는 국명(國名)은 잎의 생김새가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데서 온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학명에서 보듯 변종임을 나타내는 'var. trilobum'이 붙어 있는데, 원종(原種)은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Siebold & Zucc.) Harms이군요. 잎이 박쥐나무와 달리 단풍나무처럼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박쥐나무가 전국에 분포하는데 비해 서식처가 제한되어 있어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종은 아닌가 봅니다.

 

단풍박쥐나무 (출처 : 야사모/갈레베님)
※ 잎의 생김새가 박쥐나물과 뚜렷이 구별된다


     박쥐나무屬을 뜻하는 속명 Alanguim은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케랄라(Kerala)주의 공용어인 말라얄람(Malayalam)語 'Alangi'를 라틴식으로 표기한 것이고, 종소명 plantanifolium은 '플라타너스(platanus)' 및 잎을 뜻하는 라틴어 'folium'이 결합한 것입니다. 즉 '플라타너스 잎을 가진 박쥐나무屬'라는 의미가 되는데, 실제 박쥐나무의 잎과 플라타너스의 잎은 많이 닮았죠?

     학명에 달린 'var. trilobum'은 tri(=three) + lobum(=lobatus)인데 이는 잎이 3조각으로 갈라지는 변종이라는 뜻이겠고 명명자 Ohwi는 일본의 식물분류학자인 오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郎 : 1905-1977)입니다.

 

박쥐나무/동대산 자락

 

     서양에서의 박쥐는 마녀와 함께 밤에 활동하는 악마 혹은 이중성을 지닌 기회주의자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등 대체로 인식이 좋지 않은 반면, 동양에서는 다산과 복을 가져다 주는 길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옛 장롱이나 궤짝 등에서 박쥐를 모티브로 한 전통 문양 장식을 흔히 접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박쥐나무의 꽃도 옛 여인들의 의복을 맵시있게 장식하던 노리개를 많이 닮지 않았나요? 설마 박쥐나무의 꽃이 옛 사람들이 노리개를 디자인하는데 영감을 주었을까요?

박쥐문
출처 : 네이버백과(전통문양/동물문)

 

 

전통 원당초 꽃술노리개
출처 : 팔복상회(053-981-3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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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근에서 최근 만났던 박쥐나무입니다.
(몇 안되는 모델 우려먹기)

 

    ※ PC에서는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확대가 안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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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생종(국가 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사이트의 단풍박쥐나무 항목을 보면 서식지를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일본 / 한국(경기도 수원시; 강원도 강릉시; 충청북도 제천시; 충청남도 예산군;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북도 영덕군; 경상남도 남해군, 산청군, 함양군; 부산시 금정구)"

 

     며칠 전 박쥐나무를 보러 갔던 그 곳을 다시 갔다가 뜻밖에도 단풍박쥐나무를 발견하였다. 이전 포스팅에서 야사모의 갈레베님의 10년 전 사진을 인용한 바 있고 이것이 울산 근교에서 담은 것임은 짐작했지만 상세 위치는 몰랐던 터라 이 우연한 발견에 작은 흥분마저 느껴졌다. 이제 국생종의 서식지 리스트에 '울산광역시 북구'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단풍박쥐나무는 박쥐나무의 원종이라 알려져 있다.

 

단풍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Siebold & Zucc.) Harms

 

단풍박쥐나무

 

단풍박쥐나무

 

잎 비교. 박쥐나무(왼쪽), 단풍박쥐나무(오른쪽)

 

     잎의 결각을 보면 확연하게 차이점이 드러나는데, 단풍박쥐나무의 잎은 결각이 깊게 패여 외관상 단풍나무나 가새잎뽕나무 등을 떠오르게 한다. 꽃의 형태는 박쥐나무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같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근처에서 담은 박쥐나무다.

 

박쥐나무

Alangium platanifolium var. trilobum (Miq.) Ohwi

(이하 모두 박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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