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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게재 시기를 놓쳐버린 올해의 봄 꽃 시리즈 #2 - 너도바람꽃

     우리나라 꽃쟁이들의 바이블이자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보면 자생식물 & 정명 기준으로 18종의 바람꽃이 등재되어 있다. 이 18가지 바람꽃은 모두 미나리아재빗과이지만 속명(屬名)으로 내려가면 5가지로 또 갈라진다. 바람꽃(Anemone)속 12가지, 너도바람꽃(Eranthis)속 3가지, 매화바람꽃(Callianthemum)속 1가지, 나도바람꽃(Enemion)속 1가지, 만주바람꽃(Isopyrum)속 1가지가 그것이다. 학명을 보면 그 식물의 분류학적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예컨대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을 족보식으로 따진다면 <미나리아재비 家門 에란티스(Eranthis) 스텔라타(Stellata) 門中> 쯤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순 학명/국명

01 Anemone amurensis  Kom. 들바람꽃

02 Anemone dichotoma L. 가래바람꽃

03 Anemone glabrata Juz. 바이칼바람꽃

04 Anemone koraiensis Nakai 홀아비바람꽃

05 Anemone narcissiflora L. 바람꽃

06 Anemone nikoensis Maxim. 외대바람꽃

07 Anemone pseudoaltaica H. 국화바람꽃

08 Anemone raddeana Regel 꿩의바람꽃

09 Anemone reflexa Steph. 회리바람꽃

10 Anemone rossii S.Moore 쌍동바람꽃

11 Anemone stolonifera Maxim. 세바람꽃

12 Anemone umbrosa C.A.Mey. 숲바람꽃

13 Callianthemum insigne Nakai 매화바람꽃

14 Enemion raddeanum Regel 나도바람꽃

15 Eranthis byunsanensis B.Y.Sun 변산바람꽃

16 Eranthis pungdoensis B.U.Oh 풍도바람꽃

17 Eranthis stellata Maxim. 너도바람꽃

18 Isopyrum manshuricum Kom. 만주바람꽃


     바람꽃 집안은 아네모네파(派)가 절대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에란티스파도 3종이나 되어 제 2세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너도바람꽃은 에란티스파이고 이 에란티스파가 부지런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다른 바람꽃 종류보다 좀 일찍 피는 편이다(우리나라 기준). 너도바람꽃은 같은 문중이라 할 수 있는 변산바람꽃이 시들할 무렵 피기 시작하여 약 1주일 정도의 짧은 개화기간을 마치고 씨방을 맺는다. 아마도 다른 풀들이 성장하여 광합성을 방해하기 전에 서둘러 후손을 남기는 전략을 택해서일 것이다.


     이 꽃을 사진상으로만 대하다가 처음 육안으로 직접 본 사람은 대개 깜짝 놀란다. 생각했던 것보다 꽃의 크기가 너무도 작고 가냘프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거의 땅에 밀착시키다시피(어떨 땐 땅을 파고 카메라를 뭍고싶기까지 하다) 하고 머리를 땅에 닿도록 깊숙히 조아려야 한다. 마치 삼고구궤의 의식을 치르기나 하듯이. 제대로 찍은 이 아이들의 앙징맞은 모습을 카메라의 LCD로 확대해서 확인할 때의 그 기쁨이란~ 


     5장의 흰 꽃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신한 것이다. 진짜 꽃은 너무 작아 수분 매개곤충(너도바람꽃은 개미를 매개로 한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터라, 이들을 유인하기 위하여 꽃받침이 꽃인 척 변장하는 묘수를 부렸다. 꽃 자체는 작고 가녀리지만, 꽃대가 제법 두꺼워 굳세고 튼실해 보인다. 꽃잎 주위를 빙 둘러 에워 싼 노란 꿀샘이 관찰 포인트.






















 * 위 10장은 올해 촬영분이지만 아래 3장은 2015 ~ 2017년에 촬영한 것을 가져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