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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노루발

     꽃쟁이들이 싫어하는 나무가 있다면 아마도 소나무가 첫 손가락에 꼽힐 것입니다. 소나무는 일단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여 군집을 형성하면 서로 협력하여 다른 식물을 말려 죽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식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타 식물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현상을 타감작용(他感作用)이라 하는데, 여타 식물들도 타감작용을 하지만 소나무는 상당히 강하여 특히 여린 풀꽃들이 살 수가 없으니 야생화 애호가들이 솔밭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지요.

     

     소나무는 뿌리에서 갈로탄닌(gallotannin)이라는 산성 물질을 내뿜어 타 식물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지만, 그런 솔밭에서도 버젓이 자리잡고 사는 식물이 노루발, 매화노루발 등입니다. 아마도 갈로탄닌에 대한 면역력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어쨌거나 이 시기면 노루발, 매화노루발을 만나러 기꺼이 솔밭을 찾습니다.


     노루발의 학명은 Pyrola japonica Klenze ex Alef. 입니다. 속명 피롤라(Pyrola)는 불, 열기, 뜨거움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pyr-(πῦρ-)"에서 유래합니다. 추측건대, 북방에서 볼 수 있는 노루발은 줄기와 잎이 빨강에 기까운 짙은 분홍색이어서 마치 불에 달궈진 모습을 연상해서 저런 이름으로 속명을 정한게 아닌가 합니다. 백두산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분홍노루발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정말 붉습니다. (분홍노루발은 이 곳을 참조하십시오 => 클릭)


      최근 여기저기서 만났던 노루발입니다. 소나무 패거리의 심한 텃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라서 꽃을 피워주는 노루발의 모습에서 가녀리지만 강한 모습을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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