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동사니

2017.03.04 - 시그마 포븨언(Foveon) 센서와의 再會



     포븨언(a.k.a. 포베온; Foveon) 센서를 다시 만나다. 포븨언 콰트로 센서를 달고 나온 시그마社의 SD Quattro 기종을 최근 손에 넣은 것이다. 예전 초기 버전 포븨언 센서를 채용한 시그마의 SD10에 이어 SD14 등을 오랫동안 쓰다가 떠나 보낸 것이 2008년이니 9년만의 재회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만난 포븨언은 크게 달라진게 없다. R-G-G-B 베이어 센서를 쓴 대부분의 카메라(니콘, 캐논, 소니 등)는 CCD, CMOS를 거쳐 요즘 이면조사(裏面照射)형 CMOS(BSI-CMOS)까지 진화한 촬상 소자를 달고 나오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화소의 대형화(3천만~4천만화소)와 더불어 특히 실용 감도가 무려 256,000 ISO 혹은 그 이상에 달할 정도로 감도/노이즈면에서 거의 혁명적인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잡은 시그마 카메라는 강산이 한 번쯤 변할 만한 세월이 지났건만 여태껏 실용 감도 400~800 ISO을 뛰어넘지 못하는 제자리 행보를 보이고 있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그마 카메라가 사라지지 않고 버젓이 버티고 있는 것은 포븨언 센서만이 가진, 놀라울 정도로 크리스피한 이미지 창출 능력일 것이다. 


     어쨌거나 다시 잡아 본 시그마 카메라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약간의 진보가 없다 하진 못하겠고, 가장 큰 변화라면 포븨언 특유의 3층 구조의 센서를 한층 더 발전시킨 콰트로(Quattro) 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센서로 업그레이드한 점이다. 붙박이 렌즈를 채용한 DP-Q 씨리즈에 이어서 미러리스인 SD-Q 씨리즈에까지 콰트로 센서를 심어 시장에 내놓은 게 가장 최근의 변화인 것이다.


     시그마 회사의 소유주이자 자존심 센 엔지니어인 야마키 가즈토 선생 특유의 똥고집(!)이 아니었다면 이 카메라는 벌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다행히 시그마社에서 최근 내놓은 고성능 렌즈들이 대박에 가까운 히트를 치면서 자금의 압박에서 자유로와진 것이 이 돈 안되는(아마도 팔면 팔  수록 적자...?) 카메라의 명맥을 유지하는 큰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워낙 매니악한 물건이어서 대부분 거들떠도 안보는 '쓰레기' 카메라지만 살 사람은 결국 다 사는 희안한 녀석이다.


     컬러 모드를 스탠더드 혹은 뉴트럴로 설정하여 촬영했는데 채도가 엄청나게 쎄다 - 후처리 과정에서 채도를 많이 빼 주어야 한다.

     화이트 밸런스 맞추기가 억수로 힘들다 - 이는 나의 적응 부족인듯 하다.

     형편없는 배터리 성능에 경악하게 된다 - 사실 애꿎은 배터리가 무슨 죄인가? 전원을 무식하게 많이 먹는 카메라 본체가 문제일 뿐.

     전용 이미지 프로세싱 소프트웨어인 Sigma Photo Pro는 'Pro'란 말이 무색하게 인간 인내력의 극한을 테스트한다. 이에 비하면, 굼벵이로 소문난 니콘의 Capture NX-D프로그램은 양반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치고 난 후의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촬영과 프로세싱 과정에서의 모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입수 후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테스트해 보다.


















     마지막 사진을 제외한 위 모든 사진은 시그마의 가장 싸구려(단돈 5만원쯤에 시세 형성) 렌즈 중의 하나인 최 초기형 18-200mm f3.5-6.3 수퍼 줌 렌즈로 찍은 것이다.


     깜짝 놀랐다. 렌즈는 싸구려지만 이미지는 고급스럽다(...라고 믿고싶다)


     <끝>