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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백양더부살이, 뻐꾹채

     지난 5월 17일, 중앙일보 사회면의 한 구석에 "70년만에 모습 드러낸 백양더부살이" 라는 제목으로 작은 기사(<=클릭)가 조용히 떴습니다. 내용인 즉 절멸된 줄 알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백양더부살이'가 내장산국립공원 전남 장성 백암지구에서 70년 만에 다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만으로 보면 일제강점기에 첫 발견 후 올해 백암지구에서 다시 발견될 때까지 멸종 상태였다는 것이 되는데, 사실 야생화 동호인들 사이에서 백양더부살이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고 각 동호회 게시판에도 사진이 심심찮게 게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매우 드물게 서식하는 식물인지라 그 먼곳까지 일부러 가서 친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 

 

  

     작년,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某님으로부터 봄이면 자주 찾던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백양더부살이를 발견하였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그냥 지나쳤고, 올해 들어서야 봄 꽃 산행에서 그 장소를 둘러보았는데 아쉽게도 백양더부살이는 흔적도 찾을 길 없었지요. 그러던 차에 며칠 전 또 다른 꽃동무로부터 백양더부살이가 돋아났으니 시간 되면 가 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식물은 일기 조건이 맞지 않으면 금세 고사할 수도 있고, 귀물(貴物)이어서 못된 사람들이 파 가버릴 수가 있으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말씀도 아울러 하시면서요.  

 

     현장에 도달해 보니 과연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백양더부살이가 땅거죽을 뚫고 다소곳이 솟아나 있군요. 이제사 꽃봉오리가 막 열리려는 참이어서 만개한 상태의 꽃을 볼 수가 없었고, 어찌된 셈인지 주변의 네댓 촉의 새끼 싹은 시름시름 마르고 있는 중이어서 참으로 안타까왔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측은한 심정으로 사진만 몇 장 담아 오는 것 말고는...

 

 

     백양더부살이 Orobanche filicicola Nakai 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식물입니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에 의하면, 1923년 전남 백양사 인근에서 채취된 단 1본의 표본만이 도쿄대학 식물표본관에 보관된 이후, 그 실체가 베일에 싸인 채 남아 있었고 특히 이 식물을 처음 채집한 일본인 식물학자 다케노신 나카이 박사는 학계에 공식으로 발표하는 절차를 밟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첫 발견 후 70여 년이 지난, 2000년 국립공원관리공단 박성배 씨에 의해 재발견되었고, 현진오 소장이 현장을 확인한 후 2003년 순천향대학교 신현철 교수팀과 함께 미국에서 발행되는 식물연구잡지인 ‘노본(Novon)’을 통해 신종으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 식물목록에 특산식물로서 추가되었다는군요.

 

 

     백양더부살이는 쑥의 잔뿌리에 붙어서 영양을 흡수하고 살아가는 기생식물입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니 저런 방식으로 살아가는거지요. 비슷한 종으로서 초종용이 있는데, 초종용은 주로 해안의 모래땅에서 사철쑥에 기생하는데 반해 백양더부살이는 내륙지방 쑥에 기생합니다. 형태도 비슷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제 접근 가능 거리내 이 식물의 존재를 알려주신 KIC님, 올해 개화 정보를 알려주신 KIH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백양더부살이와 이웃하여 자라던 뻐꾹채입니다. 직접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라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 녀석을 보는 순간, 그 위풍당당함에 반해버렸습니다. 사진으로 보면서 그냥 엉겅퀴나 산비장이 정도의 크기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실제로 보니 꽃봉오리가 어찌나 크던지 어린아이 주먹만하여 깜짝 놀랐지요. 꽃대까지 훌쩍 길어서 마치 하늘을 향해 주먹 불끈 쥐고 팔을 높이 쳐든 형상이라고나 할까요? 

 

 

     뻐꾹채 Rhaponticum uniflorum (L.) DC. 는 국화과 뻐꾹채속의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뻐꾸기가 찍짓기를 하는 시기인 늦봄, 초여름에 핀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꽃봉오리의 비늘조각이 뻐꾸기의 가슴털처럼 보여 그런 이름으로 불리었다고도 합니다.

 

꽃봉오리의 비늘조각이 아래 뻐꾸기 가슴털처럼 보이나요?

 

뻐꾸기
(사진 출처 : 송한석님)
https://blog.naver.com/hssn2710/140176330952

 

 

봉두난발 뻐꾹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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