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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배내봉 - 간월산

     배내봉에서 간월 - 신불 - 영취산으로 이르는 능선은 지리산 주릉을 따라 종주할 그 때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좌우로 탁 트인 전망, 앞 뒤 줄지어 까마득히 늘어 선 연봉의 퍼스펙티브, 적절한 길이의 오르막과 내리막... 중간중간의 너럭바위 공간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목을 축일 때마다 문득문득 지리산의 그리움이 배어난다.

     역시나 날씨는 잔뜩 흐리다. 
기상청에서는 이미 장마철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는데, 그나마 빗방울이 후득거리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6:50 태화강 역 發 708번 버스는 언양을 거쳐 석남사를 지나 배냇골을 향해 달린다. 산 어귀에 도달하니 비린내 짙은 밤꽃 향기가 차창 밖으로부터 훅 풍겨온다. 밤꽃이 한창이다. 배냇고개에서 내리니 8시 40분. 막바로 산행 시작하여 단숨에  배내봉까지 도달한다. 엷은 박무 속에 저 멀리 가지산과 쌀바위, 귀바위의 실루엣이 아스라이 보인다.  
 

 

     능선길에는 미역줄나무가 봉오리를 준비해 놓고 개화 신호만 기다리고 있다.


     산철쭉나무 울창한 숲 터널을 지나고


     작년에 봐 둔 벼랑길 병아리난초 포인트를 찾아 보니 아쉽게도 아직 2~3주는 더 지나야 꽃을 볼 수 있겠더라.
 

 

     기린초는 이제 시작이다.

 


 


 

     시들기 시작하였지만, 털개회나무의 향기는 어찌나 강한지 알러지성 비염땜에 후각 성능이 현저히 저하된 내 코에도 산행 내내 그 기분좋은 향기는 머물러 있더라.

 


 

     산조팝나무 꽃은 전성기를 지나 낙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쇠물푸레나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털중나리는 아직 손님 맞을 채비가 덜 된것 같다.

 

     너럭바위에서 저 멀리 신불산, 간월산 정상을 바라보며 잠시 쉬며 허기를 달래다. 참외 맛이 이렇게 달 수 있다니 !!!

 

     간월산 방면으로 능선길 계속 가던 도중 왼쪽으로 난 조그만 오솔길 등산로를 발견하였다. 원래 계획은 계속 진행하여 간월산 정상까지 가서, 그 곳에서 간월 공룡능으로 하산하는 것이었으나 아직 한번도 못가본 그 조그만 오솔길이 자꾸만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아주 잠깐의 갈등 끝에, 그 미지의 길을 택하기로 하다.  지그재그 가파른 산로를 힘겹게 내려가다가 조랫대 지대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

심봤다! 


오매불망 그리던 노랑망태버섯을 만난거다 !



     저 신비한 망또의 때깔과 고고한 자태를 보라. 무신론자인 내가 잠깐이나마 신의 존재를 믿고싶을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어릴적 내 고향집은 대밭으로 둘러싸인 대숲속에 있었다. 그 때는 망태버섯을 흔하게 보았는데, 너무 어렸던 우리는 저 요사스러운(?) 색깔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뱀버섯" 이라 불렀고, 행여 뱀이 나올까봐 보이는대로 짓밟아버리곤 했다.  (저 버섯 또한 귀한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맛이 좋은지 벌레들이 금세 꼬여 들고, 특히 민달팽이들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된다) 망태버섯이여, 용서하라. 과거 우리가 저지른 그 순진한 잘못을.

     산수국도 곧 도래할 그들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새콤달콤한 산딸기. 걷다가 산딸기 따 먹을땐 노린재를 씹지 않도록 조심하라.

 

산행로가 끝나고 임도를 만나면 산행은 마무리된다.


     가장 먼저 만난 인가는 "간월굿당"이었다. 통바위 계곡 폭포를 낀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하여 한 눈에 봐도 기도빨 잘 받게 보이더라. 피폐한 삶의 그 어두운 터널의 끝이 안보일 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아마도 마지막으로 기대어 보는 것이 굿 아니던가? 무당(혹은 박수)은 이런 상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대신해 주고 부서진 영혼을 위로해 주는, 인생 최고의 컨설턴트인지도 모른다


     다시 만난 밤꽃의 비릿한 향기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다.


 (끝)

2011. 6. 18. 간월산, 울산.
Kodak Professional DCS Pro 76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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